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겨냥’한 한동훈의 칼날

“변질된 586 아웃”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내 저격수로 통하는 이들이 ‘이재명’서 ‘586 운동권’으로 과녁을 변경했다. 586세대는 ‘60년대 출생으로 80학번인 50대(올해 기준 60대)’를 뜻하는 말로 한때 더불어민주당의 주축이기도 했다. 이번 4·10 총선서 이들을 몽땅 청산하겠다는 게 법조 출신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총선 전략이다.

그동안 여당의 총선 기조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도와달라’는 메시지가 보편적이었다. 정부·여당에 협력하지 않는다면 나라가 어려워진다는 이른바 ‘야당 발목잡기’ 프레임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하지만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취임 초반부터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강조했다. 

운동권 퇴치 주장은 그동안 보수진영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주도 세력이 다른 만큼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제시된다.

저격수

‘운동권 청산론’ 중심에는 한 비대위원장이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취임 이전부터 이들 세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보수 세력이 운동권 청산을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권력의 향유 때문이다. 운동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회는 물론, 정부와 청와대 요직을 장악하면서 오랫동안 권력을 이어왔다는 설명이다.


취임 이후에도 한 비대위원장의 운동권 겨냥은 계속됐다. 지난달 31일에는 ‘반칙과 특권의 청산을 위한 운동권 정치 세력의 역사적 평가’ 토론회에 축사를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축사를 통해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은 시대정신”이라며 총선서 퇴출해야 하는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들의 헌신과 용기에 늘 변함없는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수십년간 386이 486, 586, 686이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586세대를 대체할 수 있는 세대 교체론을 내세워 총선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운동권 인사의 출마 예정 지역구에 직접 후보군을 꽂아주면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김경율 전 비대위원이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운동권 출신인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의 맞수로 김 전 위원을 직접 거론했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강경 운동권으로 알려진 만큼 이에 대항하기 위한 맞춤형 저격수들을 내세우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운동권은 권력 향유…총선 퇴출해야”
민주당 전방위로 압박하는 국민의힘

하지만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지면서 김 전 위원은 지난 4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결정을 두고 한 비대위원장은 아쉬운 기색을 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국민의힘 영입 인재인 호준석 전 YTN 앵커는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의 지역인 서울 구로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 전 장관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전신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초대 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운동권 출신이자 문재인정부 인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겨냥해 서울 중구·성동갑에 출마를 선언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임 전 실장을 겨냥해 “자기 손으로 땀 흘려서 돈 벌어본 적 없고 오직 운동권 경력 하나로 정치 무대를 장악해 온 사람이 민생경제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운동권 청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운동권을 둘러싼 여론이 부정적으로 부풀려질수록 민주당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지도부 등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 내에서 운동권을 주도했던 인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운동권 세력은 과거 민주주의의 기반이자 정신적 지주로 여겨지는 만큼 분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점을 노려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수의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배출한 문정부를 또다시 소환하겠다는 국민의힘의 의중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을 앞두고 문정부가 여론의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부동산 리스크’ 등 그동안의 실책이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 역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실패한 부동산정책은 시장경제에 대한 무지로부터 나왔다. 운동권을 청산한다는 것은 잘못된 이념과 세계관을 극복한다는 뜻”이라며 한 비대위원장과 궤를 함께했다.

민주당은 반발에 나섰다. 부패 세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손으로 일궈낸 운동권을 오로지 청산 대상으로만 여기는 건 모욕에 가깝다는 것이다.

야당 발목 잡기 프레임
곳곳 포진…국힘 내부엔?

운동권 청산보다 검사 독재 청산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신년 기자회견서 “운동권 청산이니 자객 공천 이런 얘기들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 독재”라고 날을 세웠다.

총선을 앞두고 굳어진 ‘검찰 공화국’ 프레임을 ‘운동권 카르텔’로 덮기 위한 얄팍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정부를 향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니까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운동권 청산을 기조로 내세우는 것 같은데, 사실 민주당 내에 운동권이라 불리는 세력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운동권으로 보기 어렵다”며 “(한 비대위원장은)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섀도 복싱’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현재 민주당은 야당인 만큼 까딱하다가는 ‘심판론’이 아닌 ‘탄압론’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비대위원장의 총선 전략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찐 운동권’의 오점을 명확하게 짚어내야 한다. 납득 가능한 청산 명분이 없는 한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운동권 세력이 보수진영에도 다수 포진돼있다는 점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과연 국민의힘 내부에는 운동권이 없는지 한 비대위원장이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며 과거 주체사상파 활동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참여연대 출신인 김경율 전 비대위원을 예시로 들었다.

내로남불?


운동권 청산을 단순히 총선 프레임으로 몰고 가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를 우회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학생운동을 했던 분들은 수십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이 세력을 몽땅 청산하겠다는 건 역풍도 각오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