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따라 강 따라 ②단양 선암골생태유람길

바위 따라 느릿느릿 봄과 발맞춤

선암골생태유람길은 단양 느림보유람길의 1구간으로, 선암계곡을 따라 걷는 14.8㎞의 산책코스다. 느림보유람길은 4개(선암골생태유람길, 방곡고개넘어길, 사인암숲소리길, 대강농촌풍경길, 총 42.4㎞)의 코스로 구성된 순환형 길인데, 이 가운데 1구간인 선암골생태유람길은 난이도가 쉬운 편이다. 자연휴양림과 펜션, 오토캠핑장 등 다채로운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춘 점도 장점이다. 

선암골생태유람길은 남한강의 지류인 단양천을 따라 화강암과 사암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단양팔경으로 꼽히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 차례로 등장한다. 신선이 이 세 곳 암반지대의 절경에 취해 노닐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명소들이다.

신선이 노닐던 곳

단양팔경의 다른 곳들이 기암괴석으로 각자의 모습을 자랑하지만, 사람들이 들어가서 온전히 앉아볼 곳은 이 세 곳뿐이다. 이 밖에도 소선암, 은선암, 특선암 등 길 따라 만나는 절경에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봄에는 새색시의 발그레한 뺨처럼 아름다운 진달래와 철쭉이 풍성한 데다, 출발 지점부터 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펼쳐져 봄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출발점은 단성생활체육공원이다. 우회교를 지나 소선암오토캠핑장과 백두대간녹색테마체험장서 숲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코스 내내 흙길, 아스팔트, 임도길 등 다양한 길이 나타난다. 선암계곡은 다른 계곡과는 다르게 부대시설, 상업적인 시설이 거의 없어 깨끗한 대자연 속 트레킹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단성생활체육공원서 한 시간 반 정도(5.9㎞) 걸으면 삼선구곡의 첫 경승지, 하선암을 만난다. 조약돌 탑이 즐비한 하선암 계곡의 느릿한 물 흐름을 바라보는 여행자가 마냥 여유롭다. 너럭바위가 층암을 이루고, 그 위에 커다란 바위가 얹혀 있다.


이곳을 다녀간 문인들은 시를 읊으며 절경에 화답했다. 퇴계 이황은 단양 군수로 재임하면서 단양팔경을 선정했는데, 하선암을 두고 “속세를 떠난 듯한 신선이 노닐던 곳”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어진 숲속 오솔길을 한참 걷다 보면 단성면 가산리 마을이 나오는데, 이곳 쉼터에 화장실과 편의시설이 마련돼있다. 마을을 지나 다시 숲길로 이어진다. 상선암을 향해 오를수록 소나무와 기암절벽이 많아지는데, 절벽의 기암은 때론 붉고 때론 검은빛을 띠기도 한다.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와 탁 트인 계곡이 나오면 중선암에 다다른 때다. 봄꽃에 한눈을 팔았는데, 바위 사이를 뚫고 흐르는 폭포 소리에 저절로 시선이 옮겨진다. 이 작은 폭포는 쌍룡이 승천했다 해서 ‘쌍룡폭’이라고 부른다. 중선암에 앉아보려면 출렁다리를 건너 도락산장 매점 뒤편으로 걸어 들어가면 된다.

깨끗한 대자연 속에서의 트레킹

옥렴대(玉簾臺)라 부르는 바위에 새겨진 글씨를 들여다보니 ‘사군강산(四郡江山) 삼선수석(三仙水石)’이라 써 있다. 사군(四郡)은 조선 시대 단양, 영춘, 제천, 청풍 4개의 군으로, 이 가운데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의 물과 돌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이다. 

중선암서 약 1㎞ 남짓 걸으면 단양의 명산 도락산과 월악산국립공원 단양분소가 나온다. 국립공원 정보도 얻고 잠시 쉬어갈 장소로 제격이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반드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지은 도락산 등산코스도 여기서 시작한다.

단양분소 주차장을 가로질러 지난 3월 단장을 마친 상선암숲쉼터를 지나면 삼선구곡의 마지막 경승지인 상선암에 다다른다. 옛 선인들은 상선암을 두고 학처럼 맑고 깨끗한 사람이 유람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상선암출렁다리를 건너 상선암교를 지나 약 1.3㎞를 걸으면 특선암이 위용을 자랑한다. 수직으로 벽을 이룬 기암절벽이 마치 호위무사 같다. 선암골생태유람길은 벌천삼거리서 끝나고, 2구간인 고개넘어길로 이어진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수몰의 아픔을 간직한 단성면을 만난다.

