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자전거 여행 ①서산 천수만자전거길

서산 A·B지구 방조제 따라 힘차게 페달 밟아보자

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부터 서산 A·B 지구방조제를 거쳐 홍성군 남당항에 이르는 길에 자전거길이 조성돼있다. 2016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공모한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든 서산 천수만자전거길은 여러 모로 매력적인 점이 많다. 바다를 끼고 가는 길이 대부분 평지라 경쾌한 질주가 가능하다. 북쪽으로 간척지, 남쪽으로 천수만이 펼쳐지니 사방이 탁 트인 풍경도 장점이다.

천수만자전거길을 완주하려면 왕복 3~4시간이 걸린다. 체력적으로 버거우면 전체 코스를 욕심부리지 말고 길이를 조절해 보자. 곳곳에 반환점이라고 할만한 지점이 많다. 각자 일정과 상황에 따라 기점과 종점, 반환점을 정하고 일주에 나서면 된다.

왕복 부담 없이

예컨대 서산버드랜드를 출발 지점으로 삼고, 간월도나 서산A 지구방조제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식이다. 간월도서 시작해 홍성 어사리노을공원이나 남당항을 반환점 삼아도 괜찮다. 모두 자전거를 타고 왕복 2시간 안팎에 다녀올만한 거리다.

서산A·B 지구방조제를 지나는 천수만로 옆에 왕복 2차로 천수만자전거길이 있다. 고민할 것 없이 앞만 보고 달리면 되는 길이다. 중간에 쉴 곳도 충분하다. 간월도로 향하는 길 입구에 자전거 거치대와 화장실, 팔각정 등을 갖춘 쉼터가 있다.

간월도 주변에는 편의점과 식당, 카페가 운영 중이다. 서산A 지구방조제 한가운데 자전거 주차 공간을 조성했다. 어디서든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으니 쉬엄쉬엄 가면 된다.


3월은 부쩍 따뜻해진 날씨와 청량한 바닷바람 덕분에 페달이 더 가볍게 느껴지는 시기다. 천수만자전거길은 통행량도 많지 않으니, 그저 천수만이 선보이는 경치를 누리며 달리자.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이 길은 거의 모든 구간이 보행자도 드나드는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다.

특히 코리아둘레길 중 서해랑길 64코스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도보 여행자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무작정 속력을 올리지 말고 주변 풍광을 만끽하며 천천히 페달을 밟아보자.

길 따라 모내기를 앞둔 논이 끝없이 이어진다. 서산 간척지의 거대한 평야를 마주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다. 자전거길이 관통하는 천수만 일대가 대표적인 겨울새 도래지라, 종종 흥미로운 상황과 마주한다. 간척지에 갯벌도 발달해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다양한 철새가 이곳에 머무른다.

자전거길을 달리는 내내 기러기는 물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두루미와 황조롱이, 매, 독수리 등이 눈에 띈다. 운이 좋으면 가창오리의 경이로운 군무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
서산방조제길 따라 달리기

간월도는 서산A 지구방조제가 시작되는 지점과 맞닿는다. 서산 A·B지구방조제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된 섬으로, 잠시 쉬었다 가기에 알맞다. 이 일대는 서산9경 가운데 3경으로 꼽히는 명소기도 하다. 섬과 바다가 노을빛에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답고, 밀물 때 바닷물이 차오르며 섬과 암자가 잠시 고립되는 모습이 신비롭다.

최근에는 간월도 해양경관탐방로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 들었다. 서산의 대표적인 야경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자.


간월도에는 간월암이 있다. 고려 말 조선 초기 승려이자 태조 이성계의 왕사(王師)인 무학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다.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행하는 중에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며 붙인 이름이다. 안타깝게도 간월암은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으로 사라지는 불운을 겪었다. 지금의 간월암은 1941년 만공선사가 다시 세웠다.

천수만자전거길을 여행할 때 염두에 둘 것이 있다.

