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몰빵’ 민주당 필승 카드 셋

영감님 잡을 저격수 띄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또 한 번의 설인 구정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2024년을 마주한다. 여야 할 것 없이 4·10 총선 후보들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채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빠르게 경선 후보자를 추리면서 한발 앞섰다. <일요시사>가 총선 승리를 위한 민주당의 필승 카드 세 가지를 짚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5일, 22대 총선 공천을 위한 후보자 면접을 마무리했다. 공천심사에서 면접은 10%의 비중을 차지한다. 정량 평가인 ▲공천 적합도 조사(40%) ▲정체성(15%) ▲도덕성(15%)과 비교하면 비중이 작지만 공천장을 따내기 위한 후보들의 마지막 승부수인 셈이다.

검찰독재
대항마는?

면접이 끝난 다음 날인 지난 6일, 민주당은 예정대로 1차 경선 및 단수 지역 총 36곳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후보자들을 경선에 부치고, 또는 단수로 발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지역부터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표된 지역은 ▲서울 3곳 ▲부산 5곳 ▲대구 2곳 ▲인천 2곳 ▲광주 3곳 ▲대전 2곳 ▲울산 2곳 ▲경기 3곳 ▲충북 1곳 ▲충남 3곳 ▲전북 1곳 ▲경북 4곳 ▲경남 4곳 ▲제주 1곳 등이다.

민주당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이번 공천은 혁신과 통합의 ‘명예혁명 공천’이 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 선배 정치인들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공관위는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속하는 현역에게 설 연휴 이후 통보하겠다고 전했다.


경선 투표는 오는 19일부터 사흘 동안 진행된다. 민주당 후보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한다. 투표 결과는 마지막 날인 21일 공개될 예정이다.

설을 앞두고 1차 결과가 발표된 만큼 후보들은 연휴 동안 각자 지역구를 돌며 유세에 나섰다. 특히 설 민심 밥상에 화두가 될만한 이슈를 올리면서 정부·여당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은 ‘운동권 청산’을 총선 프레임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맞서는 민주당의 전략은 ‘윤석열정부 심판’이다. 윤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이번 총선을 통해 중간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지난달 31일 신년 기자회견서 윤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면서 정권 심판론을 부각했다. 이 대표가 30분간 낭독한 회견문서 윤 대통령을 언급한 횟수는 12번에 달했다.

정권 심판론을 위한 민주당의 첫 번째 카드는 인물 위주의 전략이다. ‘검찰 독재정권’의 대항마로 중량급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동작을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맞수로 경쟁력 있는 민주당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민주당 측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가 아닌 것으로 전해지지만 어느 지역구에 누구를 내보내야 이길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헤비급 인사들 한발 앞으로”
윤정부에 맞설 검투사 누구?


특히 동작을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출마가 거론되는 지역구인 만큼 당 안팎에서는 필승 카드를 내세울 명분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여론도 형성됐다. 민주당이 추 전 장관을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던 시기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가장 주목받는 전직 인사는 역시나 추 전 장관이다. 5선 국회의원과 문재인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추 전 장관이 나 전 의원과 맞붙는다면 양당 여성의 ‘중진급 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는 서울 송파갑 출마론에도 군불을 때는 모양새다. 이곳은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전 검사장이 출사표를 던진 곳이다. 추 전 장관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민주당의 의도가 읽힌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의 선두였던 만큼 대립구도를 만들어 검찰 독재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다른 인물 카드는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다.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부터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국회사무총장을 역임한 만큼 소양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친노(친 노무현)의 적장자, 노무현의 오른팔이란 별명답게 민주당서도 어느 지역에 내보낼지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로서는 경기 분당갑과 세종시, 서울 서대문갑 등이 거론된다. 상징성을 지닌 인물인 만큼 어느 패로 사용할지 당내서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종로로 전진 중이다. ‘정치 1번지’로 꼽히는 만큼 다양한 후보군이 물망에 오른 가운데 최근에는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열기를 더하는 분위기다.

전 전 위원장은 권익위원장을 역임하던 경험을 살려 종로에 깃발을 꽂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출마 선언문을 통해 “종로에는 감사원이 위치해 있다”며 “현 정권의 행동대장으로 전락한 감사원이 국민의 감사원으로 그 위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꽉 막힌
용산길

민주당의 두 번째 필승 카드는 ‘대통령 부부’다. ‘김건희 리스크’가 커질수록 국정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투트랙으로 끌고 가겠다는 셈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했다. 민주당은 ‘쌍특검’ 중 하나였던 ‘김건희 특검’의 후폭풍으로 봤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통령 직무 수행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관해 물은 결과 긍정 평가는 29%, 부정 평가는 63%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 대비 2%p 떨어진 수치다(해당 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2.7%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하락세를 보이는 지지율에 탄력을 받은 민주당은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여론전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신년 대담을 지적하고 나섰다. 앞서 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대신 KBS서 진행하는 녹화 방송을 택했는데, 2년 연속으로 소통이 부진한 점을 꼬집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은 언론사 ‘단독 대담’을 통해 새해 정국 구상을 밝히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KBS와 대담을 진행했고, KBS는 사흘 뒤인 7일 녹화 방송을 방영했다.

