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101세에 나오는 정명석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로 많은 공분을 산 정명석이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선고대로라면 현재 78세인 정명석은 101세에 출소한다. <일요시사>는 수년간 계속된 정명석의 성범죄 스캔들을 되짚어봤다.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 총재 정명석이 징역 23년의 철퇴를 맞았다. 신도를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혐의다. 지난 2022년 11월 첫 재판이 열린 뒤 1년여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2023년 12월22일 대전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나상훈)는 준강간·준유사강간·준강제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정명석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10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15년 등을 명령했다.

1년 만에 선고
2046년 출소

이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징역 4년∼징역 19년3개월)을 넘어선 형량이다.

정씨 측은 재판 과정서 “피해자들의 진술이 현장에 있던 다른 신도들의 주장과 배치돼 신빙성이 없고 항거 불능에 대해서도 메시아라 칭한 적이 없다. 현장 녹음파일 또한 사본은 원본이 삭제돼 원본과의 동일성이 확인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제출된 녹음파일이 사본이며 원본은 삭제돼 사본과 원본의 동일성이 확인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고 피해자들 진술 역시 현장에 있던 다른 신도들과 진술이 배치돼 신빙성이 없으며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자신을 스스로 메시아라고 칭하지도 않았고 주장하고 있다”며 “다만 증거로 제출된 사본 녹음파일 4개 중 3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와 법원 재생 청취 결과 피해자와 참고인 수사기관 진술 및 증언 등을 토대로 원본과 동일성이 입증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1시간40분에 가까운 내용임에도 내용상 맥락이 자연스럽고 끊기거나 위화감이 드는 부분이 없어 편집 흔적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피고인 측에서 어느 부분이 위작이고 원래 무슨 내용이었는지 제시하지 못했다”며 “피해자들의 진술 역시 고소 이전부터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생생하며 탈퇴한 과거 선교회 간부 등 진술을 토대로 보면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정씨가 스스로를 재림 예수 메시아로 칭하고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던 사실이 인정되며 선교회 교리 내용 등 관계에 비춰보면 피해자들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는 상태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신도 2명이 자신을 허위 고소했다며 맞고소해 추가된 무고 혐의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무고 부분을 보면 피고인의 성범죄 사실이 모두 인정됨에 따라 피고인을 고소한 피해자들을 무고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것을 오히려 역으로 고소한 것은 허위 사실을 토대로 고소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며 “나이가 고령이지만 종교적 약자며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고 심지어 23건 범죄 중 16건은 누범 기간 중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신도들과 쌓인 인적 신뢰감을 이용하거나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나쁘고 동종범죄로 10년 동안 수감돼있다가 나와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현장 녹음파일이 있음에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피해자들을 인신공격하고 무고죄로 고소까지 하는 등 사건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기피 신청권을 남용해 재판을 지연시키고 정당한 형사사법권의 행사를 방해하는 등 정황도 나쁘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선고 직후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정씨의 이번 범죄는 2022년 3월 홍콩계 영국인인 메이플 잉 퉁 후엔(이하 메이플)의 폭로로 불거졌다. 당시 메이플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정씨를 고발했다. 기자회견서 외국 국적인 피해자들은 정씨가 출소한 뒤 수차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여신도 성폭행 징역 23년 선고 
대법원 양형 기준 넘어선 형량

