짜릿함이 가득한 액티비티 ①부산 광안리 SUP Zone

파도 위 산책하듯, 부산 광안리 SUP Zone

파도가 넘실거리는 대로, 바람이 이끄는 대로, 드넓은 바다를 유영하고 싶다면 SUP에 도전해 보자. 망망대해 한가운데, 귓가에는 파도 소리만, 마음엔 안온함이 들어찬다. 바다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일출·일몰을 감상하기에 이만한 스포츠가 있을까?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풍경이 마음에 선연한 무늬를 남긴다. 이 계절, 광안리해수욕장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단연 SUP다. 

SUP는 ‘Stand Up Paddleboard(스탠드 업 패들보드)’의 약자로 ‘에스유피’ ‘썹’ ‘패들보드’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보드 위에 서서 노를 저어 타는 무동력, 무공해, 무소음의 친환경 해양스포츠다. 물살이 거세지 않으면 바다뿐 아니라 강과 호수 등에서도 탈 수 있다. 많은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해양스포츠로 수영을 못하거나 운동 신경이 부족해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물 위 보드서 무게중심을 잡아야 하기에 전신 운동으로도 효과가 좋다.

친환경 해양스포츠

국내 SUP 성지로 광안리해수욕장을 꼽는다. 약 1.5㎞에 이르는 길고 긴 둥그런 해변을 품은 바다는 2003년 광안대교가 개통되면서 밋밋함을 벗어버리고 특별한 풍경이 더해졌다. 10만 가지 이상의 다양한 색상의 조명이 바다를 물들이고, 토요일 밤마다 열리는 드론라이트쇼는 화려한 풍경을 선사한다. 해변 뒷골목에는 다채로운 취향을 만족하게 하는 트렌디한 가게들이 이어져 있어 생기를 더한다.

해양스포츠를 위해 모인 이들에게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풍성한 곳이다. 광안리 해변 내 남천해변공원 방향으로 약 500m 구간이 ‘SUP Zone’이 지정되면서 더욱 활기 넘치는 해변이 됐다. 

광안리해수욕장 해변 일대는 2020년 지역 특화 스포츠산업 육성 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SUP 특화 해변으로 성장했다. 거친 파도 위를 누비는 서핑에 비해 SUP는 비교적 잔잔한 파도 위를 항해하는, 움직임이 유유한 스포츠다. 물론 SUP에도 빠르기가 필요한 종목도 있지만, 힐링이 목적이라면 오히려 느린 속력이어야 SUP의 매력에 온전히 닿는다.


SUP를 하기에 알맞은 파도와 바람을 갖춘 광안리해수욕장은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광안리 SUP Zone은 ‘2023~2024 한국관광 100선’ ‘부산 웰니스 관광지’에 선정됐다.

SUP의 가장 큰 장점은 함께 혹은 혼자, 또 처음이어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보호자와 함께 보드에 오를 수 있고, 반려견에게 신나는 여정을 선물할 수 있다. 나홀로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친구들과 인생 사진을 남기며 추억 한 페이지를 새길 수 있다. 

특히 광안리해수욕장서의 SUP는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일출 시간에 맞춰 보드에 오르면 바다 한가운데서 떠오르는 해를 마주한다. 또 따스하게 물드는 노을을 배경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즐기는 SUP
일출 시간엔 더욱 특별한 시간 만끽

매주 토요일 밤, 광안리 해변서 진행되는 M드론라이트쇼(3~9월 20, 22시, 10~2월 19, 21시)도 LED SUP에 올라 더욱 특별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모래사장과 바다 위에서 진행되는 SUP 요가도 도전해 보자. 운동 효과는 물론 마음마저 두 배로 평온해지는 체험이 될 것이다. 

SUP를 처음 접한다면, SUP 전문 숍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는 보드와 패들 등의 장비 대여와 강습 교육까지 한번에 이뤄진다. 프로그램은 새벽, 낮, 저녁, 야간 등 시간대별로 나눠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안전 교육과 타는 방법에 대한 강습이 꼼꼼하게 이뤄지니 초보자도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SUP와 금방 친해질 수 있다.


SUP를 위한 장비는 간소한 편이다. 패들보드는 서핑과 카약이 접목된 보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플라스틱과 목재 등으로 만드는 하드보드와 공기주입식 보드로 나뉘는데, 초보자나 요가가 목적이라면 공기주입식 보드가 유리하다. 노를 젓는 패들, 보드와 신체를 연결하는 끈 ‘리쉬’도 필요하다. 

모래사장서 안전교육과 타는 법을 충분히 익혔다면, 각자 보드를 들고 바다로 향한다. 처음에는 단박에 일어서서 균형을 잡기는 쉽지 않을 터. 무릎을 꿇고 원하는 방향으로 노를 젓는 기술을 익힌다. 파도에 익숙해지면, 천천히 일어서보자.

