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국힘 혁신위 파워게임

단독 드리블 그리고 맨땅에 헤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터질 게 터졌다. 참다 못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향해 적당히 하라며 경고했다. 인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카드를 꺼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감이 별로 크지 않다. 과연 혁신위는 완주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출범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당으로부터 부여받은 두 달의 기간 중 절반을 채운 셈이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위기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는데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의)급발진은 당에 좋지 않다”며 오히려 타박을 줬다. 

공허한 
메아리

“전권을 부여하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오히려 혁신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강대강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쉽게 물러날 리 없는 혁신위는 조기 해체 카드를 꺼내들며 벼랑 끝 전술을 펼쳤다. 

혁신위는 시작도 전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위원장으로 누구를 앉힐 것인지가 고민거리였다. 누구를 세워도 계파색을 지우는 게 1순위 과제였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현역 의원 중 누구도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국민의힘은 외부로 시선을 돌렸다. 고민 끝에 간택된 인물은 광주 출신, 푸른 눈의 한국인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였다. 다소 인선이 늦어진 점이 있지만, 나름 고심해 선정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당내서도 기대감이 컸다. 인 위원장 역시 혁신위원장을 맡은 뒤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 위원장의 표현을 빌리면 “김 대표가 무서울 정도로 많은 권한을 줬다”는 말에서 국민의힘의 변화 의지를 읽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입장서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고, 리더십에 관한 위기감을 잠재울 수 있는 인물로 인 위원장을 택했던 것으로 여겨졌다.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말도 이런 예측과 일맥상통한다.

거칠 것 없던 인 위원장은 본격적으로 회의에 돌입했고, 약 일주일 만에 1호 안건으로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취소를 내놨다. 앞서 윤리위원회는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의 중심에 섰던 이 전 대표와 지난여름, 집중호우 당시 골프를 쳐서 ‘수해 골프’ 논란을 일으켰던 홍 시장에 대해 각각 6개월, 8개월 당원권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던 바 있다. 

이 같은 중징계에 두 인물은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으나, 나름 지도부도 하지 못한 화해의 손을 내밀었던 셈이다. 지도부도 인 위원장의 생각에 동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도부와 혁신위의 관계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인 위원장은 내친 김에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을 만나 “돌아와서 당을 도와달라”고 읍소했지만 거절당한 뒤 소득을 얻지 못한 채 돌아왔다. 

혁신위 1호 안건은 국민의힘 전체가 아닌, 당 지도부만 받아들였던 사안이다. 다시 이들이 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명확한 명분을 제시하지는 못해서다.

반환점 돌며 본격 ‘강대강’ 구도
마지막 배수진 조기 종료 가능성


문제는 다음이다. 2호 안건을 혁신위가 의결해 지도부에 보고했지만, 여전히 지도부가 이를 이행하겠다고 발표한 공식적인 메시지는 없다. 물론 혁신위 2호 안건은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현역 국회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으로 입법 절차가 필요한 만큼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와 함께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권고를 슬쩍 끼워 넣은 뒤 반응을 살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혁신위와 지도부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결단이 필요한 의원 수까지 거론됐다. 어림잡아 15명 정도로 혁신위가 직접적으로 이들을 공개 거론해 압박하는 방안도 언급됐었다는 말이 나온다. 불씨가 커질 것을 우려해 인 위원장은 “처음 듣는 말”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혁신위와 지도부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비친다. 

인 위원장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내 중진 의원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는 “내 윷판에는 ‘빽도’가 없다”며 오히려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혁신위의 압박에 대해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의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행위”로 규정해 버렸다. 

이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혁신위와 지도부의 내홍은 점차 깊어지는 가운데, 결단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겉으론 국민의힘 구성원들이 혁신위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나 속내는 또 다르다. 일단 살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해 보인다.

문제는 혁신위가 점점 동력을 잃어가는 추세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혁신위 조기 해체설까지 나온다. 일단 인 위원장은 “조기 해체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12월까지 중진 의원들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며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그러나 혁신위 7번째 회의서 인 위원장이 부인한 조기 해체설과 관련한 논의가 실제로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당 지도부와 혁신위의 관계가 상당히 불편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혁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오신환 혁신위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이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해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편끼리
총질하다…

이제는 직접적으로 당을 압박하고 나서겠다는 혁신위의 마지막 배수진이다. 인 위원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혁신위에 대통령실의 지원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면서다. 그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소신껏 하라는 신호를 간접적으로 받았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과 소통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하지만, 대통령실 측과 교감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 혁신위의 행보가 힘을 받지 못하자, 재차 존재감을 띄우기위한 의도로 읽힌다. 혁신위를 처음 띄웠을 때만 하더라도 존재감은 상당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이 점차 사라졌고, 이슈몰이를 크게 하지 못했다.


궁색한 처지에 몰린 인 위원장이 혁신위를 다시 끌어올릴 만한 방법은 여론전이다. 결국 택한 방법이 대통령실이 뒤에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 

김 대표는 해당 발언이 나온 뒤, 직접적으로 인 위원장을 향해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혁신위가 ‘월권’하고 있는 점도 짚었다. 총선 시스템이 있다는 부분을 언급하면서다. 

