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브로커’ 전직 치안감 사망 내막

  • 김철준 기자 kcj5121@kakao.com
  • 등록 2023.11.20 10:42:09
  • 호수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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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뚫어주는 ‘민원 해결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광주·전남 지역 수사기관에 인사 및 수사 청탁과 관련한 ‘사건 브로커’ 수사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브로커와 연루 의혹을 받던 전직 경찰 치안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수사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검찰이 8월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한 형사 사건 브로커 성모씨에게 세간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성씨와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전직 경찰 고위 간부가 15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다. 성씨가 검경 뿐만 아니라 정관계에도 영향력을 미친 정황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성씨 정체는?

‘사건 브로커’ 의혹은 성씨가 경찰 고위직, 검찰 인맥을 내세워 수사·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는 지난해 9월부터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이다. 

사건 브로커 의혹은 지난 8월4일 검찰이 성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성씨가 2020년 8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사기 등으로 조사받은 공여자들로부터 받은 금품은 18억원 상당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화폐(코인) 투자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탁모씨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는 성씨에게 금품을 건넸다. 탁씨는 성씨에게 금품을 전달했는데도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성씨와의 통화 녹취 파일을 검찰에 넘겼다. 


이는 사건 브로커 사건의 시작이었다. 검찰은 해당 첩보를 바탕으로 1년간 성씨를 수사하며 수사 무마 로비, 경찰 인사 개입, 지자체 관급공사 수주 비리, 정치인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혐의를 포착했다. 

전남 담양서 보행 데크 설치 업체를 운영하는 성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골프와 식사 대접을 하며 검찰과 경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과 친분을 쌓았다. 이렇게 쌓은 인맥을 통해 사건 관계인 등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하고 경찰 간부급 인사 등에 개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검찰은 성씨와 연관된 전현직 검경 관계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광주지검 목포지청 소속 수사관(5급) A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했다. 

성씨에게 금품을 받고 전남지역 단체장 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다. 검찰은 A씨와 공모한 혐의로 지난 1일, 광주지검 소속 수사관(6급) B씨를 직위해제하기도 했다.

검찰수사관 구속 이후 검찰 수사의 칼날은 경찰을 향했다. 수사 청탁과 관련해 과거 가상자산 사기범 사건을 취급한 광주경찰청 직원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소환 조사를 순차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검경 고위직 인맥으로
수사·인사 청탁 의혹

이 과정서 수사팀은 지난 9일 성씨로부터 사건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전직 경무관을 구속하기도 했다. 해당 경무관은 가상자산 사기범 사건을 취급한 서울청서 수사부장을 거친 바 있어 수사 청탁 관련 수사로 분류됐다.


앞서 지난 7일에는 3~4년 전 전남경찰청에서 근무했던 전직 경감 C씨가 구속됐다. 

검찰은 광주경찰 핵심 간부들을 겨냥하고 광주경찰청과 광주북부경찰서, 광산경찰서 첨단지구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최근 3년치 전남경찰청 인사고과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해당 자료가 김재규 전 청장이 전남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당시의 자료인 것으로 봤다. 구속된 C씨가 김 전 청장에게 인사 청탁 후에 현금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성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현직 경찰 고위직과 인맥을 과시해왔다. 전남 출신 경찰 관계자는 “전남지역 경찰 내부에선 ‘승진하려면 성씨에게 줄을 대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인사 청탁에 관련된 주요 수사 대상들이 경정과 경감급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의 승진에는 치안감급 지방청장의 결제가 있어야 하는 만큼 김 전 청장 외 전현직 치안감들도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을 조사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구속 기소된 브로커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김 전 청장이 전남경찰청장 재임 당시 경정 이하 경찰관 인사를 부당하게 처리한 혐의(뇌물 수수 혐의 등)를 적용해 그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였다.

영장 집행 전 김 전 청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은)최근 입건자로 신분이 전환됐으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검찰 측에서는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이 사망하면서 김 전 청장의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다만 성씨를 통해 수사·인사 청탁에 관여한 것으로 거론되는 다수의 전현직 경찰 고위직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승진하려면 그 줄 잡아야”
광주·전남 스캔들로 발칵

현재까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은 숨진 김씨 외에도 전·현직 치안감급 2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직 총경급 4~9명도 로비 대상에 포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경뿐 아니라 정계 인사들도 사건에 연루돼있다. 검찰은 성씨가 광주·전남 지자체와 정관계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 때 특정 후보에게 수억원을 전달했다는 설도 나온다.

검찰은 성씨가 광주·전남지역 자치단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데크 설치 공사를 따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검찰은 자치단체 보행 데크 입찰 과정 등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성씨가 수사 인맥을 활용해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었던 자치단체장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성씨는 올해 광주경찰청이 수사 중이었던 전남 중부권 한 자치단체장의 사건을 무마를 위해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수사팀이 외압에 굴복하지 않자 수사 책임자와 수사 담당자에 대한 험담을 일삼고 인사발령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서부권 한 자치단체장 사건에도 성씨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당시 성씨가 해당 자치단체장의 캠프 실세와 접촉해 경찰이 조사하던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건이 잘 풀린 이후 성씨의 가족회사가 공사 수주와 관계된 혜택을 봤다.

