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고택 ③인천시민애집

인천 근현대사 중심지 시민의 공간이 되다!

1883년 1월1일, 개항 직후 인천항 주변에는 외국인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일본과 청나라 사람은 물론,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서양인도 인천항 인근에 조계지를 형성했다. 이들은 인천구조계조약(일본), 인천구화상지계장정(청나라), 인천제물포각국조계장정(그 외 나라) 등을 체결해 경계를 나누고 개발에 나섰다. 1899년 경인선이 개통돼 외국인이 서울로 빠져나가기 전만 해도 이곳은 세계 각지서 온 이들로 북적거렸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인천항 주변인 인천개항장문화지구와 차이나타운에 일본과 청나라 조계지 모습이 남아 있다. 조계지 구역은 그 흔적이 적지만, 서양인이 사교 모임을 하던 구 제물포구락부(인천유형문화재) 건물이 건재하다. 그 앞에 자리한 인천시민애(愛)집도 조계지의 역사를 품고 있다. 자유공원 정상부에 있던 독일계 상사 세창양행 부지를 일본인 사업가가 매입해 저택을 짓고 살았기 때문이다.

조계지의 역사

인천시민애집 내력은 부침이 잦은 우리 근대사를 빼닮았다. 세창양행이 부지를 일본인에게 매각한 뒤, 광복 때까지 일본식 가옥이 있었다. 지금의 한옥은 인천시가 저택을 매입해 1966년에 완공한 건물이다. 인천시는 이 건물을 2001년까지 시장 관사로 활용했다.

바로 앞에 있는 중구청 청사가 인천시 청사였던 시절이다. 인천시청이 이전하며 시장이 떠난 관사는 인천역사자료관으로 꾸몄다가, 2021년 7월에 재정비를 마치고 시민에게 개방했다. 이때부터 인천시민애집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인천시민애집은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뉜다. 관사동이던 한옥을 ‘1883모던하우스’, 앞마당과 정원을 아울러 ‘제물포정원’, 경비동 건물을 ‘역사전망대’로 재구성했다. 달라진 부분은 많지 않다. 일본식 가옥이었을 때나 시장 관사였을 때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


역대 인천시장이 거주한 1883모던하우스는 일본식 저택을 철거한 자리에 근대식 한옥을 올려 완성했다. 건물의 기초가 되는 기단은 남기고 외관을 변형한 ‘ㄷ 자형’ 한옥이다. 양쪽 날개는 각각 사랑채와 안채, 가운데 튀어나온 부분이 대청마루 역할을 했다.

나무 창틀에 커다란 유리창을 달아 실내에서도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시장 관사 시절에 사랑채는 집무실이었으며, 대청마루에서는 종종 행사나 연회를 열었다고 한다.

내부는 전통적인 가옥 형태에 1960~ 1990년대 가정집이 절묘하게 섞인 모습이다. 사랑채 천장에는 서까래가 보이지만, 다른 방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건물을 확장하며 당시 유행에 따라 조명과 천장 마감재를 바꾼 것이다. 수십년이 흐르며 시대에 맞게 여러 차례 보수한 흔적이기도 하다.

현관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사랑채, 오른쪽으로 대청마루와 디지털갤러리, 랜디스다원 등이 이어진다. 사랑채쉼터는 탁 트인 유리창 너머로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기에 적당하다. 창가에 의자와 쿠션 등을 비치했으며, 반대쪽 서가에는 책이 가득하다.

우리 근대사를 닮은 곳
다양한 전시 프로 있는 역사전망대도

지역 서점이 선정한 인천의 역사와 문화, 예술 관련 도서가 대부분이다. 공연과 전시, 소모임 등도 한다. 지난 8월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별잡〉을 이곳서 촬영했다.

복도인 역사회랑에서는 개항기부터 현대까지 인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인천을 거쳐 간 여러 인물, 특히 선교사들의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부엌은 디지털갤러리로 재탄생했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인천의 주요 관광자원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공과 사, 그 경계의 공간’에는 인천시민애집이 담긴 엽서, 1883모던하우스 밑그림에 나만의 감성으로 색을 채우는 컬러링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1883모던하우스의 가장 깊숙한 곳은 랜디스다원이다. 시장 관사 시절 안채로 쓰여서인지 사방이 탁 트인 쉼터와 달리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다. 일행과 담소할 수 있도록 좌식 테이블과 방석 등을 갖췄다. 이곳서 향긋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멤버십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엘리 랜디스(Eli B. Landis)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지은 공간 이름이다.

