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 둘러싼 복잡한 방정식

꼬리에 꼬리 무는 철새들 이합집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찻잔 속 미풍에 그칠 것이란 과거의 평들이 무색할 정도로 제3지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신당을 이끄는 대표들은 각자의 자리서 정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빅텐트가 형성된다면 이번 총선서 정의당을 제치고 당당히 3자 구도를 만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동훈·이재명과 맞먹는 체급의 선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빅텐트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폭풍전야 기운이 감지된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서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이 참여했다.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에 뛰어든 인물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만큼 ‘양당 기득권 타파’라는 공통된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힘입어 빅텐트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 작업도 탄력받는 모양새다.

밀어주고
끌어주고

양 대표가 이끄는 한국의희망은 지난해 8월 출범한 신당으로 제3지대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았다. 한국의희망은 ‘좋은 정치’ ‘과학 정치’ ‘생활 정치’를 지향한다.

같은 해 11월 창당한 새로운선택은 금태섭·조성주 두 사람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들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함께하는 ‘제3지대 연합정당’을 기치로 내걸었다. 정 의원도 새로운선택과 함께하는 길을 택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에는 이 위원장이 국민의힘 탈당과 함께 개혁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의 측근인 ‘천하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중 김용태 최고위원을 제외한 이들이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 함께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주 시·도당 창당 및 등록신청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20일쯤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장기간 충돌해오던 이 전 총리가 지난 11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며 “마음이 맞는 이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상식’ 의원들이 지난 14일 ‘미래대연합’ 창당발기인대회와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제3지대 연합 작전이 가시권에 돌입했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제3지대 주요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이목을 끌었다. 서로 연대하고 지지하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이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빅텐트’가 쳐질 가능성도 제시된다.

양 대표는 여는 말을 통해 “여기 모인 우리는 모두 정치혁신의 동지”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개혁신당이 꿈꾸는 나라도, 새로운선택이 바라는 목표도, 이낙연 신당이 이루려는 미래도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과학기술과 첨단산업”이라며 연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 전 총리는 “시골에 가면 펌프로 물을 뿜어내지 않나. 맑은 물을 얻으려면 허드렛물을 부어야 한다. 저더러 허드렛물 노릇을 하라는 뜻으로 알고 나왔다”며 “맑은 물은 이준석, 금태섭에게 들으시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제3지대가 확장하는 과정서 진두지휘하는 대신 뒤를 받쳐주는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제3지대 향하는 여의도 1군 선수들
총선 앞두고 이어지는 ‘탈당 러시’

양 대표와 이 위원장은 어느 정도 뜻을 함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언젠가는 과학기술에 대한 저희의 입장도 밝힐 날이 있을 것”이라며 과학기술 정책만은 한국의희망이 제시하는 어젠다를 받아들이겠다고 시사했다.


금 대표 또한 “이 자리에 이 전 대표와 이 위원장 등이 모두 참석한 건 단순히 양 대표의 책 출간을 축하하는 게 아니다. 서로 돕고 경쟁하며 한국이 나아갈 길을 찾겠다는 의미”라며 연대 의사를 내비쳤다.

현재 3당인 정의당 소속 의원 수는 6명이다. 빅텐트로 모여든 현역 의원의 수가 정의당을 넘게 되면 정의당을 제치고 기호 3번을 받게 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당이 원내3당을 차지하는 건 어려운 만큼 당을 떠난 의원들이 하나의 구심점으로 모일 가능성이 있다.

제3지대가 거대 양당의 대안점이 되겠다는 목적으로 자리잡은 만큼 기호 3번이 갖는 의미는 크다. 면적이 정해진 파이를 쪼갤수록 손해인 만큼 총선서 3파전 구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원칙과상식 조응천 의원도 CBS 라디오를 통해 “신당의 1차 목표는 7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1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해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과 이 전 총리의 연대를 일컫는 ‘낙준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호 3번으로 모여야 한다는 것은 합당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이낙연 전 총리의 말씀을 들어보고 맞춰가면서(연대를) 빨리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이 각자의 자리서 세력을 키우고 2월부터 뭉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밖에도 ▲동일한 기호로 선거를 치른 후 갈라지는 방법 ▲지역구 후보는 함께 내되 비례대표는 따로 내는 방법 ▲각자 다른 총선 기호를 받는 방법까지 시나리오로 제시됐지만 현재로서는 빅텐트 연합을 구축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신당 하나하나가 각개전투로 움직이는 것보다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 의석수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천군만마?
오합지졸?

2월15일에는 총선 기호와 정당보조금 액수가 결정된다. 이 시기까지 각 대표들은 몸집을 키우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신당에 합류하는 인물이 구체화되고 양당과 차별화되는 비전을 제시한다면 2016년 안철수 국민의당과 맞먹는 파괴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전망도 제시된다.

다른 한쪽에서는 빅텐트가 세워지더라도 각자 정치적 견해와 노선 차이가 명확해 정체성을 확립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거대 양당 타파’라는 교집합을 제외한 모든 분야서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제3지대의 정치 스펙트럼은 진보·중도·보수를 아우른다. 특히 이 위원장과 이 전 총리는 보수·진보 정당의 당 대표를 받았던 인물이다.

