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7번째 코리안 빅리거 고우석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08 14:22:28
  • 호수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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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오타니와 투타 대결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고우석 선수, 샌디에이고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샌디에이고 구단이 구단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우석에게 이 같은 환영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대표적인 소식통은 “고우석이 (MLB)마무리 투수를 맡게 될 것”이라고 썼다. 고우석은 한국인 선수 중 빅리그로 직행한 7번째 선수다.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26)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협상 마감일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며 MLB 입성의 꿈을 이뤘다. <뉴욕포스트> 조엘 셔먼 기자는 지난 4일(한국시각)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와 계약기간 2년, 총액 450만달러(약 59억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꿈에 그리던
MLB 무대 입성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의 환영에 “기대에 어긋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고, 계약을 마친 뒤 LG를 통해 “메이저리그서 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 LG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샌디에이고 구단에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좋은 모습으로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LG 구단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고우석을 응원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고우석은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고,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성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하길 기대한다. 고우석 선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LG는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LG 트윈스 구단은 “입단 후 7년 동안 매 순간 팀을 위해 헌신했던 고우석 선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수놓을 고우석 선수의 빛나는 활약을 변함없이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이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는 구단으로 고우석을 영입해 한국인 선수 2명을 보유하게 됐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서 김하성과 함께 뛰면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함께 속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와 투타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로써 고우석은 ▲류현진(한화 이글스→다저스) ▲강정호(넥센 히어로즈→피츠버그 파이리츠) ▲박병호(넥센→미네소타 트윈스) ▲김광현(SK 와이번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하성(키움→샌디에이고) ▲이정후(키움→샌프란시스코)에 이어 포스팅을 거쳐 KBO 리그서 빅리그로 직행하는 일곱번째 선수가 됐으며 LG 소속 선수로는 최초다.

앞서 이상훈이 1997년 시즌 종료 후 국내 최초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가 최고 응찰액이 60만달러에 그치자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로 방향을 돌렸다.

샌디에이고와 ‘2년에 59억원’ 계약
김하성과 한솥밥 “마무리 투수 수행”

이번 계약으로 고우석은 2023시즌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서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과 함께 뛰게 됐다. 오는 3월20일, 21일 이틀간 고척스카이돔서 예정된 샌디에이고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서 두 명의 한국선수가 뛰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저스엔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서 이적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퍼스타인 오타니 쇼헤이와 메이저리그 투수 최대 규모 계약 신기록을 경신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있고, 샌디에이고에는 다르빗슈 유, 마쓰이 유키까지 일본인 네 선수도 양 팀에서 뛰고 있는 만큼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은 한·일 야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영입하려는 이유로는 2023시즌 마무리를 맡았던 조시 헤이더가 FA 자격을 얻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중계권사가 파산하면서 재정 상황이 악화된 샌디에이고로선 헤이더의 몸값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샌디에이고는 최근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서 활약했던 좌완 마무리 투수 마쓰이 유키와 계약기간 5년, 총액 2800만달러에 계약하며 불펜 강화에 나섰다.

여기에 우완 고우석도 영입해 불펜을 보강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우석이 이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LG 트윈스서의 업적 덕분이다. 고우석은 김용수, 이상훈, 봉중근의 계보를 잇는 정통파 마무리 투수로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감독과 동료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아 2차전에 등판했다.

고우석은 지난해 11월8일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KT 위즈와의 2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10구 완벽투를 펼치며 데뷔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신고했다. 5-4로 근소하게 앞선 9회 경기를 끝내기 위해 팀의 8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LG 트윈스
업적 보니…

이날 고우석은 문상철을 상대로 결승타를 허용한 1차전과는 전혀 다른 구위를 뽐냈다. 대타 출전했던 선두 김민혁을 헛스윙 삼진, 후속 조용호를 루킹삼진으로 돌려보낸 뒤 마지막 김상수를 2루수 땅볼로 잡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고우석의 완벽 마무리를 등에 업은 LG는 2002년 11월8일 한국시리즈 5차전서 삼성에 8-7로 승리한 이후 무려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맛봤다. 

그렇다고 LG서 고우석이 승전보만 알렸던 것은 아니다. KBO 리그 ‘대표 클로저’인 고우석은 지난해 11월7일 한국시리즈 1차전서 쓴맛을 봤다. 2-2로 맞선 9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2사 후 배정대를 9구 끝 볼넷으로 내보낸 뒤 문상철을 상대로 뼈아픈 1타점 2루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고우석은 LG 팬들이 21년을 기다린 한국시리즈 1차전서 패전투수가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2차전 경기 후 만난 고우석은 “확실히 어제 경기하고 나서 등판한 거라 그런지 괜찮았다”며 “어제 경기는 어제일 뿐이니까 오늘 다시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했고 똑같이 준비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조금 더 힘을 빼고 던졌다. (박)동원이 형 미트 보고 던지려고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한국시리즈 첫 세이브 소감을 전했다.


