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당하는’ 공모주 신종 사기 피해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4.16 10:00:57
  • 호수 1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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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블 유혹에 10억 묻었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기는 언제나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공모주 사기’가 기승이다. 여느 사기와 마찬가지로 SNS를 통해 이뤄지며 유명인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들은 앱 설치를 강요하고 돈을 빨리 입금하지 않으면 원금도 찾을 수 없다는 식으로 협박한다. 신속한 경찰 신고로 통장 거래를 막는 게 중요하지만, 돈을 되찾을 수 있을진 알 수 없다.

공모주 투자 열풍이 거세다. 올해 1분기 상장한 기업 대부분이 따블(공모가의 2배) 이상을 기록할 만큼 공모주 광풍이 불었다. 주로 중소형 종목들이 이끈 공모주 열풍은 2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며, 청약 대어들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경쟁률
2000대1

지난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두 14곳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스펙, 이전상장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2곳이 상장 첫날 따블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1월에 상장한 우진엔텍과 현대함스는 따따블(공모가의 4배)을 기록한 반면, 지난 2월에 상장한 이에이트와 유일한 코스피 상장 기업 에이피알은 따블을 기록하지 못했다.

올 1분기 공모주 열풍은 광풍 수준이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서 공모가 희망 범위 상단 초과 제출은 흔한 일이 됐으며 일반 청약서도 경쟁률 1000대1은 물론 2000대1도 종종 발생했다.

지난 2월 초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발표와 함께 증시가 오르면서 공모주의 열기가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1분기 상장 기업 중 유일하게 따블 기록에 실패한 이에이트와 에이피알 모두 2월 말에 상장한 기업으로 이 같은 흐름이 3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관측됐다.


그러나 지난달 상장한 기업 4곳(케이엔알시스템, 오상헬스케어, 삼현, 엔젤로보텍스) 모두 상장 첫날 따블을 기록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업계는 공모주 열풍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가 역대 최대 규모인 77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달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13일 기준 증권사 CMA 잔고 총액은 77조51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처음으로 7000만개를 넘었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지난 13일 기준)는 7068만1101개로 집계됐다. 1년 전(6423만1970개)에 비해 10% 늘었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는 10만원 이상의 금액이 들어 있으면서 최근 6개월간 거래에 한 번 이상 쓰인 계좌를 말한다.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관심도를 반영한 지표다.

증권가는 IPO(신규 상장) 시장에 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봤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가격상승 폭 400% 확대와 신규 상장 종목의 쏠림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분위기가 올해도 지속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공모가 2배” 잇단 상장 투자 광풍
“입금 안 하면 원금도 못 찾아” 협박

말 그대로 공모주 열풍이다. 문제는 이런 빈틈으로 공모주 주식리딩 투자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 등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해외에 사무실을 두고 공모주 주식리딩을 통해 투자를 유도한 뒤 186억원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국내 총책 A(37·여)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해외로 도주한 관리책 3명을 인터폴 적색 수배했다.


지난 3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 범죄수사대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SNS 등에 유명 투자전문가를 사칭해 무료 주식 강의를 해준다는 광고를 올리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이어 강의에 참여한 피해자를 단체 대화방 등 메신저로 끌어들인 뒤 투자 전문 교수를 자칭하며 ‘고수익 보장’ 등 투자를 유도했고, 11개 대포통장을 이용해 186억원을 받아냈다. 이들 범죄 피해자는 85명에 달한다.

이들은 의심을 피하려고 투자 관련 책자를 보내거나 가짜 해외 유명 증권회사 주식 앱을 이용해 실제로 수익금이 창출되는 것처럼 보여주기도 했다. 또 사칭한 교수 이름이 포털사이트에 검색되도록 허위 인터넷 기사 웹페이지까지 만드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4000만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투자금 인출이 계속해서 거부되자 경찰에 고소장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이체된 투자금이 인출된 후 백화점 상품권으로 세탁된 정황을 포착하고 점조직으로 이뤄진 인출책, 세탁책, 국내 총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에 붙잡힌 국내 총책 A씨 등은 해외총책과 공모해 한국어에 능통한 중국인을 두고 피해자를 상대로 투자 권유 상담 등 업무를 담당할 역할로 고용해 해외총책 사무실에 파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직원 월급 지급과 근태 관리를 담당한 직원도 파악됐다.

