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후임 박성재 ‘급호출’ 내막

사실상 용산 구원투수
대통령실 핫라인 발동?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신임 법무부 장관에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이 지명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간 갈등 국면서의 갑작스러운 발탁이다. 당초 검찰 안팎에서는 4월 총선까지 법무부 차관의 장관 대행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정권을 향한 수사 통제 강화와 제2의 ‘사정기관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에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10기수 선배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의 ‘대선배’이기도 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대구고검장을 지냈다. 박 전 고검장의 등장으로 검찰 권력이 과천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정부를 향한 수사기관의 칼날이 그만큼 무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무부 장관
한쪽 칼날만?

박 전 고검장은 ‘사법연수원 17기 트로이카(최재경 전 민정수석, 김경수 전 고검장, 홍만표 전 검사장)’에 가리기는 했지만 ‘특수통’으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을 지냈다.

2015년 대구고검장일 때, 2017년 서울고검장일 때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다. 원칙에 따라 조직을 장악해 강단 있게 업무를 추진해왔다고 평가받는다.

박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과 근무 인연이 있다. 윤 대통령이 초임 검사 때인 1994~1996년 대구지검서 같이 검사 생활을 했고, 윤 대통령이 2014~2015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하다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대구고검장을 지냈다. 이때 박 전 고검장이 윤 대통령을 아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검찰 내부에선 4월 총선까지 심우정 법무부 차관의 장관 대행 체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법무부 장관 자리를 한 달째 공석으로 둔 상태서 법무부 차관부터 교체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청문회 리스크’를 피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 전 고검장의 갑작스러운 발탁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문재인정부 시절 검찰·법무부의 색채를 완전히 제거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직 장악력이 강한 박 전 고검장을 중심으로 ‘이원석 검찰 체제’에 힘을 실어준다는 평가다.

검찰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갈등만으로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박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선배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원석 체제 검찰 안정 원칙주의자
정권에 충성? “무리한 수사 안 해”

박 전 고검장은 후배인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2017년 7월 검찰총장에 내정되자 자리서 물러났다. 검찰은 새 총장이 임명되면 사법연수원 선배 기수와 동기들이 대부분 사직하는 관행이 있다.

그는 당시 내부망을 통해 ‘검찰을 떠나면서’라는 글을 작성했다. 박 전 고검장은 “2007년 3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을 마치고 지방 지청장으로 떠나면서 작성해 둔 사직서를 오늘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전 고검장은 “검사장급 인사에서도 보듯이 부적절한 결정을 한 검사라는 이유로 몰아내는 인사를 했으나 그들이 어떤 사건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한 것이 부적절했는지 사유가 불분명해 언론에서는 이를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새로운 ‘줄세우기’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여러 제도개선안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검찰의 문제가 한두 개의 처방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과 관련된 일이므로 심사숙고해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지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고검장은 “검찰은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인권옹호기관’이었지만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으로 ‘거악척결’이라는 1차 수사기관적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검찰권이 운영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 점이 검찰제도가 도입된 근본적인 취지와 배치되면서 여러 가지 비난 대상이 되고 부조리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용한
원칙맨

박 전 고검장이 검찰 내부 안정화에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검찰의 재벌과 제 식구 감싸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가 일선 부장검사 시절 수사한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6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장이었던 그는 삼성그룹 관련 4개 사건을 한꺼번에 맡아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소환 일정을 차일피일 미뤄 ‘재벌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이 회장을 기소한 것은 1년 뒤 출범한 삼성 특검이었다.

박 전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뒤 정권의 의중이 실린 포스코 비리와 자원외교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취임 직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패척결을 강조하면서,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배임, 부실 투자”와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횡령 등의 비리”를 언급했을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총리의 담화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자원외교와 관련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했다.

