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VS 공수처 보복전 막전막후

셔터 내릴 때까지 ‘잡도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감사원이 올 하반기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관한 감사를 진행키로 했다. 상반기에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으나 의결 과정서 미뤄졌다. 하반기에 진행될 감사가 공수처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는 수장 공백 상태다. 친윤석열정부 성향의 공수처장이 임명되면 감사원의 지적을 수용하면서 기관이 마비되는 건 불 보듯 뻔하다는 관측이다.

“수사 대상이 감사하는 것도 옳지 않은데 그 이후가 더 문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몸담았던 한 인사의 말이다. 현재 공수처는 말 그대로 역대급 위기를 겪고 있다. 성과와 인력 모두 부족하다. 김진욱 전 공수처장이 지난달 퇴임하면서 내부도 어수선해졌다. 감사원의 하반기 감사는 공수처의 민낯을 드러내는 걸 넘어 폐지의 근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또 다시?
반복 감사

감사원은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또 정기감사 대상기관에 공수처를 포함했다. 특히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혐의로 최재해 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 등이 공수처 수사를 받는 상황서 감사를 진행하는 건 사실상 ‘보복 감사’라는 비판이 상당하다.

감사원은 지난달 30일 “기관 정기감사 주기는 통상 2년마다 진행된다”며 통상적인 감사 업무라고 했다.

하지만 같은 기관을 2년마다 감사하는 게 드물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9년 이후 현재까지 기관운영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이후 5년이 지난 2022년 기관운영 감사보고서가 나왔다.


감사원은 “최근 언론과 법조계 등에서 공수처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났는데 그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정립돼있지 않다는 평가가 많아 이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최 원장과 김영신 감사위원이 해당 공수처 감사와 관련한 안건을 회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 사무처리 규칙상 감사위원은 심의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심의를 회피할 수 있다. 또 감사원법 15조1항은 ‘자기와 관계있는 사항’에 대한 심의에 관여할 수 없도록 제척 사유를 명시했다.

한 감사원 출신 관계자는 “하반기지만 그때까지 감사원에 관한 공수처 수사가 진행되면 정상적으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며 “사실상 이해충돌”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지난해 말 유 사무총장을 직접 소환하면서 기관 간 갈등이 폭발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유 사무총장과 일부 감사원 간부들은 공수처 소환을 회피해왔다. 당시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 등이 부당한 근거로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1년 만에 이례적 정기감사…유병호 소환 대가?
김진욱 전 처장 퇴임 후 핵심 사건 동력 상실

공수처는 전현희 전 위원장에 대한 의혹의 발원지로 지목된 권익위 고위 관계자와 최 감사원장, 유 사무총장의 공동 무고 혐의 등도 수사 중이다. 이를 최근 감사원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유 사무총장이 지휘하는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위원을 건너뛰고 감사보고서를 위법하게 시행 및 공개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유 사무총장은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통해 전 전 위원장을 표적감사하는 데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등) 등으로도 20여차례 공수처에 고발됐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이 전 전 위원장에 대한 비위 제보 내용이 허위·과장된 점을 알면서도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고 수사를 요청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현재까지 공수처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건한 감사원 관계자는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을 비롯해 17명이다.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은 공동변호인단을 꾸려 함께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 원장은 지난해 11월 국회서 열린 전체회의서 두 사람을 포함한 감사원 내 수사 대상 17명이 공동으로 변호인단을 선임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회재 의원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공수처는 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에 관한 수사도 진행 중이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난관에 봉착한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지위, 피의자와 관련 회사와의 관계, 공사 도급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춰볼 때 피의자의 직무와 관련해 피의자의 개입으로 공사계약이 체결됐다고 볼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상당수의 공사 부분에 있어 피의자가 개입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반대 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보란 듯이
치고 박고

