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이 현실로’ ELS 불완전판매 후폭풍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18 09:05:45
  • 호수 1462호
  • 댓글 46개

“원금 80% 보장” 약장수 자처한 은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홍콩 항셍 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불완전판매 의혹이 가시화됐다. 모 시중은행의 ELS 상품을 계약한 일부 고객은 “손실 시, 원금의 80%를 보장해준다 약속했다”고 힘없이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해당 은행은 ELS 판매금액이 가장 높은 곳으로 드러났다. 

3년 전 판매했던 ELS 상품의 손실은 올해 상반기에만 수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지난주부터 현장검사에 나섰다. 지난 7일, 사전점검서 ELS 판매사들의 관리체계상 미비점을 다수 확인한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형식적 경고만

ELS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여부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날 금감원은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 등 7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하겠다고 선포했다. 지난 8일,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1월 중 나머지 10개 판매사에 대해서도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기인 H지수 ELS 규모는 10조2000억원으로 이 중 증권사 물량이 1조2000억원가량이다.


자신을 불완전판매 피해자라고 주장한 제보자 B씨는 10년 이상 거래한 국민은행 팀장 김모씨에게 ELS 상품을 소개받았다고 했다. 그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부지점장이 원금 손실은 발생할 수 있지만, 80% 원금이 보장된다고 설득했다”며 “재차 원금 손실에 대해 반문하니 ‘아직 손실 난 적 없다’고 하면서 안심시켰다”고 호소했다. 

B씨는 지난해 1월경 아내와 함께 김 팀장을 만난 자리서 “이자소득은 얼마나 되나요?”라고 재차 물으니 “약 2400만원 정도된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B씨는 취재진에게 “돌이켜보면 그 당시 홍콩 H지수가 곤두박질쳤는데 팀장이 천연덕스럽게 수익을 보장했다”고 말했다.

B씨는 아내에게 이자소득 명의를 이전하기 위해 함께 방문한 자리서 수익 보장 내용을 들었다고 한다. 평생 함께 모아온 목돈으로 아내에게 선물을 안기려 했던 남편의 바람은 하루아침에 악몽으로 변했다.

B씨는 지난해 말 ELS 불완전판매 의혹이 불거지자, 은행 측에 계약서를 들여다보겠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은행 측은 “계약서는 없고 신청서만 있다”며 B씨가 작성했던 신청서만 보내왔다. 신청서에는 ELS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라는 설명조차 없었다. 

단지, “이 계약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며, 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신중하게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는 신청서 작성 과정서 은행 관계자가 B씨에게 “원금 손실 80%를 보장하겠다”고 설득했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B씨의 피해사례는 금감원이 들여다본 불완전판매 사례의 전형적인 예다. 앞서 지난해 11~12월 ​금감원이 ​진행했던 조사에서도 일부 판매사가 계약 관련 서류를 보관하지 않았고, ELS 판매 확대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은 금감원의 집중 조사를 받게 되면서 불완전판매 의혹이 불거졌다.

ELS는 특정 주가지수에 연동된 증권으로 만기 때 가입 당시와 비교해 70% 지수를 넘으면 원금과 높은 이자를 돌려준다. 반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금마저 손실을 볼 수 있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불완전판매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ELS가 고위험 파생상품임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ELS로 인한 원금 손실의 책임이 투자자에게 있다”는 형식적인 경고만 들었을 뿐, 상품의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파생상품은 미래 가격이 불확실한 원유, 금 등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약속한 날과 가격을 미리 정하고 거래하는 행위를 상품화한 것을 의미한다.

선물, 옵션, 스와프 등이 파생상품 범주에 들어간다.​​

ELS는 통상 코스피200, 미국(S&P500), H지수 등 국가별 대표지수가 가입 당시보다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수익률이 보장되는 구조다.

문제는 2021년 상반기 판매한 H지수 ELS는 당시 초저금리 상황서 약정 수익률은 연 2, 3%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당시 예금금리와 겨우 1~2% 차이나는 수익률을 얻는 조건에 원금을 전부 날릴 수 있도록 설계된 위험한 상품이라는 것이다.

