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 선택’ 국힘 황우여 비대위원장의 임무

결국 혁신보다 안전빵 택했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혁신을 위한 테이블을 마련하랬더니 여전히 주류만 이끌고 가려는 모양새다. 누구든 회초리를 들고 종아리라도 때려야 하는데, 먼 하늘만 바라보는 격이다. 도무지 나아지겠다는 의지도 없이 속절없는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4·10 총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은 여전히 반성문만 내놓고 있다. 수습 절차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하는 중이다. 총선 뒤 약 한 달이 지난 끝에 수습책보다는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으로 누구를 앉히느냐에 혈안이 돼있었다. 방식은 개혁형이냐, 관리형이냐 두 가지 갈래였다. 

고르고 
골랐다

고민 끝에 국민의힘은 관리형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양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손을 들었던 인물도 있었으나 쉽게 결론짓지 못했다. 

지난 3일, 취임 입장 발표 기자회견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먼저 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겠다”며 “보수 가치를 약화·훼손해 사이비 보수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여러 인물들이 거론됐다. 중진 의원을 통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과 당 외부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누가 앉느냐에 따라 국민의힘의 명운이 결정될 중요한 사안이었다. 

여전히 국민의힘 내에선 주도권을 두고 다툼이 오간다. 공식적으로 큰 싸움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물밑 싸움이 치열한 모습이다. 극악으로 내몰린 상황을 종식시키기에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한다. 처음에는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서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차기 원내대표가 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다른 한편에서는 빠른 수습을 위해 지금의 원내대표가 뽑으면 된다는 의견이 대립됐다. 

결국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결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도무지 비대위원장으로 낙점될만한 인사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당내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6선)이 “헌신한 각오가 돼있다. 스스로 독이 든 성배를 마시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에 따르면, 몇몇 의원들이 조 의원을 추천해 윤 권한대행에게 의사를 전달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장고 끝에 국민의힘은 같은 달 29일, 당선인 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 추대 작업에 나섰다. 총회 결과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 당선인 총회를 통해 윤 권한대행에게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부여했다. 이후 윤 원내대표는 비교적 긴 시간 당내 중진들과 의견을 나누며 후보군을 좁혀왔다. 결론적으로 황 전 대표가 선임됐다.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반성문?
“독 든 성배 마시겠다” 조경태는 무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사퇴한 지 18일 만이다. 황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선출됐던 전당대회서 관리위원장을 맡았으며, 공정한 전당대회 관리 등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과 정치를 잘 알고, 당 대표로서 덕망과 신망을 받을 수 있었던 것 등이 인선 배경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황 비대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수락했다. 할 사람이 여러 명 있었으면 나서지 않았을 텐데, 당이 어려울 때 마다하면 안 된다는 마음을 늘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윤 원내대표에게 거절의 의사를 드러냈는데, 지속적으로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시간이 없어 당의 현 상황을 매듭지어야 하는 때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황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당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수도권 내 5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받들고 어떤 혁신과 쇄신의 그림을 그려 나갈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당선자 총회서 아무도 ‘황우여 비대위’에 대한 반기를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장일치로 의결돼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무난한 인사라는 소리가 나오기는 하나 혁신이 필요한 상황서 전당대회만을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명분이 없는 인선이었던 데다 밖에서 볼 때 올드한 느낌이 있다”며 “정치적으로 은퇴한 사람을 다시 세운다는 게 당 입장서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판사 출신으로 신한국당 소속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해 19대 국회까지 5선 의원을 지냈다. 20대 총선서 낙마한 뒤 국회를 떠났고, 당명이 바뀌는 동안 정치 일선을 떠나 있었다. 박근혜정부 당시에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지내 친박(친 박근혜)계로 불렸지만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대룰 과제
밑그림 담당

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을 지냈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했던 2021년 전당대회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결국 쇄신 대신 안정을 택한 셈이다. 황 비대위원장 앞에는 비대위구성등 여러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조만간 비대위원 지명 건을 의결해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비대위원 구성에는 과연 수도권을 안배한 인사를 합류시킬지가 관건이다. 

앞서 황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수도권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인사는 물론, 영남권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은 이번 총선서 국민의힘에게 역대급 패배를 기록했던 지역이었다. 서울에선 48석 중 1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고, 74석이 걸린 인천·경기에선 8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PK(부산·경남)·TK(대구·경북) 지역에선 오히려 결집 현상이 두드러졌다. 선거 막판 보수세력이 한데 뭉치면서 간신히 개헌 저지선을 막아냈다. 

