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닭에 미친 남자’ 길덕진 한협원종 대표

“100% 국내산 순계 혈통 잇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나라 국민의 ‘닭’ 사랑은 유별난 데가 있다. 여름에는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찾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치킨을 먹는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라도 열리는 날이면 치킨집은 불이 날 정도다. 우리가 소비하는 닭의 기원은 어디일까? <일요시사>가 길덕진 한협원종 대표를 만나 그 시작을 물었다.

지난해 12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가금류 소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6.51㎏에 이른다. 2020년 조사 때보다 0.74㎏ 늘어난 수치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한 마리에 약 1kg(951~1050g)인 10호 닭을 사용한다. 치킨으로 따지면 국민 1명당 1년에 16마리 이상을 먹었다는 뜻이다. 

유별난 사랑

‘1인 1닭’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닭고기는 국민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골목마다 존재하고 특정한 날에는 주문이 밀려든다. 삼복 시기가 되면 삼계탕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다. 보양식을 먹기 위해 땡볕 아래서 1시간씩 기다리는 것도 불사한다. 

닭을 소비하는 데는 ‘진심’이지만 실제 그 닭이 어디서 왔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치킨, 삼계탕, 백숙, 계란 등 완성된 형태로 마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치킨으로 조리되는 육계, 계란을 생산하는 산란계, 토종닭으로 불리는 순계 등의 용어는 일반 사람에게는 생소하다.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한협원종은 토종닭 역사 계승을 위해 설립된 70년 업력의 농업회사법인이다. 이른바 순계로 불리는 토종닭의 계통교배와 혈통관리에 관심을 쏟고 있다. 길덕진 한협원종 대표는 지난해 회사의 일부 지분을 인수해 대표가 됐다. 그전에는 한협원종과 30년 가까이 거래하던 업체를 운영했다. 


길 대표는 한협원종과 거래하면서 순계와 순계의 교배로 나오는 원종계, 원종계가 생산하는 종계의 가치를 알아봤다고 했다.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K-푸드 반열에 올릴만한 아이템이라고 본 것이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양질의 음식을 원하는 소비층을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7일, 충남 금산의 한협원종 사무실서 길 대표를 만났다. AI(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을 막기 위해 입구부터 통제가 이뤄졌다. 길 대표는 사무실에 앉자마자 벽에 걸린 닭 사진을 소개했다. 한 쌍씩 촬영한 10장의 사진은 한협원종이 보유하고 있는 10계통의 닭을 담고 있다.

길 대표는 “한협원종은 4품종 10계통에 대한 이력과 생산정보를 2018년 세계 가축유전자 정보시스템에 등재했다”며 “국내 최초로 품종 개발 활용을 위한 순계 집단관리와 대한민국 토종닭 수출, 종자 권리 확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회사를 맡아 운영한 지는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거래하면서 느낀 자부심이 드러나는 말이었다.

가축다양성 유전자 정보시스템(DAD-IS)은 국제연합 식량 농업기구(FAO)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세계 가축 유전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범지구적 시스템이다. DAD-IS에 등재된 닭은 화이트락(2계통), 페트리지락, 베어락, 코니쉬(3계통), 로드아일랜드레드(2계통), 뉴햄프셔 등이다.

이 닭들은 한협원종서 유지·보존하고 GSP(골든시드프로젝트)를 통해 체계적으로 종자를 개량해 온 품종이다. 농촌진흥청은 우수 품종은 상업용 씨닭 생산과 보급에 활용하고 일부 품종은 미래 가치가 있는 유전자원으로 보존한다고 밝혔다.

10품종 가축다양성 유전자 정보시스템 등재
토종닭 시장 점유율 80%, 이제 삼계시장으로


GSP는 글로벌 종자 강국 도약과 종자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농촌진흥청·산림청 공동의 국가 전략형 종자 R&BD 사업을 뜻한다.

길 대표는 “우리가 보유 중인 한협3호는 국내 토종닭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맛과 품질면에서 대표적인 토종닭 브랜드”라며 “토종닭 분야서 우리가 유일하게 GSP에 참여하면서 정부로부터 토종닭 원종을 인정받았는데 이는 70년 토종닭 외길이 빛을 발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에 반해 한협원종의 현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국내 토종닭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작아 수익성이 높진 않다.

길 대표는 “국내 육계 시장은 그 규모가 2조2000억~2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토종닭 시장은 육계 시장의 15% 정도인 3000억원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길 대표는 “2021년 말부터 R&D 예산이 줄어들면서 회사 상황이 어려워졌다. 한협원종의 생명은 원종을 유지하고 혈통을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없다. 그 비용만 1년에 1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정부 지원이 없어지면서 회사에 재정적인 부담이 가중됐다”고 토로했다. 

길 대표는 회사의 활로 모색을 위해 ‘삼계 시장 공략’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순계 닭끼리 교배해 삼계탕용 원종계를 개발, 종계를 공급하겠다는 포부다.

길 대표는 “육계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대형 회사가 종계 공급을 독과점하고 있는 형태”라며 “현재 삼계탕이 K-푸드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서 삼계 시장에 우리 닭을 선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금업계는 해외 원종계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수입산 닭에 의존하게 되면 1차적으로 수입 비용으로 인해 가격변동이 심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종자 전쟁’서도 우리나라가 밀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식량 안보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결국 수입산 닭이 가금업계를 지배하게 되면 국내 유전자원이 퇴색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길 대표는 “이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마음먹은 부분에 70년 이상 이어온 순계 혈통을 앞으로도 계승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전 세계에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서 양질의 닭을 제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로 뻗는다

이어 “K-푸드 바람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싸구려’로는 부족하다. 고급화되고 프리미엄화된 음식이 필요하다. 한협원종서 공급하고 있는 토종닭과 앞으로 공급하려고 준비 중인 삼계가 그에 걸맞은 재료라고 자부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서 밀릴 수는 있지만 품질만큼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많은 지원과 응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한국 보유종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슬로우푸드의 대명사로 갈증을 해소하고 싶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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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