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 버린 이태원특별법 막후

헌신짝 버리듯 내동댕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지난달 9일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 264일 만에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정부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는 “특별법의 특조위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검·경의 수사로 진상규명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서 이태원 참사로 자진사퇴하거나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 이에 정부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이태원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법조계에서는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사와 발판 마련을 거부했다며 반발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지난달 31일 재가했다. 

공정성 의심

한 총리는 이태원특별법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경찰서 500명이 넘는 인원으로 특별수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검찰도 보완 수사를 실시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경의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안에 따라 특조위는 동행명령, 압수수색 의뢰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그 과정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면서도 “위원회를 구성하는 11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서도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고도 부연했다.

한 총리는 “진정으로 유가족과 피해자,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정부도 적극 수용할 것”이라며 “여야 간에 특별법안의 문제가 되는 조문에 대해 다시 한번 충분히 논의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태원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피해자와 유족에게 재정적·심리적 지원을 확대하며 온전히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정부의 대책이 유가족과 협의를 통해 나오지 않았으며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지원책은 유가족들과 협의되지 않은 이야기”라며 “정부와 여당은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도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고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법안을 검토해 달라고 했을 때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264일 만에 통과했는데…대통령 거부
“수사 문제 없다…특조위 무슨 의미?”

이어 “(희생자 추모시설 건립 등은)특별법 안에 다 들어 있는 내용이고 근거를 갖고 만들려면 어차피 법이 만들어져야 되는 것”이라며 “특별법을 공포해주면 당연히 다 될 수 있는 것을 왜 그렇게 특별법을 거부하고 별도로 똑같은 내용을 정부서 하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특별법을 거절하는 건 ‘특조위’ 구성 여부인데 정부의 부재로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한 것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계속 든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태원특별법을 거부하자 민주화를위한변호사들의모임(이하 민변) 이태원참사대응TF팀도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설명한 거부 이유에 대해 반박했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동행명령,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 등 조항이 영장주의를 위배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이 공정하지 않음 ▲특조위 권한이 지나치게 광범위 ▲검·경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은 이미 이뤄졌다는 것.

우선 특별법은 특조위 조사에 관해 결정적 증거자료를 보유하거나 정보를 가진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특조위 의결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정부는 이를 두고 영장주의를 위배했다고 했지만, 민변 이태원참사대응 TF는 동행명령은 강제처분이 아니며 특조위는 검찰이나 공수처에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윤복남 민변 이태원참사대응 TF 단장은 “동행명령권이나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은 세월호 특조위나 사회적참사조사위원회(사참위) 등 유사한 조사위원회에 모두 있었던 권한”이라며 “과거 조사위들이 활동하는 동안에도 위헌성이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특별법은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국민의힘)와 그 외 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가 각각 4명을,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해 3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여기서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한다는 내용이 사실상 유가족단체를 말하고 있으므로 편향성을 띄고 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특별법 원안에 포함됐던 유가족단체 추천 몫은 여당의 반대로 이미 최종안서 빠졌었다. 

법적 처벌자 거의 없어
“책임 피하기 위해” 지적

특조위 권한이 광범위하다는 주장에 관해 윤 단장은 “행정부가 재난 원인 조사도 실시하지 않는 등 이태원참사 전 과정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를 해야 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대신 하기 위해 특조위 설치가 필요하다”며 “특조위는 사법적인 판결을 하는 기관이 아니므로 사법부의 역할을 침해한다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특조위가 재조사하는 데 있어서 이 사람들은 왜 불기소했는지 그 시작점을 보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이를 거부하는 것은 검·경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라며 정부가 주장하는 검·경의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반대했다.

법조계서도 정부가 주장하는 진상규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지 1년3개월이 지나도록 윤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 경질하거나 스스로 물러난 고위 공직자는 0명이다. 고위직에 대한 법적 처벌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직후 구성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월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혐의 처분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소환조사 없이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로 처리됐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달 15일 기소를 권고하자, 검찰은 지난달 19일에야 김 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구청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민변 이태원참사대응 TF 소속 한 변호사는 “고위직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처벌할만한 법령이 없기 때문”이라며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도 특별법이 제정된 후 특조위의 보고서가 재판에 영향을 끼치거나 근거 법령이 제정됐다”고 주장했다. 

재의결?

이 변호사는 “정부 말대로 검·경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 진상규명이 마무리됐다면 특조위 활동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당당하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특별법이 더 빨리 시행되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머 “유가족들과 협의를 한 차례도 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한 대신 재정적·심리적 지원책만 내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태원특별법은 이달 국회 본회의서 재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