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끝까지 갈’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

여우 피했더니 호랑이가 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누르면 의료계가 더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불씨는 일부 의사와 환자에게 옮겨붙어 ‘의료대란’으로 확산됐다.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상황에 대한의사협회 새 회장이 대정부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가 던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나비효과가 엄청나다. 정부 발표와 의료계의 대응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국민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대란까지 더해져 불편함도 가중되는 중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4·10 총선과 맞물려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의료대란의 해소 여부는 총선 결과에 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끝날 듯
안 끝나는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줄곧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7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서 “27년 만의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 정상화를 시작하는 필요조건”이라며 “의대 정원을 늘려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를 늦게라도 확충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그 근거로 OECD 통계를 제시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서 1.93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OECD 평균은 3.7명으로 10개 시도가 OECD 평균의 절반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의사가 서울에 편중돼있어 지방 의료기관은 의사를 구하기 어렵고 지방의 환자는 병원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또 “고령화 추세에 따라 세계 각국은 의대 입학 정원을 꾸준히 늘려왔다. 미국은 지난 20여년간 입학 정원을 7000명 늘렸고 프랑스는 6510명, 일본은 1759명 늘렸다”며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확대하는 의대 정원 2000명의 82%인 1639명을 비수도권 지역 의대에 집중 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공격에 의료계는 여전히 방어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전공의는 이미 의료현장을 떠났고 이제 교수가 사직 행렬을 이어 받았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원은 외래 진료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의사가 현장을 떠나면서 일부 의사에게 과중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환자들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에 환자들 등만 터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중증질환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환자의 치료와 생명권은 두 기관의 경쟁적 강대강 싸움의 도구나 수단으로 전락할 대상이 아니다”며 “정부는 환자단체와 의료계가 동시에 참여하는 논의 테이블을 열어 의료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필수 전 회장 중도 사퇴로
1차서도 1등으로 결선 올라

중증질환연합회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사례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접수된 두 사건을 거론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 19일, 전라도 소재 상급종합병원 중 한 곳에서 말기신부전 투석 환자의 수혈을 거부했고, 당뇨합병증을 앓았던 환자가 3일간 대기하다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서도 90대 노인이 복통을 호소해 부산시 지정 공공병원으로 이송돼 심근경색 판정을 받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했지만 해당 대학병원이 ‘진료 불가’를 통보했다. 환자는 울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수술 중 숨졌다.

정부는 의료계에 ‘대화하자’는 제스처를 끊임없이 취하고 있다. 이 장관은 “소모적인 갈등을 멈추고 건설적인 대화의 장으로 나와 난제들을 함께 풀고 의료 정상화 방안을 발전시키는 데 함께 해달라”며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하도록 설득해주고 정부와 대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의료계의 의견과 제안을 경청해 반영하겠다”며 “오로지 국민을 위해, 국민의 입장서 의료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국민의 피해가 커지는 만큼 정부와 의료계 모두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일인 만큼 일단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정치용’으로 꺼내든 카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협상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의료계서 가장 덩치 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회장 선거서 ‘강경’ 노선의 후보가 높은 지지를 받아 당선되면서 갈등의 골이 지금보다 더 깊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의협은 제42대 회장으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임기는 오는 5월1일부터 3년간이다. 

의협에 따르면 임현택 당선인은 지난달 25일부터 26일 오후 6시까지 이어진 회장 선거 결선 전자투표서 총 유효 투표 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65.43%)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 함께 결선투표에 후보로 오른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1만1438표(34.57%)에 그쳤다. 

