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삼킨 유진그룹의 민낯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22 11:00:00
  • 호수 1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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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 팔아 방송사 먹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유진그룹 계열사 유진이엔티가 YTN 주식 1300만주를 취득하면서 지분율 30.95%를 확보했다. 1960년대 건빵 군납으로 출발한 회사가 국내 최초의 24시간 보도전문채널을 인수한 것이다. 돌이켜볼 때, YTN을 계열사로 거느리게 된 유진그룹의 성장 과정에는 빛과 어둠이 뚜렷하게 공존했다. 

YTN을 인수한 유진그룹은 건설자재부터 금융권을 아울러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70위권 기업이다. 건설 현장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양 레미콘부터 중견 증권사인 유진투자증권까지 소유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1954년 유재필 창업주가 세운 대흥제과를 모태로 한다. 대흥제과는 영양제과로 이름을 바꾼 뒤 군대에 건빵을 납품하면서 사세 확장의 기반을 다졌다. 유 창업주는 이를 기반으로 1979년 유진종합개발을 세우고 레미콘 사업에 진출했다.

문어발 M&A
영역 다각화

특히, 수도권에 밀집시킨 사업장을 통해 건설 현장 공급의 어려움을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영업 우위를 점하면서 레미콘 업계 최상위 포지션을 유지하게 했다.

창업주의 장남인 유경선 회장이 1985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회사는 사세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레미콘 외 건자재 유통과 건설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시도했다. 

지난 2004년에는 외국 업체와 경쟁 끝에 고려시멘트를 인수했다. 2007년에는 로젠택배, 하이마트를 잇달아 인수하며 물류와 유통으로 확장했다. 같은 해 서울증권 및 자회사를 인수해 금융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2007년에는 재계 3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불황으로 이어지면서 유진그룹은 로젠택배와 하이마트를 매각했다. 이후 2016년 레미콘 회사인 동양과 2017년 현대저축은행(현 유진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수익구조 안정화에 성공한 유진그룹은 현재 재계 순위 78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업다각화에 열을 올리던 유진그룹이 YTN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과거 방송 관련 사업서 고배를 마신 탓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유진그룹은 1997년 부천지역 종합유선방송사인 드림씨티방송에 출자한 것을 시작으로, 은평방송을 인수했다. 

이어 부천, 김포, 은평지역에서 40만명의 사업자를 거느린 케이블TV 사업자로 승승장구했다. 당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서는 처음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는가 하면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3000만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당시 미디어 사업을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안을 펼쳤다. 2006년엔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드림씨티방송 지분을 CJ홈쇼핑에 매각했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실패했지만,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미디어 사업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유진그룹은 지난해 10월23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YTN 보유지분 30.95%를 인수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에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다음 날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신청 하루 만에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50년대 군용 제과 납품해 동양 레미콘 인수
로젠택배·하이마트 인수···재계 30위권 진입

과거 타 방송사들이 승인 신청 접수 후 기본계획 의결까지 길게는 석 달이 걸렸던 것에 비해 방통위가 ‘졸속 심사’를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일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YTN 지부는 크게 반발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말, 언론노조 회의실서 기자회견을 통해 유진그룹이 YTN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유로는 ▲유진그룹 노조 탄압 ▲유진그룹 오너 검사 뇌물 증여 사건  ▲계열사를 통한 부당 지원 ▲ESG 경영평가 최하위로 총 4가지 항목을 들었다.

위 4가지 항목은 방송법 제15조의2 제2항에 규정된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심사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유진그룹이 YTN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유 회장의 도덕성 논란이 재조명됐다. 유 회장은 지난 2008년 유진그룹 내사 무마 대가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김광준 검사에게 5억4000만원을 빌려주는 등 뇌물죄로 기소됐다. 결국 2014년 대법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유 회장은 범행 과정서 대기업 대표 지위를 이용해 관련 임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해 사실을 은폐하려고도 했다. 또 김 전 부장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유 회장의 동생 유순태 전 EM미디어 대표도 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08년 김 전 부장검사는 특수3부가 내사 중이던 유진그룹의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유진그룹 계열사에 주식투자를 했다. 김 검사는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으로부터 9억7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그 중 일부를 유진그룹 계열사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혜성처럼 
나타났다

김 검사를 비롯해 특수3부 검사 3명이 유진그룹 계열사 주식에 투자했다.

검사 뇌물 사건은 경찰이 먼저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하면서 경찰 압수수색 영장 기각 등 검·경 충돌로까지 번졌다. 당시 <법률신문>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2년 11월1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윤석열 부장검사)는 김 검사의 본인 실명계좌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경찰이 신청한 계좌추적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에 김 검사의 계좌 추적을 위한 구체적 비리 내용이나 차명계좌에 입금한 사람들과 관련한 수사기록 등 관계 서류가 제대로 첨부돼있지 않다”며 “만약 경찰이 차명계좌에 입금한 사람을 조사하고도 기록 편철조차 하지 않은 채 영장 신청을 했다면 이는 검사의 수사지휘를 잠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영장에 충분한 자료를 첨부했음에도 검찰이 이를 기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대기업 회장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망각했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유씨 일가뿐만이 아니다. 유진그룹 홍보팀은 2022년 9월 사내에 노조가 설립되자 노조위원장에게 언론 접촉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실무자들도 부정부패의 면모를 드러냈다. 기자들에게는 자사 노조 기사를 쓰지 말라거나 쓴 기사도 삭제해 달라고 한 달 동안 요청했다. 