광주경찰청의 한 간부는 “성씨가 공사 수주를 위해 경찰 인맥을 활용했다는 소문도 들린다”고 말했다. 

성씨는 지역 유력 인사 50여명 규모의 향우회를 주도하면서 지역서 ‘해결사’로 군림해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성씨와 연관된 검·경, 정관계 인사가 200~3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중에는 검경 고위직와 유명 정치인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칼끝은?

검찰의 칼끝은 아직 경찰을 향하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은 전직 경무관 1명, 전직 경감 1명을 구속했으며 치안감을 포함해 수사 대상에 15명 이상을 올려둔 상태다. 정관계 인사와 관련된 로비 정황에 관해선 수사를 깊게 하고 있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가 경찰을 향해 끝날지, 정관계에 흘러간 금품까지 확인돼 정권 실세를 자처한 세력까지 겨냥할지 주목하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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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김건희 디올백 몰카’ 최재영 목사에 물었다

[단독 인터뷰] ‘김건희 디올백 몰카’ 최재영 목사에 물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목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함정 취재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북한 개입설’을 거론하면서 자충수를 두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김 여사와 접촉한 최재영 목사를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들어봤다. “남북 문제나 국제 정세 등을 김건희 여사에게 조언하려 접촉했다.” 지난달 30일 최재영 목사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한 말이다.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했던 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성공에 대한 축하의 의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양평 사건’에 관한 김 여사의 대처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폭로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극단적 관점 고치려 조언 최 목사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모처서 진행됐다. 그는 여러 번을 북한에 다녀온 미국 시민권자인 재미교포다. NK(New Korea) Vision 2020이라는 단체의 대표와 손정도 목사기념학술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관점이 굉장히 극단적이라고 평가한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내용 중 선제타격론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북, 반김, 반통일, 친일, 친미 스탠스가 뚜렷했다. 한국은 한쪽으로 치우쳐지면 안 되는 나라”라며 “중립적으로 현명한 외교·안보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부는 통일과 대북정책을 이원화해왔다. 이 두 가지는 명백하게 다르다. 하지만 현재의 통일부는 두 개를 하나로 묶은 상황이다. 통일부가 아니라 북한 자체를 적대시하는 대북부가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지난해 1월부터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김 여사에게 극단적으로 바라보면 해결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쌓인 신뢰를 계기로 윤 대통령 취임식 행사는 물론, 신라호텔 영빈관서 열린 와인 만찬에도 초청됐다. 환대를 받은 최 목사는 취임식 40일 뒤인 지난해 6월20일 윤 대통령의 당선 축하 인사를 하기 위해 김 여사를 찾았다. 같은 해 9월13일에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은 최 목사는 김 여사를 만났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준비되지 않아 윤 대통과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김 여사는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있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최 목사는 소형카메라가 내장된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고 이를 통해 김 여사와의 만남을 촬영했다. 당시 코바나컨텐츠 앞에서 대통령실 경호처 소속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최 목사에 대한 보안검색을 진행했지만 최 목사의 손목시계를 풀도록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는 총 5차례 김 여사에 줄 선물을 준비했다. 두 번은 디올과 샤넬 명품이었고, 나머지 세 번은 자신이 쓴 책과 5만~6만원 상당의 술, 비싸지 않은 일반 의류였다. 김 여사는 6월에는 직접, 9월에는 비서를 시켜 최 목사와 면담 약속을 잡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그를 만나 명품 선물을 받았다. 취임 40일 후 6월·9월 인사차 방문 소형카메라 내장 손목시계 차고 촬영 최 목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4개월 간 총 10차례 정도 김 여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 중 딱 두 번만 면담이 이뤄졌다. 명품 선물을 준비했던 지난해 6월과 9월이다. 이후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가방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 폭로 당사자인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로부터 건네졌다. 또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 건네줬던 명품들과 두 번째 만남을 촬영했던 손목시계 카메라 등의 출처도 이 기자였다. 이 기자는 “목사님이 김 여사를 자주 만나서(취재를 위해) 그 사람 행보를 좀 알고 싶었다”며 “최 목사가 김씨와 더 친해지게 만들기 위해 해당 물품을 건넨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던 지난해 3월, 같은 진보진영서 활동하며 김 여사와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기자에게는 <서울의 소리> 관계자를 통해 내가 먼저 연락했다. 처음에는 김 여사와 이 기자가 만나 화해하게 하려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여사와 최 목사 간의 카카오톡 대화록을 보면 김 여사는 이 기자를 극도로 싫어했다. 김 여사는 최 목사에게 “인간도 아니다. 공손하게 양해를 구했고 사연까지 말했다. 어머님이 구속됐을 때라서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던 건 최 목사만이 아니다.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접견한 날 쇼핑백을 준비한 인물 3명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쇼핑백 3개 중 하나는 ‘Shilla Duty Free’라는 영문이 보이는 신라면세점 쇼핑백이었다.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들고 있던 쇼핑백 안에는 김 여사에게 주려는 선물이 있었던 건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면담자들 최 목사는 “김 여사를 접견할 다음 차례 사람들이었다. 내가 사무실을 나오자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연이어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부인이 가져간 물품에 대해 내용물까지 확인하는 대통령실 경호처의 보안 절차 특성상 다수의 경호원이 두 차례나 자신이 가져간 명품들을 확인했다. 