김 대표가 혁신위를 저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혁신위가 우회적으로 대통령실의 지원을 받는 게 맞다면, 김 대표의 발언은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반성을 명분으로 만들어진 혁신위를 적으로 돌릴 경우, 김 대표를 향한 당내 민심은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지도부가 직접 승인해야 하는 안건도 총선기획단, 공천관리위원회에 넘길 예정이다. 사실상 거절하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이와 관련해 한 지도부 소속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현장서 거절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제3당이 나올 수 있는 상황서 공천을 이렇게 하겠다고 정해버리면 주어진 환경에 맞지 않아 신중하게 바라보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중간에 조율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정해진 것 없이 서로가 할 일만 집중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사방이 적
불편한 동거

다만 김 대표의 손으로 해당 안건과 앞으로 나오는 험지 출마 안건을 받아들일 경우,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위는 김 대표 본인이 띄운 기구로 “전권을 주겠다”며 출범 초기 힘을 가득 실어줬던 만큼 스스로 해산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혁신위가 대통령실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다. 인 위원장의 ‘신호’와 관련해 그런 적이 없다고 일축해버렸기 때문이다. 당을 압박하는 카드가 무위에 그친 셈이다. 이미 조기 해체 카드도 써버린 터라, 결정 가능한 선택지가 거의 없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조기 종료됐다. 김은경 혁신위도 전·현직 중진 의원의 용퇴를 촉구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 혁신위도 민주당 혁신위와 상당히 비슷한 상황이다. 당내 구성원끼리 각종 설화가 이어졌고,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가해졌다. 조기 종료가 된 이유 중 하나다. 

국민의힘 혁신위도 점차 무력감에 빠져들고 있다. 사실 국민의힘 중진들도 할 말은 많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패배 책임을 과연 중진 의원들이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득실’만 따져 정작 중요한 체질개선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줄줄이 쌓인 나머지 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혁신위가 ‘빈수레가 요란했다’는 평가가 내려질 수도 있다. 

게다가 혁신위원 중 유일한 현역인 박성중 의원의 경우 혁신위 안건에 대해 전혀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사실상 원내 인사가 단 한 명밖에 없는 상황서 혁신위의 의견이 힘을 받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박 의원 역시 22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아야 할 처지다. 

넓은 의미서 친윤(친 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인사인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 혁신위 입장을 전적으로 대변하는 제스처를 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인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신선하다는 평가는 당내에서는 있었을지언정, 정치적인 활동 및 이력은 전무하다. 

김 대표도 물러날 곳 없어
비대위 체제 돌입 명분 생겨

혁신위가 주저앉으면 당 지도부도 막대한 손해를 입는다. 최악의 경우 김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남은 시간은 이제 한 달 남짓이다. 그 안에 혁신위는 무엇이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한다. 촉박한 상황서 혁신위가 어떤 묘수를 둘 지 관건이다. 

위기는 김 대표에게도 있다. 더 이상 후퇴할 공간이 없다. 자리 지키기는 국민의힘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설이 흘러나온다. 당초 혁신위를 띄운 이유는 비대위를 꾸리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앞으로 비대위가 구성된다면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은 말 그대로 위기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비대위 체제 전환은 이미 당내서 몇 번 언급됐던 사안이다. 현재 비대위원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거론된다.

물론, 비대위 수순을 밟는다 해도 당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가 스스로 사퇴하거나,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할 경우 요건이 충족된다. 해당 내용은 지난해 8월 이 전 대표 사퇴 당시 새로 수정됐다. 

현재까지 최고위원들에게 별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이 사퇴할 경우 김 대표도 자리를 보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당내서 세 명 정도 (사퇴가)정해져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다만 사퇴를 결심할지 말지는 (아직까지는)구체적으로 알 순 없다”며 최고위원들의 사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한 최고위원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비대위 체제는)그러길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내부 분열을 노리는 고도화된 술수”라며 “자신들의 희망사항을 생산해내는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
동력 상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가 된다고 해도 윤재옥 원내대표가 중간 단계를 거쳐 한두 달 시간은 벌수 있을 것”이라며 “김 대표가 미리 불출마를 선언하든, 험지 출마를 결정하든 공천관리위원회에 (자신의)쓰임새를 맡겨야 한다. 마냥 버티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일단 두 사람은 위기 상황 종식을 위해 지난 17일, 당 대표실서 마주 앉았다. 이 자리서 인 위원장은 “앞으로도 쓴소리를 계속 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도부와 갈등을 정면돌파 의지를 시사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동훈 배우자 등판 본격 정치 행보?

정치권에 입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연속적으로 제기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가 첫 공개 행보에 나섰다.

진 변호사는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서 열린 2023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에 참석해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에는 진 변호사 외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인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부인 등 장·차관 배우자 등 70여명이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본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은 “국무위원 가족은 적십자 관련 봉사활동을 오래전부터 해 왔다”며 “통상적인 활동”이라며 선을 그었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