환자들은
죽어나는데…

임 당선인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1차 투표서도 3만3684표 중 1만2031표(35.72%)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2021년 제41대 회장 선거서도 결선에 올랐지만 총 투표수의 47.46%를 얻어 이필수 전 회장에게 졌다. 이 전 회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임 당선인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4번 연속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를 대표해 수입 감소에 따른 폐과 선언 등을 주도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법률 자문을 지원하고 복지부 장관과 차관을 고발한 의사단체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의 대표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던 민생토론회 입구서 입이 틀어막힌 채 쫓겨났던 의사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달 1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분당 서울대병원서 열린 민생토론회장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문제점을 피력하기 위해 회의장 입장을 요구하다가 대통령 경호처 직원에게 입이 틀어막히고 양팔을 붙잡힌 채 끌려나가 유명세를 탔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대정부 투쟁 수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열렸다. 임 당선인은 의대 증원과 관련해 ‘강경파’로 분류된다. 저출생으로 인해 오히려 정원을 500명~1000명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을 발표하자 “의사들은 파시스트적 윤석열정부로부터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여기에 증원 철회는 물론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 등을 주장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임 당선인은 이번 선거서 의료 수가를 현실화하고 의사면허 취소법·수술실 CCTV 설치법 등을 개정해 의사 권리를 되찾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임 당선인은 “당선의 기쁨은 전혀 없다”면서 “회원들의 기대와 저의 책임이 어깨를 짓누르지만 저를 믿어주셨으니 반드시 감당해 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계가 해야 할 일은 전적으로 전공의와 학생들을 믿어주고 그들에게 선배로서 기댈 수 있는 힘이 돼주고 적절한 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입틀막’ 의사
강성 중 강성

그러면서 “정부가 의대 증원을 원점서 재논의할 준비가 되고 전공의와 학생도 대화 의지가 생길 때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의사협회장이라는 직책은 의료계를 지휘하는 보스 역할이 아니라 의사의 의견을 대리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필요하다면 전공의 대표와 의대 교수를 충분히 포함해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만들겠다”면서 협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대화의 조건으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 공천 취소가 기본이고 대통령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며 “면허 정지 처분 보류 등은 협상 카드 수준에도 들지 못한다”고 밝혀 협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임 당선인은 총파업도 언급했다. 면허 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 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 가운데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복지부는 “그런 주장은 의사 집단이 법 위에 서겠다는 것”이라며 “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차관은 임 당선인이 대화의 전제로 복지부 장관과 차관의 파면을 언급한 것에 대해 “인사 사항이라 답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면서도 “진정성을 갖고 성실한 태도로 대화에 임하겠지만 그런 전제조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 당선인이 주장하는 의대 정원 감축에 대해서도 “2000명 증원을 결정한 것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결정한 것이므로 감원을 논의 과제로 할 때는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서로 대화가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장·차관 파면…대통령 사과 요구
“의사 1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 돌입”

임 당선인의 발언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7일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자의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이름의 논평을 내고 “임 당선인은 5000만 국민의 생명을 팽개치고 14만 의사 기득권만 지키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임 당선인의 총파업 발언에 대한 지적이다. 임 당선인의 의대 정원 감축 발언에 대해서도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보건의료노조는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 아연실색할 일”이라며 “의사 부족에 따른 필수·지역·공공의료 위기와 국민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덧붙였다. 

최근 의협은 윤 대통령을 언급했다. 전공의의 복귀를 위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달라는 주문이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7일 의협회관서 열린 정례브리핑서 “현 의료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병원을 떠나 있는 전공의들이 조속히 소속 병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의사 증원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차를 줄이기 위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여러 직역과 정부가 만났지만 간극만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행정부의 최고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께서 직접 이해 당사자인 전공의와 만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2000명 증원 철회 후 원점 재논의라는 전제조건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이 나서서 ‘결자해지’를 해달라는 말일 뿐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입장은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규모를 논의하는 과정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의사 수 증가를 언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어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하면서 그 수를 2000명으로 못 박음과 동시에 의료계와의 갈등이 촉발됐다.

결국 대통령
언제 끝날까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포기하지 않고 있고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만을 요구하는 중이다. 날마다 병원을 떠나는 의사들로 의료현장은 쪼그라들고 있다. 하지만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는다. 의료계 최대 단체인 의협은 의료대란의 해결사가 될까? 엑스맨이 될까?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부 비웃은 전 의협 회장 “면허정지 못 한다니까”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이 자신의 SNS에 “전공의 처벌 못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정부를 비웃어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면허 정지 처분을 보류한 뒤 올린 글이다. 

노 전 회장은 지난 25일 “이제는 웃음이 나온다. 내가 전공의 처벌 못 할 거라고 하지 않았느냐. 면허 정지 3개월을 1개월로 줄이는 걸 검토한다는 것도 간을 보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SNS에 올렸다.

그는 “선처는 없다느니 구제는 없다느니 기계적으로 돌아간다느니 이번 주부터 처벌할 거라느니 그동안 큰소리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느냐”며 “전공의 처벌 못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당초 26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일단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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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