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5.07 17:12:40
  • 호수 1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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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때리는 선생님 신고하는 학생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곳으로 사회 진출에 앞서 집단 사회생활을 배우고 학습하는 장소다. 학교서 학생들은 1순위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지만, 어떤 학생에게는 지옥처럼 벗어나고픈 곳이기도 하다. 이들을 위해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져 있지만 현재 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이 학교 교육 과정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학생은 따돌림, 집단 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져야 한다 ▲학교 교육 과정서 체벌은 금지된다 ▲교육감과 학교장은 학교 내 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피해자가 발생하면 관계 기관과 연계해 긴급구조 조치를 취해야 한다 등이다.

대립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부터 시작돼 14년 차를 맞이했으며, 2011년 광주, 2012년 서울서 차례로 공포됐다. 그 뒤 전북, 경남, 충남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했다.

조례 명칭처럼 학생들의 인권을 높이기 위한 제도인데, 현재는 폐지 논란으로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교권 회복을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거나,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침해는 무관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입장문을 내고 “교총이 지난해 3만2000여명의 유·초·중·고 교원을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84.1%에 달했다. 권리만 부각하는 조례의 폐해에 눈감고 법률로 고착화하는 것은 현장 교원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모두 보호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데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제22대 국회서 학생의 기본권과 보호 방안을 강조한 ‘학생인권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학교와 교단의 현실을 외면한 채 학생인권법 제정이 추진된다면 전국 교원들과 연대해 총력 저지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존중하면서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교권 보호 입법부터 나서주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교총 “학교 외면한 학생인권법 없애야”
전교조 “학생·교사 대립시키지 마라”

반대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는 “학생 인권과 교사의 교권을 대립시키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규탄했다.

전교조는 지난달 28일 성명문을 통해 “교사들의 요구는 문제 행동에 대한 정당한 생활지도를 통해 나머지 학생들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장해줄 것과 악의적이고 반복되는 학부모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고 교권 보장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한 적도 없다. 교권을 실추시킨 장본인은 학교를 시장화하고 교육을 서비스업으로 전락시켜 공교육의 근간을 흔든 정부와 교육 당국”이라며 “국민의힘과 정부 당국은 학생인권조례를 교권과 대립시켜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시도를 당장 멈추고,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 모두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교총과 전교조의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학생 의견이 빠졌다.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계기가 교사에게 체벌 및 강압적 분위기를 경험하는 학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강압적인 분위기와 체벌이 이뤄지는 학교가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5년째인 A씨는 여전히 학교서 목격한 폭력 현장을 잊을 수 없다. 가해자인 교사는 여전히 해당 학교서 수업하고 있다. 폭력은 A씨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다음 날부터 시작됐다. 체육 수업이 있었는데, 체육관으로 간 학생들이 교사임을 인지하지 못해 인사를 하지 않았다.

체육 교사는 학생들이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욕설과 함께 벌을 세웠다. 이때부터 체육 시간은 학생들에게 기피 시간이 됐다. 게다가 체육 교사가 폭력을 행사하는 데엔 별다른 이유도 없었다. 눈빛,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회초리를 드는 날도 많았다.

과거로 회귀하는 조치?
“폭력 교사 여전히 존재”

학생이 실수로 체육복을 가져오지 않은 날에는 뺨을 때린 적도 있었다. 성인 남성이 10대 청소년의 뺨을 때리면 ‘짝’ 소리가 아니라 ‘퍽’ 소리가 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뺨을 맞은 A씨의 친구는 쓰러졌다.

학생이 수업 도중 웃거나, 앉아 있었다고 욕을 하기도 했다. 물론, 매번 폭력을 행사했던 것은 아니다. 본인이 기분 좋은 날에는 평범하게 수업을 하기도 했으나 어느 순간 기분이 상하면 욕을 하기 일쑤였다.

A씨는 “체육 시간만 되면 지옥이었다. 욕먹으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기분이 나쁘다고 뺨을 때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며 “무서워서 아프다고 조퇴하는 학생이 점점 늘어났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 시간에 교사가 한 학생에게 “너 머리 염색했냐”고 물었다. 학생의 머리는 원래 갈색이었을 뿐, 염색 머리는 아니었다. 당연히 “아니요”라고 대답하자, 체육 교사는 옆에 있던 다른 학생에게 “네 눈엔 쟤 머리가 염색한 것 같냐? 아닌 것 같냐?”고 반문했다.

친구가 손찌검을 당할 게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던 같은 반 학생은 답하지 못했다. 체육 교사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계속 물었고, “잘 모르겠다”는 답을 들었다. 학생들이 대답하지 못하자 교사는 그대로 수업을 진행시켰다. 학생들은 안도했지만, 수업이 끝나자 그는 해당 학생만 체육관에 남도록 했다. 

A씨는 “갈색 머리의 학생은 쉬는 시간이 다 끝나고 나서야 교실로 돌아왔다. 울면서 들어왔는데, 얼마나 맞았는지 정확하게 기억도 못하는 것 같았다.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5년이나 됐는데 그날 일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과는?


이어 “존경할만한 선생님도 있었고, 대부분은 좋은 선생님이었고 잊지 못할 좋은 추억도 많다. 그런데 학생인권조례는 학교서 선생님한테 폭행당한 학생이 있어 만들어진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과 똑같다. 교권을 추가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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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