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로 끝난 국민의힘 공천 막전막후

대기업 경력직 뽑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경력직만 뽑으면 우리는 어디서 경험을 쌓나요?” 회사 면접 시 신입들이 흔히들 하는 말이다. 이제는 국회마저 경력직을 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국민의힘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신선함, 새로움을 공언해오던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할 사람이 필요했던 느낌마저 든다.

양당의 공천 작업이 얼추 마무리됐다. 잡음이 컸던 쪽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다. 친명(친 이재명) 공천 논란을 시작으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취임한 이래 계파 갈등이 바람 잘 날이 없다. 반면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시스템 공천’에 지금까지는 큰 논란이 없었다. 

텃밭에
단수공천

그러나 쌍특검법의 재표결이 부결되면서 분란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3일에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전 당직자의 분신 시도가 있었다. 국민의힘 서울 노원구을 장일 전 당협위원장이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 등과 면담을 요구하며 인화성 물질을 몸에 뿌렸던 것. 당시 몸에 불을 붙였다가 경찰에 제압됐던 그는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진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공천 마무리를 앞두고 잡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대구의 경우 달서갑 현역인 홍석준 의원은 최근 컷오프(공천 배제)를 당했다. 대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유영하 변호사가 단수공천을 받았다. 

유 변호사가 공천장을 받아들자 홍 의원은 공정한 공천이 깨졌다며 강력 반발했다. 현재 국민의힘 공천은 대부분의 경력직은 생존에 성공했다. 특히 윤석열정부의 내각 출신들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다만 비서관, 행정관 출신, 검사 출신은 절반 정도의 생존율을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정치 신인이라는 가산점을 부여받았으나 현역이라는 더 큰 산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번 4·10 총선서 국민의힘은 승리를 위해서 제대로 이를 갈고 있다. 신인보다는 경력직을 발탁하면서 안정적으로 총선을 치르려는 판을 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윤정부 출신 장관들의 생존이 눈에 띈다. 이들은 대부분 현역 중진급 의원이다. 우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을 필두로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원 전 장관은 이 대표의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그가 그토록 외쳐 오던 ‘명룡대전’(이재명·원희룡 대전)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그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 옆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아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이름값을 높였다.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까지 힘을 실어주며 이 대표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편하고 쉬운 길 골랐다”
혁신위 무용론 다시 증명

윤정부 출신 장관 중 9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대부분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경선서 가장 먼저 본선에 오른 인물은 부산 중·영도구에 출마한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조 전 장관이 경선 대상에 오르자, 이재균 예비후보는 크게 반발했던 바 있다.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에 이의 신청을 진행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예비후보에 따르면, 그는 유권자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공관위는 그를 컷오프했고, 조 전 장관과 박 예비후보의 2인 경선을 결정했다. 

이 밖에 권영세(통일부)·방문규(산업통상자원부)·추경호(기획재정부) 전 장관 등 예비후보들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외교부 장관 출신인 박진 의원은 기존 서울 강남을서 서대문구을 지역으로 재배치됐다. 이에 서대문을 지역도 기존에 공천 신청을 했던 송주범 예비후보가 강하게 반발했다.

송 예비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측근을 공천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오 시장의 임기 초반 정무부시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부시장 직을 그만둔 뒤 당협위원장에 공모했으나 별다른 결격 사유가 있는 상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보류됐다.

또 경선 포기를 선언했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서울시 강서을로 재배치됐다. 앞서 강서을은 전 당협위원장이었던 김진선 전 당협위원장이 컷오프됐던 바 있다. 

이처럼 장관 대부분은 큰 탈 없이 공천장을 받아들었다. 이들에겐 별다른 희생을 요구받지도 않았고, 대부분은 원하는 지역구로 출마하게 된 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스타 장관의 탄생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지명도가 높은 인물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충성할 사람
우대 기준은?

당내에서는 컷오프된 후보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국민의힘서도 사천 논란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바로 정 공관위원장의 제자인 채원기 예비후보가 경선을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채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지역은 대전시 중구로 지역구 후보자 추천 재공고신청이 난 곳이다.

이런 탓에 출마해 총선을 준비하던 이은권 전 대전시당 위원장과 강영환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실 공보협력비서관은 날벼락을 맞았다. 재공고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채 예비후보가 공모서를 냈고, 경선이 결정됐다. 채 예비후보는 정 공관위원장의 고려대 후배이자, 대학원 제자다. 또 정 공관위원장이 과거에 차렸던 법무법인 TLBS에 2014년 입사해 대표 변호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학연·지연을 통한 밀실 공천이라며 반발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또 채 예비후보가 대전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기는 했지만, 대학 이후에는 별다른 연고가 없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몇몇 현역 의원들이 컷오프에 반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력직 공천에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이름값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셈이다. 

