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70)핵무기로 실현 불가능한 꿈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2.19 00:00:00
  • 호수 1667호
  • 댓글 0개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흠, 그럼 다음날 더 강력한 제2탄 드라마가 펼쳐진다구. 미국과 러시아에서 동시에! 건국 당시의 초심을 잃어버린 국회의사당에 이어 모든 핵무기와 군사 기지를 차례로 자연화시켜 버려. 마피아 소굴과 같은 정부 안팎의 모든 이권 단체와 범죄 집단을 흙 속으로 돌려줘. 미국은 특별히 다이어트 선물로 온갖 식용 사육 동물들을 대자연 풀밭으로 방면시켜 주고, 도살 가공 시설들은 공원으로 만들어 위령비를 세운다. 러시아의 경우엔 사이비 종교의 유물 같은 붉은 광장을 아름다운 야생화 동산으로 만들고, 시베리아는 우주 대자연의 비원으로 조성해 영원히 인간의 출입을 금한다.”

“실현 불가능한 꿈이군. 이제 그만하고 술이나 마셔.”

“음, 한 잔 하고 피날레를 장식해야지.”

“또 있어?”

침범 야욕


“일본이 좀 위험 분자일 것 같아. 가장 먼저 평화를 무시하고 침범 야욕을 드러낼 듯싶어. 일본에도 선량하고 진실한 사람들이 많지만, 오래 묵은 능구렁이 같은 정부가 그들을 조종하고 있기 때문에 요주의 국가야.”

“그래서 어쩌려고?”

“흉물 정치꾼들이 회합하는 장소를 제때 골라 깊디 깊은 아수라 지옥 속으로 밀어 버려야겠지. 그 대신 일본의 화산과 지진은 순화시켜 착한 사람들이 볼안 없이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고 싶어.” 

“아따 참, 백일몽도 좋네! 좀더 처단해야 할 게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두고 보는 거지. 마치 휴화산처럼 끝나지 않아. 뉘우쳐 회개하지 않는다면 일본 열도 전체를 활화산과 지진의 전시장으로 만들어 전세계 지구인들의 거울이 되게끔 하고파.” 

“후후, 인도는 어때? 그곳도 인구가 너무 많아 골칫거린데….”

“글쎄, 어쩌면 좋을까? 꽤 고민되는군.”


“인도 역시 예전 같지 않게 마구 성장 발전해 지배적 대국이 되길 꿈꾸는 성싶던걸.” 

“미래의 악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일단 예보는 해야겠지. 기존 강대국의 사례를 보고도 노선을 바르게 변경하지 않는다면 신으로서의 뜻을 펼치겠어. 핵무기를 야구공만큼 자그마하게 만들어 카스트 제도의 윗대가리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 던져서 인과응보를 깨닫게 했으면 어떨까 싶군. 빈민들이 거주하는 쓰레기 땅은 옥토로 바꾸어 농사를 지으며 오순도순 살게 하고….” 

“하하, 그럼 이 말썽 많은 한반도는 대체 어이하시렵니까?”

“흠, 너무 괘념치 말게. 과인이 초록빛 보석 같은 지구가 염려되어 잠시 인간의 입을 빌려 망상해 본 것뿐이니…. 한반도는 비록 작으나 지구의 배꼽 같은 곳이라. 한때 소인배들의 무시를 받으며 손톱으로 파헤쳐지는 등등 고난을 당하겠으나, 태양신경총이 모여 있는 인체의 중심 요체이니… 정기가 단전에 통일되고 일심 화합한다면 세계 평화의 메카로 떠오르리라.” 

“흥, 주관적인 자기애 같은걸.” 

“꼭 그렇지만은 않아. 지리적 환경이든 정치적 상황이든 세계의 여러 학자와 전문가들이 언급하고 있으니까. 이를테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란 얘기겠지. 문제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야. 이런 곳일수록 사이비 정치와 종교가 판을 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으니 말야. 얼마나 많은 사이비들이 각계 각층에서 명멸했는지 깜짝 놀랄 지경이잖아? 중요한 지점이라고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 까딱하면 미치광이도 돌변시켜 버리는 요소도 있거든. 소용돌이 속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듯 말야. 기가 센 땅이기 때문에 항상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휩쓸려서 나쁜 구렁텅이로 빠져 버린다는 거야.”

“그래서 어쩌자구? 우리나라이니 좀 봐주자는 얘기?”