이는 김 여사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른 ‘명품백 수수 논란’을 방어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대담의 최대 관심사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이었는데, 편집이 가능한 녹화 방송을 선택함으로써 최대한 정제된 발언만 내보냈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해당 논란을 ‘몰래카메라 공작’이라고 주장해왔다. 김 여사가 몰래카메라의 피해자라는 포석을 깔아놨던 만큼 윤 대통령의 공식적인 입장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었다.

윤 대통령이 녹화 방송을 통해 단순한 유감 표명으로 일축할 것이란 여론에 무게가 실리면서 민주당은 ‘대국민 불통 사기쇼’라며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땡윤 방송사’와 짜고 치는 녹화 방송이 ‘대국민 직접 소통’인가”라며 “김건희 여사 의혹에 귀 닫고 입만 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 역시 “사전에 각본을 짜고 사후 편집이 가능한 녹화 대담은 ‘재갈 물린 방송’을 앞세워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막는 윤 대통령의 소통 방식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며 ‘용산 전체주의’라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병립인 듯
연동인 듯

마지막 카드는 사용 방법에 따라 유불리를 달리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뒤늦게서야 선거제 개편에 관한 당론을 정한 만큼 논란을 얼마나 빠르게 수습하는지가 세 번째 필승 카드로 여겨진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을 두고 장기간 진통을 겪었다. ‘위성정당 금지’는 이 대표의 대선공약이었지만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병립형 회귀로 가닥을 잡으면서 의석수가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표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시사했다. 지도부 역시 병립형으로 초점을 맞추면서 당론이 정해지는 듯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돌연 이 대표가 준연동형 유지를 선언하면서 파동이 일었다. 다당제 약속 파기에 따른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해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대표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의 문’에서 선거제 개편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선거 때마다 반복될 위성정당 논란을 없애고, 준연동제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이 악순환을 피하려면 위성정당을 금지해야 하지만 여당이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를 채택하되, 민주당의 오랜 당론인 권역별 비례에 이중등록을 허용하고, 소수정당을 위한 의석 30% 할당 또는 권역별 최소득표율 3%에 1석 우선 배정 방안 등 ‘제3의 길’을 추진했지만, 여당은 끝내 반대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도 국민의힘의 선제공격으로 인해 위성정당의 출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결국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언급하며 허리를 굽혀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사이다 없는 윤의 명품백 해명
군소정당 배려로 여당과 차별화

이 대표의 선택에 국민의힘은 비판에 나섰다. 총선 앞까지 선거제 개편 문제로 시간을 끌더니 이제 와서 ‘운동권 개딸 선거 연합’으로 당 대표 방탄을 이어간다는 점에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2대 총선서도 야권 정당들이 준위성정당, 통합형 비례정당이란 말장난으로 비례의석 나눠 갖고 이를 매개로 ‘짬짜미 공천’으로 지역구 거래까지 한다면 민주주의는 지금보다 더 심하게 퇴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당 새로운미래를 이끄는 이낙연 전 총리 또한 자신의 SNS를 통해 “제3의 정치적 견해마저 양당 카르텔에 편입시켜, 정치적 다양성을 억누르고 정치적 양극화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난립하는 위성정당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도 통합형비례정당을 내세우는 점이 모순이라는 평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의 기자회견문을 들어도 보고 읽어도 봤는데 도무지 포인트를 잡지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은 비례 순번을 군소 정당에 양보하겠다는 뜻을 지닌 듯하다”며 “이 부분에서는 국민의힘과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무턱대고 비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위성정당에 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논쟁과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설연휴가 끝나면 숨돌릴 틈도 없이 총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촉박한 시간 속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위성정당을 두고 벌어진 당 안팎의 갈등을 얼마나 빠르게 봉합하는지가 관건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을 일찌감치 만들었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만큼 민주당 또한 잰걸음으로 위성정당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민주당의 필승 카드를 자처하는 인물도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이성만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5일 부평갑 총선 출마 선언과 함께 복당 신청을 마쳤다. 그는 “확실한 필승 카드를 당이 외면할 일이 있겠나”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근거로는 지역 여론, 언론 보도 등에서 자신의 득표력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제시했다.

아군인가
적군인가

같은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는 정치검찰해체당이라는 이름의 ‘옥중 창당’을 하면서 민주당에 힘을 보태겠다고 나섰다. 1심서 실형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싱크탱크 ‘리셋코리아행동’을 추진 중이다.

곳곳서 지원사격을 보내고 있지만 각자 리스크를 지닌 만큼 민주당서도 한발 후퇴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만큼 어디까지 손을 잡을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펼쳐진 빅텐트

지난 9일 설 연휴를 앞두고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4개 정치세력이 합당하면서 빅텐트가 극적으로 구축됐다.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당 대표는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이들은 지난 11일 첫 회의를 통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준석 대표는 출마 지역구와 관련해 “수도권에 우선 많고, 대구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 역시 확실한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출마를 한다면 광주에서 출마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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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