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70)핵무기로 실현 불가능한 꿈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2.19 00:00:00
  • 호수 1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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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흠, 그럼 다음날 더 강력한 제2탄 드라마가 펼쳐진다구. 미국과 러시아에서 동시에! 건국 당시의 초심을 잃어버린 국회의사당에 이어 모든 핵무기와 군사 기지를 차례로 자연화시켜 버려. 마피아 소굴과 같은 정부 안팎의 모든 이권 단체와 범죄 집단을 흙 속으로 돌려줘. 미국은 특별히 다이어트 선물로 온갖 식용 사육 동물들을 대자연 풀밭으로 방면시켜 주고, 도살 가공 시설들은 공원으로 만들어 위령비를 세운다. 러시아의 경우엔 사이비 종교의 유물 같은 붉은 광장을 아름다운 야생화 동산으로 만들고, 시베리아는 우주 대자연의 비원으로 조성해 영원히 인간의 출입을 금한다.”

“실현 불가능한 꿈이군. 이제 그만하고 술이나 마셔.”

“음, 한 잔 하고 피날레를 장식해야지.”

“또 있어?”

침범 야욕

“일본이 좀 위험 분자일 것 같아. 가장 먼저 평화를 무시하고 침범 야욕을 드러낼 듯싶어. 일본에도 선량하고 진실한 사람들이 많지만, 오래 묵은 능구렁이 같은 정부가 그들을 조종하고 있기 때문에 요주의 국가야.”

“그래서 어쩌려고?”

“흉물 정치꾼들이 회합하는 장소를 제때 골라 깊디 깊은 아수라 지옥 속으로 밀어 버려야겠지. 그 대신 일본의 화산과 지진은 순화시켜 착한 사람들이 볼안 없이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고 싶어.” 

“아따 참, 백일몽도 좋네! 좀더 처단해야 할 게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두고 보는 거지. 마치 휴화산처럼 끝나지 않아. 뉘우쳐 회개하지 않는다면 일본 열도 전체를 활화산과 지진의 전시장으로 만들어 전세계 지구인들의 거울이 되게끔 하고파.” 

“후후, 인도는 어때? 그곳도 인구가 너무 많아 골칫거린데….”

“글쎄, 어쩌면 좋을까? 꽤 고민되는군.”

“인도 역시 예전 같지 않게 마구 성장 발전해 지배적 대국이 되길 꿈꾸는 성싶던걸.” 

“미래의 악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일단 예보는 해야겠지. 기존 강대국의 사례를 보고도 노선을 바르게 변경하지 않는다면 신으로서의 뜻을 펼치겠어. 핵무기를 야구공만큼 자그마하게 만들어 카스트 제도의 윗대가리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 던져서 인과응보를 깨닫게 했으면 어떨까 싶군. 빈민들이 거주하는 쓰레기 땅은 옥토로 바꾸어 농사를 지으며 오순도순 살게 하고….” 

“하하, 그럼 이 말썽 많은 한반도는 대체 어이하시렵니까?”

“흠, 너무 괘념치 말게. 과인이 초록빛 보석 같은 지구가 염려되어 잠시 인간의 입을 빌려 망상해 본 것뿐이니…. 한반도는 비록 작으나 지구의 배꼽 같은 곳이라. 한때 소인배들의 무시를 받으며 손톱으로 파헤쳐지는 등등 고난을 당하겠으나, 태양신경총이 모여 있는 인체의 중심 요체이니… 정기가 단전에 통일되고 일심 화합한다면 세계 평화의 메카로 떠오르리라.” 

“흥, 주관적인 자기애 같은걸.” 

“꼭 그렇지만은 않아. 지리적 환경이든 정치적 상황이든 세계의 여러 학자와 전문가들이 언급하고 있으니까. 이를테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란 얘기겠지. 문제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야. 이런 곳일수록 사이비 정치와 종교가 판을 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으니 말야. 얼마나 많은 사이비들이 각계 각층에서 명멸했는지 깜짝 놀랄 지경이잖아? 중요한 지점이라고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 까딱하면 미치광이도 돌변시켜 버리는 요소도 있거든. 소용돌이 속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듯 말야. 기가 센 땅이기 때문에 항상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휩쓸려서 나쁜 구렁텅이로 빠져 버린다는 거야.”

“그래서 어쩌자구? 우리나라이니 좀 봐주자는 얘기?”