인간 말종으로 전락한 정치꾼
혼란 속 회오리 된 국내 정세

“아니지. 며칠 하는 짓거리를 보다가 싹수가 노랗다 싶으면 맛을 보여야지. 우선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주목해야겠어. 한국은 모든 분야 중 정치꾼들이 가장 추악하고 인간 말종이라잖아. 자기네 본업인 정치보다는 도둑질하는 데 혈안이 돼 설치니 그럴 수밖에! 앞장서 나가야 할 본업은 꼴찌고, 사리사욕 챙기는 데는 본직이 도둑인 자들보다 더 뛰어나니까 말야.”

“국회 회기 중에 민생은 챙기지 않고 또 개싸움을 벌인다면, 민심의 에너지를 쏘아 싹 푸른 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지. 새로운 의사당을 뚝딱 지어 올리고 보궐 선거로 새 의원을 뽑더라도 본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한 반복되는 거야. 말썽 많은 소굴인 청와대도 마찬가지.”

“진정한 인물이 나와 국민을 존중할 때까지…. 그 다음엔 언론사, 교육계, 재벌기업, 식품업체, 병원과 의료업계, 방산 군수업체, 종교단체, 문화 예술업계, 법조계, 유흥업계 등등 각 분야의 흑막 뒤를 살펴보다가 최악랄 존재를 하나씩 자연 속으로 보내 주는 거야. 참다운 삶이 무엇인지 깨달을 때까지…. 아니, 이 땅이 세계 평화의 중심 광장이 될 만할 순간까지 계속….”

“참, 훌륭한 몽상이군. 그럼 북한은?”


“물론 진실하지 않은 자는 그냥 놔둘 수 없지. 먼저 백두산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 김일성 일족 우상화를 위해 훼손한 자연을 복원시키고 모든 인공물은 철거해 버려야 해. 김 삼부자 동상과 벽화와 인민들의 가슴에 달린 세뇌 배지마저 완전히! ”

“과연 어찌 될지 한번 상상해 보는 것도 일막의 희비극 구경은 되겠지. 막간에 잠깐 틈을 내어 삼팔선 주위의 철조망과 지뢰와 탱크 부대를 싸그리 없앤다 그 전에 우선 핵무기와 전쟁 비기들이 은닉된 복마전부터 물론 아름답게 자연화해 금수강산의 일부로 돌려놓아야겠지. 평양 전체를 아예 자연으로 돌려주고 싶기도 하지만, 언젠가 통일 후에 남북한 사람들과 온 세계인의 거울로 삼을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것도 좋을 듯싶어.”

“아, 통일이란 무엇이며 대체 언제 올거나! 통일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전망조차 싶잖은 오리무중이야.” 

“세상만사 결과가 중요하다지만 과정이 더 중요할 경우도 많잖아? 이런 상황에선 경과에 집착해 학수고대하기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과정의 미학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훨씬 유리할 것 같아. 좋은 과정들이 모이다 보면 결과는 저절로 열릴 테지 뭐.”

“비유하자면, 낯선 청춘 남녀를 억지 중매로 결혼시키기보다 자기들끼리 서로 만나서 사랑하고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다가 어느 결에 정이 깊어져 자연스레 혼인식장으로 가는 게 더 진실하단 얘기야. 통일 또한 흡수통일이니 적화통일이니 억지 소리 지껄이기보다, 남북이 서로 다방면에 걸쳐 쭉 교류하다가 시절이 무르익어 저절로 일심동체되는 게 행복하지 않겠어?”

“말은 좋다만 현실이 녹록찮으니 과연 어느 삼천포로 빠질지는 두고 봐야겠지. 자, 이제 그만 떠들고 일어서자구.” 


세력 투쟁

그들은 포만감으로 인해 모종의 결핍을 느끼는 듯한 모습으로 자리를 털곤 어디론가 떠났다. 하숙집에서 그런 풍경은 자주 볼 수 있었다. 

국내외 정세는 혼란 속에 회오리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참 묘하기도 하고 용하기도 한 판국이었다. 미중소일 강대국들의 세력 투쟁이 교차하는 와중에 한 알(아니, 반 알) 완두콩 같은 한반도가 먹히지 않고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이…

분명 기적이라 할만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특권 부유층을 제외한 일반 국민들은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중이었다.

그들의 가슴속 한 켠에선 불안과 공포감이 소용돌이치곤 했다. 정치꾼들은 자기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수시로 그걸 더욱 부추겼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