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결국은 지분 경쟁이 문제였다. 불과 합당 선언 11일 만에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결별의 길을 택했다.
지난 19일, 통합 전당대회를 앞둔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서 이준석 공동대표가 전권 위임 의결을 강행하자 이낙연 공동대표가 반발하며 회의장을 이탈했다.
당시 이낙연 측은 “(최고위 전권 위임 의결은)이준석의 사당화”라고 비판했고, 이준석 측은 “(이낙연 공동대표의)격한 모습은 통합과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이낙연 측에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데려오기 위해 이낙연 공동대표 및 김종민 최고위원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는 입장이 강한 만큼 두 공동대표 사이의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개혁신당은 최고위원회의서 의결된 4가지 주요 안건은 ▲이준석 공동대표 ‘선거 캠페인 및 정책결정 위임’ ▲당원자격 심사위원회 설치 ▲중앙당 산하 4대 위기 전략센터 신설 ▲정무직 담명자 임명이었다.
해당 안건들 중에서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준석 공동대표의 ‘선거 캠페인 및 정책결정 위임’건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퇴장해 취재진에게 “오늘 안건을 계속 일방적으로 처리하자고 했고, 마지막 안건이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권이었다”며 “제가 했던 쟁점은 간단하다. 선거운동 전체를 다 이준석 개인에게 맡기는 게 민주정당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어떤 업무를 맡긴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 명시가 없는데, 이는 다 맡겨달란 것”이라며 “또 정책 결정권도 위임해달라는 것인데 어떤 민주 정당서 최고위서 정책 검토도 안 해보고 개인에게 다 위임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두환이 ‘나라가 어수선하니 국보위 만들어 여기에 다 위임해달라’며 국회를 해산한 것과 뭐가 다르냐”며 “우리가 그런 비 민주적인 반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어떻게 같이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당 출범 후 일주일 정도 운영하면서 있었던 운영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서 최고위 권한의 일부를 저에게 위임 전결하는 것을 의결했다”고 반박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권한 일부 위임 전결에 대해)일주일가량 물밑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으며, 이날 최고위 회의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표결에 들어갔다.
그는 “표결 자체에 대해 이의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격한 모습을 보이는 건 통합의 정신에 맞지 않다”고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 최고위원에 대한 쓴소리도 내놨다.
또 “제가 권한을 전결 위임 받았다고 해서 이낙연 공동대표를 무시하고 전격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밝힌다”면서도 “개혁신당은 5개의 세력이 모여서 활동하고 있는 연합정당이고 5개 정파 중 4개 정파가 동의했다는 것이 거꾸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아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결국은 양측 모두 정치적 지분을 두고 감정싸움으로 번진 만큼 되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리적 결합에는 성공한 듯 보였지만 결국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앞서 두 인사의 정치적 지향점과 태생적인 한계 등을 이유로 화학적 결합은 물론, 물리적 결합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애초부터 이준석 공동대표와 이낙연 공동대표가 한 배를 탄 것 자체는 국내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박수쳐줄만한 일이지만, 특별한 구심점이 존재하진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태생적으로 밟아온 길이 완전히 다른 만큼 총선을 완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총선을 한 달 남짓 남긴 상황서 이낙연, 이준석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어떻게 수습하는지의 과정도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면서도 “감정싸움으로 이미 다리를 건넜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다시 손을 잡게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예상했다.
<par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