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닭에 미친 남자’ 길덕진 한협원종 대표

“100% 국내산 순계 혈통 잇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나라 국민의 ‘닭’ 사랑은 유별난 데가 있다. 여름에는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찾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치킨을 먹는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라도 열리는 날이면 치킨집은 불이 날 정도다. 우리가 소비하는 닭의 기원은 어디일까? <일요시사>가 길덕진 한협원종 대표를 만나 그 시작을 물었다.

지난해 12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가금류 소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6.51㎏에 이른다. 2020년 조사 때보다 0.74㎏ 늘어난 수치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한 마리에 약 1kg(951~1050g)인 10호 닭을 사용한다. 치킨으로 따지면 국민 1명당 1년에 16마리 이상을 먹었다는 뜻이다. 

유별난 사랑

‘1인 1닭’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닭고기는 국민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골목마다 존재하고 특정한 날에는 주문이 밀려든다. 삼복 시기가 되면 삼계탕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다. 보양식을 먹기 위해 땡볕 아래서 1시간씩 기다리는 것도 불사한다. 

닭을 소비하는 데는 ‘진심’이지만 실제 그 닭이 어디서 왔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치킨, 삼계탕, 백숙, 계란 등 완성된 형태로 마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치킨으로 조리되는 육계, 계란을 생산하는 산란계, 토종닭으로 불리는 순계 등의 용어는 일반 사람에게는 생소하다.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한협원종은 토종닭 역사 계승을 위해 설립된 70년 업력의 농업회사법인이다. 이른바 순계로 불리는 토종닭의 계통교배와 혈통관리에 관심을 쏟고 있다. 길덕진 한협원종 대표는 지난해 회사의 일부 지분을 인수해 대표가 됐다. 그전에는 한협원종과 30년 가까이 거래하던 업체를 운영했다. 


길 대표는 한협원종과 거래하면서 순계와 순계의 교배로 나오는 원종계, 원종계가 생산하는 종계의 가치를 알아봤다고 했다.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K-푸드 반열에 올릴만한 아이템이라고 본 것이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양질의 음식을 원하는 소비층을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7일, 충남 금산의 한협원종 사무실서 길 대표를 만났다. AI(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을 막기 위해 입구부터 통제가 이뤄졌다. 길 대표는 사무실에 앉자마자 벽에 걸린 닭 사진을 소개했다. 한 쌍씩 촬영한 10장의 사진은 한협원종이 보유하고 있는 10계통의 닭을 담고 있다.

길 대표는 “한협원종은 4품종 10계통에 대한 이력과 생산정보를 2018년 세계 가축유전자 정보시스템에 등재했다”며 “국내 최초로 품종 개발 활용을 위한 순계 집단관리와 대한민국 토종닭 수출, 종자 권리 확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회사를 맡아 운영한 지는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거래하면서 느낀 자부심이 드러나는 말이었다.

가축다양성 유전자 정보시스템(DAD-IS)은 국제연합 식량 농업기구(FAO)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세계 가축 유전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범지구적 시스템이다. DAD-IS에 등재된 닭은 화이트락(2계통), 페트리지락, 베어락, 코니쉬(3계통), 로드아일랜드레드(2계통), 뉴햄프셔 등이다.

이 닭들은 한협원종서 유지·보존하고 GSP(골든시드프로젝트)를 통해 체계적으로 종자를 개량해 온 품종이다. 농촌진흥청은 우수 품종은 상업용 씨닭 생산과 보급에 활용하고 일부 품종은 미래 가치가 있는 유전자원으로 보존한다고 밝혔다.

10품종 가축다양성 유전자 정보시스템 등재
토종닭 시장 점유율 80%, 이제 삼계시장으로


GSP는 글로벌 종자 강국 도약과 종자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농촌진흥청·산림청 공동의 국가 전략형 종자 R&BD 사업을 뜻한다.

길 대표는 “우리가 보유 중인 한협3호는 국내 토종닭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맛과 품질면에서 대표적인 토종닭 브랜드”라며 “토종닭 분야서 우리가 유일하게 GSP에 참여하면서 정부로부터 토종닭 원종을 인정받았는데 이는 70년 토종닭 외길이 빛을 발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에 반해 한협원종의 현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국내 토종닭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작아 수익성이 높진 않다.

길 대표는 “국내 육계 시장은 그 규모가 2조2000억~2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토종닭 시장은 육계 시장의 15% 정도인 3000억원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길 대표는 “2021년 말부터 R&D 예산이 줄어들면서 회사 상황이 어려워졌다. 한협원종의 생명은 원종을 유지하고 혈통을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없다. 그 비용만 1년에 1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정부 지원이 없어지면서 회사에 재정적인 부담이 가중됐다”고 토로했다. 