옛 단양의 군청 소재지이자 최대 번화가였던 단성면 일대는 댐의 건설로 마을의 90%가 수몰돼 주민 대부분이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났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을 펼쳐 ‘단성벽화마을’로 단장해 알록달록 옷을 입었으니 함께 둘러봐도 좋다.

단양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만천하스카이워크에 오르면 단양 읍내, 남한강, 소백산, 금수산, 월악산까지 눈에 넣을 수 있다. 해발 320m의 만학천봉 산꼭대기까지 셔틀버스로 이동한 뒤, 말발굽처럼 생긴 시설물을 빙글빙글 걸어 오르면 한눈에 단양 풍광이 들어온다. 짚와이어와 알파인코스터, 만천하슬라이드 등 레포츠도 함께 즐겨보자. 

단양의 다누리아쿠아리움은 국내외 민물고기 234종, 총 2만3000여마리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민물고기생태관이다. 높이 8m, 수량 650t 규모에 달하는 대형수족관과 도담삼봉, 선암계곡, 석문 등 단양의 비경을 수조의 배경으로 꾸민 것도 인상적이다.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재롱도 보고, ‘남한강의 귀족’으로 불리는 황쏘가리, 행운을 불러온다는 중국의 보호 어종 홍룡, 아마존의 거대어 피라루크 등 희귀한 민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고수동굴

고수대교를 지나면 바로 고수동굴(천연기념물)이 나온다. 4억5000만년 전에 만들어진 이 동굴은 총 길이가 1395m로, 고수동굴의 수호신인 사자바위를 비롯해 만물상, 독수리상, 용바위 등 기묘한 종유석이 감탄을 자아낸다. ‘천년의 사랑’이라고 불리는 종유석과 석순은 곧 닿을 듯하지만 둘이 만나려면 최소 천년이 걸린단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단성면벽화마을 → 선암골생태유람길(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 월악산국립공원단양분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단성면벽화마을 → 선암골생태유람길 → 월악산국립공원단양분소 →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둘째 날 만천하스카이워크 → 단양구경시장 → 다누리아쿠아리움 →고수동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단양군 문화관광 www.danyang.go.kr/tour
-만천하스카이워크 www.dytc.or.kr/mancheonha/89
-다누리아쿠아리움 www.danyang.go.kr/aquarium/1383
-고수동굴 www.gosucave.co.kr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https://www.danyang.go.kr/su yanggae/1385

문의 전화
-단양군청 관광기획팀 043)420-2903
-만천하스카이워크 043)421-0014~5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043)423-8502
-월악산국립공원단양분소 043)422-5062
-다누리아쿠아리움 043)423-4235
-고수동굴 043)422-3072

대중교통
-버스 서울-단양,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9회(07:00∼18:0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다누리센터앞정류장서 531, 405, 801, 416, 403, 412번 버스 승차, 하방정류장 하차. 약 30분 소요. 300m 도보 이동, 선암골생태유람길 시작표지판서 출발.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단양시외버스공영터미널 043)421-8801

-기차 청량리역-단양역, KTX·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2회(05:38~20:32) 운행, 1시간20분~2시간10분 소요 단양역정류장서 415, 531번 버스 승차, 하방정류장 하차. 약 20분 소요. 300m 도보 이동, 선암골생태유람길 시작표지판서 출발.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북단양 IC 단양 방면 우회전→평동사거리 산업단지 방면 우회전→각시봉터널 진입→우덕사거리 단양 방면 좌회전→우덕삼거리 단양 방면 우회전→단양삼거리 영주, 단양IC 방면 지하차도→북하삼거리 문경, 충주방면 우회전→단성생활체육공원

숙박 정보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단촌서원고택: 단성면 북상하리길, 010-7230-5415, hanokpension.modoo.at
-대명리조트단양: 단양읍 삼봉로, 1588-4888, https://www.sonohotelsresorts.com/dy/
-단양관광호텔: 단양읍 삼봉로, 043)423-7070, www.danyanghotel.com
-소선암자연휴양림: 단성면 대잠2길, 043)422-7839, https://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2030041

식당 정보
-부엉이식당(백반): 단양읍 중앙2로, 043)421-7188
-박쏘가리(쏘가리매운탕): 단양읍 수변로, 043)421-8825
-서울식당(수제떡갈비): 단양읍 고수동굴길, 043)422-2808
-경주식당(올갱이해장국): 단양읍 도전6길, 043)421-0504


주변 볼거리
단양강 잔도, 도담삼봉, 사인암, 온달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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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