특히, 만기 전에는 가입 해지가 불가능해 언제든 사고팔 수 있는 주식보다 위험하다. 금융기관이 ELS 상품을 초고위험 상품으로 관리하는 이유다.

ELS 상품의 대부분 만기 기간은 3년 만기로 6개월마다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스텝-다운형’ 상품이 많다. 만약 조기상환 조건에 ‘95-90-85-80-75-70’ 등이라고 돼있다면, 이 6개의 숫자는 기초자산의 최초 시작가 대비 %를 의미한다.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확인하고 조건이 충족되면 금융사가 약속한 수익을 함께 지급하고 상품을 종료시킨다.

홍콩 H지수 반토막 ‘아시아 금융 허브’ 옛말
실적 따라 수시로 한도 변경···손실 3조 예상

예컨대 A사 주가의 시작가가 100달러였는데 6개월 뒤 평가 시점에 95달러 이상으로 유지되면 약속한 연간 수익을 주고 조기 상환시킨다. 반면, 평가 시점에 94달러라면 평가는 자동으로 6개월 뒤로 연장된다. 6개월 뒤 A사 주가가 90달러 이상 유지하고 있으면 수익을 주고 조기 상환시킨다.

하지만 주가가 90달러 미만이었다면 또 6개월 뒤에 평가한다. 조기상환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평가는 지연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지수가 ELS 만기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해 가입 시점 대비 반토막까지 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설명한다. ELS는 은행서 베스트셀러 상품으로 2002년 상품 인가가 난 이후 수익률을 보장하며 인기를 끌어왔다. 

2021년 상반기만 해도 1만2000선서 1만3000선을 상회하던 H지수는 지난해 말, 6000선으로 반토막 났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상품부터 대규모 원금 손실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손실 발생액은 3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 증권 상품의 잔액이 8조4000억원 정도인데, 손실이 40~5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 국영기업 50개 기업의 주가를 바탕으로 해서 산출되는 H지수는 이례적인 불황을 맞이하면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홍콩 증권거래소서 신규 IPO와 2차 상장을 통해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58억8000만달러(약 7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홍콩서 상장을 통한 총모금액이 516억달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IPO 규모가 88% 넘게 줄어든 셈이다.

다양한 원인으로는 외국 투자자들의 이탈, 중국 당국의 규제 등이 꼽힌다. 홍콩이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명성도 옛말이다. 홍콩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도시로 꼽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은 자금 조달 장소로 홍콩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초 시중은행서 ELS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는 “홍콩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 볼 일 없다”는 은행 측의 권유로 가입했다고 한다. 다수의 투자 피해자들은 ELS를 판매한 일부 금융사 측의 ‘단골 멘트’라는 후문이다.

최근 불완전판매 논란의 중심에 선 은행들의 ELS 상품과 관련해 은행마다 판매한도 규정도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에선 ‘잘나가는 만큼 더 많이 팔 수 있도록’ 판매실적에 따라 수시로 한도 증액이 가능했다. 은행들의 고위험 상품 영업·판매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ELS 판매한도와 관련된 규정은 제각각이다. H지수 ELS 판매금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지수 변동성이 높아지면 판매 목표 금액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ELS의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 변동성이 30% 이상이면 판매 목표금액의 50%만 판매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국민은행이 이 같은 내부 규정을 어기고 80%까지 한도를 올려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민은행이 내규를 어기고 판매한도를 무리하게 증액했다고 지적했다.

규정도 미비

문제는 ELS와 같은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대한 판매한도가 수시로 증액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비(非)예금상품위원회를 통해 ELS 상품 등 판매한도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가 총 한도만 설정할 뿐, 판매실적에 따라 상품별 한도를 수시로 늘릴 수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특정 상품의 판매금액이 증가해 한도를 높일 필요가 있을 때 한도 조정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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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