이 위원장의 지지층은 보수 성향의 2030세대며 이 전 총리는 민주당 성향의 중도와 고연령이 핵심 지지층이다. 추구하는 가치와 세대 간의 간극이 큰 만큼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때 ‘안티 페미니즘’ 성향을 띠던 이 위원장의 남성 지지층과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류호정 의원 간의 충돌도 예상 가능한 지점이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완충재가 없어 분열의 뇌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라는 같은 배를 탔던 이 전 총리와 원칙과상식의 미묘한 기싸움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은 현 민주당 지도부 체제에 반발해 당을 떠났지만 원칙과상식은 이 전 총리의 신당 계획에 반대했던 이력이 있는 만큼 껄끄러운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이처럼 각자의 정치철학과 이념, 지지층 등이 모두 다른 만큼 간극을 좁히는 과정서 난항에 부딪힐 우려가 제기된다. 창당준비위원장 논의를 시작으로 공천 과정과 비례대표 순번, 공약 등 매 순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상황을 마주한다.

남보다
빠르게

만일 이 과정서 각자의 고집을 꺾지 않고 이익을 챙기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결국 유권자는 기성 정치와 차별화를 느끼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치이념을 함께하는 화학적 결합이 아닌 제3지대라는 공간만 공유하는 물리적 화합이 가장 현실성이 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제3지대를 잇는 연결고리는 원칙과상식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가 이들과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시사하면서 그들의 역할론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원칙과상식은 지난달부터 이 대표의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해왔다. 새해가 밝았지만 당 지도부로부터 응답이 없자 예고해온 대로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제3지대와의 협력에 나섰다.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가 돼있다면 모든 세력과의 연대·연합은 열려있다는 뜻도 밝혔다.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서 “새로운 가치, 새로운 비전,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원칙과상식 모임에 함께했던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다른 노선을 택했다. 탈당 기자회견 직전 마음을 바꿔 당에 남겠다고 밝히면서 남은 세 명만 탈당을 선언한 것이다. 이들은 “세상을 바꾸는 정치로 가기 위한 개혁대연합, 미래대연합을 제안한다”며 흩어져 있는 제3지대 신당들을 하나로 묶는 플랫폼 역할을 예고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준석 신당, 이낙연 신당, 양향자, 금태섭 등 다양한 신당 그룹이 있는데 다 쪼개진 상태라면 국민께 대안정당으로서 희망을 줄 수 있겠나”라며 “전체를 통합하는 역할을 먼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3지대가 하나의 목적으로 뭉치게 되면 새로운 무리를 이끌 새로운 우두머리가 필요하다. 지금은 모두가 나란히 손을 잡는 수평적인 관계지만, 한 발만 나아간다면 금세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빅텐트는 누군가의 양보와 타협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특히 여러 이해관계에 얽혀 있거나 끌고 가야 하는 세력이 있는 정치인의 경우 더욱 그렇다. 각자 추구하는 노선의 종착역이 다른 만큼 이를 하나로 잇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방정식을 대입해야 할 것이다.

‘남녀노소 우측좌측’ 한데 다 모여
‘사공 많은 배’ 누구에게 맡길까?

빅텐트 주도권과 관련해서는 이 위원장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는 평이다. 그는 지난 9일 출판기념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빅텐트 주도권을 두고 신당 세력끼리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과거 연대 경험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논의 테이블에 와있는 여러 세력과 다르게 과거에 큰 결합이라 생각하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결합에 참여했다”며 “그때 결합이 준 교훈에 대해 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공간이 펼쳐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 대해 “주도권을 가져가기보단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정”이라면서도 ‘중고 신입’ 같은 이력을 앞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원칙과상식이 꾸리는 신당은 현역 의원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여기에 ‘민주정신’을 강조하는 이 전 총리가 합류한다면 중도에 가까운 민주당 지지층을 끌어안을 가능성도 제시된다.

컷오프 등 경선 탈락에 의의를 제기한 현역 의원 3~4명만 기존 당을 이탈해 신당과 함께한다면 빅텐트에 합류하지 않고도 기호 3번을 달 수 있다. 만일 빅텐트가 실패로 끝나더라도 이 전 총리에게 가해지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의 지지층이 탄탄한 만큼 민주 진영의 또 다른 빅텐트를 꾸리는 데 발목 잡힐 일도 없을 것이다.

결국 가장 높은 지지도를 받거나 확실한 총선 승리 어젠다를 제시하는 인물이 빅텐트의 우위에 서게 될 전망이다. ‘윤석열·이재명 때리기’만으로는 반사이익을 노리는 기성 정당과 같게 된다. ‘국민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당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신선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인물이 모인 것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상황이다. 양당과 비교했을 때 덩치는 작지만 강한 파급력을 지닌 만큼 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 여야 모두 제3지대를 평가절하해도 예의 주시하는 이유다.

커지는
스피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빅텐트는 예견된 사안인 만큼 큰 변수는 아니라도 선거 판세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지금 국민은 양당 체제가 아닌 합리적 옵션을 갖춘 당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야의 정쟁은 절정에 달할 텐데 과연 이를 끝까지 지켜볼 무당층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 길 떠나는 이낙연 어디로?

이낙연 전 총리가 마침내 민주당과의 이별을 고했다.

지난 11일 이 전 총리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떠난다”며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원칙과상식 의원들과 우선적으로 손을 잡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이 전 총리는 “극한의 진영대결을 뛰어넘어 국가과제를 해결하고 국민 생활을 돕도록 견인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며 “그 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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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