이런 상황서 수도권 안배 인사를 뽑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으로서는 자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과 다름없다. 수도권 인사를 비대위에 참여시켜 수도권 민심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황 비대위원장이 총선 패배를 수습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내세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전당대회 룰 세팅도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존 룰인 당원 100% 투표를 어떤 방식으로 고칠지가 관건이다. 전대 룰 수정 당시에도 여러 말들이 오갔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될 당시 룰을 고쳤다. 명분은 당 대표인 만큼 당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존 룰은 당원 70%, 여론조사 30%의 비율이었다.

당시 여론조사가 포함된 후 김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밀리자, 전대 룰도 갑작스럽게 변경됐다. 전대 룰 변경을 두고 당내 곳곳서 반발이 심했다. 사실상 김 전 대표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친윤, 비윤
누구 손을…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당정일체의 강한 기조로 상당히 폐쇄적인 구조로 운영됐다. 결국 당에서는 대통령실에 이렇다 할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의도하는 대로 끌려만 다녔다.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당내서도 전대 룰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최대 뇌관인 전대 룰을 황 비대위원장이 고칠 것인지는 추후 지켜봐야 안다. 그러나 정치권에 따르면 친윤(친 윤석열)계는 전대 룰 변경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본인들이 지난 전대 당시 급히 바꿔버린 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들의 발언은 과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으로 황 비대위원장이 친윤과 비윤(비 윤석열)계 사이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중요하다. 친윤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또다시 국민의힘은 당정일체의 관계로 빠져들게 된다.

이미 대통령실은 비서실장에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면서 대놓고 친윤 체제를 공고히 했다. 대표적인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김도읍 의원이 경쟁자로 분류됐으나,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비대위원장에게는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할 지점이다. 당과의 대통령실 관계 설정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가 친윤이 당을 이끌고 가려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나설 경우 당내에서는 또다시 분란이 생긴다. 

이와 관련해 황 비대위원장은 “(당정 관계는)바꾸기보다는 비대위원장이 됐으니 기존 룰을 바꾸자는 의견이 많이 있을 때 검토하게 된다. 검토 절차가 당헌·당규에 규정돼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대 룰 변경에 다소 회의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비대위는 철저하게 사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 질서에 맞게 하도록 돼있다. 모든 것은 절차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선당후사 마음으로 수락” 당정 관계는?
당 일각선 “과연 개혁 잘될까” 우려 목소리

반면 수도권 당선인 중심으로는 전대 룰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상당히 강하다. 실제로 김재섭 당선인과 안철수 의원은 “수도권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 전대 룰 변경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아가 수도권에 경쟁력을 가진 인물을 앞세워 중도층 포섭 구도까지 만들어 내야 한다며 확장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단순히 전대 전 비대위원장이기 때문에 잠시 거치는 직이라는 인식도 다수 있다.

하지만, 황 비대위원장의 숙제는 전대 룰만 있는 게 아니다. 우선 총선 참패를 어떻게 수습할지도 논의를 띄워야 한다. 총선 패배에 대한 반성 후 이유 등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탓이다.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다음 선거에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미 이번 총선 결과로 ‘영남당’으로 인식이 굳혀져버린 상황이다. 영남마저 등을 돌리게 된다면 보수의 궤멸은 예정된 수순이다. 여당의 역할을 복원할 방식 등도 미리 논의돼야 한다. 

재임 기간이 짧아도 현재 처한 상황을 뚫어낼 방안 마련은 필수적이다. 당의 체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3년 동안 집권여당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국민의힘은 벌써 4번째 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툭하면 꺼내드는 체제서 누구든, 성공적으로 직을 마무리지었던 전례도 전무하다. 

이번 황우여 비대위 체제마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내려질 경우, 추후 대선 및 지방선거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여전히 당 주류는 영남계로 이들의 생존을 위해 비주류를 신경쓰지 않는다면 불어닥칠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중한
스타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비대위원장은 무리하지 않는 이른바 안전형 스타일로, 파격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황 비대위원장은 “과연 관리형으로 끝날 수 있겠냐는 생각이다. 쇄신의 목소리가 크고 당에서 해야 하는 당무가 있다”면서도 “하루 이틀, 미룰 일이 아니다. 새로운 당 대표가 뽑히기 전까지 여러 일을 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우여 비대위원장, 수락 고민했던 이유?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수락한 배경에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 황 비대위원장은 직을 거절했다.

그 이유는 바로 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 비대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발을 좀 다쳤다. 사진을 찍다가 왼발을 접질렸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병원에 가 보니 봉숭아 뼈가 골절이 됐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큰일났다고 생각했는데, 압박붕대로 3주 정도 고생을 해야 한다. 완전히 붙으려면 3개월이 걸린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비대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비대위원장도 쩔뚝이고, 당도 쩔뚝이는 모양이 좋지 않다”고 하자, 윤 원내대표가 “시간이 없는 상황이다. 부탁한다”며 재차 설득에 나선 끝에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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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