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70)핵무기로 실현 불가능한 꿈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2.19 00:00:00
  • 호수 1667호
  • 댓글 0개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흠, 그럼 다음날 더 강력한 제2탄 드라마가 펼쳐진다구. 미국과 러시아에서 동시에! 건국 당시의 초심을 잃어버린 국회의사당에 이어 모든 핵무기와 군사 기지를 차례로 자연화시켜 버려. 마피아 소굴과 같은 정부 안팎의 모든 이권 단체와 범죄 집단을 흙 속으로 돌려줘. 미국은 특별히 다이어트 선물로 온갖 식용 사육 동물들을 대자연 풀밭으로 방면시켜 주고, 도살 가공 시설들은 공원으로 만들어 위령비를 세운다. 러시아의 경우엔 사이비 종교의 유물 같은 붉은 광장을 아름다운 야생화 동산으로 만들고, 시베리아는 우주 대자연의 비원으로 조성해 영원히 인간의 출입을 금한다.”

“실현 불가능한 꿈이군. 이제 그만하고 술이나 마셔.”

“음, 한 잔 하고 피날레를 장식해야지.”

“또 있어?”

침범 야욕


“일본이 좀 위험 분자일 것 같아. 가장 먼저 평화를 무시하고 침범 야욕을 드러낼 듯싶어. 일본에도 선량하고 진실한 사람들이 많지만, 오래 묵은 능구렁이 같은 정부가 그들을 조종하고 있기 때문에 요주의 국가야.”

“그래서 어쩌려고?”

“흉물 정치꾼들이 회합하는 장소를 제때 골라 깊디 깊은 아수라 지옥 속으로 밀어 버려야겠지. 그 대신 일본의 화산과 지진은 순화시켜 착한 사람들이 볼안 없이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고 싶어.” 

“아따 참, 백일몽도 좋네! 좀더 처단해야 할 게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두고 보는 거지. 마치 휴화산처럼 끝나지 않아. 뉘우쳐 회개하지 않는다면 일본 열도 전체를 활화산과 지진의 전시장으로 만들어 전세계 지구인들의 거울이 되게끔 하고파.” 

“후후, 인도는 어때? 그곳도 인구가 너무 많아 골칫거린데….”

“글쎄, 어쩌면 좋을까? 꽤 고민되는군.”


“인도 역시 예전 같지 않게 마구 성장 발전해 지배적 대국이 되길 꿈꾸는 성싶던걸.” 

“미래의 악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일단 예보는 해야겠지. 기존 강대국의 사례를 보고도 노선을 바르게 변경하지 않는다면 신으로서의 뜻을 펼치겠어. 핵무기를 야구공만큼 자그마하게 만들어 카스트 제도의 윗대가리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 던져서 인과응보를 깨닫게 했으면 어떨까 싶군. 빈민들이 거주하는 쓰레기 땅은 옥토로 바꾸어 농사를 지으며 오순도순 살게 하고….” 

“하하, 그럼 이 말썽 많은 한반도는 대체 어이하시렵니까?”

“흠, 너무 괘념치 말게. 과인이 초록빛 보석 같은 지구가 염려되어 잠시 인간의 입을 빌려 망상해 본 것뿐이니…. 한반도는 비록 작으나 지구의 배꼽 같은 곳이라. 한때 소인배들의 무시를 받으며 손톱으로 파헤쳐지는 등등 고난을 당하겠으나, 태양신경총이 모여 있는 인체의 중심 요체이니… 정기가 단전에 통일되고 일심 화합한다면 세계 평화의 메카로 떠오르리라.” 

“흥, 주관적인 자기애 같은걸.” 

“꼭 그렇지만은 않아. 지리적 환경이든 정치적 상황이든 세계의 여러 학자와 전문가들이 언급하고 있으니까. 이를테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란 얘기겠지. 문제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야. 이런 곳일수록 사이비 정치와 종교가 판을 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으니 말야. 얼마나 많은 사이비들이 각계 각층에서 명멸했는지 깜짝 놀랄 지경이잖아? 중요한 지점이라고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 까딱하면 미치광이도 돌변시켜 버리는 요소도 있거든. 소용돌이 속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듯 말야. 기가 센 땅이기 때문에 항상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휩쓸려서 나쁜 구렁텅이로 빠져 버린다는 거야.”

“그래서 어쩌자구? 우리나라이니 좀 봐주자는 얘기?”

