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삼킨 유진그룹의 민낯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22 11:00:00
  • 호수 1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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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 팔아 방송사 먹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유진그룹 계열사 유진이엔티가 YTN 주식 1300만주를 취득하면서 지분율 30.95%를 확보했다. 1960년대 건빵 군납으로 출발한 회사가 국내 최초의 24시간 보도전문채널을 인수한 것이다. 돌이켜볼 때, YTN을 계열사로 거느리게 된 유진그룹의 성장 과정에는 빛과 어둠이 뚜렷하게 공존했다. 

YTN을 인수한 유진그룹은 건설자재부터 금융권을 아울러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70위권 기업이다. 건설 현장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양 레미콘부터 중견 증권사인 유진투자증권까지 소유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1954년 유재필 창업주가 세운 대흥제과를 모태로 한다. 대흥제과는 영양제과로 이름을 바꾼 뒤 군대에 건빵을 납품하면서 사세 확장의 기반을 다졌다. 유 창업주는 이를 기반으로 1979년 유진종합개발을 세우고 레미콘 사업에 진출했다.

문어발 M&A
영역 다각화

특히, 수도권에 밀집시킨 사업장을 통해 건설 현장 공급의 어려움을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영업 우위를 점하면서 레미콘 업계 최상위 포지션을 유지하게 했다.

창업주의 장남인 유경선 회장이 1985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회사는 사세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레미콘 외 건자재 유통과 건설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시도했다. 


지난 2004년에는 외국 업체와 경쟁 끝에 고려시멘트를 인수했다. 2007년에는 로젠택배, 하이마트를 잇달아 인수하며 물류와 유통으로 확장했다. 같은 해 서울증권 및 자회사를 인수해 금융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2007년에는 재계 3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불황으로 이어지면서 유진그룹은 로젠택배와 하이마트를 매각했다. 이후 2016년 레미콘 회사인 동양과 2017년 현대저축은행(현 유진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수익구조 안정화에 성공한 유진그룹은 현재 재계 순위 78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업다각화에 열을 올리던 유진그룹이 YTN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과거 방송 관련 사업서 고배를 마신 탓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유진그룹은 1997년 부천지역 종합유선방송사인 드림씨티방송에 출자한 것을 시작으로, 은평방송을 인수했다. 

이어 부천, 김포, 은평지역에서 40만명의 사업자를 거느린 케이블TV 사업자로 승승장구했다. 당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서는 처음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는가 하면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3000만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당시 미디어 사업을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안을 펼쳤다. 2006년엔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드림씨티방송 지분을 CJ홈쇼핑에 매각했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실패했지만,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미디어 사업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유진그룹은 지난해 10월23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YTN 보유지분 30.95%를 인수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에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다음 날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신청 하루 만에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50년대 군용 제과 납품해 동양 레미콘 인수
로젠택배·하이마트 인수···재계 30위권 진입


과거 타 방송사들이 승인 신청 접수 후 기본계획 의결까지 길게는 석 달이 걸렸던 것에 비해 방통위가 ‘졸속 심사’를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일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YTN 지부는 크게 반발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말, 언론노조 회의실서 기자회견을 통해 유진그룹이 YTN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유로는 ▲유진그룹 노조 탄압 ▲유진그룹 오너 검사 뇌물 증여 사건  ▲계열사를 통한 부당 지원 ▲ESG 경영평가 최하위로 총 4가지 항목을 들었다.

위 4가지 항목은 방송법 제15조의2 제2항에 규정된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심사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유진그룹이 YTN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유 회장의 도덕성 논란이 재조명됐다. 유 회장은 지난 2008년 유진그룹 내사 무마 대가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김광준 검사에게 5억4000만원을 빌려주는 등 뇌물죄로 기소됐다. 결국 2014년 대법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유 회장은 범행 과정서 대기업 대표 지위를 이용해 관련 임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해 사실을 은폐하려고도 했다. 또 김 전 부장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유 회장의 동생 유순태 전 EM미디어 대표도 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08년 김 전 부장검사는 특수3부가 내사 중이던 유진그룹의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유진그룹 계열사에 주식투자를 했다. 김 검사는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으로부터 9억7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그 중 일부를 유진그룹 계열사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혜성처럼 
나타났다

김 검사를 비롯해 특수3부 검사 3명이 유진그룹 계열사 주식에 투자했다.

검사 뇌물 사건은 경찰이 먼저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하면서 경찰 압수수색 영장 기각 등 검·경 충돌로까지 번졌다. 당시 <법률신문>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2년 11월1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윤석열 부장검사)는 김 검사의 본인 실명계좌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경찰이 신청한 계좌추적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에 김 검사의 계좌 추적을 위한 구체적 비리 내용이나 차명계좌에 입금한 사람들과 관련한 수사기록 등 관계 서류가 제대로 첨부돼있지 않다”며 “만약 경찰이 차명계좌에 입금한 사람을 조사하고도 기록 편철조차 하지 않은 채 영장 신청을 했다면 이는 검사의 수사지휘를 잠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영장에 충분한 자료를 첨부했음에도 검찰이 이를 기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대기업 회장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망각했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유씨 일가뿐만이 아니다. 유진그룹 홍보팀은 2022년 9월 사내에 노조가 설립되자 노조위원장에게 언론 접촉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실무자들도 부정부패의 면모를 드러냈다. 기자들에게는 자사 노조 기사를 쓰지 말라거나 쓴 기사도 삭제해 달라고 한 달 동안 요청했다. 


