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삼각 스캔들 류준열

전·현 여친 치고받고 ‘응답하라 진실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잘나가던 배우 류준열이 최근 수렁에 빠졌다. 대세 배우 한소희와의 연애를 인정한 게 환승 연애 논란으로 이어진 것. 류준열의 전 연인인 걸스데이 소속 가수 혜리가 이들을 저격하는 듯한 글을 SNS에 남기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류준열은 환승 연애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다.

“환승 연애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어느 한쪽서 일방적으로 결별을 요구한 게 아니다. 작년에 한번 만났다.” 류준열과 혜리의 측근들의 말이다. 지난해 초부터 둘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이별한 이후 한소희와의 연애가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혜리와
한소희

류준열과 혜리는 오랜 고민 끝에 결별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동료로 남기로 했다는 내용은 지난해 11월부터 언급되기 시작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커플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던 커플이었던 데다 교제 기간 또한 길었던 만큼, 연예계 관계자들과 동료들도 함께 안타까워 하는 이들이 많았다.

혜리는 지난해 초 ‘혜리의 감성 제주여행. 힐링하고 왔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공개된 영상서 혜리는 7개월여의 촬영을 마치고 제주도에 왔다가 일행들이 먼저 떠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이다. 사실 별 생각 없이 평소와 똑같이 살았는데 이 시점에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살면 좋을지, 나를 되돌아볼만한 일들이 몇 가지 있어 제주도에 왔을 때 혼자 다짐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더 나은 사람으로 지내보려 한다”며 “2022년 나의 키워드가 부지런하기였다면 2023년은 씩씩하게로 정했다. 상처받은 순간은 당연히 존재하지만 나를 갉아먹는다. 탓하지 않고 씩씩하게 마주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당시 혜리의 행보를 두고 류준열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추측이 무성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6년 1월 종영한 <응답하라 1988>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며 인연을 맺었다. <응답하라 1988>은 쌍팔년도 쌍문동,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왁자지껄 코믹 가족극으로, 당시 18.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는 등 전 국민적인 사랑과 화제성을 누렸다.

혜리는 성덕선역으로, 류준열은 김정환역으로 출연, 극에서 최종 커플은 불발됐으나 현실서 커플이 이뤄졌다. 드라마 출연 이후 연인 사이로 발전한 두 사람은 지난 2017년 8월 열애 중인 사실을 인정한 뒤 공개 열애를 이어오며 연예계 공식 커플로도 많은 응원을 받아왔다.

혜리는 지난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혜리는 최근 영화 <열대야> 촬영 차 태국 방콕에 머물러왔다. <열대야>는 한밤중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 도시, 방콕서 살아남기 위해 온 몸을 던진 이들의 가장 뜨거운 24시간을 그린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로 태국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을 진행 중이다.

혜리는 귀국 이후 국내 일정을 소화 중이다.

지난 15일, 하와이의 한 여행지를 머물던 일본인이 “한국의 유명 남자 배우와 여자 배우가 호텔 수영장 옆자리서 꽁냥대고 있다. 수위가 세서 사진은 올릴 수 없다. #응팔, #알고 있지만”이라는 내용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렸고, 이것이 확산되면서 한소희와 류준열 간의 열애설이 터졌다.


드라마서 만나 지난해 초부터 시들
결별 언급 기사 수개월 지나서 언급

당초 양측의 소속사들은 ‘해당 배우들이 하와이에 체류 중인 것은 맞지만 사생활 문제는 확인해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혜리가 ‘현재 촬영 차 체류 중인 태국 리조트 사진’을 배경으로 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재밌네”라고 써서 올리고, 뒤이어 류준열 인스타그램 계정을 끊었다.

혜리의 이 행동 이후 온갖 추측성 기사들이 나오게 됐다.

같은 날 오후 한소희 역시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말풍선에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해 봐”라는 글이 써진 칼 든 강아지 사진’을 배경 이미지로 설정 후 “저는 애인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도, 친구라는 이름하에 여지를 주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관계성을 부여하지도, 타인의 연애를 훼방하지도 않습니다. <환승연애> 프로그램은 좋아하지만 제 인생에는 없습니다. 저도 재미있네요”라는 글을 써서 혜리의 “재밌네”라는 말에 맞대응하면서 상황은 더 커져 갔다.

