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국힘 혁신위 파워게임

단독 드리블 그리고 맨땅에 헤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터질 게 터졌다. 참다 못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향해 적당히 하라며 경고했다. 인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카드를 꺼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감이 별로 크지 않다. 과연 혁신위는 완주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출범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당으로부터 부여받은 두 달의 기간 중 절반을 채운 셈이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위기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는데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의)급발진은 당에 좋지 않다”며 오히려 타박을 줬다. 

공허한 
메아리

“전권을 부여하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오히려 혁신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강대강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쉽게 물러날 리 없는 혁신위는 조기 해체 카드를 꺼내들며 벼랑 끝 전술을 펼쳤다. 

혁신위는 시작도 전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위원장으로 누구를 앉힐 것인지가 고민거리였다. 누구를 세워도 계파색을 지우는 게 1순위 과제였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현역 의원 중 누구도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국민의힘은 외부로 시선을 돌렸다. 고민 끝에 간택된 인물은 광주 출신, 푸른 눈의 한국인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였다. 다소 인선이 늦어진 점이 있지만, 나름 고심해 선정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당내서도 기대감이 컸다. 인 위원장 역시 혁신위원장을 맡은 뒤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 위원장의 표현을 빌리면 “김 대표가 무서울 정도로 많은 권한을 줬다”는 말에서 국민의힘의 변화 의지를 읽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입장서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고, 리더십에 관한 위기감을 잠재울 수 있는 인물로 인 위원장을 택했던 것으로 여겨졌다.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말도 이런 예측과 일맥상통한다.

거칠 것 없던 인 위원장은 본격적으로 회의에 돌입했고, 약 일주일 만에 1호 안건으로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취소를 내놨다. 앞서 윤리위원회는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의 중심에 섰던 이 전 대표와 지난여름, 집중호우 당시 골프를 쳐서 ‘수해 골프’ 논란을 일으켰던 홍 시장에 대해 각각 6개월, 8개월 당원권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던 바 있다. 

이 같은 중징계에 두 인물은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으나, 나름 지도부도 하지 못한 화해의 손을 내밀었던 셈이다. 지도부도 인 위원장의 생각에 동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도부와 혁신위의 관계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인 위원장은 내친 김에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을 만나 “돌아와서 당을 도와달라”고 읍소했지만 거절당한 뒤 소득을 얻지 못한 채 돌아왔다. 

혁신위 1호 안건은 국민의힘 전체가 아닌, 당 지도부만 받아들였던 사안이다. 다시 이들이 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명확한 명분을 제시하지는 못해서다.

반환점 돌며 본격 ‘강대강’ 구도
마지막 배수진 조기 종료 가능성


문제는 다음이다. 2호 안건을 혁신위가 의결해 지도부에 보고했지만, 여전히 지도부가 이를 이행하겠다고 발표한 공식적인 메시지는 없다. 물론 혁신위 2호 안건은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현역 국회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으로 입법 절차가 필요한 만큼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와 함께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권고를 슬쩍 끼워 넣은 뒤 반응을 살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혁신위와 지도부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결단이 필요한 의원 수까지 거론됐다. 어림잡아 15명 정도로 혁신위가 직접적으로 이들을 공개 거론해 압박하는 방안도 언급됐었다는 말이 나온다. 불씨가 커질 것을 우려해 인 위원장은 “처음 듣는 말”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혁신위와 지도부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비친다. 

인 위원장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내 중진 의원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는 “내 윷판에는 ‘빽도’가 없다”며 오히려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혁신위의 압박에 대해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의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행위”로 규정해 버렸다. 

이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혁신위와 지도부의 내홍은 점차 깊어지는 가운데, 결단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겉으론 국민의힘 구성원들이 혁신위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나 속내는 또 다르다. 일단 살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해 보인다.

문제는 혁신위가 점점 동력을 잃어가는 추세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혁신위 조기 해체설까지 나온다. 일단 인 위원장은 “조기 해체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12월까지 중진 의원들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며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그러나 혁신위 7번째 회의서 인 위원장이 부인한 조기 해체설과 관련한 논의가 실제로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당 지도부와 혁신위의 관계가 상당히 불편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혁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오신환 혁신위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이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해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편끼리
총질하다…

이제는 직접적으로 당을 압박하고 나서겠다는 혁신위의 마지막 배수진이다. 인 위원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혁신위에 대통령실의 지원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면서다. 그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소신껏 하라는 신호를 간접적으로 받았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과 소통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하지만, 대통령실 측과 교감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 혁신위의 행보가 힘을 받지 못하자, 재차 존재감을 띄우기위한 의도로 읽힌다. 혁신위를 처음 띄웠을 때만 하더라도 존재감은 상당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이 점차 사라졌고, 이슈몰이를 크게 하지 못했다.


궁색한 처지에 몰린 인 위원장이 혁신위를 다시 끌어올릴 만한 방법은 여론전이다. 결국 택한 방법이 대통령실이 뒤에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 

김 대표는 해당 발언이 나온 뒤, 직접적으로 인 위원장을 향해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혁신위가 ‘월권’하고 있는 점도 짚었다. 총선 시스템이 있다는 부분을 언급하면서다. 

