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7번째 코리안 빅리거 고우석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08 14:22:28
  • 호수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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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오타니와 투타 대결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고우석 선수, 샌디에이고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샌디에이고 구단이 구단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우석에게 이 같은 환영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대표적인 소식통은 “고우석이 (MLB)마무리 투수를 맡게 될 것”이라고 썼다. 고우석은 한국인 선수 중 빅리그로 직행한 7번째 선수다.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26)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협상 마감일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며 MLB 입성의 꿈을 이뤘다. <뉴욕포스트> 조엘 셔먼 기자는 지난 4일(한국시각)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와 계약기간 2년, 총액 450만달러(약 59억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꿈에 그리던
MLB 무대 입성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의 환영에 “기대에 어긋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고, 계약을 마친 뒤 LG를 통해 “메이저리그서 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 LG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샌디에이고 구단에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좋은 모습으로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LG 구단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고우석을 응원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고우석은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고,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성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하길 기대한다. 고우석 선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LG는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LG 트윈스 구단은 “입단 후 7년 동안 매 순간 팀을 위해 헌신했던 고우석 선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수놓을 고우석 선수의 빛나는 활약을 변함없이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이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는 구단으로 고우석을 영입해 한국인 선수 2명을 보유하게 됐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서 김하성과 함께 뛰면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함께 속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와 투타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로써 고우석은 ▲류현진(한화 이글스→다저스) ▲강정호(넥센 히어로즈→피츠버그 파이리츠) ▲박병호(넥센→미네소타 트윈스) ▲김광현(SK 와이번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하성(키움→샌디에이고) ▲이정후(키움→샌프란시스코)에 이어 포스팅을 거쳐 KBO 리그서 빅리그로 직행하는 일곱번째 선수가 됐으며 LG 소속 선수로는 최초다.

앞서 이상훈이 1997년 시즌 종료 후 국내 최초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가 최고 응찰액이 60만달러에 그치자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로 방향을 돌렸다.

샌디에이고와 ‘2년에 59억원’ 계약
김하성과 한솥밥 “마무리 투수 수행”

이번 계약으로 고우석은 2023시즌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서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과 함께 뛰게 됐다. 오는 3월20일, 21일 이틀간 고척스카이돔서 예정된 샌디에이고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서 두 명의 한국선수가 뛰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저스엔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서 이적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퍼스타인 오타니 쇼헤이와 메이저리그 투수 최대 규모 계약 신기록을 경신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있고, 샌디에이고에는 다르빗슈 유, 마쓰이 유키까지 일본인 네 선수도 양 팀에서 뛰고 있는 만큼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은 한·일 야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영입하려는 이유로는 2023시즌 마무리를 맡았던 조시 헤이더가 FA 자격을 얻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중계권사가 파산하면서 재정 상황이 악화된 샌디에이고로선 헤이더의 몸값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샌디에이고는 최근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서 활약했던 좌완 마무리 투수 마쓰이 유키와 계약기간 5년, 총액 2800만달러에 계약하며 불펜 강화에 나섰다.

여기에 우완 고우석도 영입해 불펜을 보강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우석이 이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LG 트윈스서의 업적 덕분이다. 고우석은 김용수, 이상훈, 봉중근의 계보를 잇는 정통파 마무리 투수로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감독과 동료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아 2차전에 등판했다.

고우석은 지난해 11월8일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KT 위즈와의 2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10구 완벽투를 펼치며 데뷔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신고했다. 5-4로 근소하게 앞선 9회 경기를 끝내기 위해 팀의 8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LG 트윈스
업적 보니…

이날 고우석은 문상철을 상대로 결승타를 허용한 1차전과는 전혀 다른 구위를 뽐냈다. 대타 출전했던 선두 김민혁을 헛스윙 삼진, 후속 조용호를 루킹삼진으로 돌려보낸 뒤 마지막 김상수를 2루수 땅볼로 잡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고우석의 완벽 마무리를 등에 업은 LG는 2002년 11월8일 한국시리즈 5차전서 삼성에 8-7로 승리한 이후 무려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맛봤다. 

그렇다고 LG서 고우석이 승전보만 알렸던 것은 아니다. KBO 리그 ‘대표 클로저’인 고우석은 지난해 11월7일 한국시리즈 1차전서 쓴맛을 봤다. 2-2로 맞선 9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2사 후 배정대를 9구 끝 볼넷으로 내보낸 뒤 문상철을 상대로 뼈아픈 1타점 2루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고우석은 LG 팬들이 21년을 기다린 한국시리즈 1차전서 패전투수가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2차전 경기 후 만난 고우석은 “확실히 어제 경기하고 나서 등판한 거라 그런지 괜찮았다”며 “어제 경기는 어제일 뿐이니까 오늘 다시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했고 똑같이 준비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조금 더 힘을 빼고 던졌다. (박)동원이 형 미트 보고 던지려고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한국시리즈 첫 세이브 소감을 전했다.

