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김건희 디올백’ 결론 미루는 권익위 속셈

총선 간보기? “독립성 상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의 독립성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문제 발표 시점이 미뤄진 까닭이다. 22대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인지라 더욱 민감하다. 그간의 소극적 조사도 문제라는 지적이 거세다. ‘총선 눈치 보기’라는 비판에도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타 정부 기관보다 강한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된다. 정치적 외풍에 흔들릴 때가 많지만 해야 할 일을 멈춘 적은 없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그렇다. 처리기간 연장을 통해 결론 발표를 미루고 있다.

갑자기
“다음에”

권익위는 지난달 말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과 관련해 “신고사항에 대한 사실확인과 법률검토 등을 위해 부득이하게 처리 기간을 연장한다”며 처리 기간 연장 통지서를 제보자 측에 보냈다.

권익위는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감사관실에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한 해명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는 두 달 전, 제보자 측에 류 위원장과 민원 신청인의 사적 이해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제보자 측은 방심위에 제기된 방송 보도 관련 민원이 류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신고한 바 있다. 류 위원장이 이를 청부했고 해당 민원에 대한 심의를 회피하지 않고 회의에 참석해 방송사들에 대한 과징금 징계를 주도했다는 게 골자다.


지난해 12월23일부터 조사를 시작한 권익위의 행보는 소극적이다. 현행법상 권익위는 공익신고를 받은 날부터 60일(업무일 기준) 안에 사건을 조사기관에 이첩 또는 송부하거나 종결해야 한다. 조사 연장은 사유가 있으면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제보자에 대한 보호조치 관련 조사는 일부 진전이 있었다. 제보자 측은 지난달 중순 권익위 공익제보자보호과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관들은 제보 경위와 제보자가 받은 불이익 조치 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방심위는 공익제보자 색출을 위한 방심위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다.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5일 류 위원장이 해당 민원을 직접 심의한 것이 이해충돌방지법에 위반된다며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고, 현재 양천경찰서가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고발인인 민주당 고민정·조승래 의원은 “고발 후 2개월째 피고발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양천서에 전달했다.

류희림 ‘청부 민원 의혹’ 제보자 색출
이해충돌 불구 방송사 징계 ‘마이웨이’

양천서의 미적지근한 움직임은 류 위원장이 제보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해달라고 수사 의뢰한 건과 대비된다. 류 위원장은 제보자를 서울남부지검에 지난해 12월27일 수사 의뢰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3주 만인 지난 1월15일 방심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권익위는 부서 배정과 업무 분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지난달 초에는 ‘검토 결과 더 진행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종결을 시사했다는 것이 제보자 측의 주장이다.


공익신고자 쪽 변호인단은 최근 권익위에 의견서를 보내 “업무 관할을 이유로 이 사건 신고를 종결 처리하는 것은 법치주의 위반이자 직무유기”라고 반발했다. 이 같은 사정이 보도되고 얼마 뒤 권익위는 기간을 연장하고 자료 보완을 요청했다. 신고 접수 후 60일이 임박해서 내린 결정이다.

류 위원장은 내부고발자들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 ‘대파’ 발언 관련 보도 민원 출처가 국민의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심위는 직원 비밀엄수 규칙 위반 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공지사항을 사내에 올리기까지 했다.

방심위 감사실은 지난 2일 ‘업무상 비밀엄수 위반 등에 대한 유의사항 안내’ 공지를 올리며 “최근 언론 보도서 공식적인 절차에 의한 취재 및 사무처리 과정 등을 따르지 않은 사무처 내부 문서, 민원 내용 등이 공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관련 규칙 및 법률 등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는 척만?
소극적 조사

방심위 감사실은 ▲방심위 사무처 취업세칙 제4조(성실의무)와 제6조(업무상 비밀엄수)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제27조(청렴 및 비밀유지의무) 등을 나열하며 형법 제127조를 인용해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김 여사의 디올백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12월19일 수수 의혹 신고를 받았다. 같은 달 신고인에게 신고 경위·추가 제출 자료 유무 등 사실확인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권익위는 “신고사건은 부패방지권익위법, 청탁금지법 등에 따라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는 신고 내용에 따라 대면·서면·전화·현장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권익위의 부정 청탁금지법 조사는 ▲신고 접수 후 사실확인 및 직접 조사 ▲수사가 필요한 경우 감사원, 수사기관 등에 이첩 ▲조사 결과 신고자에 통보 등의 절차를 거친다.