길 대표는 회사의 활로 모색을 위해 ‘삼계 시장 공략’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순계 닭끼리 교배해 삼계탕용 원종계를 개발, 종계를 공급하겠다는 포부다.

길 대표는 “육계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대형 회사가 종계 공급을 독과점하고 있는 형태”라며 “현재 삼계탕이 K-푸드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서 삼계 시장에 우리 닭을 선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금업계는 해외 원종계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수입산 닭에 의존하게 되면 1차적으로 수입 비용으로 인해 가격변동이 심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종자 전쟁’서도 우리나라가 밀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식량 안보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결국 수입산 닭이 가금업계를 지배하게 되면 국내 유전자원이 퇴색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길 대표는 “이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마음먹은 부분에 70년 이상 이어온 순계 혈통을 앞으로도 계승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전 세계에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서 양질의 닭을 제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로 뻗는다

이어 “K-푸드 바람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싸구려’로는 부족하다. 고급화되고 프리미엄화된 음식이 필요하다. 한협원종서 공급하고 있는 토종닭과 앞으로 공급하려고 준비 중인 삼계가 그에 걸맞은 재료라고 자부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서 밀릴 수는 있지만 품질만큼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많은 지원과 응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한국 보유종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슬로우푸드의 대명사로 갈증을 해소하고 싶습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비자금이 자랑이라고···노소영 카드에 국민들 화났다

