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등판설’ 민주당 딜레마

‘조나땡’ 어찌 할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며 ‘총선 출마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온갖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는다. 결코 작지 않은 존재감이다. 수도권 표심 몰락부터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총선을 앞두고 갖은 변수가 나온다. 조 전 장관의 행보를 지켜보는 민주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지난 6일, 조 전 장관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출마에 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대한 법률적으로 소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냐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가시권

조 전 장관의 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지난 2월, 1심서 입시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관한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는 만큼 법적 리스크를 떨쳐내지 못한 채 출마 의지를 밝힌 셈이다.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손질한 후보자 선출 특별당규가 돌파구가 됐다. 당규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부적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조 전 장관처럼 1·2심서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항소하거나 상고해 상급심 재판이 진행 중이면 형이 미확정된 상태로 남게 된다.

유죄 이력이 남더라도 총선 출마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출마 의지를 밝힌 후 조 전 장관은 곧바로 평산책방을 찾아 자신의 신간 <디케의 눈물> 사인회를 열었다. 지난 9일 평산책방을 방문한 조 전 장관은 사인회를 통해 시민에게 감사함을 표하면서 “앞으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전했다.

사인회 중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을 찾아 조 전 장관과 자연스러운 만남이 연출됐다. 조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에게 자리를 양보하자 문 전 대통령은 “(사인회)계속하세요”라고 말했다. 두 인물은 밝은 표정으로 손을 잡고 포옹하기도 했다.

이날 조 장관의 행보는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수사나 재판)결과와 무관하게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저는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마음의 빚이 무엇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빚’이라는 단어에 무게감을 두었다.

일각에서는 둘의 만남을 두고 빚을 갚으라는 무언의 압박이 서려 있다는 뜻으로 내다봤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테니 힘을 실어달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던졌다는 것이다.

문 찾아가…빚 받으러 갔나
바빠진 민주당 총선 계산기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 회복’ 선언에 비난이 일자 조 전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총선이 개인 명예 회복하는 자리냐?’라는 비난이 나온다. 맞다. 총선은 개인 명예 회복의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명예 회복이라는 표현은 저와 제 가족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와 민생, 나라의 정상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지도 담겨있는 표현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민주당원은 아니지만, 민주당이 민주진보진영의 중심이자 본진(本陣)이라고 생각한다”며 “총선서 민주당을 필두로 민주진보진영이 승리해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을 정치적·법적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맥락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심판, 민주진보진영의 총선 승리, 절대 다수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권교체 등은 제 개인에게도 가장 큰 명예 회복이 될 것”이라며 이전보다 뚜렷하게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 진영서 조 전 장관은 ‘검찰독재의 대항마’라는 상징성을 가진 만큼 직접 ‘윤정부 심판론’의 중심에 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는 조 전 장관의 출마설을 반기는 모양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가장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은 이재명 대표다. 이와 다른 결을 가진 조 전 장관 지지층이 합류한다면 ‘외연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당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과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어쨌든 장관 개인의 판단이고 아직 우리 당에 들어오신 것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큰 틀에서 민주진영, 우리 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어떻게 가는 게 좋을지 같이 고민하시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조 전 장관과 대화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 그쳤다.

지도부가 신중한 모습을 유지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밀고 있는 ‘윤석열 심판론’이 ‘조 전 장관·야당 심판’ 구도로 역전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 심판론의 경우 ‘미니 총선’으로 불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전략이기도 하다.

만일 조 전 장관이 선두에 나선다면 판이 뒤틀어질 가능성을 내다봤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선당후사’ 마음으로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국발 신당설에 꼬여버린 스텝
‘우왕좌왕’ 보이지 않는 돌파구

또 조 전 장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자녀 입시 비리가 다시 부상할 경우 해당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030은 물론 중도층까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보수층에서는 ‘조나땡’(조국이 나오면 땡큐)이라는 줄임말까지 있을 정도다. 민주당이 제 발로 ‘조국의 강’에 빠지겠다는데 구태여 말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여의도 입성 방식 또한 변수다.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총선 6개월 전 입당해야 하는데 이미 시기가 지났을뿐더러 사실상 공천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지역구로 나서야 하는 만큼 부담을 지게 된다.

그렇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조 전 장관이 직접 언급한 적이 없는 ‘신당 창당설’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내년 총선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다는 가정하에 신당 창당 후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하는 시나리오다.

정치권에선 ‘조국 신당’이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역할을 하면서 총선 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선을 6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서 창당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조 전 장관의 기존 지지자에 더해 호남·친문·비명 세력을 등에 업는다면 불가능한 것도 없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인 창당 준비 시점으로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2월 이후를 높게 점쳤다. 내년 초 민주당 공천서 탈락한 인사를 영입해 몸집을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선거제 개편과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으로 골머리를 앓는 만큼 여야 모두 현 준연동형 비례제보다 병립형 비례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경우 비교적 소수인 국민의힘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내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의석수를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조 전 장관 신당과 ‘자매 정당’으로 연합한다면 위성정당 논란은 불가피하다. 지난 대선서 “다당제를 통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정치적 부담도 져야 한다.


“나오면 땡큐”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현재로선 준연동형이다, 병립형이다, 어느 방향으로 입장이 결정되거나 정리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병립형으로의 회귀 가능성을 아예 닫아두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어떤 선택지든 민주당에게 부담되긴 매한가지다. 조국의 늪을 제대로 맞닥트린 형국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또 한번 리더십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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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