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 세 총리 동상이몽

복잡한 사각관계 “뭉치면 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문재인 전 정부 3총리(김부겸·이낙연·정세균)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김부겸·정세균이라는 카드를 놓고 이 대표와 이 전 총리가 힘겨루기에 나서면서다. 총선을 앞둔 시점서 당의 분열은 필패다. 김·정 전 총리는 중간서 양쪽을 어르고 달래느라 진땀을 빼는 모양새다.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섰던 이낙연 전 총리가 또다시 신당 창당을 향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창당 선언 이후 당 안팎서 반발이 터져 나오자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지켜보겠다”며 한발 물러선 지 일주일 만이다. 이 전 총리가 말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결단은 ‘원칙과상식’이 혁신안으로 제시한 ‘통합 비대위 전환’과 궤를 함께한다. 이 대표를 향한 노골적인 대표직 사퇴 요구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노골적인 요구

앞서 원칙과상식은 이 대표에게 연말까지 사퇴하고 통합 비대위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친명(친 이재명)계와 강성 지지자인 ‘개딸(개혁의 딸)’ 세력을 업은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화’로 전락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친명계 의원 지역구에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비명(비 이재명)계 후보가 탈락하자 ‘공천 학살’ 주장이 나오면서 불만 섞인 목소리도 커졌다. 앞서 김윤식 전 시흥시장과 최성 전 고양시장은 각각 친명계인 조정식 사무총장과 한준호 의원 지역구에 예비후보자로 지원했다.

이들은 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두 전직 시장은 이의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당내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걸 지켜볼 수 없을 뿐 더러 총선 승리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혁신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비명 세력의 중론이다.


당내선 비명계의 요구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친명계로 꼽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통합 비대위로 전환하라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솔직히 이유도, 명분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 상황서 거론되는 안건”이라며 “현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민주 정당서 나올 법한 의견”이라고 말을 아꼈다.

반면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는 혁신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이 전 총리 등 당내 어르신이 직접 조언까지 해줬지만 민주당과 이 대표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날이 갈수록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 당이 두 쪽으로 갈라질 위기에 처하자 보다 못한 이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문재인 전 정부 시절 이 전 총리와 같은 시간을 보낸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가 당의 중재자 역할로 나선 것이다.

총선 앞 ‘1일1사퇴’ 압박받는 이
힘 받는 ‘민주당 어르신’ 역할론

12월 말을 시작으로 네 사람의 숨 가쁜 회동이 이어졌다. 우선 김 전 총리는 지난 12월20일 이 대표와 만남을 가졌다. 이날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이 전 총리를 비롯해 많은 분을 만나 당 통합을 위해 대화를 나누고 수습 방안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내 의견충돌이 분분한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을 당부했다.

회동을 마친 이 대표에게 이 전 총리와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준연동형 비례선거제를 유지하라는 두 가지 과제가 내려졌다. 이에 이 대표는 “취지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과제를 수행해야 할 장본인인 이 전 총리는 회동 결과에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언론에 발표된 내용만 놓고 봤을 때 자신이 주문했던 당의 변화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로부터 나흘 뒤인 24일 김·정 전 총리가 회동했다. 이들은 이 전 총리와 이 대표가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당의 통합 행보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남이 성사된다면 민주당 내 화제의 네 사람이 대면하는 만큼 직접적인 당내 변화가 생길 것이란 기대에 찬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힘입어 이 전 총리와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때처럼 총선 직전 극적으로 화해할 것이란 여론도 커지는 추세다.

다만 두 전 총리는 이 전 총리의 신당 창당 행보와 관련해서는 거리를 뒀다. 오는 4월 총선서 윤석열정부에 맞서 원팀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민주당 내 분열과 잡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틀이 지난 26일에는 정 전 총리와 이 전 총리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 전 대표 측은 입장문을 통해 “두 사람은 국가와 민주당 안팎의 문제들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공유했다”며 “적절한 상황이 조성된다면 김부겸 전 총리를 포함한 ‘3총리 회동’을 추진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만일 3총리 회동이 성사되면 이 대표에게 가해지는 압박 수위가 단숨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혁신과 통합 비대위 요구 등에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한껏 덩치를 키운 당 원로의 메시지까지 무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단합·화합만이 민주당 살길”
앞다퉈 목소리 키우는 속내는?

3총리의 만남이 가시권에 돌입하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통합 선거대책위원회를 돌파구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 제시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민주당서 세 명의 전 총리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이들을 앞세워 비명계의 요구에 어느 정도 응하려는 구도가 그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3총리 선대위원장’설에 선을 그으면서 가능성을 일축했다.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는 이 전 대표의 수락 여부도 미지수다. 이 전 총리는 통합 선대위 구상과 수용 여부에 대해 “가상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은 좀 그렇다”며 “특별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28일 정 전 총리는 이 대표와도 만났다. 이날 오찬 자리서 정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총선 승리를 위한 조언을 건넸다.

2023년 마지막 토요일이었던 12월30일에는 이 전 대표와 이 대표의 ‘명낙회동’이 성사됐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이 대표는 ‘당 대표 2선 후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제안을 거절했고, 이 전 대표는 본격적인 신당 창당 수순을 밟겠다고 밝혔다.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문정부 총리들이 앞다퉈 목소리를 낸다는 점도 주목받는다. 정치권에서는 3총리의 속내 풀이에 나섰다. 미국 유학 생활로 정치 공백이 생긴 이 전 총리는 탈당 카드를 쥠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고, 나머지 두 총리는 당에 남아 이 대표의 자리를 예의 주시할 것이란 해석이다.

가시권 돌입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는 자신의 아킬레스건과도 같은 사법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리더십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만일 이 대표가 직을 내려놓는 상황이 온다면 두 전 총리 중 한 분의 역할론이 부상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정치판에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말했다.

3총리의 움직임은 ‘정치’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한 ‘동상이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각기 다른 이들의 행보가 민주당을 화합의 길로 이끌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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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