제물포정원은 1883모던하우스를 감싸고 있다. 부지 용도가 여러 차례 바뀌었어도 정원에는 일본식 저택 모습이 남았다. 경사도를 고려해 수직적으로 설계했으며, 큼지막한 바위로 계단과 주변을 꾸몄다. 바위를 끌어안은 나무뿌리가 정원의 역사를 가늠케 한다.

넓은 마당서 야외 행사도 개최한다. 마당 뒤에 굳게 닫힌 철문은 과거 방공호로 사용한 곳이다.

역사전망대는 인천항과 주변 풍경을 조망하는 건물이다.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인천항의 역사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역사전망대 내부는 1883모던하우스와 인근 제물포구락부를 보조하는 전시관 역할을 한다.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이 있으니 잠시 들러보자.

조계지의 모습이 엿보이는 주변 관광지도 있다. 제물포구락부는 러시아 출신 건축가 아파나시 세레딘사바틴(Afanasii Ivan -ovych Seredin-Sabatin)이 설계해 1901년에 완공했다. 인천 조계지에 거주하던 외국인이 사교 모임 장소로 사용했다. 2층 양옥에 사교실, 도서실, 당구대, 식당 등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광복 후 이곳에 인천시립박물관이 들어섰다가, 2020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각종 문화·예술·공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민을 위한 방송 송출 시스템을 갖췄다.

대불호텔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다. 인천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서울로 향하기 전에 묵은 곳으로 알려졌다. 서양인을 상대로 영업한 만큼 영어 응대가 가능했고, 양식을 제공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대불호텔 건물은 남아 있지 않고, 2018년 과거의 모습을 토대로 재건축해 전시관을 개관했다.

대불호텔전시관에는 호텔 터에서 발견한 유구와 투숙객이 남긴 기록이 있으며, 당시 객실도 재현했다.

한국근대문학관

한국 근대사의 중심지로 꼽히는 인천에는 개항기 역사를 다루는 전시관과 박물관이 많다. 한국근대문학관도 그중 하나다. 일제강점기 물류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근대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조선왕조가 몰락하는 1894년부터 광복 직후인 1948년까지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흐름을 시간에 따라 구성했다. 곳곳에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전시와 포토 존, 엽서 쓰기 등 간단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인천시민애집→제물포구락부→대불호텔전시관→한국근대문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인천시민애집→제물포구락부→대불호텔전시관→한국근대문학관
-둘째 날 인천개항박물관→짜장면박물관→자유공원→차이나타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인천시민애집, 제물포구락부 https://jemulpoclub.org
-인천중구문화재단(대불호텔전시관) https://ijcf.or.kr
-한국근대문학관 http ://lit.ifac.or.kr

문의 전화
-인천시민애집, 제물포구락부 032)765-0261
-대불호텔전시관(중구생활사전시관) 032)766-2202
-한국근대문학관 032)773-3800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 전철 1호선 인천역 1번 출구서 인천시민애집까지 도보 약 11분. 수인분당선 신포역 3번 출구서 인천시민애집까지 도보 약 17분.

*문의: 철도고객센터 1544-7788


자가운전
제2경인고속도로 능해 IC에서 우회전→고속종점지하차도서 숭의역 방면 지하차도→능안삼거리서 중구청 방면 좌회전→1.9㎞ 이동, KT항동지사 앞 삼거리서 홍예문로 방면 우회전→300m 이동, 신포로39번길 방면 좌회전→인천시민애집(자유공원공영주차장이나 인천중구청주차장 이용)

숙박 정보
-호텔월미여관: 중구 월미로, 032)764-0720
-유앤아이호텔: 미추홀구 미추홀대로722번길, 032)433-2500
-하버파크호텔: 중구 제물량로, 032)770-9500, www.harborparkhotel.com

식당 정보
-개성집(칼국수·만두): 중구 신포로23번길, 032)763-7070
-체나콜로 트라토리아(파스타): 중구 신포로15번길, 032)773-8155
-신승반점(유니자장면): 중구 차이나타운로44번길, 032)762-9467, http://ss-chinese.com

주변 볼거리
자유공원, 신포국제시장, 월미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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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