이들은 자신들 사건이 뉴스에 나오자 해외총책과 영상을 공유, 경찰 수사에 대비하기도 했다. 경찰은 수사를 토대로 A씨 등 해외 도주한 관리책 3명을 추적함과 동시에 해외총책과 추가 조직원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나 못 믿어?”
유명인 사칭

이 같은 공모주 사기는 대체로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홍보한다. 최근 SNS에서는 유명 연예인 B씨를 앞세워 ‘경제학 수업’을 한다고 홍보한 사기 행각도 있었다. 유명 연예인 B씨는 “주식과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돈은 자유다! ○○○ 경제학 수업이 오늘부터 시작합니다!”라는 게시물을 게재했다.

그는 “2013년 나는 난소암을 진단받았다. 당시에 내 딸 ○○은 막 걷기를 배우는 나이였다. 나는 사람들을 웃기는 게 직업이기에, 대중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고 싶어서 가발을 썼다”며 “다양한 선택 중에 있었다. (투병생활 중에)나는 암 환자와 투자자가 매우 유사한 문제를 고민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난소암 치료를 마치고 나서 주식투자에 집중해 지난해 100억원 이상 벌었다. (돈을 벌고 난 뒤)나는 주식투자 교류 그룹을 만들어 승률이 98% 이상인 AI 주식 측정 도구를 도입했다”며 “여러분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기꺼이 돕겠다. 우리 함께 부의 자유를 실현하자. 혼자서 고군분투하지 마라.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투자 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는 평생 무료로 신규회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간단히 말하면, 유명 연예인이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었고 기꺼이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진도 도용한 가짜 광고였다. 실제로 B씨 소속사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광고 게시물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데, 딱히 해결 방안도 없다. 해당 연예인은 주식투자 및 어떤 리딩방과도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이런 식의 가짜 광고 중에는 공모주 사기도 있었다. 이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밴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로 유인해 ‘리딩방’에 입장을 유도한다. 

피싱범 일당은 친절하게 안부를 물으며 신뢰를 쌓는다. 그러면서 직업, 거주지 등 신상정보를 파악한 후 이를 토대로 사기 금액을 측정해 투자를 종용한다. 처음에는 얼마나 벌었는지 내역을 보여주며 안심하게 만든 뒤, 피해자들에게 3~5배 넘는 이익을 얻게 해주겠다며 소액을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피해자들에게 대출까지 종용하며 투자하도록 유도한다.

피해자가 SNS 광고나 문자메시지로 연락해오면 “100% 성장하는 비상장 주식이다. 올해 하반기에 상장 예정인데, 지금 공모주 청약을 해야 많은 주식을 배정받고 싼 가격에 매수가 가능하다”며 바람을 넣는다. 이후 거짓말을 통해 가짜 주식거래 앱 설치를 유도하고, 바람잡이를 동원해 투자자를 속여 투자하도록 만든다.

투자자가 출금을 요구할 경우 수수료·세금 등을 핑계로 추가 납입을 요구하거나 검찰·금융당국을 사칭해 과징금이 부과됐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노후 준비 
돈 다 날려

또 기관 계좌로 공모주 청약을 하면 저렴한 가격에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고 권한다. 이후 가짜 주식거래 앱 화면에 공모주가 입고된 것처럼 꾸민 뒤 출금을 요구하면 수수료, 세금, 보증금 등 각종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고 자금을 편취한다.


이들은 SNS로만 활동하는 특징이 있다. 또 환불을 요구하거나 더 이상 추가 입금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SNS 계정과 대화방을 폐쇄하고 바로 잠적하는 사기 행태를 보인다. 

