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국힘 혁신위 파워게임

단독 드리블 그리고 맨땅에 헤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터질 게 터졌다. 참다 못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향해 적당히 하라며 경고했다. 인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카드를 꺼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감이 별로 크지 않다. 과연 혁신위는 완주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출범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당으로부터 부여받은 두 달의 기간 중 절반을 채운 셈이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위기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는데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의)급발진은 당에 좋지 않다”며 오히려 타박을 줬다. 

공허한 
메아리

“전권을 부여하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오히려 혁신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강대강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쉽게 물러날 리 없는 혁신위는 조기 해체 카드를 꺼내들며 벼랑 끝 전술을 펼쳤다. 

혁신위는 시작도 전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위원장으로 누구를 앉힐 것인지가 고민거리였다. 누구를 세워도 계파색을 지우는 게 1순위 과제였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현역 의원 중 누구도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국민의힘은 외부로 시선을 돌렸다. 고민 끝에 간택된 인물은 광주 출신, 푸른 눈의 한국인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였다. 다소 인선이 늦어진 점이 있지만, 나름 고심해 선정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당내서도 기대감이 컸다. 인 위원장 역시 혁신위원장을 맡은 뒤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 위원장의 표현을 빌리면 “김 대표가 무서울 정도로 많은 권한을 줬다”는 말에서 국민의힘의 변화 의지를 읽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입장서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고, 리더십에 관한 위기감을 잠재울 수 있는 인물로 인 위원장을 택했던 것으로 여겨졌다.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말도 이런 예측과 일맥상통한다.

거칠 것 없던 인 위원장은 본격적으로 회의에 돌입했고, 약 일주일 만에 1호 안건으로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취소를 내놨다. 앞서 윤리위원회는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의 중심에 섰던 이 전 대표와 지난여름, 집중호우 당시 골프를 쳐서 ‘수해 골프’ 논란을 일으켰던 홍 시장에 대해 각각 6개월, 8개월 당원권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던 바 있다. 

이 같은 중징계에 두 인물은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으나, 나름 지도부도 하지 못한 화해의 손을 내밀었던 셈이다. 지도부도 인 위원장의 생각에 동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도부와 혁신위의 관계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인 위원장은 내친 김에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을 만나 “돌아와서 당을 도와달라”고 읍소했지만 거절당한 뒤 소득을 얻지 못한 채 돌아왔다. 

혁신위 1호 안건은 국민의힘 전체가 아닌, 당 지도부만 받아들였던 사안이다. 다시 이들이 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명확한 명분을 제시하지는 못해서다.

반환점 돌며 본격 ‘강대강’ 구도
마지막 배수진 조기 종료 가능성


문제는 다음이다. 2호 안건을 혁신위가 의결해 지도부에 보고했지만, 여전히 지도부가 이를 이행하겠다고 발표한 공식적인 메시지는 없다. 물론 혁신위 2호 안건은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현역 국회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으로 입법 절차가 필요한 만큼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와 함께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권고를 슬쩍 끼워 넣은 뒤 반응을 살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혁신위와 지도부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결단이 필요한 의원 수까지 거론됐다. 어림잡아 15명 정도로 혁신위가 직접적으로 이들을 공개 거론해 압박하는 방안도 언급됐었다는 말이 나온다. 불씨가 커질 것을 우려해 인 위원장은 “처음 듣는 말”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혁신위와 지도부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비친다. 

인 위원장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내 중진 의원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는 “내 윷판에는 ‘빽도’가 없다”며 오히려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혁신위의 압박에 대해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의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행위”로 규정해 버렸다. 

이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혁신위와 지도부의 내홍은 점차 깊어지는 가운데, 결단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겉으론 국민의힘 구성원들이 혁신위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나 속내는 또 다르다. 일단 살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해 보인다.

문제는 혁신위가 점점 동력을 잃어가는 추세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혁신위 조기 해체설까지 나온다. 일단 인 위원장은 “조기 해체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12월까지 중진 의원들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며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그러나 혁신위 7번째 회의서 인 위원장이 부인한 조기 해체설과 관련한 논의가 실제로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당 지도부와 혁신위의 관계가 상당히 불편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혁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오신환 혁신위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이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해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편끼리
총질하다…

이제는 직접적으로 당을 압박하고 나서겠다는 혁신위의 마지막 배수진이다. 인 위원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혁신위에 대통령실의 지원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면서다. 그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소신껏 하라는 신호를 간접적으로 받았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과 소통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하지만, 대통령실 측과 교감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 혁신위의 행보가 힘을 받지 못하자, 재차 존재감을 띄우기위한 의도로 읽힌다. 혁신위를 처음 띄웠을 때만 하더라도 존재감은 상당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이 점차 사라졌고, 이슈몰이를 크게 하지 못했다.


궁색한 처지에 몰린 인 위원장이 혁신위를 다시 끌어올릴 만한 방법은 여론전이다. 결국 택한 방법이 대통령실이 뒤에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 

김 대표는 해당 발언이 나온 뒤, 직접적으로 인 위원장을 향해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혁신위가 ‘월권’하고 있는 점도 짚었다. 총선 시스템이 있다는 부분을 언급하면서다. 