비자금이 자랑이라고···노소영 카드에 국민들 화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전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노태우정권의 비자금 논란으로 번졌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조사해 과세해달라’고 강민수 국세청장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수십년간 숨겨온 노씨 일가의 ‘안방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노소영 전 나비 관장은 ‘노태우 비자금이 SK그룹을 성장시켰고, 늘어난 자산의 상당 부분을 나눠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300억원이 SK에 유입된 것으로 인정했다. 문제는 300억원의 출처와 성격이다. 자기 돈도 아니면서··· 노 전 관장 측은 항소심서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 여사가 1998~1999년 사이 작성한 비자금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해당 메모에는 ‘선경(SK 전신) 300억원’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노 전 관장 측은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전 선경 회장에게 비자금 300억원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지난 1991년 선경건설 명의의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에 대한 사진 등도 제출했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의 ‘폭력적 불법 비자금’이 노 전 관장에 의해 소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재계 인사는 “불법 비자금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조차 없이 자랑스럽게 노태우 비자금을 언급하는 노 전 관장은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인식되기에 충분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퇴임할 때도 ‘재산이 5억’이라며 ‘그 정도면 족하다’고 먼저 얘기했던 사람이다. 실제론 임기 동안 선경에게 불법 비자금을 거둬들이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으니 비판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도 같은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먼저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등을 지낸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고 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지난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당시 발행한 50억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일각선 “죽은 아버지 부관참시 꼴” 지적 국민들은 “그 아버지에 그 딸” 비웃음도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정혁진 변호사도 지난달 9일 방송된 <어벤저스 전략회의>서 김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나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노 전 관장 측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노 전 관장 측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고,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즉각 반발했고, 최근 상고심 시작에 앞서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다양한 쟁점 가운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후광 등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오히려 손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즉, SK가 국내 재계 2위까지 발돋움할 수 있던 배경에 노 전 관장 측의 큰 도움이 없어 재산분할 금액이 축소돼야 한다는 얘기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자금이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으나,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은 반박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다 손 명예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관장 측의 “300억원이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등으로 쓰여 SK 성장에 기여했다”는 주장에 전면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서 SK 측은 300억원을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고, 퇴임 후 그에 상당하는 돈을 노 전 대통령에게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관장 측이 제기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은 은닉재산마저 들춰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조성했다가 추징된 2628억원과 별도로 부인 김 여사가 관리해 온 드러나지 않은 돈이 있다는 ‘안방 비자금’ 의혹이다. 이혼소송서 제출한 904억원의 내역이 적힌 ‘김옥숙 메모’ 외에 노 전 대통령 일가서 또 다른 자금흐름이 포착된 것이다. 먼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원장(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김 여사 명의로 출연금 147억원이 입금됐다. 김 여사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각 현금 10억원, 2018년 예적금 12억원, 2020년 예적금 95억원, 2021년 예적금 20억원을 출연했다. 특히 아들 재헌씨가 원장으로 취임한 지난 2020년 출연금 규모(95억원)가 두드러진다. 재헌씨는 2019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등 부친을 대신해 사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병세로 재헌씨가 대외 활동에 나선 시점과 자금 출연 시점이 맞물린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지난 2012년 설립된 한중문화센터서 시작된 재단으로 동아시아국가 상호 간 전략문화 협력과 청년 교류를 주요 사업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론 북방정책 평가사업 등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책 기념사업이 대부분인 사실상의 노씨 일가 재단에 불과하다. 또 다른 ‘안방 비자금’ 포착 김옥숙 여사 ‘돈세탁’ 의혹 법인결산 공시서 지난 2021년 기준 총 사업비용 3억5000만원 중 공익목적 사업비로 분류한 2억6000여만원의 쓰임새도 눈길을 끈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치적으로 평가받는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과 정치적 기반이었던 대구지역 학생 장학금 등 ‘노태우 기념’ 용도로 쓰였다. 센터 자산도 대부분 김 여사의 출연금으로 이뤄졌다. 지난 2021년 기준 총 자산가액 153억원 가운데 그의 출연금(147억원)이 96%에 달한다. 재단이 지출하는 연간 사업비용은 김 여사 기부금의 이자 수준인 1~2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총사업비용은 1억9000만원이고 이 중 공익목적 사업은 5000여만원이다. 2022년도에는 총 2억4700만원 중의 사업수행 비용 중 공익목적은 1억3000만원이다. 사무실 주소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았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건물이다. 이 건물은 노 전 대통령 별세 이후 부인인 김 여사가 상속받았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가 5차례에 걸쳐 출연한 거액의 자금 출처를 두고 의혹이 나온다. 김 여사가 출처 불문의 거액과 노 전 대통령의 집권 시절 조성한 비자금을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여사는 280여억원을 미납 중이던 2010년, 모교인 경북여고에 5000만원을 기부해 사회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김 여사가 만약 비자금으로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했다면 정당성과 절차 모두 문제될 여지가 있다. 특히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에 따른 출연자 명세서에 이사장인 노재헌 원장과 기부자인 김 여사의 관계에는 모자지간임에도 ‘해당없음’으로 기재됐다. 뻔뻔히 꺼내다 이는 과세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여사가 영부인이던 시절 청와대서 대기업 총수 부인이나 여성 기업인들과 수시로 면담하면서 현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전두환·노태우정부 비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1995년에도 제기됐다. 당시 민주당 비자금 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고 강창성 의원은 국회서 “김옥숙 여사 친·인척이 관리하는 것은 전혀 노출되지 않는데 이 문제까지 이번에 조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씨 일가는 46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 1997년 4월 대법원서 징역 17년에 추징금 2628억9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3년 이를 완납했으며, 이 과정서 추징금 낼 돈이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의 동생인 노재우씨와 아들 재헌씨의 처가인 신동방 측과도 소송전을 벌였다. 법조계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2013년 추징금을 완납하는 과정서 돈이 없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동생 재우씨와 아들 재헌씨의 장인이었던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과 재산 환수 소송까지 벌였던 것을 되짚어보면 재단 출연금의 출처가 더 석연치 않다”며 “연간 사업비가 2억~3억원 수준인 재단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출연한 것 자체가 출처가 불명확한 자금을 편법 증여해 세탁하는 용도로 활용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에 따른 출연자 명세서에 ‘이사장(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해당없음’이라고 적시한 것을 두고도 과세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남 노재헌에 흘러간 수백억원? 정치권 “철저히 조사해 환수해야” 노씨 일가의 은닉재산 논란에 대한 국세청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국회서도 잇따른다. 국세청은 상속세 등을 부과할 수 있는지 등을 두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지난달 27일 기재위 전체회의서 노 전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과세해달라는 내용의 탈세 제보서를 강민수 국세청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과정서 김 여사가 작성한 비자금 메모가 증거로 인용됐다는 점을 토대로 비자금에 대해 과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김 의원은 “김 여사의 메모에 기록된 904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은 노 전 대통령이 오랜 기간 은닉하다가 가족들에게 사전 증여했거나, 사망 후 상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이혼소송서 쟁점이 된 300억원은 그 일부로, 상속세 부과 제척 기간이 남아 있어 과세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이혼소송서 드러난 300억원뿐 아니라 메모 속 기록된 채권, 금고 등에 숨겨둔 904억원의 은닉재산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서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여사가 만약 부정 축적한 ‘안방 비자금’을 숨겨왔다가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출연한 것이라면 과세 여부 문제를 넘어 법적 정당성과 안정성 측면서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재산분할과 위자료 등을 포함해 ‘1조3803억원과 20억원을 노 전 관장에게 주라’고 판결한 것을 두고 법무법인 평안 이상원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노태우정권서 황태자로 불렸고 노태우 대통령 부인인 김 여사의 이종사촌 동생인 박철언 전 장관의 사위다. 히든카드가 국회 이슈로 박 전 장관은 노태우정권 당시 정무 장관,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냈다. 이상원 변호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변호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로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 변호인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노 전 관장이 불법 비자금임을 알면서도 당당히 300억 카드를 꺼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