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마약 다단계’ 대해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1.21 15:36:31
  • 호수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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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돈이 돌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옥장판, 다이어트 식품, 화장품 등은 대표적인 다단계 제품으로 꼽힌다. 이 틈새를 노린 상품이 있다. 바로 마약이다. 한때 건설업자들 사이서 마약이 유행했고, 이들은 다단계 유통을 통해 판매했다. 덩치가 커지면서 눈에 쉽게 띄자, 마약밀매는 점조직 형태로 바뀌었다.

보통 다단계는 ‘제조업자→도매업자→소매업자→소비자’와 같은 일반적인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는다. 다단계라는 이름처럼 많은 단계의 회사와 판매원이 거래에 참여하는 유통 방식을 말한다. 즉, 자사 제품을 구입한 고객을 판매원으로 이용해 제품 판매와 유통망을 확대해나가는 판매 방식이다. 

피라미드식
유통 방식

본사는 상품 판매 출자자를 모집하고, 출자자가 다시 다른 출자자를 가입시키면 보수를 받는 구조다. 통상 이를 두고 피라미드식 판매 방식이라고 말한다. 다단계 특징은 판매원의 능력에 따라 이익을 받는다는 것인데, 문제는 판매조직이 상품의 판매와 관계없이 무원칙적으로 확대되고 말단 출자자가 대량의 재고를 책임지게 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다단계 제품엔 딱히 제한이 없지만 화장품, 다이어트 식품, 건강식품 등이 가장 많이 유통된다. 최근에는 코인(가상화폐)까지 다단계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마약도 다단계 판매가 이뤄진 적이 있다. 지금은 마약 다단계 조직이 사라졌지만, 마약은 한때 다단계 블루오션으로 큰돈을 벌게 했다. 


당시는 지금처럼 마약이 널리 퍼지기 전의 일이다. 지금은 마약사범이 2만명이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16세부터 69세 이상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한 마약 실태 설문조사에서 “평생 단 한 번이라도 ‘의사의 적절한 처방 없이 치료 목적 이외의 용도’로 마약을 사용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3.2%가 “사용한 적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는 전체 국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3.2%는 약 160만명, 조사 대상인 19~69세를 기준으로 보면 최소 120만명에 달하는 수치다. 연간 출생아 수가 25만명 남짓이니 5년간 태어나는 국민을 모두 더한 숫자와 비슷하다.

마약 다단계 판매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A씨는 공업고등학교 토목과를 졸업하고 지방 건설업체에 입사했다. 당시 주택건설은 호황기였고, 자연스레 그의 꿈은 현장 소장이 되는 것이었다. 현장 소장은 하도급 업자 선정, 근로자 합숙소 운영자 선정 등 건설업체 현장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 건설 쪽 하청업자들은 일이 끝나면 항상 현장 소장을 데리고 술집을 갔다. A씨는 현장 소장을 따라다니면서 유흥주점에 들러 건설업자들과 도박을 했다.

술 대신 하니 피로가 없다고?
건설 노동자 은밀히 총책 활동

그는 “하청업자는 현장에 있는 사람과 친해져야 한다. 그런 과정서 술을 마시고 노름을 한다. 보통 고스톱을 치는데 투고까지는 아니고 쓰리고, 포고까지 간다”며 “건설 현장은 돈 판이다. 소장에게는 100만원을 주는데, 나한테는 10만~20만원 준다. 이러니 소장은 못 되더라도 현장서 ‘돈이나 모으고, 벌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A씨는 건설 현장서 벌어지는 도박판을 보고 자신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돈맛’을 봤지만, 애당초 건설 현장서 이뤄지는 도박판은 큰 규모가 아니었다. 게다가 도박을 해보니 자신이 재능이 있지도 않았다. 