인간 말종으로 전락한 정치꾼
혼란 속 회오리 된 국내 정세

“아니지. 며칠 하는 짓거리를 보다가 싹수가 노랗다 싶으면 맛을 보여야지. 우선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주목해야겠어. 한국은 모든 분야 중 정치꾼들이 가장 추악하고 인간 말종이라잖아. 자기네 본업인 정치보다는 도둑질하는 데 혈안이 돼 설치니 그럴 수밖에! 앞장서 나가야 할 본업은 꼴찌고, 사리사욕 챙기는 데는 본직이 도둑인 자들보다 더 뛰어나니까 말야.”

“국회 회기 중에 민생은 챙기지 않고 또 개싸움을 벌인다면, 민심의 에너지를 쏘아 싹 푸른 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지. 새로운 의사당을 뚝딱 지어 올리고 보궐 선거로 새 의원을 뽑더라도 본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한 반복되는 거야. 말썽 많은 소굴인 청와대도 마찬가지.”

“진정한 인물이 나와 국민을 존중할 때까지…. 그 다음엔 언론사, 교육계, 재벌기업, 식품업체, 병원과 의료업계, 방산 군수업체, 종교단체, 문화 예술업계, 법조계, 유흥업계 등등 각 분야의 흑막 뒤를 살펴보다가 최악랄 존재를 하나씩 자연 속으로 보내 주는 거야. 참다운 삶이 무엇인지 깨달을 때까지…. 아니, 이 땅이 세계 평화의 중심 광장이 될 만할 순간까지 계속….”

“참, 훌륭한 몽상이군. 그럼 북한은?”


“물론 진실하지 않은 자는 그냥 놔둘 수 없지. 먼저 백두산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 김일성 일족 우상화를 위해 훼손한 자연을 복원시키고 모든 인공물은 철거해 버려야 해. 김 삼부자 동상과 벽화와 인민들의 가슴에 달린 세뇌 배지마저 완전히! ”

“과연 어찌 될지 한번 상상해 보는 것도 일막의 희비극 구경은 되겠지. 막간에 잠깐 틈을 내어 삼팔선 주위의 철조망과 지뢰와 탱크 부대를 싸그리 없앤다 그 전에 우선 핵무기와 전쟁 비기들이 은닉된 복마전부터 물론 아름답게 자연화해 금수강산의 일부로 돌려놓아야겠지. 평양 전체를 아예 자연으로 돌려주고 싶기도 하지만, 언젠가 통일 후에 남북한 사람들과 온 세계인의 거울로 삼을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것도 좋을 듯싶어.”

“아, 통일이란 무엇이며 대체 언제 올거나! 통일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전망조차 싶잖은 오리무중이야.” 

“세상만사 결과가 중요하다지만 과정이 더 중요할 경우도 많잖아? 이런 상황에선 경과에 집착해 학수고대하기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과정의 미학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훨씬 유리할 것 같아. 좋은 과정들이 모이다 보면 결과는 저절로 열릴 테지 뭐.”

“비유하자면, 낯선 청춘 남녀를 억지 중매로 결혼시키기보다 자기들끼리 서로 만나서 사랑하고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다가 어느 결에 정이 깊어져 자연스레 혼인식장으로 가는 게 더 진실하단 얘기야. 통일 또한 흡수통일이니 적화통일이니 억지 소리 지껄이기보다, 남북이 서로 다방면에 걸쳐 쭉 교류하다가 시절이 무르익어 저절로 일심동체되는 게 행복하지 않겠어?”

“말은 좋다만 현실이 녹록찮으니 과연 어느 삼천포로 빠질지는 두고 봐야겠지. 자, 이제 그만 떠들고 일어서자구.” 


세력 투쟁

그들은 포만감으로 인해 모종의 결핍을 느끼는 듯한 모습으로 자리를 털곤 어디론가 떠났다. 하숙집에서 그런 풍경은 자주 볼 수 있었다. 

국내외 정세는 혼란 속에 회오리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참 묘하기도 하고 용하기도 한 판국이었다. 미중소일 강대국들의 세력 투쟁이 교차하는 와중에 한 알(아니, 반 알) 완두콩 같은 한반도가 먹히지 않고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이…

분명 기적이라 할만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특권 부유층을 제외한 일반 국민들은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중이었다.

그들의 가슴속 한 켠에선 불안과 공포감이 소용돌이치곤 했다. 정치꾼들은 자기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수시로 그걸 더욱 부추겼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