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박 터지는 집안싸움 ‘광주 동구남구 갑·을’

무조건 되는 영역다툼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호남지역은 매번 민주당 후보가 넘쳐나는 만큼 그들만의 격전지로 여겨진다. 광주 동구남구도 예외는 아니다. 제3지대와 쟁쟁한 후보군의 출현으로 긴장감이 맴도는 동구남구 갑·을에 누가 출마할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광주 동구남구(이하 동남구)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개편된 지역구다. 기존 지역구인 남구와 동구가 합쳐져 각각 동구남구 갑·을로 개편됐다. ‘진보 텃밭’이라는 별명답게 동남구 갑·을 모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인사가 대거 몰리면서 호남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우후죽순

동남구를 비롯한 호남지역에서는 현역 프리미엄이 쏠쏠하다는 평이 나온다. 지금처럼 한 지역구에 다수의 민주당 예비후보가 몰릴 경우 인지도가 앞선 현역 의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컷오프 결과와 친명(친 이재명)·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첨예한 만큼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 후보가 여성·신인·청년일 경우 15~25%의 가산점을 받기 때문에 막판 스퍼트를 노려볼만하다는 관측도 제시된다.

동남갑에는 현역인 민주당 윤영덕 의원을 포함해 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윤 의원과 초선을 노리는 후보들 간의 쟁쟁한 기 싸움이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윤 의원은 지난 총선서 최영호 전 남구청장을 경선서 누르고 본선에 올랐다. 당시 윤 의원의 상대 후보는 국민의당 장병완 전 의원이었다. 장 전 의원은 2010년 상반기 재보궐선거부터 내리 3선을 지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윤 의원이 77.28%라는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판세가 바뀌었다. 장 전 의원의 득표율은 20.6%에 그쳤다.

호남 최대 격전지…쌓이는 도전장
공천이 곧 당선? 변화구에 주목

윤 의원은 재선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지난달 22일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고단하고 위태로워진 국민들의 삶을 지키겠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의 국정 경험과 민주당 원내대변인, 원내부대표 등을 맡았던 점을 강조하며 의지를 굳혔다.

맞수였던 최 전 구청장은 윤 의원 출마 선언 하루 만인 23일, 고흥·보성·장흥·강진 선거구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때 문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낸 서욱 전 장관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을 받아 공판이 진행 중인 만큼 출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경훈 ‘이재명의 기본사회연구소’ 소장과 정진욱 당 대표 정무특별좌역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노형욱 전 교통부 장관도 동남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처럼 현역과 신입의 리턴매치로 자리 잡을 예정이었던 동남갑에 이낙연 전 총리가 소환되면서 이목이 쏠렸다. 정진욱 예비후보가 민주당을 떠나 제3지대를 택한 이 전 총리를 향해 ‘간보기 정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다.

정 예비후보는 “이 전 총리에게 정치생명과 정치적 선택의 정당성 모두를 걸고 호남 정치 일번지 광주 동남갑서 당당히 겨룰 것을 제안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이 전 총리의 행보는 여론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전부터 이 전 총리는 불출마 의지를 피력했던 만큼 그의 출마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후보들 간의 쟁쟁한 기싸움이 벌어지던 가운데 지난 6일, 민주당은 1차 경선 지역을 발표했다. 동남갑은 윤 의원과 정 예비후보가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옆 동네인 동남을은 동남갑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역 의원을 포함해 무려 10명의 민주당 후보자가 몰린 탓이다.

동남을 현역은 민주당 이병훈 의원이다. 그는 지난 21대 총선서 72.29%를 득표하면서 경쟁자이자 5선 도전에 나섰던 민생당 박주선 전 의원을 61.18%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현역 프리미엄’ 톡톡히 누릴까?
쟁쟁한 뉴페이스에 긴장감 ‘쑥’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던 만큼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이 의원은 광주시당위원장을 맡아 공약 실천에 힘을 실으면서 꾸준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그의 유력한 경선 후보로는 김성환 전 광주 동구청장과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 거론된다.

김 구청장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통해 민심을 사로잡겠다는 의지다. 최근에는 문화·관광 활성화와 경제 활성화, 일자리 확보 등 6개 분야 30개의 정책이 담긴 1차 공약집을 발표했다. 고령화, 도심 공동화 등으로 활력을 잃은 동남을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안 차관은 청년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청년 거버넌스가 시·도당을 비롯한 국회에 구축될 수 있도록 청년사회 실태조사 구축 등 청년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치단체의 청년센터·청년재단 설립을 의무화함으로써 청년기본법을 정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밖에도 ▲김병우 민주혁신연구원장 ▲김해경 전 남부대 초빙교수 ▲노희용 전 동구청장 ▲양형일 전 조선대 총장 ▲이정락 이재명 대선후보 광주 선대위 공동선대본부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진보당에서는 ▲김미화 진보당 광주시당 동남을 지역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에서는 박은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동남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 위원은 광주 출신 의사로 현재 ‘상식과 정의를 찾는 호남대안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호남 출신 국민의힘’ 인사가 동남구 총선 흐름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총선을 앞두고 광폭 행보를 보이는 ‘야당 중텐트’ 역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이 전 총리가와 탈당파 김종민 의원이 이끄는 새로운미래당이 호남 민심 공략에 나서면서 표가 흩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빙 승부

갑·을 모두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민주당이 세운 공천룰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제시한 제22대 총선 후보자 선출 규정에 따르면 1위 후보자와 2위 후보자의 격차가 심사 총점 기준 30점 이상이거나 공천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2위 후보와 20% 이상일 때 단수 후보자로 선정할 수 있다. 경선 없이 곧바로 본선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만큼 후보들은 마지막까지 상대방을 따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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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