이어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적 내지 법률적 측면서 다툼의 여지가 있고, 특경법 횡령의 점과 관련해서 피의자에게 반박 자료 제출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수처는 김씨가 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뒤 건설사들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10억원대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건설·사회간접자본(SOC)·시설 분야를 주로 감사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비위 정황을 포착해 2021년 10월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지난해 수사가 시작됐다. 공수처법상 감사원 3급 이상 공무원의 수뢰 혐의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수사기관 간의 엇박자로 인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졌다. 검찰이 처음으로 공수처의 공소제기를 거부한 것이다. 증거 수집과 관련 법리 검토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근거도 없는 조치를 취했다”며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12일 “공수처로부터 송부받은 ‘감사원 고위공무원 뇌물수수 등’ 사건의 관계 서류와 증거물 일체를 다시 공수처에 이송했다”고 밝혔다. 이어 “증거 수집과 관련 법리 검토가 충분하지 않다”며 “공수처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을 고려하면 별도의 증거 수집이나 법리 검토보다 공수처가 추가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공수처가 추가 수사 결과를 다시 보내 오면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공지 이후 약 1시간 만에 공수처는 “검찰의 사건 이송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라며 “사건 접수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라 검사로서 법적 지위가 확립된 공수처 검사는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하며 사건 수사기록 일체를 검찰에 송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권 수사 사장”
폐지 밑거름?

그러면서 “검찰은 자체 보강 수사를 거쳐 기소·불기소 처분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어떠한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를 한 검찰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공수처의 입장에 대해 검찰은 재차 반박에 나섰다. 검찰은 “법원서 ‘피의자의 개입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고, 뇌물 액수 산정 등에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이 기각됐다”며 “그럼에도 공수처는 별다른 보강 수사 없이 사건을 검찰로 송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의 법적 지위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재검토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이송한 것임에도 공수처가 이송 사유 확인도 없이 접수를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준칙 18조 2항은 다른 수사기관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때에 공수처 등 수사기관에 이송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또한 이송받은 사건을 수리하도록 규정하는데, 공수처가 송부를 거부하는 게 부당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공수처 수장 공백 사태가 지속될 경우 내부의 어수선함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친윤석열정부 성향 공수처장이 임명된 이후 하반기 감사 결과를 공수처가 그대로 수용한다면 그 근거로 ‘공수처 폐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례로 법무부의 ‘패소할 결심’이 있다. 지난해 12월29일 법무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받았던 정직 2개월 징계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서 패소하고도 상고를 포기한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수사 대상 이해충돌
사라질 때까지 반격?

앞서 윤 대통령은 2020년 12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로부터 주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검사로서의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건의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2021년 10월 정치적 중립 훼손을 제외한 3건의 사유를 인정해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서 사실상 법무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판결이 뒤집혔다. 특히 법무부가 상고마저 포기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는 최종 취소됐다.

공수처의 유일한 성과로 꼽히는 고발사주 의혹 사건 재판은 2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손준성 검사장이 항소의 뜻을 밝혔고, 공수처 역시 판결문을 검토 후 항소 여부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지 못한 인물이 공수처장으로 임명될 경우, 이 재판을 대하는 공수처의 태도도 앞선 법무부처럼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차기 공수처장은 아직 지명조차 되지 않았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보추천위)가 지난해 11월부터 윤 대통령에게 추천할 후보자 2명을 선정하기 위한 회의를 6차례 열었지만,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 외 나머지 1명을 선정하지 못했다.

나머지 최종 후보로는 판사 출신 김태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한주한 변호사, 검사 출신 이혁 변호사가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 5차 회의서 4명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후보로 낙점되기 위해선 추천위원 7명 중 5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중 김 부위원장은 공수처를 직접적으로 비판해왔다. 김 부위원장은 법원에 사표를 낸 뒤에는 윤 대통령 지지 모임인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의 토론자로 나선 데 이어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축소법’ 입법 시도를 지적하는 내용의 글을 언론에 기고하기도 했다.

앞으로
더 문제

변호사 개업 이후 2021년 2월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는 책을 썼다. 이 책에는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며 “괴물기관인 공수처까지 만들었다”고 적었다. 그는 공수처를 “오랜 과오와 학문적 숙고를 거쳐 정비된 형사사법 절차 안에 난데없는 이질 분자”라고 평가한 뒤 “정치와 차단막이 거의 없어 정치권력이 제시하는 기준이 그대로 반영되거나 정권 수호를 위한 유리한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해서도 “좌익단체들이 총동원돼 대중을 선동하고 모아낸 에너지가 처음으로 제대로 작동해 정권을 무너뜨리는, 의미가 나름 큰 사변”이라며 “다툼이 첨예한 사건이 재판관 전체 만장일치로 판결 난 것도 진실과 공정성에 의심을 유발한다”고 비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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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