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험대 오른 이재명 리더십

갈등 봉합 집도…수술 결과는?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비명(비 이재명)이 떠난 후 더불어민주당에 친명(친 이재명)과 친문(친 문재인)간의 기 싸움이 팽팽하다.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 지도부가 입단속에 나섰지만 쉽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화합 메시지를 던지는 당 대표 목소리도 턱없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연일까? ‘친문 저격수’로 불리는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의 복당이 점쳐진다. 가늘게 그어진 실금을 뒤로한 채 민주당이 총선을 향해 한발 앞으로 나갔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 사랑재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이 ‘대한민국이 잃어버린 비전을 되찾는 날’이라고 말했다. ▲민생경제 ▲남북관계 ▲인구(저출생 ▲민주주의 등 대한민국에 닥친 ‘4대 위기’를 언급하며 본격적으로 정권 심판론을 띄웠다.

침묵 중

이날 이 대표는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경제를 죽이고, 평화를 죽이고, 민주주의와 사람을 죽이는 ‘죽임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과 경제, 평화와 민주주의, 희망과 미래를 살리는 ‘살림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며 “국민의 힘을 모아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의 새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정부의 ‘검찰 독재’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동시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내세운 ‘운동권 청산’에 맞불을 놓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자객 공천’ ‘586 운동권 출마 제한’ 등 갈등의 골이 깊은 당내 현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 독재”라며 “언제나 그런 것처럼 남의 눈의 티보다는 자기 눈의 들보를 먼저 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일축했다.


‘당 분열 양상’을 묻는 질문에는 “역대 어떤 선거나 공천 과정과 비교해보더라도 오히려 갈등이나 분열 정도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잘 짜여진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 공천인 만큼 갈등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 생명의 당락을 결정 짓는 공천과 컷오프가 민주당 분열의 잣대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하위 20%에 속하는 의원에게 개별적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이들은 경선서 20~30% 감점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계파를 막론하고 하위 20%에 포함될 경우 특히 비주류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민주당은 한 차례 내홍을 겪었다. 친명과 비명간의 이견이 생기자 이낙연 전 총리를 비롯한 원칙과상식(김종민·이원욱·조응천) 등이 집단 탈당하면서다.

“죽임의 정치 끝내자” 윤 향한 직격탄
자객 공천·586 퇴진론은 미궁 속으로

지난 몇 주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민주당 비주류로 꼽히는 당내·원외 인사가 줄줄이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 전 총리가 이끄는 ‘개혁미래당’(가칭)에 합류했다. 야당의 물길이 두 갈래로 나뉘면서 민주당 내 소란이 잠잠해진 듯했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갈등이 주목받으면서 민주당 내 분열이 상대적으로 잦아드는 듯한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윤-한 갈등이 봉합되고 민주당 내 잔류 세력을 겨냥하는 듯한 목소리가 다시 커지면서 이번에는 친문이 새로운 타깃이라는 평이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명문대전’이 불거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친문-친명 간의 갈등을 ‘입지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이 거대 의석수를 차지한 만큼 계파 스펙트럼이 넓어진 탓이다. 반면 개개인이 설 자리는 좁아진 만큼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상대방을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친문 세력을 밀어내는 빌미로 ‘문재인 책임론’이 대두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년간 보여준 문정부의 실책이 윤정부를 탄생시킨 원인이라는 논리다.

당내 거대 세력이 기 싸움을 이어가던 중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이 뇌관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저격수’로 통하는 이 전 의원의 복당을 이 대표가 직접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이 전 의원은 과거 친문 주류에 반발해 탈당한 인물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등은 행정 경험도 없는 최순실보다 못하냐”고 발언하는 등 문 정부와 줄곧 각을 세워왔다.

‘노골적인 친문 세력 몰아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 전 의원은 당혹감을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당내 일각에서 돌아가며 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어 참으로 당황스럽다”며 “제가 당내 권력투쟁의 빌미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고 말했다.

논란의 이언주…‘문명대전’ 방아쇠
친문 겨누는 민주당 화약고에 주목

이 전 의원은 “무당파·반윤의 상징적 정치인이니 일종의 ‘반윤 연합전선을 형성하자’ ‘민주당도 다양한 견해가 필요하다’며 제 의사를 여러 번 타진했다”고 전했다. 윤정부와 맞서 이번 총선서 승리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복당에는 용기가 필요한 만큼 최근까지도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부 지도부를 비롯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먼저 이 대표 측에 복당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거취가 친명-친문 갈등의 해결책이 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원외 인사까지 합세해 계파갈등을 부추기는 목소리를 내자 지도부는 “친명-친문 갈라치기는 민주당 필패의 길”이라며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통해 입단속에 나섰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서 “친명이든 친문이든 가리지 않고 기준과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는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립적인 태도로 임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지호 당 대표 정무조정부실장이 친문계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마한 것을 두고 “빛이 바랬다”고 평가하자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고 위원은 “친명, 친문을 가르지 말자고 계속하는데도 불구하고, 김지호 당 대표 정무조정부실장께서도 친명-친문 프레임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노력을 좀 하셔야 된다”며 “우리 스스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일촉즉발

하지만 이 대표의 통합 메시지가 미온적이라는 평이 나오는 만큼 제2의 도미노 탈당이 되풀이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명·친문이 민주당을 떠난 이후에는 ‘찐명’을 가리기 위한 친명끼리의 싸움도 예상 가능한 지점이라고 내다봤다.

총선까지 두 달이 남은 시점서 민주당이 원팀으로 순항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윤정부 심판론을 띄운 이 대표가 얼마나 큰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되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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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