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보다 못한’ 경찰서 방호관의 현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2.26 15:13:22
  • 호수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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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닫고 정문만 지키면 땡?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의무경찰 자리에 퇴직 경찰이 ‘방호관’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부족한 경찰 인력을 대신해 경찰서 내 민원 업무를 담당하지만, 기본근로 규칙조차 없이 힘들게 업무를 하는 실정이다. 

경찰청 무기 계약근로자 및 기간제근로자 운영규칙 제10조(채용 절차)에는 ‘기간제근로자 계약기간 만료 후 재계약해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공모 절차를 생략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경찰청 단체협약서 제5조(균등처우)에는 ‘경찰청은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명시해 놨다.

경비 공백

경찰서는 의무경찰(의경)이 사라진 자리를 메꾸기 위해 기간제 방호관을 뽑았다. 의경은 문재인정부가 2017년 ‘의경 단계적 감축과 경찰 인력 증원’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매년 의경 선발 인력을 줄였고, 2021년 6월 입대한 1142기를 마지막으로 의경 신규 모집을 종료했다.

이때 가장 큰 공백이 생긴 자리가 경찰서 방호 업무다. 이 때문에 경찰은 2021년 5월부터 청사방호공무직 기간제 근로자를 선발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을 ‘방호관’으로 부른다.

이들의 응시 자격요건은 ‘방호·경비 및 보안 등 관련 분야 근무경력이 1년 이상인 자’ ‘경비업법, 청원경찰법 등에 따른 방호·경비 및 보안 관련 업무와 경찰공무원·경호공무원·직업군인(부사관 이상)·교정직 공무원 경력’이다. 업무는 의경을 대신해 경찰서 입구를 지키는 것으로, 은퇴한 경찰이 경찰서 업무와 환경이 익숙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의경이 떠난 자리를 퇴직 경찰이 채운 셈이다. 퇴직 경찰들의 일자리도 해결되니, 일석이조의 결과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환경은 상식적이지 않다.

청사 내 일부 공무원과 민원인이 방호관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거나, ‘경비○○’라고 비하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민원인이 청사에 들어가려고 할 때 출입증을 검사하려고 하면 멱살이 잡히기도 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면서 업무 스트레스가 심한 방호관들의 이탈도 늘어났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직원도 있고, 민원인이 아닌 상사의 폭언과 비인격적 대우를 견디다 못해 근무지를 이탈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방호관도 있다.

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
기본근로 규칙 없이 근무

다행히 극단적 선택을 한 방호관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그동안 감사했다”고 문자메시지를 남겨, 이를 이상하게 여겨 동료 직원에게 연락해 방호관을 발견했다.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일은 마무리됐지만, 이후 해당 방호관은 병가를 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게 방호관들의 하소연이다.

또 현재의 방호관 업무는 과거에 의경이 조를 짜 교대근무로 수행하던 업무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 명이 근무하면서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라 근로조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보통 한 경찰서의 민원실에는 2명(현관에 1명, 민원실에 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근무 시간 내내 움직일 수가 없다.

이경민 경찰청공무직노동조합 위원장은 “방호관은 경찰서에 방문하는 민원인을 상대로 검문·안내하는 업무를 맡기 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업무 대행자가 없어 화장실에 갈 여유도 없이 깡통을 가져다 놔야 하는 형편이라는 하소연이 방호관들 사이서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호관 업무가 기간제법상 한시적 업무가 아닌데 방호관이 1년 미만 계약을 맺는 점 ▲재채용이 돼도 퇴직금을 일괄정산해 퇴직금 및 연차일수, 직무급에 따른 직무 승급 배제 등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점 ▲각종 민원인 상대로 검문을 하는 등 위험에 노출돼있음에도 위험수당이 없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반면, 방호관과 업무 형태가 비슷한 보안 업무를 하는 직종은 대부분 위험수당을 받지만, 방호관은 경찰청 단체보험에도 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퇴직 경찰관이 방호관을 하는 경우가 많아 방호관의 평균연령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경찰청 단체보험은 60세를 기준으로 가입이 불가해 근무하다가 다치더라도 본인이 돈을 내고 병원에 가야 한다.

1142기 의경이 마지막
건물 지키는 퇴직 경찰

이런 상황이다 보니 1년을 채우지 않고 퇴직하는 경우가 많으며,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는 방호관도 적지 않다.

방호관 A씨는 지난해 12월 말 방호관직을 그만뒀다. 그는 “계약기간에 맞춰서 퇴사했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퇴직금을 받을 수 없도록 설정돼있어서 받지 못한다”며 “주위 방호관이 1년 계약 이후 재계약을 하더라도 연차수당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상여금을 받는 것도 사람마다 다 달랐다. 규칙이 전혀 없다. 어떤 사람은 받고 어떤 사람은 못 받는다. 그에 따른 이유를 말해 주지도 않는다. 보통 입사 날짜를 기준으로 상여금을 지급하는데, 해당되는 사람도 상여금을 못 받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월급이 일부 미지급된 경우도 있었다. 민원을 제기해 미지급된 월급을 받기는 했지만, 이 일에 대해 민원을 넣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아예 한 달치 월급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었고, 말도 없이 이틀 정도의 월급과 식대가 나오지 않기도 했다.

실제로 2019년 경찰청은 무기계약직 직원에게 2만~3만원가량 월급을 적게 줬다. 경찰청에 일하는 무기계약직 직원이 1600명 정도니, 적게 잡더라도 미지급 금액만 3000만원을 상회한다. 방호관도 이에 해당돼 월급이 적게 나온 것이다.

노동절 등 유급휴일에 근무할 경우 통상임금에 1.5배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받기 위해서도 근무했다는 증거를 남겨서 제시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차별적 처우

방호관들은 “방호관은 수위 경비라고 생각하는 민원인들이 많다” “방호관은 인격이 없다. 경비복을 입혀 놓고 경비보다 못한 처우를 받는다. 아무리 건의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 방호관은 24시간 교대근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소한 3명은 필요하다. 이 밖의 채용 문제가 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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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