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공중분해와 단순 소실

  • 조용래 작가
  • 등록 2024.02.29 16:21:58
  • 호수 1469호
  • 댓글 1개

‘공중분해(Mid-Air Decomposition)’란 말은 어떤 것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 상황 또는 손해를 보면서도 아무것도 건질 게 없어진 경우에 비유적으로 사용된다.

운항 중 폭발한 항공사고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잔해는 남는다. 바닷속에 영원히 가라앉을망정 사라지진 않는다. 다만 찾을 수 없거나 찾지 않을 뿐이다. 진실이 은폐되는 불편하고 보편적인 방식이다.

‘소실(消失 또는 燒失)’은 원형을 복원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실체가 사라진 상태로서 관리나 보관을 잘하지 못해 무엇을 잃어버린 형편을 뜻한다.

뭔가 불에 타 잿더미가 된 경우에 흔히 쓰인다. ‘공중분해’됐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고 ‘소실’이라면 흔적이라도 남아야 한다. 이번 ELS 손실 사태에 대한 <주간동아> 보도에 왜 ‘공중분해’와 ‘단순 소실’ 같은 단어가 등장한 것일까?

“피해자 손실분이 은행이나 증권사 몫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거나 “ELS 판매자(은행 또는 증권사)와 ELS 매수자의 손익이 대칭적이지 않다”고 보도한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며 피해자를 우롱한 것과 다름없다.

왜냐면 여기서 ‘대칭관계’는 ELS를 만들거나 판매한 증권사나 은행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ELS 손익의 대칭관계는 ELS 피해자와 대응하는 반대 포지션을 구축한 다른 사람 즉, 홍콩H지수 하락에 베팅한 사람이 구축한 포지션과의 사이서 성립한다.


그러므로 “설계 자체가 판매자와 매수자 손익이 대칭적이지 않다”는 기사의 소제목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 아니, 틀렸다. 

<주간동아> 보도는 “시장에 풀린 투자금(ELS 손실 피해액)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 굳이 따진다면 같은 기간 홍콩H지수 인버스(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홍콩H지수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와 ELS 피해자가 1대1 카운터파트는 아니다”라고 했다. 

1대1, 100대1 카운터파트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손실 피해액은 반드시 누군가의 이익으로 돌아갔다는 게 맹점이다. 파생상품은 철저하게 제로섬 게임의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익을 취한 사람 즉, 카운터파트는 ELS 피해자의 반대 포지션을 매수한 증권사의 고객이거나 거래를 중개한 다른 기관 또는 증권사의 고객일 수도 있다. 

지금으로선 ELS 피해자들의 손실금이 누구에게 흘러갔는지 열 명인지, 백 명인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인인지 홍콩인인지, 아니면 증권사와 관련 있는 한국인인지 또 다른 검은 머리 외국인인지를 모를 뿐이다. ELS 손실 사태가 불가항력적 자연재해도 아닌데 왜 ‘흘러 들어갔다’는 단어를 사용한 걸까?

그 엄청난 손실금을 누가 어디로 흘려보냈는지 감추고 싶은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위 보도서 언급한 ‘델타헤지(Delta Hedge)’는 파생 구조에선 매우 일반적인 거래 기법이다. 손실 위험을 피하고자 포트폴리오의 델타를 중립상태에 가깝게 만드는 단순 작업의 반복이다. 포지션 델타가 음수면 양수의 값을 취하는 포지션을, 포지션 델타가 양수면 음수의 값을 취하는 포지션을 구축해 그 값을 0에 수렴시키면서 손실 위험을 상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큰 폭으로 무너지면서 상쇄 가능 범위를 벗어난 사례”라며 “지수 급락에 따른 ‘단순 소실’로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델타헤지 실패 책임조차 질 수 없다는 항변으로 들린다.

기자는 어떤 이유로 ‘단순 소실’이란 단어를 선택했을까? 홍콩H지수가 일정 수준까지 하락하면 ELS 가입자의 원금 손실이 얼마가 될지 증권사는 상품 설계단계서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ELS를 매수한 피해자들에게는 정확히 알려 주지도 않았다. 

증권사가 어떤 다양한 방법으로 현물과 파생을 조합했는지 ELS 상품을 매수한 피해자는 알 길도 없다. 홍콩H지수 하락에 투자한 사람이 구축한 포지션(ELS 손실금을 이익으로 가져간 쪽)이 언제 어떤 파생 또는 장외 파생 계약에 의해 성립됐는지 증권사가 자세히 밝혀야 하는 이유다.

ELS 사태는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다. 그런데도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아직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ELS 손실분에 대해 언론이 나서 ‘공중분해’니 ‘단순 소실’이니 운운한다면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형 건물 붕괴 사고가 났는데 기초설계 도면조차 볼 수 없는 이런 초현실적 상황이 처음도 아니다. 키코(KIKO) 사태가 그랬고 DLF 사태가 그랬다. 지금 국민이 대한민국에 묻는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느냐고. 이 사태의 진실을 밝힐 책임은 누구에게 있냐고.


[조용래는?]
▲전 홍콩 CFSG 파생상품 운용역
▲<또 하나의 가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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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