시선을 먼 곳에 두고 몸에 힘을 빼면 균형 잡기가 한결 수월하다. 무릎을 꿇거나 양반다리 자세 등으로도 노를 저으면서 SUP를 즐겨도 되니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는다. 초보자도 광안대교까지 다녀올 수 있는데, 돌아올 체력을 충분히 남겨두고 움직여야 한다.

광안리 SUP Zone에는 샤워장과 파라솔, 포토존 등 시설이 잘 관리되고 있다. S UP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숍들도 해변 근처에 모여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체험 비용은 강습과 장비 대여 등을 포함해 3만5000원~5만원(2~3시간)이다.     

광안리 SUP Zone에서는 다양한 대회가 열린다. 박진감 넘치는 SUP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대회를 통해 선수들을 응원해보자. 수영구민 SUP 대회, 어린이 SUP 꿈나무 대회, 광안리 SUP 대학교 대항전이 매년 개최되며 2022년부터 3년 동안 세계대회인 APP WORLD TOUR도 진행되고 있다.

또, 올해 9월에는 제1회 수영구청장배 전국 SUP대회가 열릴 예정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광안리 SUP Zone서 빵 냄새가 솔솔 풍기는 남천동 방향으로 걸어보자. 일명 ‘빵천동’이라 불리는 동네엔 30여개 제과점이 곳곳에 위치한다.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토박이 빵집부터 트렌디한 빵집까지 특색 있는 빵투어로 제격이다.

해변 끝에는 광안리해수욕장의 핫플레이스 밀락더마켓이 위치한다. 맛집과 소품 가게 등 감각적인 상점이 들어선 공간으로 광안대교가 보이는 오션뷰 스탠드가 특히 멋스럽다.

빵투어로 제격

매일 자정까지 열리는 마켓은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자주 열려 밤에도 볼거리가 쏠쏠하다. 광안리해수욕장서 차로 15분쯤 가면 F1963에 닿는다. 1963년 지어진 공장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이곳은 와이어 공장서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전시장과 서점, 정원 사이사이, 사색하기 좋은 공간들로 꾸며져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광안리 SUP Zone→남천동 빵집거리(빵천동)→밀락더마켓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광안리 SUP Zone→남천동 빵집거리(빵천동)→밀락더마켓
-둘째 날 민락수변공원→F1963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광안리 SUP Zone https://gwangallisuprise.kr/
-수영구 문화관광 https://www.suyeong.go.kr/tour/index.suyeong
-F1963 http://www.f1963.org/ko/

문의 전화
-수영구청 문화관광과 051)610-4954~5
-광안리관광안내소 051) 610-4848
-남천동 빵집거리(빵천동) 051)610-4372(수영구청 문화관광과)
-밀락더마켓 051)752-5671
-F1963 051)756-1963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산, 서울고속터미널서 15~60분 간격(06: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 소요.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 승차, 2호선 서면역 환승, 금련산역 하차, 광안리 SUP Zone까지 도보 약 65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s://www.kobus.co.kr/ 부산교통공사 https://www.humetro.busan.kr/ 1544-5005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수시(05:12~22:27)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부산역 정류장서 41번 버스 이용, 수영구청 하차, 광안리 SUP Zone까지 도보 약 30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부산시버스정보관리시스템 https://bus.busan.g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부산톨게이트→구서IC서 ‘해운대, 벡스코’ 방면으로 오른쪽 고속도로 출구→분기도로 진입→‘부산역’ 방면으로 고가차도 왼쪽 옆길→대연램프서 ‘광안리, 대연동’ 방면으로 오른쪽 도시고속도로 출구→‘벡스코, 광안리, 문현교차로’ 방면으로 지하차도 오른쪽 옆길→대남교차로서 ‘광안리’ 방면으로 좌회전→KBS삼거리서 ‘광안리’ 방면으로 오른쪽 1시 방향→광안리해수욕장서 ‘광안리’ 방면으로 우회전→‘광안해변로’ 방면으로 좌회전→광안리해수욕장 도착 

숙박 정보
-그레이193호텔: 수영구 광안해변로 278번길 42, 051)710-4441, https://gray193.modoo.at
-호텔 센트럴베이: 수영구 광안해변로 189, 051)982-9700, http://www.centralbay.co.kr/
-호텔 아쿠아펠리스: 수영구 광안해변로 225, 051)790-2300, https://w ww.aquapalace.co.kr/ 

식당 정보
-언양불고기 부산집(언양불고기·한우구이): 수영구 남천바다로 32, 051)754-1004
-동경밥상(민물장어덮밥): 수영구 남천바다로 34-6, 070-7576-1428
-안목(돼지국밥): 수영구 광남로 22번길 3, 0507-1461-0523

주변 볼거리
-광안리 어방축제: 2024년 5월10~12일, 광안리해변 및 수영사적공원 일원 https://www.suyeong.go.kr/festival/index.su yeong
-민락수변공원, 수영사적공원, 금련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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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