A씨는 도박에 빠져 일이 끝나면 음주와 함께 도박을 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냈다. 현장 소장이 돼 일찍 결혼하고 싶다는 꿈도 물거품이 됐다. 또 건설업체 현장 일 자체가 체력적으로 힘들어 일을 계속하기 위해 술을 마셨다. 문제는 과음하면 숙취로 결근이 잦아졌고 작업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때 우연히 목수 기능공이 A씨에게 필로폰을 권유했다. 필로폰은 술과 다르게 숙취가 없어 A씨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그는 단순히 필로폰을 투약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A씨에게 필로폰은 돈을 끊임없이 벌도록 해주는 통로였다. 건설 노동자에게 필로폰을 판매해 돈을 벌겠다고 마음먹었다. 필로폰은 숙취가 없어 다음 날 일에 지장이 없는 데다 작업 능률까지 높일 수 있었다.

목수 기능공을 찾아가 마약을 구하는 상선을 집요하게 캐물었던 A씨는 상선에게 마약을 댄 공급자를 찾았고 또 다른 공급자까지 찾았다. 그는 건설 노동자들에게 필로폰을 “지친 몸을 회복시키고 며칠을 야간 작업해도 끄떡없는 신비한 약”이라고 꼬드겼다.

능력에 따라
이익 받는다

다만 마약이라고 설명하진 않았지만, 건설 노동자들은 A씨가 판매하는 약이 마약인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시 건설 노동자들은 주말도 없고 잔업과 철야 작업이 많아 비가 와야 쉴 수 있는 형편이었다.

A씨는 “그때 건설경기가 제일 좋을 때였다. 주택 100만호 건설이라고 해서 여기저기 말뚝 박고 아파트와 빌라를 지었다. 일을 많이 하는 만큼 몸은 피곤했지만, 돈을 벌었다”며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지만, 내가 그때 마약 한 방에 10만원 받았는데 술값보다 쌌다”고 말했다.

이어 “술을 과하게 마시면 다음 날 일을 못 하니까. 그런데 필로폰 주사를 맞으면 다음 날 힘이 엄청나게 난다. 그러니 한 번 마약을 맞으면 뽕뽑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마약을 투약하고 밤새 일을 지속하면 몸이 축날 수밖에 없다. 건설 노동자들은 마약에 중독됐고, 그만큼 A씨는 돈을 쓸어모았다. 이미 수익 기반이 잡혔지만,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때 A씨의 머리에 스친 것이 바로 다단계였고, 바로 다단계 사업을 모방한 영업전략을 구축했다.

마약 판매에 이어 다단계 사업을 하는 것은 큰 부담을 주는 일이었다. 둘 다 불법이었기 때문인데, 분명한 것은 마약 다단계가 제대로 자리만 잡으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다. 

A씨의 영업전략은 마약에 중독된 사람을 판매자로 변화시켜 등급(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을 만들고 판매량과 소비자 모집 능력을 고려해 승급 기회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었다. 다단계 사업은 호황이었다.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일부 건설 노동자들은 본업을 그만두고 다단계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도 생겼다.


A씨는 “나는 국내 최초로 마약을 다단계 판매에 적용했다. 원래 마약은 점조직이라 내 밑에 누가 있어도 알 수 없는데 수익률 배분에 있어 내가 100을 먹으면 다이아몬드에 70을 주고, 사파이어에겐 50을 줬다”며 “그러니 아랫사람이 더 팔려고 엄청 열심히 영업했다. 자석 장판 이런 다단계 판매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중독 후
판매자로 

이때 번 돈으로 A씨는 현장 기능사에서 주택건설 업자로 변신했다. 건설업 경영자가 마약밀매를 하는 것은, 건설 현장 기능사가 하는 것과 질적으로 달랐다. 자신의 위치가 땅에서 하늘로 올라선 셈이었다.

원래 꿈이었던 소장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애당초 A씨가 그런 꿈을 가진 것은 고졸 학력에 회사 소장 정도만 가능했다고 여겨서다. 국내 건설계서 초창기 소장은 고졸 출신이 많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것도 옛말이 됐다. 이처럼 마약 밀매 사장이 되니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주택건설 업자가 된 뒤 A씨는 낡은 단독주택을 매입해 그 부지에 연립주택을 신축했다. 현장 기술과 자본력이 있었지만 대형건설 실적이 없어 대규모 아파트를 신축할 기회를 잡지 못했던 탓이다.