포스코 수사는 검찰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이상득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하면서 7개월의 수사 성과로 보기엔 초라했다고 평가받았다. 자원외교 수사도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구속 기소하는 데 그쳐 ‘용두사미’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건희·윤석열정부 향한
권력형 사건 사장 가능성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박 전 고검장은 검사 시절부터 윗사람과 청와대의 심기를 거스른 적이 없다. 원칙주의자지만 정치적 논란을 의식하고 강단 있게 성역까지 후벼 파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고검장은 검찰이 홍 전 검사장의 법조 로비 의혹을 수사했을 때도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이원석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였다. 중앙지검 특수1부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청탁 자금으로 3억원을 받은 홍 전 검사장과 만나거나, 정 전 대표의 브로커와 전화 상담을 한 사실이 확인된 고위직 검사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은 홍 전 검사장이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던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두 차례 만나고, 최소 여섯 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홍 전 검사장이 최 차장을 만난 시점은 정 전 대표로부터 ‘최 전 차장과 박 전 고검장에 관한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직후였다.


부적절한 만남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데도 검찰은 최 차장에 대해 서면조사만 진행했다.

검찰은 “당시 최 차장이 정 전 대표를 엄정하게 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한 객관적 증거가 있다”고 했으나, 그 증거가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정 전 대표가 회삿돈으로 도박을 했는데도 도박죄보다 형량이 센 횡령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검찰·재벌
봐주기 논란

검찰은 최 차장의 직속상관이던 박 전 고검장에 대해서는 아예 서면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홍 전 검사장이 박 전 고검장을 찾아가거나 통화한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 전 고검장이 조직 안정화에는 뛰어난 사람이지만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것과 엄정한 수사를 해왔다는 평가는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 전 고검장은 정권에 부담가거나 무리한 수사는 하지 않았다. 반대로 정권과 평행선을 달리는 기업과 인사들에 관해서는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왔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무총리였을 때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검찰 수사는 특정 라인을 압박하기 위한 수사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 회장을 비롯해 김정행 전 대한체육회 회장,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민영진 전 KT&G 사장 등 MB(이명박 전 대통령)맨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서도 중앙대 비리 사건을 다루면서 MB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냈던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을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일부 사건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으나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던 건 사실이다.

이 같은 고강도 사정 드라이브의 기획자로는 박 전 고검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꼽힌다.

중앙지검 한 관계자는 “박 전 고검장이 우 전 수석과 청와대서 미팅한 사실이 있다”며 “둘의 미팅 직후 검찰이 발 빠르게 움직이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의중이 실린 검찰 수사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견해가 검찰 안팎서 나오는 이유다.

우병우와 기획 사정 주도
총선 직전 피바람 부나

4월 총선까지 검찰의 칼끝은 결국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거세다. 과거처럼 검찰발 사정 정국이 강화되면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야권을 타깃으로 한 검찰의 표적 수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 유죄판결(정치자금법 위반)과 민주당 출신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 기소(위증 혐의) 건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현재 검찰이 사실상 묵혀두고 있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통제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김 여사를 1년 넘게 소환조사하지 않고 결론조차 내지 않았다. 재판부가 주가조작 일당이 김 여사의 계좌를 불법 시세조종에 이용한 사실을 인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여사의 성역화가 공고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사실상 ‘김건희 대변인’을 자처했다는 비판이 상당했던 법무부의 보도자료 때문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5일,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직후 ‘야당 단독으로 강행한 위헌적인 특검 법안 2건에 대한 국회 재의 요구,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6쪽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법무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문재인정부 당시 검찰이 김 여사가 대통령과 결혼하기도 전인 12∼13년 전 일에 대해 이미 2년 넘게 무리하고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강도 높게 수사하고도 김 여사에 대해서는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하지 못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소관부처로서 정부 이송 법률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법제업무 운영 규정에 따라 입장문을 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소환조차 하지 못한 사건’이라고 규정했으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엄연히 현재진행형 사건이다.

김건희 수사
도로 넣을까

법무부는 또 보도자료서 여당의 특별검사 추천권을 배제한 특검법 조항에 대해 “최소한의 중립성은커녕 편향적인 특별검사가 임명될 수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2016년 국정 농단 특검법에도 있던 조항이다. 특히 2019년 2월 헌법재판소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함으로써 이해충돌 상황이 야기되면 특별검사 제도의 도입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합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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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