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7번째 코리안 빅리거 고우석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08 14:22:28
  • 호수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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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오타니와 투타 대결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고우석 선수, 샌디에이고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샌디에이고 구단이 구단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우석에게 이 같은 환영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대표적인 소식통은 “고우석이 (MLB)마무리 투수를 맡게 될 것”이라고 썼다. 고우석은 한국인 선수 중 빅리그로 직행한 7번째 선수다.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26)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협상 마감일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며 MLB 입성의 꿈을 이뤘다. <뉴욕포스트> 조엘 셔먼 기자는 지난 4일(한국시각)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와 계약기간 2년, 총액 450만달러(약 59억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꿈에 그리던
MLB 무대 입성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의 환영에 “기대에 어긋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고, 계약을 마친 뒤 LG를 통해 “메이저리그서 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 LG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샌디에이고 구단에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좋은 모습으로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LG 구단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고우석을 응원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고우석은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고,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성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하길 기대한다. 고우석 선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LG는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LG 트윈스 구단은 “입단 후 7년 동안 매 순간 팀을 위해 헌신했던 고우석 선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수놓을 고우석 선수의 빛나는 활약을 변함없이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이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는 구단으로 고우석을 영입해 한국인 선수 2명을 보유하게 됐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서 김하성과 함께 뛰면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함께 속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와 투타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로써 고우석은 ▲류현진(한화 이글스→다저스) ▲강정호(넥센 히어로즈→피츠버그 파이리츠) ▲박병호(넥센→미네소타 트윈스) ▲김광현(SK 와이번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하성(키움→샌디에이고) ▲이정후(키움→샌프란시스코)에 이어 포스팅을 거쳐 KBO 리그서 빅리그로 직행하는 일곱번째 선수가 됐으며 LG 소속 선수로는 최초다.

앞서 이상훈이 1997년 시즌 종료 후 국내 최초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가 최고 응찰액이 60만달러에 그치자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로 방향을 돌렸다.

샌디에이고와 ‘2년에 59억원’ 계약
김하성과 한솥밥 “마무리 투수 수행”

이번 계약으로 고우석은 2023시즌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서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과 함께 뛰게 됐다. 오는 3월20일, 21일 이틀간 고척스카이돔서 예정된 샌디에이고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서 두 명의 한국선수가 뛰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저스엔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서 이적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퍼스타인 오타니 쇼헤이와 메이저리그 투수 최대 규모 계약 신기록을 경신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있고, 샌디에이고에는 다르빗슈 유, 마쓰이 유키까지 일본인 네 선수도 양 팀에서 뛰고 있는 만큼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은 한·일 야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영입하려는 이유로는 2023시즌 마무리를 맡았던 조시 헤이더가 FA 자격을 얻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중계권사가 파산하면서 재정 상황이 악화된 샌디에이고로선 헤이더의 몸값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샌디에이고는 최근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서 활약했던 좌완 마무리 투수 마쓰이 유키와 계약기간 5년, 총액 2800만달러에 계약하며 불펜 강화에 나섰다.

여기에 우완 고우석도 영입해 불펜을 보강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우석이 이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LG 트윈스서의 업적 덕분이다. 고우석은 김용수, 이상훈, 봉중근의 계보를 잇는 정통파 마무리 투수로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감독과 동료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아 2차전에 등판했다.

고우석은 지난해 11월8일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KT 위즈와의 2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10구 완벽투를 펼치며 데뷔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신고했다. 5-4로 근소하게 앞선 9회 경기를 끝내기 위해 팀의 8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LG 트윈스
업적 보니…

이날 고우석은 문상철을 상대로 결승타를 허용한 1차전과는 전혀 다른 구위를 뽐냈다. 대타 출전했던 선두 김민혁을 헛스윙 삼진, 후속 조용호를 루킹삼진으로 돌려보낸 뒤 마지막 김상수를 2루수 땅볼로 잡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고우석의 완벽 마무리를 등에 업은 LG는 2002년 11월8일 한국시리즈 5차전서 삼성에 8-7로 승리한 이후 무려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맛봤다. 

그렇다고 LG서 고우석이 승전보만 알렸던 것은 아니다. KBO 리그 ‘대표 클로저’인 고우석은 지난해 11월7일 한국시리즈 1차전서 쓴맛을 봤다. 2-2로 맞선 9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2사 후 배정대를 9구 끝 볼넷으로 내보낸 뒤 문상철을 상대로 뼈아픈 1타점 2루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고우석은 LG 팬들이 21년을 기다린 한국시리즈 1차전서 패전투수가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2차전 경기 후 만난 고우석은 “확실히 어제 경기하고 나서 등판한 거라 그런지 괜찮았다”며 “어제 경기는 어제일 뿐이니까 오늘 다시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했고 똑같이 준비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조금 더 힘을 빼고 던졌다. (박)동원이 형 미트 보고 던지려고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한국시리즈 첫 세이브 소감을 전했다.