염경엽 감독의 멘탈 케어도 반등에 도움이 됐다. 고우석은 “감독님이 제구가 안 됐을 때 제구를 잡는 나만의 노하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오늘 경기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또 (박)동원이 형 사인대로 던지라고 이야기해주셨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기장에 다시 나왔을 때 (김)현수, (박)해민, (오)지환, (박)동원이 형이 몸이 아픈지만 물어봤다. (임)찬규 형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며 “2019년부터 가을야구에 계속 진출하면서 계속 실패를 맛봤다. 물론 한국시리즈가 다른 무게감이긴 하지만 과거 실패 경험이 있어서 조금 더 리프레시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박동원도 고우석의 구위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박동원은 “어제도 너무 잘 던졌는데 커브 하나가 실투가 되는 바람에 안 좋은 상황이 됐다. 어제 아쉬우니까 다음에는 그쪽으로 공이 가지 않게 잘 준비하자고 했다”며 “어제 공을 너무 많이 던져서 컨디션을 물었고, 괜찮다고 해서 또 준비 잘하자는 말도 했다. 고우석은 충분히 공이 좋은 선수다. 대한민국에 이런 좋은 마무리 투수는 없다. 잘 던질 거라고 항상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목, 허리…
부상 극복

데뷔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확정지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고우석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막아낸 그 순간보다 (박)동원이 형이 홈런 친 순간이 더 짜릿했다. 나도 동참해서 때리지 못한 게 아쉽다”며 웃었다. 

고우석은 잠실구장을 노란 물결로 가득 메운 LG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고우석은 “어제 결과가 좋지 않았음에도 던지는 순간마다 이름을 연호해주실 때 이 팀에 속해 있다는 기쁨을 느꼈다. 그래서 더 힘이 났다”고 진심을 전했다.

‘엘린이’(엘지 트윈스+어린이) 출신인 고우석에게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남달랐다. 승패 여부를 떠나 한국시리즈 출전 자체가 기쁨이고 영광이었다. LG는 2002년 이후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다. 

이런 경기 결과가 더 기쁜 것은 고우석이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던 중 연습경기 중 허리 통증을 호소해 마운드를 내려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LG는 지난해 11월1일 잠실구장서 한국시리즈에 대비해 상무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고우석은 이날 팀이 6-2로 앞선 9회 초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박승규에게 2루타를 허용한 고우석은 후속타자 이주형을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이어 허인서와의 승부 도중 갑작스러운 몸 상태 이상을 느끼며 투구를 중단했다. 

고우석의 제스처에 투수코치와 트레이닝코치가 올라와 상태를 확인했고, 대기 투수가 없어 이닝을 이어가지 않고 그대로 연습경기를 끝냈다. 당시 LG 구단 관계자는 “고우석 선수는 허리 근육통이 있고, 현재 아이싱 중이다. 상태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우석은 지난 시즌 44경기 44이닝 3승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마무리를 맡은 이후 가장 적은 세이브 기록이다. 그만큼 성적이 나지 않았다. 부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목 뒤 담 증세로 1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르기도 했다. WBC 종료 후 국내서 다시 검진을 받았고 회복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데뷔 2년간 고전했지만…
3시즌 평균자책점 2.17 

이로 인해 고우석은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약 2주가 지난 뒤인 4월18일 1군 마운드에 섰는데 5경기를 던지고 4월30일 잠실 KIA전서 허리 통증으로 다시 엔트리서 제외됐다. 이후 한 달 이상 회복에 전념했다.

지난해 6월4일 돌아온 고우석은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38경기에 나와 38 1/3이닝을 소화했고, 2승7패13세이브를 올렸다. 항저우아시안게임서도 결승전서 부상을 당했다. 우승을 확정짓고 나서 담 증세가 생겼다. 귀국 후 많이 나아졌지만, 시즌 막판에는 등판하지 않았다.

그 후로 10월29일 잠실구장서 열린 3번째 청백전에 등판했다.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해 9월22일 이후 거의 한 달 만의 등판이었다. 3-0으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라온 고우석은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새롭게 연마하고 있는 포크볼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오스틴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장타를 많이 맞았다.

이틀을 쉬고 이날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팀이 6-2로 앞선 9회 등판한 고우석은 허리 근육통으로 1/3이닝만 소화하고 마무리했다. 다행히 병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한 결과 단순 허리근육통 진단을 받아 2~3일 회복훈련으로 호전된 후, 역경을 이겨내 성공적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렀고 MLB까지 진출한 것이다.

고우석에 대한 미국 매체의 평가는 어떨까? 

미국 현지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고우석의 포스팅 허가 소식을 전하며 “올해 25세인 고우석은 지난주 MLB 레이더망에 포착됐다”며 “복수의 빅리그 구단이 포스팅 자격을 갖춘 KBO 선수에게 관심을 보일 때 통상적으로 거치는 절차인 신원조회를 MLB가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한다는 보장은 없다. 포스팅이 공식화되면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상할 수 있는 45일간의 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 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고우석은 LG 트윈스로 복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고우석에 대해 ‘한국 최고의 투수’라고 지칭했다. 매체는 “한국 최고 수준서 7시즌 동안 활약한 고우석은 3.1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2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이후 네 시즌 중 세 시즌 동안 2.17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다만 지난해에는 44경기서 평균자책점이 3.68로 뛰어올랐다. 그는 상대 타자를 31.1%의 확률로 삼진을 돌려세웠지만 상대 타자에 11.8%의 볼넷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고우석은 2021년과 2022년에 좋은 제구력을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세 시즌 연속으로 28% 이상의 범타율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볼넷을
막아라

또 매체는 “팬그래프의 에릭 롱엔하겐이 고우석을 40인 유망주로 선정했다”며 “롱엔하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우석의 구속은 90마일 중반, 최고 98마일에 육박해 메이저리그 팀에서 중간 계투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우석은 또 한국서 세 차례나 30세이브를 넘긴 경험이 있는 강속구 투수”라고 지난 시즌 팬그래프의 유망주 40인 명단에 들었던 점을 언급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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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