김 대표가 혁신위를 저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혁신위가 우회적으로 대통령실의 지원을 받는 게 맞다면, 김 대표의 발언은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반성을 명분으로 만들어진 혁신위를 적으로 돌릴 경우, 김 대표를 향한 당내 민심은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지도부가 직접 승인해야 하는 안건도 총선기획단, 공천관리위원회에 넘길 예정이다. 사실상 거절하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이와 관련해 한 지도부 소속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현장서 거절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제3당이 나올 수 있는 상황서 공천을 이렇게 하겠다고 정해버리면 주어진 환경에 맞지 않아 신중하게 바라보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중간에 조율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정해진 것 없이 서로가 할 일만 집중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사방이 적
불편한 동거

다만 김 대표의 손으로 해당 안건과 앞으로 나오는 험지 출마 안건을 받아들일 경우,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위는 김 대표 본인이 띄운 기구로 “전권을 주겠다”며 출범 초기 힘을 가득 실어줬던 만큼 스스로 해산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혁신위가 대통령실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다. 인 위원장의 ‘신호’와 관련해 그런 적이 없다고 일축해버렸기 때문이다. 당을 압박하는 카드가 무위에 그친 셈이다. 이미 조기 해체 카드도 써버린 터라, 결정 가능한 선택지가 거의 없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조기 종료됐다. 김은경 혁신위도 전·현직 중진 의원의 용퇴를 촉구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 혁신위도 민주당 혁신위와 상당히 비슷한 상황이다. 당내 구성원끼리 각종 설화가 이어졌고,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가해졌다. 조기 종료가 된 이유 중 하나다. 

국민의힘 혁신위도 점차 무력감에 빠져들고 있다. 사실 국민의힘 중진들도 할 말은 많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패배 책임을 과연 중진 의원들이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득실’만 따져 정작 중요한 체질개선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줄줄이 쌓인 나머지 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혁신위가 ‘빈수레가 요란했다’는 평가가 내려질 수도 있다. 

게다가 혁신위원 중 유일한 현역인 박성중 의원의 경우 혁신위 안건에 대해 전혀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사실상 원내 인사가 단 한 명밖에 없는 상황서 혁신위의 의견이 힘을 받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박 의원 역시 22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아야 할 처지다. 

넓은 의미서 친윤(친 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인사인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 혁신위 입장을 전적으로 대변하는 제스처를 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인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신선하다는 평가는 당내에서는 있었을지언정, 정치적인 활동 및 이력은 전무하다. 

김 대표도 물러날 곳 없어
비대위 체제 돌입 명분 생겨

혁신위가 주저앉으면 당 지도부도 막대한 손해를 입는다. 최악의 경우 김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남은 시간은 이제 한 달 남짓이다. 그 안에 혁신위는 무엇이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한다. 촉박한 상황서 혁신위가 어떤 묘수를 둘 지 관건이다. 

위기는 김 대표에게도 있다. 더 이상 후퇴할 공간이 없다. 자리 지키기는 국민의힘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설이 흘러나온다. 당초 혁신위를 띄운 이유는 비대위를 꾸리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앞으로 비대위가 구성된다면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은 말 그대로 위기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비대위 체제 전환은 이미 당내서 몇 번 언급됐던 사안이다. 현재 비대위원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거론된다.

물론, 비대위 수순을 밟는다 해도 당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가 스스로 사퇴하거나,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할 경우 요건이 충족된다. 해당 내용은 지난해 8월 이 전 대표 사퇴 당시 새로 수정됐다. 

현재까지 최고위원들에게 별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이 사퇴할 경우 김 대표도 자리를 보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당내서 세 명 정도 (사퇴가)정해져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다만 사퇴를 결심할지 말지는 (아직까지는)구체적으로 알 순 없다”며 최고위원들의 사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한 최고위원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비대위 체제는)그러길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내부 분열을 노리는 고도화된 술수”라며 “자신들의 희망사항을 생산해내는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
동력 상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가 된다고 해도 윤재옥 원내대표가 중간 단계를 거쳐 한두 달 시간은 벌수 있을 것”이라며 “김 대표가 미리 불출마를 선언하든, 험지 출마를 결정하든 공천관리위원회에 (자신의)쓰임새를 맡겨야 한다. 마냥 버티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일단 두 사람은 위기 상황 종식을 위해 지난 17일, 당 대표실서 마주 앉았다. 이 자리서 인 위원장은 “앞으로도 쓴소리를 계속 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도부와 갈등을 정면돌파 의지를 시사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동훈 배우자 등판 본격 정치 행보?

정치권에 입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연속적으로 제기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가 첫 공개 행보에 나섰다.

진 변호사는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서 열린 2023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에 참석해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에는 진 변호사 외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인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부인 등 장·차관 배우자 등 70여명이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본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은 “국무위원 가족은 적십자 관련 봉사활동을 오래전부터 해 왔다”며 “통상적인 활동”이라며 선을 그었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