다음 날 한소희는 블로그 입장문을 직접 써서 류준열과의 열애를 인정했다. 류준열은 소속사 공식 보도 기사를 통해 인정해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연인 사이임을 알렸다.

혜리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지난 며칠 동안 저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해 생긴 억측과 논란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장문의 입장문을 게재했다.

혜리는 “제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어떤 파장을 가져오게 될 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저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11월, 8년간의 연애를 마친다는 기사가 났다. 짧은 기간에 이뤄진 판단도 아니었고, 결별 기사가 난 직후에도 저희는 더 이야기를 해 보자는 대화를 나눴지만 그 이후로 어떠한 연락과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혜리는 “4개월 뒤 새로운 기사를 접하고 나서 배우 이혜리가 아닌 이혜리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순간의 감정으로 피해를 끼치게 되어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제서야 자신의 입장을 밝히게 된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사적인 영역이라 오히려 (대중의)피로도가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로 인해 혼란스러운 분들이 계셨다면 그것 또한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저의 말과 행동에 좀 더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마무리했다.

7년 열애
마침표

한소희도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류준열과)좋은 감정을 가지고 관계를 이어나가는 사이는 맞다”면서도 “’환승’이라는 단어는 배제해 주셨으면 한다”면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한소희는 “류준열의 사진전을 방문하며 처음 만났고, 사진작가인 제 친구를 통해 전시, 관람을 목적으로 방문했고, 같이 작품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어 인사드리게 됐다”며 “2024년부터 서로 마음을 주고받았고, 그분(혜리)과의 이별은 2023년 초 마무리가 됐지만, 결별 기사가 2023년 11월에 나왔다고 들었다. 이 사실을 토대로 제 마음을 확인하고 관계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정적인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대해서는 “지질하고 구차했다”며 “가만히 있으면 됐을 걸 환승했다는 각종 루머와 이야기들이 보기 싫어도 들리고, 보여 잠시 이성을 잃고 결례를 범했다”고 혜리에게 사과했다.

또 팬들에게도 “좋은 소식을 들고 와도 모자란 마당에 잠 못 자고 계속 제 상황을 보고 듣고 속상해 한 제 팬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제가 나이 서른 먹고 이렇게나마 칠칠치 못하고 또 이런 걱정 아닌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있어서 저는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열애와는 무관한 류준열의 과거 행보들까지 소환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과거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를 연출한 나영석 PD의 “(류준열은)누구 밑에서 짐을 들기엔 자아가 강하다”는 발언, 또 2016년 MBC <운빨로맨스>에 함께 출연한 황정음이 제작발표회 현장서 “여기선 착한 척 하는데 현장에선 나를 가르치려 하고 반말을 한다”고 한 발언을 끄집어냈다.

<응답하라 1988>에 류준열의 엄마로 출연했던 라미란이 한 예능프로그램서 류준열을 향해 “스타병을 빨리 치료하라”고 말했던 발언도 앞뒤 맥락없이 잘라 비난하고 있다. 당시엔 친분으로 인한 농담처럼 흘려 지나간 것들이 류준열의 ‘환승 연애’ 의혹과 함께 인성 논란으로 일파만파 번졌다.

특히 <나는 북극곰입니다> 캠페인 영상에 참여하는 등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류준열이 환경파괴의 주역으로 손꼽히는 골프 마니아라는 점도 문제되고 있다.


골프는 골프장 조성에 수많은 부지가 파괴되고, 유지를 위해 많은 양의 농약과 물을 사용하는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류준열은 인터뷰서 직접 골프 마니아라고 밝히고 환경운동을 시작한 이후에도 골프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누리꾼들은 “류준열을 골프를 사랑하는 환경운동가다” “앰버서더는 단순 이미지 메이킹용이었나” 등의 의견을 이어갔다.