공천이 거의 막바지인 가운데, 정치 신인의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특히 앞서 희생을 강요하다시피 하며 물갈이가 불가피하다고 언급된 영남 지역은 초선과 재선 현역 의원들이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영남 중진 대거 생존
윤심 가동? 사천 논란

대신 재선 의원 이상급인 인사들이 살아 남았는데, 이는 최대한 잡음을 줄여 조직을 결속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 된다는 지역이라면 적어도 새 인물을 수혈하려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물론 개혁신당이라는 변수가 있어 조금이라도 더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선 기존 인물을 공천하는 게 유리한 것은 맞다. 일단 살고 보자는 식의 공천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재배치 작업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보수의 텃밭 중 텃밭이라고 불리는 지역인 해운대갑에는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주진우 전 대통령 법률비서관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앞서 국민의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은 지도부와 각을 세워가면서까지 텃밭 중진 의원들의 희생을 요구했다. 당시 당내에선 이런 인식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일부 감지됐다. 3선 중진인 하태경 의원이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받아들였고, 기존 부산서 서울 중·성동을 출마로 변경됐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 영남은 우려했던 대로 현역 의원들이 강세를 보였다. 여기엔 대통령실 출신도 예외는 없었다. 텃밭서 활동해 오던 기존 인물들이 대거 공천을 받았다. 당내 탈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서다. 현역 중진 의원들은 텃밭에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생환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보수의 분열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실리를 챙길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힘에선 보수의 분열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민주당이 여러 갈래로 쪼개지고 있는 틈에, 보수당인 국민의힘은 조직을 지키면서 이탈표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안이다. 여기에 전직 의원들도 다수 전진 배치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나경원 전 원내대표다. 동작을 출마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쳐왔던 나 전 원내대표는 당 대표 출마를 고민했으나 끝내 마음을 접었고, 원하는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아 다시 국회의원직에 도전하게 됐다. 

다 보이는
비윤 학살

또 단수공천을 받았던 김현아 전 의원의 공천을 취소하고, 3선 중진의 김용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경쟁력을 가진 후보’라며 전략공천해 버렸다. 심지어 김용태 전 의원은 공천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민주당을 탈당했던 김영주 의원도 영입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서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했던 인사로 컷오프를 당하자 지난 4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다만 컷오프, 당선만을 위해 당적을 옮긴 것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온다.

게다가 비윤(비 윤석열)계로 불리는 후보들의 상황도 녹록지만은 않다. 최근 경쟁력 평가서 과반에 가까운 1위를 기록했으나 컷오프된 ‘유승민계’ 유경준 의원이 주인공이다. 유 의원의 컷오프를 두고 일각에선 친윤(친 윤석열)이 아니라는 계파 때문에 컷오프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밖에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스스로 사퇴했던 윤희숙 전 의원이 다시 공천을 받았고, 김경진·오신환 전 의원도 단수공천을 받았다. 대통령 홍보수석 출신의 김은혜 전 의원과 심재철 전 원내대표도 각각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전직, 중진, 탈당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경력직 우대 공천’이라는 비아냥 섞인 말도 나왔다. 물론 이들은 이번 총선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번 22대 총선서 운동권 인사들을 청산하자고 목소리 높였다. 이른바 고인물 대신 새로운 인물, 신선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인식서 비롯된 말로 해석된다. 하지만, 돌려쓰는 인물로는 분명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으나, 정작 기존 인물들을 대부분 그대로 앉혔다.

그럼에도 의문이 생기는 지점은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는 부분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조직만으로 총선을 치르지 못한다. 한 비대위원장이 전국을 순회하는 이유도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최근 민주당서 제기하는 문제는 당 기여도 부문이다. 채점표상 국민의힘 공천 심사 배점은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의 경우 ▲여론조사 40점 ▲도덕성 15점 ▲당 기여도 15점 ▲당무감사 20점 ▲면접 10점으로 구성돼있다. 당 기여도 평가 부문은 한 비대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가 각각 점수를 준다. 

전체 배점 중 15%의 비율을 차지한다. 신인 가점이 있더라도 당 기여도에 따라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많은 인재들을 영입했지만, 이들이 현역과 맞붙어도 전멸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고양정에 단수공천을 받게 된 김 전 의원과 이 밖에 전직 의원들이 당에 어떤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그나마 지역구 공천을 받게 된 신인, 청년은 대부분 험지에 몰려 있다. 민주당 역시 이 같은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국민의힘은 더욱 심각하다. 

쉽고 
편하게

단순히 국민의힘이 현재 민주당에 비해 지지율을 앞서고 있다는 조사가 다수라는 이유로 안일하게 경력직을 안착시켰다면 더 문제다. 애초에 신인에게는 게임조차 되지 않은 대결이었던 셈이다. 여전히 정권 심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쉬운 공천, 편한 공천을 하기 위함이다. 현재 판세상 국민의힘이 앞서 있지만, 여전히 정권심판론이 높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선거 기간 동안 어떤 캠페인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산 넘어 산 공천…다음은 비례대표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서면서 이제는 시선이 비례대표 공천으로 쏠린다.

국민의힘 소속 인물들도 하나둘 비례대표에 나서겠다며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지난 9일까지 비례대표 접수 신청을 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 기간인 오는 22일 전까지 후보를 확정할 계획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민의힘에 영입된 인재 중 지역구 출마를 하지 못하는 인물이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부분 청년에 해당한다.

영입한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띄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같은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손을 썼다.

국민의힘 당직자인 국민의힘 정책국장이 당 대표를 맡았다.

사무총장 역시 국민의힘 당직자가 맡게 됐다. 국민의힘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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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