염경엽 감독의 멘탈 케어도 반등에 도움이 됐다. 고우석은 “감독님이 제구가 안 됐을 때 제구를 잡는 나만의 노하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오늘 경기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또 (박)동원이 형 사인대로 던지라고 이야기해주셨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기장에 다시 나왔을 때 (김)현수, (박)해민, (오)지환, (박)동원이 형이 몸이 아픈지만 물어봤다. (임)찬규 형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며 “2019년부터 가을야구에 계속 진출하면서 계속 실패를 맛봤다. 물론 한국시리즈가 다른 무게감이긴 하지만 과거 실패 경험이 있어서 조금 더 리프레시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박동원도 고우석의 구위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박동원은 “어제도 너무 잘 던졌는데 커브 하나가 실투가 되는 바람에 안 좋은 상황이 됐다. 어제 아쉬우니까 다음에는 그쪽으로 공이 가지 않게 잘 준비하자고 했다”며 “어제 공을 너무 많이 던져서 컨디션을 물었고, 괜찮다고 해서 또 준비 잘하자는 말도 했다. 고우석은 충분히 공이 좋은 선수다. 대한민국에 이런 좋은 마무리 투수는 없다. 잘 던질 거라고 항상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목, 허리…
부상 극복

데뷔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확정지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고우석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막아낸 그 순간보다 (박)동원이 형이 홈런 친 순간이 더 짜릿했다. 나도 동참해서 때리지 못한 게 아쉽다”며 웃었다. 


고우석은 잠실구장을 노란 물결로 가득 메운 LG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고우석은 “어제 결과가 좋지 않았음에도 던지는 순간마다 이름을 연호해주실 때 이 팀에 속해 있다는 기쁨을 느꼈다. 그래서 더 힘이 났다”고 진심을 전했다.

‘엘린이’(엘지 트윈스+어린이) 출신인 고우석에게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남달랐다. 승패 여부를 떠나 한국시리즈 출전 자체가 기쁨이고 영광이었다. LG는 2002년 이후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다. 

이런 경기 결과가 더 기쁜 것은 고우석이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던 중 연습경기 중 허리 통증을 호소해 마운드를 내려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LG는 지난해 11월1일 잠실구장서 한국시리즈에 대비해 상무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고우석은 이날 팀이 6-2로 앞선 9회 초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박승규에게 2루타를 허용한 고우석은 후속타자 이주형을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이어 허인서와의 승부 도중 갑작스러운 몸 상태 이상을 느끼며 투구를 중단했다. 

고우석의 제스처에 투수코치와 트레이닝코치가 올라와 상태를 확인했고, 대기 투수가 없어 이닝을 이어가지 않고 그대로 연습경기를 끝냈다. 당시 LG 구단 관계자는 “고우석 선수는 허리 근육통이 있고, 현재 아이싱 중이다. 상태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우석은 지난 시즌 44경기 44이닝 3승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마무리를 맡은 이후 가장 적은 세이브 기록이다. 그만큼 성적이 나지 않았다. 부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목 뒤 담 증세로 1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르기도 했다. WBC 종료 후 국내서 다시 검진을 받았고 회복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데뷔 2년간 고전했지만…
3시즌 평균자책점 2.17 

이로 인해 고우석은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약 2주가 지난 뒤인 4월18일 1군 마운드에 섰는데 5경기를 던지고 4월30일 잠실 KIA전서 허리 통증으로 다시 엔트리서 제외됐다. 이후 한 달 이상 회복에 전념했다.

지난해 6월4일 돌아온 고우석은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38경기에 나와 38 1/3이닝을 소화했고, 2승7패13세이브를 올렸다. 항저우아시안게임서도 결승전서 부상을 당했다. 우승을 확정짓고 나서 담 증세가 생겼다. 귀국 후 많이 나아졌지만, 시즌 막판에는 등판하지 않았다.

그 후로 10월29일 잠실구장서 열린 3번째 청백전에 등판했다.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해 9월22일 이후 거의 한 달 만의 등판이었다. 3-0으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라온 고우석은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새롭게 연마하고 있는 포크볼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오스틴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장타를 많이 맞았다.

이틀을 쉬고 이날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팀이 6-2로 앞선 9회 등판한 고우석은 허리 근육통으로 1/3이닝만 소화하고 마무리했다. 다행히 병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한 결과 단순 허리근육통 진단을 받아 2~3일 회복훈련으로 호전된 후, 역경을 이겨내 성공적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렀고 MLB까지 진출한 것이다.

고우석에 대한 미국 매체의 평가는 어떨까? 

미국 현지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고우석의 포스팅 허가 소식을 전하며 “올해 25세인 고우석은 지난주 MLB 레이더망에 포착됐다”며 “복수의 빅리그 구단이 포스팅 자격을 갖춘 KBO 선수에게 관심을 보일 때 통상적으로 거치는 절차인 신원조회를 MLB가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한다는 보장은 없다. 포스팅이 공식화되면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상할 수 있는 45일간의 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 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고우석은 LG 트윈스로 복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고우석에 대해 ‘한국 최고의 투수’라고 지칭했다. 매체는 “한국 최고 수준서 7시즌 동안 활약한 고우석은 3.1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2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이후 네 시즌 중 세 시즌 동안 2.17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다만 지난해에는 44경기서 평균자책점이 3.68로 뛰어올랐다. 그는 상대 타자를 31.1%의 확률로 삼진을 돌려세웠지만 상대 타자에 11.8%의 볼넷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고우석은 2021년과 2022년에 좋은 제구력을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세 시즌 연속으로 28% 이상의 범타율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볼넷을
막아라

또 매체는 “팬그래프의 에릭 롱엔하겐이 고우석을 40인 유망주로 선정했다”며 “롱엔하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우석의 구속은 90마일 중반, 최고 98마일에 육박해 메이저리그 팀에서 중간 계투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우석은 또 한국서 세 차례나 30세이브를 넘긴 경험이 있는 강속구 투수”라고 지난 시즌 팬그래프의 유망주 40인 명단에 들었던 점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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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