염경엽 감독의 멘탈 케어도 반등에 도움이 됐다. 고우석은 “감독님이 제구가 안 됐을 때 제구를 잡는 나만의 노하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오늘 경기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또 (박)동원이 형 사인대로 던지라고 이야기해주셨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기장에 다시 나왔을 때 (김)현수, (박)해민, (오)지환, (박)동원이 형이 몸이 아픈지만 물어봤다. (임)찬규 형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며 “2019년부터 가을야구에 계속 진출하면서 계속 실패를 맛봤다. 물론 한국시리즈가 다른 무게감이긴 하지만 과거 실패 경험이 있어서 조금 더 리프레시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박동원도 고우석의 구위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박동원은 “어제도 너무 잘 던졌는데 커브 하나가 실투가 되는 바람에 안 좋은 상황이 됐다. 어제 아쉬우니까 다음에는 그쪽으로 공이 가지 않게 잘 준비하자고 했다”며 “어제 공을 너무 많이 던져서 컨디션을 물었고, 괜찮다고 해서 또 준비 잘하자는 말도 했다. 고우석은 충분히 공이 좋은 선수다. 대한민국에 이런 좋은 마무리 투수는 없다. 잘 던질 거라고 항상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목, 허리…
부상 극복

데뷔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확정지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고우석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막아낸 그 순간보다 (박)동원이 형이 홈런 친 순간이 더 짜릿했다. 나도 동참해서 때리지 못한 게 아쉽다”며 웃었다. 


고우석은 잠실구장을 노란 물결로 가득 메운 LG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고우석은 “어제 결과가 좋지 않았음에도 던지는 순간마다 이름을 연호해주실 때 이 팀에 속해 있다는 기쁨을 느꼈다. 그래서 더 힘이 났다”고 진심을 전했다.

‘엘린이’(엘지 트윈스+어린이) 출신인 고우석에게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남달랐다. 승패 여부를 떠나 한국시리즈 출전 자체가 기쁨이고 영광이었다. LG는 2002년 이후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다. 

이런 경기 결과가 더 기쁜 것은 고우석이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던 중 연습경기 중 허리 통증을 호소해 마운드를 내려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LG는 지난해 11월1일 잠실구장서 한국시리즈에 대비해 상무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고우석은 이날 팀이 6-2로 앞선 9회 초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박승규에게 2루타를 허용한 고우석은 후속타자 이주형을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이어 허인서와의 승부 도중 갑작스러운 몸 상태 이상을 느끼며 투구를 중단했다. 

고우석의 제스처에 투수코치와 트레이닝코치가 올라와 상태를 확인했고, 대기 투수가 없어 이닝을 이어가지 않고 그대로 연습경기를 끝냈다. 당시 LG 구단 관계자는 “고우석 선수는 허리 근육통이 있고, 현재 아이싱 중이다. 상태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우석은 지난 시즌 44경기 44이닝 3승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마무리를 맡은 이후 가장 적은 세이브 기록이다. 그만큼 성적이 나지 않았다. 부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목 뒤 담 증세로 1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르기도 했다. WBC 종료 후 국내서 다시 검진을 받았고 회복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데뷔 2년간 고전했지만…
3시즌 평균자책점 2.17 

이로 인해 고우석은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약 2주가 지난 뒤인 4월18일 1군 마운드에 섰는데 5경기를 던지고 4월30일 잠실 KIA전서 허리 통증으로 다시 엔트리서 제외됐다. 이후 한 달 이상 회복에 전념했다.

지난해 6월4일 돌아온 고우석은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38경기에 나와 38 1/3이닝을 소화했고, 2승7패13세이브를 올렸다. 항저우아시안게임서도 결승전서 부상을 당했다. 우승을 확정짓고 나서 담 증세가 생겼다. 귀국 후 많이 나아졌지만, 시즌 막판에는 등판하지 않았다.

그 후로 10월29일 잠실구장서 열린 3번째 청백전에 등판했다.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해 9월22일 이후 거의 한 달 만의 등판이었다. 3-0으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라온 고우석은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새롭게 연마하고 있는 포크볼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오스틴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장타를 많이 맞았다.

이틀을 쉬고 이날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팀이 6-2로 앞선 9회 등판한 고우석은 허리 근육통으로 1/3이닝만 소화하고 마무리했다. 다행히 병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한 결과 단순 허리근육통 진단을 받아 2~3일 회복훈련으로 호전된 후, 역경을 이겨내 성공적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렀고 MLB까지 진출한 것이다.

고우석에 대한 미국 매체의 평가는 어떨까? 

미국 현지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고우석의 포스팅 허가 소식을 전하며 “올해 25세인 고우석은 지난주 MLB 레이더망에 포착됐다”며 “복수의 빅리그 구단이 포스팅 자격을 갖춘 KBO 선수에게 관심을 보일 때 통상적으로 거치는 절차인 신원조회를 MLB가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한다는 보장은 없다. 포스팅이 공식화되면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상할 수 있는 45일간의 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 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고우석은 LG 트윈스로 복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고우석에 대해 ‘한국 최고의 투수’라고 지칭했다. 매체는 “한국 최고 수준서 7시즌 동안 활약한 고우석은 3.1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2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이후 네 시즌 중 세 시즌 동안 2.17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다만 지난해에는 44경기서 평균자책점이 3.68로 뛰어올랐다. 그는 상대 타자를 31.1%의 확률로 삼진을 돌려세웠지만 상대 타자에 11.8%의 볼넷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고우석은 2021년과 2022년에 좋은 제구력을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세 시즌 연속으로 28% 이상의 범타율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볼넷을
막아라

또 매체는 “팬그래프의 에릭 롱엔하겐이 고우석을 40인 유망주로 선정했다”며 “롱엔하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우석의 구속은 90마일 중반, 최고 98마일에 육박해 메이저리그 팀에서 중간 계투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우석은 또 한국서 세 차례나 30세이브를 넘긴 경험이 있는 강속구 투수”라고 지난 시즌 팬그래프의 유망주 40인 명단에 들었던 점을 언급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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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