메이플씨는 2011년 신도가 된 뒤 정씨를 재림 예수라고 믿게 돼 한국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또 2018년부터 충남 금산에 있는 JMS 수련원서 생활하며 정씨로부터 성추행 7회, 유사간음 6회, 성폭행 2회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를 당했을 때 이상하고 혼란스러웠지만 ‘믿음의 시험’이라며 나 자신을 설득했다”며 “지인들의 조언으로 정신이 들었다. 더 이상 나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호주 국적인 다른 피해자 A씨도 영상을 통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2014년 신도가 됐다는 A씨는 정씨 출소에 맞춰 한국에 들어왔다가 2018년 7월 처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호주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으나 정씨의 압박 등으로 2019년 12월까지 한국에 머물렀고 이 기간에 총 5차례에 걸쳐 준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메이플은 JMS의 수법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그는 “(JMS는)너는 하나님의 신부라 하며 모든 시간과 사랑을 성령, 성자, 성부 하나님께 바치게 한다. 삼위일체가 이 땅에 보낸 재림주 정명석에게 모든 걸 바치면 성부, 성자, 성령께 하는 것과 똑같다고 정명석을 메시아로 섬기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주교 수녀처럼 하나님만을 위해 살고 결혼하지 않는 ‘스타’를 뽑는다. 스타는 하나님과 결혼한 셈이고 메시아 정명석과 결혼한 셈”이라며 “스타를 외모로 뽑지 않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뽑는다고 하지만 결국 키 크고 예쁘고 젊은 여자를 뽑는 게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JMS는)그런 스타를 편지와 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특별히 관리하며 신랑이 신부를 사랑하는 것처럼 관리한다. 목회자들은 스타들에게 다른 이성을 쳐다보지 말고 정씨를 더 사랑하고 기도하고 말씀을 연구하고 정씨와 편지로 소통하라고 하며 정성껏 정씨를 사랑하게끔 한다”고 폭로했다.

이들의 폭로와 추가 고소로 인해 정씨는 지난 2022년 10월 다시 구속됐다. 

해당 내용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에 적나라하게 방송되며 더욱 관심을 받았다. JMS는 <나는 신이다> 방영을 막아달라는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는 “넷플릭스 등은 상당한 분량의 객관적, 주관적 자료를 수집해 이를 근거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JMS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프로그램 중 JMS와 관련된 주요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지금도
혐의 부인

해당 다큐멘터리의 공익성에 대해선 “JMS 교주는 과거에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실이 있는 공적 인물”이라며 “프로그램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경의 수사가 진행되며 정씨의 범행이 JMS의 조직적인 성범죄임이 드러났다. 정씨의 범행을 도운 간부 5명에게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나상훈)는 JMS 2인자 김지선(가명 정조은)씨에게 징역 7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김씨와 함께 정명석의 범행에 가담한 JMS 간부 5명에게는 징역 3년~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과거 단순히 정명석의 범행 현장에 머무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범행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피고인이 정명석의 범행에 관여한 것에 대해 어떠한 반성도 없어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정명석이 과거 피해자들의 무고로 억울하게 수감됐다고 설파하는 등 선교회 내에서 정명석 신격화에 앞장서 정명석이(이전 성범죄로) 출소한 후에도 여신도를 상대로 한 범행 여건을 제공했다”며 “선교회 대외협력국을 통해 피해자가 정명석을 고소한 점에 대해 언론이나 수사기관에 알리는 것을 저지하도록 적극적으로 회유하고 협박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며 이같이 양형했다.


이 밖에 피고인 5명 중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모씨에 대해 “피고인은 정명석의 성범죄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거나 성폭행 피해자 요구에 따라 데려다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공소 사실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고 피고인과 정명석 등 사이의 통화녹취록 등 증거가 있다. 피고인이 오랜 기간 성범죄에 부역한 바 있고 이 사건 범행 외에도 피해자를 회유한 정황이 있어 동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엄모씨에 대해선 “정명석의 범행을 방조한 행태가 비교적 적극적임에도 모순되는 증거로 반성하지 않고 있고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피고인 범행으로 피해자가 준유사강간 등 피해를 입어 범행 결과가 중하다”고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계속된
스캔들

또 다른 김모씨에게는 “피고인과 정명석의 통화 녹음을 보면 피고인이 주사랑교회서 목회활동을 하며 어린 신도들이 정명석과 만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한 정황이 있어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차모씨 대해선 “허위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고 범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 윤모씨에겐 “범행에 관여한 정도가 가볍게 보기 어렵고 범행을 반성하지 않으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정씨는 1999년부터 대만으로 도주한 뒤 홍콩과 중국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였다. 2003년에는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 수배 대상에 올랐으며 2007년 중국 공안에 체포돼 2008년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당시 그는 대법원 항소심서 혐의가 확정돼 10년간 복역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준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강간치상 죄 등이다. 다만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한 사건은 한국서 저지른 성폭력이 아니라 그가 해외 도피 도중 가한 성폭력이었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5명이었다. 이들 중 자매였던 B씨와 C씨는 2003년경 정씨가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렀다. 자매는 부모도 속이고 출국했고 정씨는 그의 권위를 이용해 이들은 자기 성욕을 해소했다.