첫째, 차도로 달려선 안 된다. 제한속도 80㎞/h에 달하는 구간으로 차량이 매우 빠르게 지나간다. 갓길 이용도 추천하지 않는다. 빠른 차량이 지날 때마다 와류가 발생해 자전거가 휘청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너무 늦은 시각까지 자전거를 타지 말아야 한다. 주변에 도로를 비추는 조명이 드물어 위험할 수 있다. 셋째, 헬멧 착용은 필수다.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맞는 자전거를 챙겨가자.

천수만에 자리한 서산버드랜드는 철새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는 곳이다. 철새전시관에는 이 지역에 서식하는 큰기러기, 가창오리,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큰고니(천연기념물) 등 200종이 넘는 새 표본과 전시자료, 영상·음성자료가 가득하다.

둥지전망대에 오르면 천수만과 서산 간척지에 머무르는 철새를 마음껏 관찰할 수 있다. 서산 시내 방향에 역사 유적지가 많다. 서산 해미읍성(사적)이 대표적이다. 1421년 충청병마절도사영성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시설로, 지금껏 남아 있는 읍성 중 본래 형태를 가장 잘 보존한 곳이다.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여기서 촬영했다.

백제의 미소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국보)도 꼭 둘러보기 바란다. 백제 후기에 조각된 것으로 추정하나, 1959년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 2.8m 여래 입상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1.7m 보살 입상과 반가사유상을 둔 삼존불 형태다. 눈여겨볼 부분은 여래 입상을 중심으로 왼쪽에 있는 반가사유상이다. 보살상을 반가사유상으로 조각한 마애불은 드물다고 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개심사→서산 해미읍성→천수만자전거길(서산버드랜드-간월도-홍성 경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개심사→서산 해미읍성→용현자연휴양림
-둘째 날 서산유기방가옥→천수만자전거길(서산버드랜드-간월도-홍성 경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서산 문화관광 www.seosan.go.kr/tour/index.do
-서산버드랜드 https://birdland.seosan.go.kr
-간월암 http://ganwolam.kr

문의 전화
-서산시청 관광과 041)660-2499
-서산시청 도로과 041)660-2346
-서산버드랜드 041)661-8054
-서산용현리마애여래삼존상관리사무소 041)660-2538
-해미읍성관리사무소 041)661-8005

대중교통
버스 서울-서산, 센트럴시티터미널서 20~30분 간격(06:05~21:5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서산공용버스터미널서 610번·611번 버스 이용, 버드랜드 정류장 하차. 서산공용버스터미널서 610번·611번 버스 이용, 간월도리 정류장 하차, 간월도까지 도보 약 50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서산공용버스터미널 1688-4813, www.seosanbus.co.kr

자가운전
-서산버드랜드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안면도·홍성 방면 우측 고속도로 진출→홍성톨게이트서 갈산교차로까지 678m 이동→갈산교차로서 해미·안면도 방면 좌회전, 1.3㎞ 이동→상촌교차로서 안면·천북·남당리 방면 좌회전, 16㎞ 이동→서산버드랜드

-간월도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안면도·홍성 방면 우측 고속도로 진출→홍성톨게이트서 갈산교차로까지 678m 이동→갈산교차로서 해미·안면도 방면 좌회전, 1.3㎞ 이동→상촌교차로서 안면·천북·남당리 방면 좌회전, 12㎞ 이동→간월도1길 방면 좌회전, 987m 이동→간월도

숙박 정보
-아리아호텔: 서산시 동헌로, 041)668-7822, https://ariahotel.mo doo.at
-파티엔카라반: 부석면 천수만로, 010-3376-0189, 파티엔카라반.com
-편안한펜션: 부석면 간월도2길, 010-9430-2207, https://pyeonanhanpension.modoo.at

식당 정보
-밀양(굴밥): 부석면 간월도2길(간월도), 041)669-1785
-옥경이네(해물칼국수): 부석면 천수만로, 041)662-4103
-천수만꽃게장 직영점(간장게장): 부석면 창리2길, 041)663-3832

주변 볼거리
부석사, HMG드라이빙익스피리언스센터, 홍성조류탐사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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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