인간 말종으로 전락한 정치꾼
혼란 속 회오리 된 국내 정세

“아니지. 며칠 하는 짓거리를 보다가 싹수가 노랗다 싶으면 맛을 보여야지. 우선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주목해야겠어. 한국은 모든 분야 중 정치꾼들이 가장 추악하고 인간 말종이라잖아. 자기네 본업인 정치보다는 도둑질하는 데 혈안이 돼 설치니 그럴 수밖에! 앞장서 나가야 할 본업은 꼴찌고, 사리사욕 챙기는 데는 본직이 도둑인 자들보다 더 뛰어나니까 말야.”

“국회 회기 중에 민생은 챙기지 않고 또 개싸움을 벌인다면, 민심의 에너지를 쏘아 싹 푸른 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지. 새로운 의사당을 뚝딱 지어 올리고 보궐 선거로 새 의원을 뽑더라도 본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한 반복되는 거야. 말썽 많은 소굴인 청와대도 마찬가지.”

“진정한 인물이 나와 국민을 존중할 때까지…. 그 다음엔 언론사, 교육계, 재벌기업, 식품업체, 병원과 의료업계, 방산 군수업체, 종교단체, 문화 예술업계, 법조계, 유흥업계 등등 각 분야의 흑막 뒤를 살펴보다가 최악랄 존재를 하나씩 자연 속으로 보내 주는 거야. 참다운 삶이 무엇인지 깨달을 때까지…. 아니, 이 땅이 세계 평화의 중심 광장이 될 만할 순간까지 계속….”

“참, 훌륭한 몽상이군. 그럼 북한은?”

“물론 진실하지 않은 자는 그냥 놔둘 수 없지. 먼저 백두산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 김일성 일족 우상화를 위해 훼손한 자연을 복원시키고 모든 인공물은 철거해 버려야 해. 김 삼부자 동상과 벽화와 인민들의 가슴에 달린 세뇌 배지마저 완전히! ”

“과연 어찌 될지 한번 상상해 보는 것도 일막의 희비극 구경은 되겠지. 막간에 잠깐 틈을 내어 삼팔선 주위의 철조망과 지뢰와 탱크 부대를 싸그리 없앤다 그 전에 우선 핵무기와 전쟁 비기들이 은닉된 복마전부터 물론 아름답게 자연화해 금수강산의 일부로 돌려놓아야겠지. 평양 전체를 아예 자연으로 돌려주고 싶기도 하지만, 언젠가 통일 후에 남북한 사람들과 온 세계인의 거울로 삼을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것도 좋을 듯싶어.”

“아, 통일이란 무엇이며 대체 언제 올거나! 통일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전망조차 싶잖은 오리무중이야.” 

“세상만사 결과가 중요하다지만 과정이 더 중요할 경우도 많잖아? 이런 상황에선 경과에 집착해 학수고대하기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과정의 미학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훨씬 유리할 것 같아. 좋은 과정들이 모이다 보면 결과는 저절로 열릴 테지 뭐.”

“비유하자면, 낯선 청춘 남녀를 억지 중매로 결혼시키기보다 자기들끼리 서로 만나서 사랑하고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다가 어느 결에 정이 깊어져 자연스레 혼인식장으로 가는 게 더 진실하단 얘기야. 통일 또한 흡수통일이니 적화통일이니 억지 소리 지껄이기보다, 남북이 서로 다방면에 걸쳐 쭉 교류하다가 시절이 무르익어 저절로 일심동체되는 게 행복하지 않겠어?”

“말은 좋다만 현실이 녹록찮으니 과연 어느 삼천포로 빠질지는 두고 봐야겠지. 자, 이제 그만 떠들고 일어서자구.” 

세력 투쟁

그들은 포만감으로 인해 모종의 결핍을 느끼는 듯한 모습으로 자리를 털곤 어디론가 떠났다. 하숙집에서 그런 풍경은 자주 볼 수 있었다. 

국내외 정세는 혼란 속에 회오리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참 묘하기도 하고 용하기도 한 판국이었다. 미중소일 강대국들의 세력 투쟁이 교차하는 와중에 한 알(아니, 반 알) 완두콩 같은 한반도가 먹히지 않고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이…

분명 기적이라 할만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특권 부유층을 제외한 일반 국민들은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중이었다.

그들의 가슴속 한 켠에선 불안과 공포감이 소용돌이치곤 했다. 정치꾼들은 자기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수시로 그걸 더욱 부추겼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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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