하와이
데이트

그린피스 측 관계자는 “이번 일에 대한 후원자분들의 문의 사항을 확인하고 있다”며 “이번을 기회로 홍보대사 관련 내규를 검토 및 논의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전했다.

그린피스 측은 이와 함께 류준열을 그린피스의 홍보대사로 위촉하게 된 자세한 과정을 설명했다.

그린피스는 “류준열 홍보대사는 2016년부터 그린피스의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함께 활동해 왔으며 그린피스의 후원자이기도 하다”며 “향후 다양한 환경 캠페인을 함께 해나가고자 하는 뜻을 바탕으로 2023년 4월, 류 배우를 그린피스 동아시아 최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홍보대사 활동 역시 류준열 개인의 선의를 바탕으로 한 봉사활동인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그린피스는 정부나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고 개인과 독립재단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단체”라며 “정부와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시민들의 더 강력하고 큰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그린피스 역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류준열은 대중에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의 최초 홍보대사로 선정됐다.

하지만 최근 한소희와의 열애 인정 후 그를 향한 비난 여론이 과열되면서, 열애와 상관없는 그의 과거 행적들까지 재조명되며 그린워싱(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들을 하지만, 친환경적 이미지를 표방하는 행위) 논란 등 또 다른 구설수들을 낳고 있다.

“재밌네” 화근으로…환승 연애 의혹
새 연애 시기 안 알려져 논란 점화

심지어 그가 취미로 즐기던 골프까지 표적이 됐다. 류준열이 평소 ‘나는 북극곰입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기후재난을 알리는 활동들을 해왔지만,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알려진 골프애호가라는 점이 모순된다는 것.

간접적 형태이지만, 골프를 통해 환경파괴 행위에 일조하는 그가 그린피스 홍보대사가 될 자격이 없다는 일각의 지적도 이어졌다. 또 송아지 가죽으로 된 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질타까지 이어져 그린피스에도 불똥이 튀었다.

사람들의 후원 취소 움직임이 확산되며 류준열의 홍보대사 위촉을 취소하라는 목소리까지 생겨났다.

한소희도 최근 여러 브랜드의 광고 계약 만료 사실이 밝혀지며, 공교롭게 맞물린 열애 공개와 광고 종료 소식에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초 한소희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은 계약 만료 후 재계약하지 않았다. ‘처음처럼’이 광고모델을 1년 만에 종료한 것은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광고주가 둘의 열애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지난 8일 NH농협은행 역시 한소희와의 계약 만료를 알린 바 있다. NH농협은행은 한소희를 2021년부터 3년간 모델로 기용했다.

한소희 측은 악성 댓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한 상황이다.

소속사 9아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8일 “한소희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대중의 관심은 감사한 것이라 여기며 많은 분들께서 보내 주시는 사랑과 응원에 보답하고자 노력해 왔다”면서 “하지만 배우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무분별하게 작성되고 있는 추측성 게시글과 악의적인 댓글에 심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한소희 소속사는 이날 “악성 내용의 경중을 떠나 아티스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훼손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작성자·유포자에게 강경히 대응할 것”이라며 “추가 제보는 공식 메일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열애 발표 과정에 있어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 드린 점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깊이 반성한다”며 “소속 배우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면밀히 살피고 아티스트 보호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
문제된 행보

류준열은 지난 19일 공개석상서 모습을 나타냈다. 류준열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모처서 열린 한 글로벌 패션브랜드 포토 행사에 참석했다. 류준열은 한소희보다 먼저 귀국한 가운데 안경, 마스크에 후드티를 뒤집어쓴 채 얼굴을 가린 모습이었으며 고개까지 푹 숙였다.

류준열은 한소희와의 시작부터 시끄러운 공개 열애를 의식한 듯 취재진 앞에 서기 전에 꽤 긴장한 모습이었다. 웃음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가볍게 손만 들어 올렸다. 브이는 물론 하트 포즈 요청 쇄도에도 안 들린다는 듯 손인사 포즈만 취했다. 혹시나 했던 발언 역시 하지 않았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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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