이를 두고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노조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며 “노조 관련 기사 삭제 요청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유진그룹은 노사협의회 설치 방해, 직원 수당 미지급 등으로 노동청의 행정지시를 받았다. 이에 YTN 노조는 유진그룹의 언론관이 왜곡됐다며 인수를 반대했다.

유진그룹 계열사 유진투자증권도 주가조작, 불법 리딩방 운영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해 5월, 경찰은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A 임원이 주가조작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경찰은 지난 2018년 모 에너지 관련 업체의 주가가 급등할 당시 A 임원이 작전 세력과 함께 출처가 불문명한 호재를 퍼뜨리는 등 주가조작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유령회사 동원
몸집 키우기

또 지난해 6월 유진투자증권 B 이사는 불법 리딩방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B 이사는 2022년 미국 증시가 크게 떨어질 것을 예측해 주목받은 투자 전문가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인기를 끌었다. B 이사는 그해 7월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오너 리스크로 얼룩진 유진그룹은 2017년 10년간 운영하던 ‘나눔 로또’ 사업 계약서 ‘도덕성 점수’ 미달 등으로 탈락했다. 당시 경쟁업체들은 유진그룹에 대해 ‘수억원대 뇌물 공여자가 이 같은 정부 수탁사업을 맡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흑역사가 짙은 유진그룹은 지난해 ESG 경영평가서 최하위인 D등급을 받았다.

YTN 노조는 유진그룹의 ‘회장님 회사 80억 부당 지원’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 문서를 공개했다. 자료에는 유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소유한 이른바 ‘회장님 회사’인 천안기업이 지난 2015년 여의도 신사옥을 매입하는 과정서 유진그룹으로부터 80억원을 부당 지원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한석 YTN 지부장은 “천안기업은 여의도 사옥 입주 계열사들을 상대로 임대사업을 하며 안정적인 부동산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혐의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통위 심사 항목 1항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씨 일가는 천안기업을 통해 주머니를 채웠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매출이 부진했던 천안기업이 주력 계열사들로부터 임대료를 챙겨 알짜 회사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 회장은 2018년 5월15일 천안기업 우선주 지분 23.3%를 인수했다. 매입금액은 주당 9704원(액면가 5000원)인 19억원이었다. 셋째 동생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도 13억원가량에 15.5%를 매입했다.

천안기업 우선주는 2015년 5월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 84만2104주로 당시 발행금액은 80억원(주당 9500원·액면가 5000원)이었다. 이 가운데 38.8%를 유씨 형제가 사들였다. 당시 천안기업은 자본금 2억원, 자산은 14억원 수준의 작은 회사였다.

‘스폰서 검사’ 스캔들
오너가 리스크 재조명

천안기업의 회사 성격과 사업 내용은 오너 일가의 지분인수가 목적이라는 의혹을 키웠다. 천안기업은 1996년 4월 설립된 부동산 임대 업체다. 본사는 충남 천안에 있고, 서울 여의도 유진그룹빌딩의 임대사업을 영위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이 빌딩은 1981년 건축돼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여의도 사옥으로 썼던 건물면적 1만6523㎡, 지상 15층·지하 3층짜리 건물이다. 천안기업은 해당 빌딩을 2015년 5월 중진공으로부터 645억원에 인수했다. 

자금 여력이 없던 회사가 중진공 건물을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NH농협은행 외 2개 금융기관 차입금 600억원과 이에 대한 760억원의 유진그룹 채무보증이 뒷받침됐다. 몸집보다 300배 이상의 자금을 총수익스와프 즉, ‘TRS’ 계약을 맺어 확보한 것이다.

자금력이 있는 유진그룹이 보증을 서고, 천안기업이 다른 투자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유진그룹 덕을 본 천안기업은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이후 증자까지 나서며 700억대 거액을 마련한 것이다.

천안기업은 이를 계기로 급성장했다. 2016~2017년 재무실적을 보면 매출은 각각 매출 61억원, 64억원에 영업이익이 35억원, 3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60% 안팎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아 순이익 또한 각각 10억원, 14억원에 이른다.

수입은 관계사로부터 챙기는 임대료가 전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건물에는 유진그룹과 유진투자증권이 입주해 있다. 2017년만 해도 유진그룹 15억원, 유진투자증권 48억원 등 사실상 이 두 관계사로부터 받는 임대수익이 천안기업의 전체 매출로 나타났다.

유진그룹 사옥의 수십억원 임대료는, 천안기업의 최대주주였던 유 회장 일가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당시 금감원 자료를 넘겨받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익편취’ 혐의로 천안기업을 조사 대상으로 봤다. 하지만 당시 정식 신고가 없어 본격 조사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대기업에 처음 이름을 올린 유씨 일가는 천안기업 지분을 20% 이하로 낮추는 방법으로 규제를 회피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익편취 감시망이 강화되면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총수 일가에 수익을 몰아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툭하면 
구설수

현재 천안기업 대표는 유 회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진구 유진그룹 혁신기획실장이 맡고 있다. 김 실장은 유진그룹이 YTN 인수를 위해 자본금 약 1000만원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유진이엔티 대표도 겸하고 있다. 자금능력이 없는 사실상 유령 계열사를 통해 막대한 임대수익을 올리면서도 유진그룹 측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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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