김 대표가 혁신위를 저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혁신위가 우회적으로 대통령실의 지원을 받는 게 맞다면, 김 대표의 발언은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반성을 명분으로 만들어진 혁신위를 적으로 돌릴 경우, 김 대표를 향한 당내 민심은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지도부가 직접 승인해야 하는 안건도 총선기획단, 공천관리위원회에 넘길 예정이다. 사실상 거절하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이와 관련해 한 지도부 소속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현장서 거절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제3당이 나올 수 있는 상황서 공천을 이렇게 하겠다고 정해버리면 주어진 환경에 맞지 않아 신중하게 바라보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중간에 조율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정해진 것 없이 서로가 할 일만 집중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사방이 적
불편한 동거

다만 김 대표의 손으로 해당 안건과 앞으로 나오는 험지 출마 안건을 받아들일 경우,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위는 김 대표 본인이 띄운 기구로 “전권을 주겠다”며 출범 초기 힘을 가득 실어줬던 만큼 스스로 해산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혁신위가 대통령실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다. 인 위원장의 ‘신호’와 관련해 그런 적이 없다고 일축해버렸기 때문이다. 당을 압박하는 카드가 무위에 그친 셈이다. 이미 조기 해체 카드도 써버린 터라, 결정 가능한 선택지가 거의 없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조기 종료됐다. 김은경 혁신위도 전·현직 중진 의원의 용퇴를 촉구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 혁신위도 민주당 혁신위와 상당히 비슷한 상황이다. 당내 구성원끼리 각종 설화가 이어졌고,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가해졌다. 조기 종료가 된 이유 중 하나다. 

국민의힘 혁신위도 점차 무력감에 빠져들고 있다. 사실 국민의힘 중진들도 할 말은 많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패배 책임을 과연 중진 의원들이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득실’만 따져 정작 중요한 체질개선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줄줄이 쌓인 나머지 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혁신위가 ‘빈수레가 요란했다’는 평가가 내려질 수도 있다. 

게다가 혁신위원 중 유일한 현역인 박성중 의원의 경우 혁신위 안건에 대해 전혀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사실상 원내 인사가 단 한 명밖에 없는 상황서 혁신위의 의견이 힘을 받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박 의원 역시 22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아야 할 처지다. 

넓은 의미서 친윤(친 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인사인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 혁신위 입장을 전적으로 대변하는 제스처를 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인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신선하다는 평가는 당내에서는 있었을지언정, 정치적인 활동 및 이력은 전무하다. 

김 대표도 물러날 곳 없어
비대위 체제 돌입 명분 생겨

혁신위가 주저앉으면 당 지도부도 막대한 손해를 입는다. 최악의 경우 김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남은 시간은 이제 한 달 남짓이다. 그 안에 혁신위는 무엇이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한다. 촉박한 상황서 혁신위가 어떤 묘수를 둘 지 관건이다. 

위기는 김 대표에게도 있다. 더 이상 후퇴할 공간이 없다. 자리 지키기는 국민의힘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설이 흘러나온다. 당초 혁신위를 띄운 이유는 비대위를 꾸리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앞으로 비대위가 구성된다면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은 말 그대로 위기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비대위 체제 전환은 이미 당내서 몇 번 언급됐던 사안이다. 현재 비대위원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거론된다.

물론, 비대위 수순을 밟는다 해도 당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가 스스로 사퇴하거나,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할 경우 요건이 충족된다. 해당 내용은 지난해 8월 이 전 대표 사퇴 당시 새로 수정됐다. 

현재까지 최고위원들에게 별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이 사퇴할 경우 김 대표도 자리를 보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당내서 세 명 정도 (사퇴가)정해져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다만 사퇴를 결심할지 말지는 (아직까지는)구체적으로 알 순 없다”며 최고위원들의 사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한 최고위원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비대위 체제는)그러길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내부 분열을 노리는 고도화된 술수”라며 “자신들의 희망사항을 생산해내는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
동력 상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가 된다고 해도 윤재옥 원내대표가 중간 단계를 거쳐 한두 달 시간은 벌수 있을 것”이라며 “김 대표가 미리 불출마를 선언하든, 험지 출마를 결정하든 공천관리위원회에 (자신의)쓰임새를 맡겨야 한다. 마냥 버티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일단 두 사람은 위기 상황 종식을 위해 지난 17일, 당 대표실서 마주 앉았다. 이 자리서 인 위원장은 “앞으로도 쓴소리를 계속 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도부와 갈등을 정면돌파 의지를 시사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동훈 배우자 등판 본격 정치 행보?

정치권에 입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연속적으로 제기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가 첫 공개 행보에 나섰다.

진 변호사는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서 열린 2023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에 참석해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에는 진 변호사 외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인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부인 등 장·차관 배우자 등 70여명이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본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은 “국무위원 가족은 적십자 관련 봉사활동을 오래전부터 해 왔다”며 “통상적인 활동”이라며 선을 그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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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