그때마다 당황함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보안검색을 했다”며 “김 여사가 여러 사람과 면담해왔다면 그만큼 선물을 준비했던 사람도 더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했다. 논란이 된 지 일 주일이 돼가고 있으나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튜브 채널의 일방적 주장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일단 ‘로키’로 대응하면서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함정 취재 문제를 제기하며 북한 배후설, 독수독과론 등으로 초점을 이동시키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최 목사가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이력을 언급하며 “<서울의 소리>가 어디서 공작금을 받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선물 구입을 위해)북한 자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가방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독수독과론을 내세워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당 동영상이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므로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위반 등 위법 여부를 따져보더라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BBS라디오서 “선대 부친과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찾아오고 하면서 결국에는 함정을 파서 정치공작을 펼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취재나 정치공작에 대해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리적 문제? 공익적 목적? 최 목사는 김 여사와 접촉한 날 최측근들을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논란이 됐던 수행원들이었다. 이들은 코바나컨텐츠 출신으로 정모씨는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와 함께 코바나컨텐츠서 여론조작 의혹을 받던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씨는 김 여사의 ‘그림자’로 알려졌다. 최측근으로서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왔다. 지난해 이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코바나컨텐츠 정식 직원이 아니었다.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왔다. 이 기자도 코바나컨텐츠를 드나들면서 정씨를 여러 번 대면했다. 그는 “김 여사를 포함한 일부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심 박사, 정씨가 이 자리서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 외에도 공식적인 대선 캠페인에도 참여한 바 있다. 특히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서 윤 대통령의 SNS 계정 관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지만, 김 여사의 외부 행보가 번번이 논란을 부르자 여권 내부서도 김 여사를 보좌할 공식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했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서 찍은 사진이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사건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더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폐지 전, 언론을 통해 ‘제2부속실(대통령 부인 관련 업무 담당 부서)’을 되살려 김 여사 일정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비공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모르겠다)”며 “저도(대통령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국민 여론을 들어가며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왜 갑자기 폭로했나 “함정 취재? 알 권리 먼저” 이어 ‘김 여사 회사 직원들이 일정에 동행하고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논란을 묻는 말에 “(처가)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어 혼자 다닐 수도 없다. 어떻게 방법을 알려주시라”고 맞받았다. 이번 사건은 김 여사의 명품 수수 논란 외에도 함정 취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장인수 전 MBC 기자가 함정 취재에 대해 <서울의 소리>에 출연해 했던 발언을 반박했다. 장 전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가 함정 취재의 위험성이나 비윤리성보다 현저하게 높을 경우 ▲함정 취재를 하지 않고는 취재원 접근이나 취재가 불가능할 경우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권력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세계적으로) 함정 취재를 인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평론가는 “동의할 수 없다”며 한국기자협회가 ‘윤리적 언론은 취재 대상을 존중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할 가치가 있는 정보를 취재하고 전달할 경우에도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한다’고 한 언론윤리헌장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함정 취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정당한 취재라고 보기 힘들다. 다만 윤리적 문제와 공익적 목적이 부딪힐 때, 우리 사회는 취재 결과물에 대해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옳고 그름에 관한 정의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통상 위법을 동원한 취재, 신분을 속인 취재나, 기자 대리인을 통한 취재 등을 말한다. 이번 <서울의 소리> 보도는 수사기관의 함정 수사를 연상시킨다. 범죄 수사 과정서 경찰이 미성년자 성매매 범죄 혐의자를 검거할 때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를 벌이기도 한다. 위법적 함정 수사인 ‘범의 유발형’도 떠오른다.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는 일부러 범죄를 유발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당사자가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서울의 소리>의 취재가 어떤 형태였는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함정 취재’라는 사실은 숨기지 않고 있다. 명품백을 직접 사서 최 목사에게 제공했다는 등 취재 취지와 과정을 세세히 밝히고 있다. 정치 공작? 북한 개입? 그러나 수사기관의 분위기는 조용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낙인찍고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김 여사가 함정 취재의 피해자라고 인정하면 사실상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서울의 소리>의 취재 과정에 관해 법적 대응을 하는 순간 이슈가 지속돼 버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최소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의 행방 등 사실관계가 특정돼야 한다. 자칫 수사기관이 김 여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이 쉽사리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