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송전탑 비켜난 최은순 땅의 비밀

멀어질수록 커지는 금싸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인구 밀집지역에서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의 진행 여부를 놓고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사업의 필요성과 안전한 거주 여건이라는 상반된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이다. 사업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주변의 이해관계도 요동칠 수 있다. 용산 주인의 장모가 보유한 땅이 금싸라기가 될지 모를 일이다.

‘평내호평지구’는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호평동 일원에 조성된 3만5000세대 규모의 대단위 주거구역이다. 평내동(3만7925명)과 호평동(5만6464명) 일대 거주 인구 대부분을 포함하며, 진행 중인 주거단지 구축이 완료되면 향후 13만명 수준으로 거주 인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팽팽히 
맞서다

평내호평지구에 거주하는 주민 사이에서는 최근 변전소·송전탑 건설 사업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해시설 설치 문제로 부각되면서 갈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호평동·평내동 일대 2984㎡ 부지에 신규 변전소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6년 4월까지 변전소와 함께 400~500m 간격으로 송전탑을 설치해 154㎸ 규모의 전력을 충당하는 게 프로젝트의 골자다.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은 제9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 신규사업의 일환으로 2021년 12월 사업시행을 위한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에는 후보지 선정을 위한 ‘상생발전협의체’가 구성됐다.


한전은 평내·호평 주민 20명으로 구성된 상생발전협의체와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변전소 건설 후보지 5곳을 선정했다. 준비 절차에 돌입한 지 약 2년 만인 지난해 11월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사업 설명이 뒤따랐다.

한전 측은 사업설명회에서 변전소·송전탑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평내·호평 일대에 2년 사이 총 4000세대 규모로 신규 아파트 단지가 입주한 데다, 평내4지구 개발계획에 따른 신규 부하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평내·호평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인근 변전소(덕소·마석·미금)의 과부하가 예상되기에, 올해 이후 전력 공급에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주거단지 휘감는 전자파 공포
남 좋은 일 시키려 강행 돌파? 

그러나 주민들은 한전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렬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급기야 변전소·송전탑 설치를 저지하고자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됐고, 지난해 12월19일 첫 항의 집회를 시작으로 변전소·송전탑 건설 사업 전면 백지화를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 유력 인사들도 주민들의 뜻에 동참하고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한근수(국민의힘·남양주시의회) 의원은 제300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에 나서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원점 재검토를 촉구한 상태다.

최민희(더불어민주당·남양주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지난달 31일 평내호평 지역에 추진하는 변전소 사업 중단, 주민토론회 개최, 투명한 자료공개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한국전력에 공식 전달했다. 


주민들은 변전소·송전탑 건립이 사실상 왕숙신도시 등 인근에 들어설 대단위 주거단지를 고려한 시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왕숙신도시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진건읍·양정동 일원에 2028년경 들어서는 수도권 3기 신도시로, 예상 수용호수만 6만6000세대에 달한다.

한전 측은 인근 신규 주거구역은 총 3개의 변전소를 별도로 세워 자체적으로 전력 공급을 꾀할 계획임을 드러냈지만, 평내·호평 주민들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평내호평지구 내 전력 사용량을 감안하면 추가 변전소·송전탑 설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떠들썩한
갈등 국면

실제로 한전·남양주시·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27일 열린 토론회에서 한전 측 참여자는 평내호평지구 1년 전력 사용량이 85㎸ 수준이라고 언급한 상황이다. 이는 한전에서 변전소 설치를 통한 기대 전력량(154㎸)의 55%에 불과하다.

남양주시가 미래 구상을 위해 평내·호평 거주민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송전탑 유해성 논란은 평내·호평 주민들이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을 극명히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로 작용한다. 그간 송전탑에서 발생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내로 한정하면 1999년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2리에 거주하는 주민 다수가 암을 비롯한 질병에 노출된 사건은 유해성 논란에 불을 지핀 최초 사례였다. 당시 암환자로 분류된 주민 대다수가 765kV 선로가 지나가는 송전탑과 500m 이내에 거주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남 밀양에서는 송전탑 건설공사를 놓고 갈등이 불거진 전례가 있다. 2008년 ‘신고리 원전-북경남변전소 765㎸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했고, 건강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주민이 반발하면서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 2명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조용한
알박기?

여기에 변전소·송전탑 건설이 예상되는 지역이 주민 거주지와 근접하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우려는 한층 더 커지고 있다. 한전이 밝힌 변전소 건립 후보지 5곳 모두 거주지와 인접한 곳이며, 특히 호평동 일대 후보지의 경우 인근 아파트 단지와 직선거리로 50~100m 남짓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전 측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송전탑이 안전상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전력 설비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인체에 축적되지 않을 뿐 아니라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세기가 급격하게 감소하며, 인체 유해성에 대해 현재까지 객관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례가 없다는 설명이다.

변전소 울타리에서 측정한 값은 전자파 평균값(0.26μT)이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보다 낮다는 소견도 덧붙였다.


눈여겨볼 부분은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이 주거밀집 지역에 최대한 근접한 형태로 진행될 경우 평내호평지구 서북면 방향에 맞닿아 있는 진접읍 송능리 일대가 개발 제약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은 면적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음에도 왕숙신도시, 평내호평지구와 가깝다는 이점과 교통의 편리성에 힘입어 꾸준히 개발 가능성이 제기됐던 곳이다.

한발 떨어져 묵혀 놓은 알짜배기
가족 회사 품에서 서서히 숙성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송능리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향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2022년 6월 경기도는 21개 시·군 임야 120㎢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는데, 남양주시의 경우 금곡동, 진건읍 송능리·용정리 등 0.92㎢ 면적이 명단에서 빠졌다.

경기도는 2020년 6월 기획부동산 투기행위 방지 차원에서 2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송능리 일대 토지 소유주 명단에서는 ‘이에스아이앤디’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설립된 이에스아이앤디는 부동산개발·주택건설사업 등을 영위하는 최은순씨 일가의 가족회사다.

최씨의 장남인 김진우씨는 2014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이에스아이앤디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최씨와 그의 장녀·차남은 임원으로 등재돼있다. 최씨의 차녀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 역시 2008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에스아이앤디는 평내호평지구 인근 송능리 일대에 임야 두 필지를 보유 중이다. 각각 6만4254㎡, 4만4970㎡ 면적인 해당 필지는 평내호평지구의 중심구역인 평내호평역에서 2㎞ 남짓 떨어져 있다.

이에스아이앤디는 최씨로부터 2018년 4월 매매를 통해 두 필지의 소유권을 확보했다. 최씨는 6만4254㎡ 면적의 임야 절반을 지인으로부터 1999년 11월 사들였고, 나머지 절반은 2004년 12월 매매를 통해 취득했다. 4만4970㎡ 면적의 임야를 취득한 시기 역시 2004년 12월이다.

부각되는
현지 호재

한편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면서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은 향후 계획이 불명확해진 상황이다. 일단 남양주시는 변전소·송전탑 건설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는 입장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평내·호평에 거주하는 20명으로 구성된 상생발전협의체가 한전 측에 전원 사퇴 의사를 전달하고 사실상 해체된 상태”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는 과정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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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