이를 두고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노조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며 “노조 관련 기사 삭제 요청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유진그룹은 노사협의회 설치 방해, 직원 수당 미지급 등으로 노동청의 행정지시를 받았다. 이에 YTN 노조는 유진그룹의 언론관이 왜곡됐다며 인수를 반대했다.

유진그룹 계열사 유진투자증권도 주가조작, 불법 리딩방 운영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해 5월, 경찰은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A 임원이 주가조작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경찰은 지난 2018년 모 에너지 관련 업체의 주가가 급등할 당시 A 임원이 작전 세력과 함께 출처가 불문명한 호재를 퍼뜨리는 등 주가조작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유령회사 동원
몸집 키우기

또 지난해 6월 유진투자증권 B 이사는 불법 리딩방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B 이사는 2022년 미국 증시가 크게 떨어질 것을 예측해 주목받은 투자 전문가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인기를 끌었다. B 이사는 그해 7월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오너 리스크로 얼룩진 유진그룹은 2017년 10년간 운영하던 ‘나눔 로또’ 사업 계약서 ‘도덕성 점수’ 미달 등으로 탈락했다. 당시 경쟁업체들은 유진그룹에 대해 ‘수억원대 뇌물 공여자가 이 같은 정부 수탁사업을 맡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흑역사가 짙은 유진그룹은 지난해 ESG 경영평가서 최하위인 D등급을 받았다.

YTN 노조는 유진그룹의 ‘회장님 회사 80억 부당 지원’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 문서를 공개했다. 자료에는 유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소유한 이른바 ‘회장님 회사’인 천안기업이 지난 2015년 여의도 신사옥을 매입하는 과정서 유진그룹으로부터 80억원을 부당 지원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한석 YTN 지부장은 “천안기업은 여의도 사옥 입주 계열사들을 상대로 임대사업을 하며 안정적인 부동산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혐의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통위 심사 항목 1항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씨 일가는 천안기업을 통해 주머니를 채웠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매출이 부진했던 천안기업이 주력 계열사들로부터 임대료를 챙겨 알짜 회사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 회장은 2018년 5월15일 천안기업 우선주 지분 23.3%를 인수했다. 매입금액은 주당 9704원(액면가 5000원)인 19억원이었다. 셋째 동생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도 13억원가량에 15.5%를 매입했다.

천안기업 우선주는 2015년 5월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 84만2104주로 당시 발행금액은 80억원(주당 9500원·액면가 5000원)이었다. 이 가운데 38.8%를 유씨 형제가 사들였다. 당시 천안기업은 자본금 2억원, 자산은 14억원 수준의 작은 회사였다.

‘스폰서 검사’ 스캔들
오너가 리스크 재조명

천안기업의 회사 성격과 사업 내용은 오너 일가의 지분인수가 목적이라는 의혹을 키웠다. 천안기업은 1996년 4월 설립된 부동산 임대 업체다. 본사는 충남 천안에 있고, 서울 여의도 유진그룹빌딩의 임대사업을 영위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이 빌딩은 1981년 건축돼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여의도 사옥으로 썼던 건물면적 1만6523㎡, 지상 15층·지하 3층짜리 건물이다. 천안기업은 해당 빌딩을 2015년 5월 중진공으로부터 645억원에 인수했다. 

자금 여력이 없던 회사가 중진공 건물을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NH농협은행 외 2개 금융기관 차입금 600억원과 이에 대한 760억원의 유진그룹 채무보증이 뒷받침됐다. 몸집보다 300배 이상의 자금을 총수익스와프 즉, ‘TRS’ 계약을 맺어 확보한 것이다.

자금력이 있는 유진그룹이 보증을 서고, 천안기업이 다른 투자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유진그룹 덕을 본 천안기업은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이후 증자까지 나서며 700억대 거액을 마련한 것이다.

천안기업은 이를 계기로 급성장했다. 2016~2017년 재무실적을 보면 매출은 각각 매출 61억원, 64억원에 영업이익이 35억원, 3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60% 안팎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아 순이익 또한 각각 10억원, 14억원에 이른다.

수입은 관계사로부터 챙기는 임대료가 전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건물에는 유진그룹과 유진투자증권이 입주해 있다. 2017년만 해도 유진그룹 15억원, 유진투자증권 48억원 등 사실상 이 두 관계사로부터 받는 임대수익이 천안기업의 전체 매출로 나타났다.

유진그룹 사옥의 수십억원 임대료는, 천안기업의 최대주주였던 유 회장 일가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당시 금감원 자료를 넘겨받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익편취’ 혐의로 천안기업을 조사 대상으로 봤다. 하지만 당시 정식 신고가 없어 본격 조사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대기업에 처음 이름을 올린 유씨 일가는 천안기업 지분을 20% 이하로 낮추는 방법으로 규제를 회피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익편취 감시망이 강화되면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총수 일가에 수익을 몰아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툭하면 
구설수

현재 천안기업 대표는 유 회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진구 유진그룹 혁신기획실장이 맡고 있다. 김 실장은 유진그룹이 YTN 인수를 위해 자본금 약 1000만원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유진이엔티 대표도 겸하고 있다. 자금능력이 없는 사실상 유령 계열사를 통해 막대한 임대수익을 올리면서도 유진그룹 측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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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