김 여사 논란의 경우 ▲김 여사가 가방을 받았는지 ▲해당 가방은 어떻게 됐는지 ▲대가성 유무 등을 본인에게 확인해야 하기에 자료 제출 등을 통한 소명은 어렵다. 김 여사의 입장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청탁금지법 제8조1항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 같은 조 4항에는 공직자 등의 배우자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해 금지된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해서는 안 된다.

현 권력
눈치 보기?

김 여사가 가방을 받았다는 것이 인정되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권력의 정점에 있는 윤 대통령의 부인을 직접 조사하는 건 쉽지 않다. 대면이 아닌 서면조사로 사건이 마무리되거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례처럼 거부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권익위가 공수처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후임 공수처장 인선을 문자메시지로 논의한 것을 조사하려 했으나 공수처는 이를 거부했다.

당시 공수처는 권익위의 조사 시도 직후 입장문을 통해 “문자메시지 수·발신은 사적인 대화에 불과해 어떠한 의혹도 없다”며 “법에 의하지 않은 조사행위에 대해서는 응할 수 없다”고 조사를 거부했다. 특히 “현행 부패방지법에 따라 권익위는 피신고자인 공수처의 동의 없이 강제로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고인 측인 참여연대는 지난달 26일 성명을 통해 “권력의 눈치를 보며 판단을 총선 이후로 미룬 권익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인 오동현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청탁금지법 및 대통령경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명품 논란 결론 선거 이후로 ‘시간 끌기’
“뇌물·청탁금지법 처벌 어렵다” 관측도


오 변호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과 같이 김건희 여사가 코바나컨텐츠서 478만원 상당의 명품을 수수했지만 아직도 대통령실은 아무런 언급이 없다”며 “윤 대통령이 이런 내용을 알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공모관계에 의한 뇌물수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김 여사가 고가의 선물을 받은 사실을 윤 대통령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안 소장과 오 대표의 주장이다. 하지만, 김 여사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뇌물죄의 경우 청탁의 대가라는 점이 명확해야 하지만 디올백을 제공한 의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청탁금지법은 뇌물죄와 달리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1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하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배우자의 경우 금품수수 금지 규정만 있을 뿐 처벌 조항은 따로 마련돼있지 않다. 청탁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의 배우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참여연대가 김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을 신고한 날부터 계산하면 100일이 지났고, 영업일 기준으로는 66일이 지났다. 권익위가 영업일 기준 처리 기한 90일을 다 채우면 결론은 4·10 총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장동엽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권익위 조사관이 ‘피신고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수사나 감사 여부를 판단해 이첩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취지로 얘기했다”면서 “(권익위가)처리 기간을 연장하려는 논리를 찾다 보니 기계적으로 기한을 연장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권익위가 사건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해도, 이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과 대비된다.

권익위는 이 대표가 응급헬기를 이용한 지 2주 만에 관련 조사 착수 사실을 발표했다.

“기계적으로
기한 연장”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당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 피습 후 응급헬기를 이용해 부산대병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전원된 사항과 관련해 부정 청탁과 특혜 제공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여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며 “권익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과 알 권리를 고려해 신고 접수 및 조사 착수 사실을 국민에게 공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시 브리핑은 다른 사안과 관련해 계획된 것으로, 권익위는 브리핑 끝에 이 대표 관련 조사 착수 사실을 공개했다. 언론에는 브리핑 약 2시간 전, 브리핑에 부패 신고 관련 내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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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