정씨는 두 사람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재판 당시 정씨는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 방에서 안마를 받고 양 옆에서 팔베개하고 눕도록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간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다른 피해자 D씨는 2006년 4월 중국서 정씨를 만났다. 정씨는 이때 D씨와 단둘이 목욕탕으로 가 속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또 다른 고소인 E씨는 정씨가 2001년 말레이시아에 머무를 당시 추행을 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씨는 의학박사 자격증도 있고 하나님을 통해 부인과 검사를 해준다며 E씨를 추행했다. 

조직적인 성범죄 드러나
JMS 간부도 징역형 선고

1심 재판부는 피해자 B씨, C씨, D씨에게 가한 성폭력만 인정하며 징역 6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E씨의 피해 역시 인정하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결이 옳다며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정씨는 일본서도 성범죄를 저질렀다. 2000년대 초 일본 오사카나 지바의 측근 자택에 머무르며 하루에 2~3명서 10명까지 여학생들을 매일 같이 불러 ‘건강체크’의 명목하에 성적인 행위를 반복했다고 한다.

측근들은 여성 신도들에게 교주가 만나고 싶어 한다며 은신처로 불렀고 정씨의 범행 이후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식으로 강하게 입막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중 한 명인 F씨는 “성폭행당하고 있을 때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머릿속이 혼란해 교주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현지 언론서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본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가 나온 이후 대학가엔 ‘위험한 종교단체 주의’라는 포스터가 대학 캠퍼스 곳곳에 붙기도 했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JMS 교회들은 문을 닫고 잠적했다.

정씨는 대전지방법원 형사12부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정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들을 성폭행 또는 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본인을 재림예수 등 신적인 존재라고 자칭한 사실도 없고 피해자들이 항거불능 상태도 아니었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앞서 2009년 대법원 판결에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했으며 신도들은 이를 철저히 믿었다. 당시 JMS가 제작한 팸플릿에는 ‘언론과 방송이 조성한 여론의 영향을 받은 종교 편향적 재판, 증거 없는 자유 심증주의에 의한 편파적 판결’ ‘유죄의 결정적 증거는 없고 무죄를 입증할 증거는 철저히 배제된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이 무시된 결과’라고 적혀있다.

최근 상황도 별반 다를 바 없다. 1심 선고 직후 방청하던 JMS 신도들은 울음을 터뜨리거나 강하게 항의하며 반발했다. 이들은 정씨의 범행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방영 이후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여론 재판에 떠밀렸다고 주장했다.

JMS 교인협의회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명석 목사는 증거에 의한 공정한 재판이 아닌 여론재판을 받았다”면서 “넷플릭스에 방영된 음성은 여성 신음을 짜깁기하고 허위로 자막을 내보낸 것으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MS 피해자 모임 ‘엑소더스’의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이제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이제 겨우 1심 판결이 나온 것”이라며 “추가로 고소한 피해자가 18명 더 있다”고 했다. 이어 “18명 중 미성년자 시절에 피해를 본 3명이 고소한 사건이 최근 검찰로 송치됐는데, 이 사건도 조만간 기소돼 1심 재판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8명 더...
추가 고소

그러면서 “추가 고소인 중 1명은 부모님 모두 JMS 신도”라며 “그녀가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말했다가 오히려 어머니께 혼났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그 어머니 말이 ‘나도 젊은 시절 (정명석)선생님이 건강검진을 해주셨는데 넌 왜 그걸 못 받아들이고 평지풍파를 일으키려고 하냐’라고 말했다더라”며 “이런 말 하는 부모를 이해할 수 있는가? 거리에 나와 시위하는 (JMS) 사람 중에는 이런 신도가 많다”고 덧붙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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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