피싱범들은 유명인을 도용한 광고를 통해 클릭을 유도한다. 업계에선 조회수와 노출빈도를 고려할 때 소요된 마케팅 비용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방송인 유재석 등을 앞세운 사기 광고 게시물의 조회수는 50만회를 육박했다.

공모주 사기 피해를 당한 C씨는 모친이 계속해서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평상시 엄마는 나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는데, 며칠 동안 하루에 500만원씩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추궁해보니 공모주에 투자했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모친이 공모주 청약을 넣었는데 업체서 “돈을 더 넣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협박했다. 8000만원을 입금했는데, 같은 날 오후 4시까지 7000만원을 더 넣어야 수익금은 물론 원금도 되찾을 수 있다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C씨의 모친은 공모주 투자를 위해 자신의 자산뿐 아니라 딸, 외할머니, 여동생의 돈까지 빌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출까지 받지는 않았다.

“엄마가 단톡방서 공모주 청약에 당첨됐는데 돈을 기한 안에 넣어야 회수할 수 있다고, 며칠 전부터 돈을 급하게 보내 달라고 한다”는 C씨 민원 전화에 금융감독원은 “이상한 것 같다.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애초에 공모주 청약은 이름 없는 작은 증권사에서 하는 게 불가능한 데다, 공모주 청약을 한다고 해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투자금, 중국으로 흘러가면 못 찾아”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배정은 불법

C씨는 바로 112에 해당 업체를 피싱 범죄로 신고하고 계좌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 경우는 단순한 보이스피싱이 아닌 경제범죄에 해당됐다. 보이스피싱은 계좌지급정지 조치를 바로 할 수 있는 반면, 경제범죄는 그렇지 못했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경찰서에 가서 신고해야 했다.

하지만 C씨 모친은 공모주 투자가 사기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C씨의 경찰 신고에 대해서도 주저했다. 

C씨 모친이 사기라고 인지한 것은 해당 업체의 “최근 해당 투자증권사로 속여 말한 피싱 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공지사항을 보고난 뒤였다. 공지사항에 따르면, 회사는 개인과의 거래 및 공모주 청약을 하지 않고, 어플을 따로 관리하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도 법적 강요 및 협박을 하지 않는다.

C씨 모친은 그가 “엄마는 어플을 통해 투자했고, 공모주 청약에 당첨됐다고 했고, 기한 안에 돈을 넣지 않으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투자증권사에 해당되는 피해 사례다.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조언하자 그제서야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누군가 신고해서 세무조사가 들어왔다. 세금을 먼저 지불해야 원금을 뺄 수 있다” 등의 협박과 함께 해당 업체의 단체 카톡방은 난리가 났다.

C씨는 모친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모친은 불안한 노후 대비를 위해 주식에 투자한 것이었다. 밴드를 통해서 1대1로 대화를 건 ‘박 팀장’이란 사람에게 1000만원씩 무려 16번이나 돈을 보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담당 경찰은 “현재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사기 수법이라 사이버 수사대서 병합해 수사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보낸 돈을 찾기는 어렵다. 계좌 주인을 찾아도 00년생 이런 식인데, 중국으로 들어갔으면 더 찾기 힘들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씨는 “공모주 사기는 아직도 수사 중이긴 하지만, 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부모님이 자식에게 손 벌리기 싫어 투자한 것이다. 이런 마음을 이용하는 나쁜 사기는 전부 없어져야 한다”고 분개했다.

발 빼기
어렵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개인투자자를 대신해 공모주를 배정받는 행위는 불법이므로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 제도권 내 금융회사는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주식거래 앱 설치를 유도하지 않는다. 금융회사를 사칭한 불법 업체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권 내 금융회사가 아닌 업체와의 거래 피해는 금융감독원 분쟁 조정 대상도 아니라, 피해 구제가 어렵다. 불법 주식거래 앱으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신속한 사이트 차단이 매우 중요하므로 온라인상 게시물을 발견할 경우 금융감독원에 적극적으로 제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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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