건설업으로 제대로 성공하면 대박이 나지만, 분양이 막힐 경우 도산의 위험도 따른다. 대부분의 건설업자들은 도산했지만, A씨는 마약 다단계로 벌어들인 자금력으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A씨는 자기 삶을 보상받 듯 수입 자동차에 운전기사까지 고용했다. 밤에는 유흥주점서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시는 등 말 그대로 돈을 하늘에 뿌리고 다녔다.


그렇다고 마약 다단계가 현금이 무한정 솟아나는 화수분은 아니었다. 주택 경기가 퇴보하고 마약 다단계 자금마저 바닥이 나자 A씨는 도산했다. 바로 계속된 과소비 때문이었다.

A씨는 “원래 땅장사, 노가다, 건축업자는 술을 엄청나게 많이 마신다. 그전에 룸살롱에선 맥주도 팔았는데 양주만 마셨다”며 “그것도 국산 양주 먹으면 격 떨어진다고 외국 양주만 먹었다. 팁을 주면 하루에 100~200만원 깨지는 건 일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단계별 승급 기회와 인센티브
상선에 또 다른 공급자 연결

이어 “주머니에 늘 돈이 있으니 아무 생각 없이 썼다. 돈을 벌려고 건설업을 했는지, 술을 먹기 위해 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때 사업한 사람들 거의 다 망했는데, 나는 마약을 판매했기 때문에 오래 버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주저앉을 그가 아니었다. A씨는 도산 후 마약 밀매로 재기하기 위해 상선과의 루트 재정비에 나섰다. 과거에 자신에게 마약을 공급받았던 사람들을 다시 조직해 소매 조직을 결성했고, 부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부활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체포돼 4년 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A씨 다단계 조직과 지위를 노린 내부자에 의해 밀고돼 체포됐던 것이다.

A씨는 “만약 내가 초창기에 마약 판매했던 것까지 다 했으면 무기징역이 나왔을 텐데 용케 피했다. 원래 마약은 단순히 사용하는 사람이 잡히면 초범으로 집행유예를 받는데 공급자들은 형이 아주 세다”며 “판매자를 막아야 구매자들이 사라지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봐도 4년은 적당하다. 마약은 감형이나 가석방 같은 것이 전혀 없어 선고받은 대로 다 살아야 한다. 그만큼 판사와 법무부도 악질로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마약으로 번 돈으로 누렸던 호화로운 삶은 이제 끝났으며, A씨 인생은 교도소 내에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사형수를 만나면서 변했다. 사형수는 가족 면회도 오지도 않는 등 고독하고 불우한 사람이었다. 종교단체서 후원하는 약간의 영치금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면서 생활했다.

A씨는 사형수에게 자신의 영치금을 털어 속옷, 책, 간식 등을 구매해 전달했다. 이 과정서 사형수를 교화하는 종교인들의 저서, 사형수의 일화, 일상을 직접 보면서 마약 판매가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깨달았다. 잠을 자기 전에는 누워서 교수대에 서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사형수 형님을 보면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 나도 중국이었으면 이미 사형당했을 것이다. 이들은 단 하루의 시간이라도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면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도록 노력할 거라고 말한다. 이제는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사형수로 한 달만 살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출소 후 마약 밀매자인 것을 숨기고 일하기 위해 선원이 됐다. 선원 인력업체는 늘 인력이 부족하기에 신원을 조회하거나 과거 경력을 묻지 않고 주민등록증 하나만 보여주면 가능했다. 그는 물때를 맞추기 위해 선주의 집에 기거하며 생활했다.

그 끝은…
초라한 말로

A씨는 마약과 멀리 하기 위해, 머물던 현실과 완전히 격리된 삶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돈만 있으면 다시 마약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망망대해 위 어부의 삶은 마약 밀매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A씨는 자신을 ‘마약 밀매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있는 무기수’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마약을 팔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바닷일을 하면서 느낀 건 교도소서 느낀 것과 다르지 않다.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다. 나 같은 사람에게 돈은 망하는 지름길이고, 마약 밀매 수입은 미친 돈”이라고 덧붙였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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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