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뒤죽박죽’ 서울 송파을

수성이냐 탈환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서울 송파을에서는 깃발을 지키기 위한 현역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탈환에 나선 송기호 변호사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스윙보터가 포진한 송파을에 누가 출마할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서울 송파는 갑·을·병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송파을은 가락1동·문정2동·석촌동·삼전동·잠실본동·잠실2,3,7동을 관할한다.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는 강남3구(송파·강남·서초)에 위치했으나 강남이나 서초에 비해 비교적 보수 세력이 약하다는 평이 나온다.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잠실동을 중심으로는 보수가, 석촌동·삼전동은 진보가 힘을 받는 등 동마다 정치 성향이 엇갈리는 지역구기도 하다.

예측불허

그동안 송파을은 대체로 보수세가 강해 진보진영 후보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 19대 총선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유일호 의원이 재선을 노리며 출사표를 던졌고 이에 맞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천정배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 의원은 그동안 쌓아온 인지도와 더불어 ‘경제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워 민심에 호소했다. ▲문정동 법조단지 ▲제2롯데월드 지역주민 우선 고용 추진 등 주민 눈높이에 맞춘 공약도 내걸었다.

그의 맞수였던 천 후보는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주도해 원내대표를 지내고 법무부 장관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역임하는 등 굵직한 직함을 맡아왔다. 천 후보 역시 ‘롯데월드와 석촌호수 주변 교통혼잡 해소’ 등 지역주민을 위한 공략을 세웠다.


투표 결과 유 의원이 49.94%, 천 후보가 46.02%를 득표하면서 지역주민은 보수진영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3.9%p라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던 만큼 진보진영의 의미 있는 싸움이었다는 평이 나온다.

기세를 이어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마침내 송파을에 깃발을 꽂는 데 성공한다. 민주당 최명길 전 의원이 국민의당 이래협 후보와 무소속 김영순 후보를 꺾고 당선된 것이다. 최 후보는 44.0%를 득표했으며 김 후보는 39.54%, 이 후보는 14.96%에 그쳤다.

당시 새누리당을 둘러싼 공천 잡음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유권자에게 실망을 안겨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새누리당은 송파을에 국민인권위원회 유영하 인권위원을 단수공천 했다. 유 위원은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돕는 등 대표적인 친박(친 박근혜) 세력으로 알려진 만큼 ‘낙하산 공천’ 의혹이 나오면서 큰 반발이 일었다.

‘민심 사냥’ 숨 가쁜 레이스
‘옥새런’ ‘공천 파동’ 줄악재

여기에 김무성 전 대표의 ‘옥새 들고 나르샤’ 소동까지 불거지면서 결국 송파을은 무공천 지역이 됐다. 유 후보는 총선에 한발 물러섰고 전 송파구청장이자 유력한 후보군이었던 김영순 후보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2018년 최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의원직을 잃었다. 곧바로 치러진 보궐선거서 민주당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민주당 최재성 후보가 자유한국당 배현진 후보를 24.77%p 차이로 따돌리면서 지역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 21대 총선은 전국적으로는 민주당이 압승한 선거였지만 최 전 의원이 송파을 수성에 실패하는 치욕을 안았다. 2018년 보궐선거서 패배를 맛본 배 후보의 날이 제대로 먹혀들어간 것이다.


지난 총선서도 송파을은 격전지로 분류됐다. 여의도행 티켓을 따낸 배현진 의원은 50.46%를, 재선에 실패한 최 전 의원은 46.04%를 득표했다. 두 후보의 격차가 4.42%p로 좁혀지면서 초박빙 승부가 펼쳐진 셈이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배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아 재선을 노리고 있다. 배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선거구는 세 개지만 송파는 하나”라며 “젊음과 유능함을 무기로 송파서 본 적 없는 멋진 내일을 성실하게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비롯한 송기호 변호사와 홍성룡 한양대 겸임교수가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3인 경선이 치러졌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정정당당하게 경선에 임하겠다. 송파을의 민주당 당원분들과 지지자분들께서 누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꺾을 후보인지 현명하게 판단해 주시리라 믿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박 전 비대위원장은 2022년 ‘586 용퇴론’을 주장하는 등 당내에서 잦은 마찰을 겪었다. 결국 같은 해 지도부 총사퇴 입장을 밝힌 뒤 북콘서트를 여는 등 소극적 정치 행보를 이어왔더. 그러던 중 지난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단식장에 찾아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 본격적인 출마설이 제기됐다.

송 변호사는 송파을에 두 번째 도전장을 내민 인물이다. 2018년 보궐선거 때 후보군으로 올랐으나 경선서 떨어졌다. 이후 송 변호사는 송파을 지역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꾸준히 입지를 넓혀왔다.

배현진 VS 송기호 리턴매치 주목
심판론 관건…마지막 웃는 자는?

경선 결과 송 변호사가 1위에 오르면서 배 의원의 맞수로 가닥이 잡혔다. 경선 승리 이후 송 변호사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총선서 국민의힘을 꼭 꺾고 윤석열정부의 무능한 외교통상을 바로잡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대결구도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양쪽 모두 선거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배 후보는 ‘송파 세 모녀 비극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 이웃 돋보기’ 공약을 선언했다

송파 세 모녀 비극은 2014년 2월 송파구 석촌동 소재 반지하에 거주하던 60대 노모와 두 딸이 집세와 공과금을 넣은 봉투에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당시 노모는 암 투병 중이었으며 두 딸 역시 희소 난치병을 앓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지만 적절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

전형적인 복지 사각지대의 실상을 꼬집은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배 후보는 “국가의 역할은 생존의 경쟁서 밀려나고 있는 힘없는 국민들이 사회로부터 완전히 소외돼 낙망하지 않게 할 무한한 책임이 있다”며 “정치가 이 일을 선봉서 소화해야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시간에도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사회의 곳곳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도무지 벗어날 방법이 없거나 알지 못해 한없이 좌절하는 이웃들이 있을 것”이라며 촘촘한 사회 안전복지망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보수 텃밭

송 후보는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강남 3구의 인구는 약 160만명”이라며 “이번 총선서 승리해 시대 정신을 담고 강남 3구의 민주당 지지 교두보를 확보하는 의정활동을 통해 2027년 정권 탈환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밖에도 ▲국제교류복합지구 연계 교육 특구 지정 추진 ▲잠실동 아파트 토지거래 허가구역 전면 해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부과기준 완화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용적률 상향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 심판론’과 ‘제1야당 대표 심판론’ 구도로 굳혀지고 있다. 지난 총선의 결과로 미뤄볼 때 앞으로의 승부수가 민심의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어느 쪽의 심판론이 더 날카롭게 표심을 파고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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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