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소비 행태도 예외일 수가 없다. 대면 거래보다 비대면거래가 상거래의 중심이 됐고, 결과적으로 백화점에는 명품 브랜드만 남을 것이라는 과장 아닌 과장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각종 무인점포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추세다. 상점주에게는 인건비 절감은 물론이고 24시간 영업이라는 달콤함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무인(無人)’이라는 특징이 누군가에게는 무주공산, 그야말로 주인이 없는 공공의 자산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바로 무인점포 절도 이야기다.
무인점포서 절도를 벌이는 이들에게 무인점포는 마치 달콤한 꿀이 가득한 꿀통처럼 갖고 싶고 싶은 게 가득한데도 아무도 없는 그야말로 무법지대가 된다. 한때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양심 냉장고’라는 프로그램이 일종의 양심 시험장이 됐듯이, 요즘 무인점포는 새로운 양심의 시험장이 된 것 같다.
양심 냉장고처럼 이곳도 양심에 따라 물건을 고르고 값을 치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양심 시험장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또 있다. 무인점포는 신뢰를 기반으로 가능한 상행위다. 무인점포 절도가 성행하는 건 신뢰가 무너졌음을 뜻한다.
실제로 ‘Legatum’이라는 영국의 Think Tank서 발표한 ‘2023 번영 지수’를 보면 한국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지수는 조사 대상 167개국 중 107위로 매우 낮았다. 10년 전보다도 12단계 하락한 순위다.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은 구성원 간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규범·신뢰 등을 포괄한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무인점포 털이라는 범법을 저지르는 대다수가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무인점포 절도가 ‘소년 범죄’의 입문이 되고, 더 나아가 성인 범죄자로의 궤적을 만드는 것일 수 있다.
대부분 재산범죄서 범죄자는 특히 더 생각할 줄 아는 존재로 여겨진다. 범행을 할 것인지, 어떤 범행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지, 범행의 이득이 범행의 비용보다 더 클지 작을지를 합리적으로 계산해 범행 여부를 먼저 결정하고, 범행 대상이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혹시 청소년이라고 보호에만 매몰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오히려 화를 더 키워서 바늘도둑을 소도둑으로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무인점포의 특성상 방범과 범인 검거에 취약하기 일쑤고, 청소년이란 이유가 추가돼 무인점포가 매력적인 범죄의 표적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것이다.
범죄가 실제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범행 동기를 가진 잠재적 범죄자, 매력적인 범행의 표적, 그리고 범행의 기회라고 하는 소위 범행의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무인점포는 일부 청소년들에게 놀이터인양 인식돼 범행 동기를 가진 잠재적 범죄자가 쉽게 충족되고, 물건은 쌓였는데 무인이라서 범행의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고, 물건은 많은데 사람이 없어서 잡힐 우려도 아주 낮아 매력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
이런 필요충분조건의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범행은 일어날 수 없기에 무인점포 절도 대책에도 이런 점들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 가장 합리적인 대책은 기회를 차단하는 의미서 무인점포의 출입을 통제(access control)를 것이다.
그럼에도 발생하는 절도에 대해서는 범행의 비용, 즉 확실하고 엄중한 책임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동기는 억제되고 기회는 차단돼 매력적인 표적이 되지도 못하고 결국은 범죄가 억제, 예방될 수 있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