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던 하나투어 가이드 최모씨는 여행객 김모씨를 만나 친분을 쌓았다. 술을 마시면 돌변하던 최씨는 급기야 김씨를 폭행하기에 이른다. 정수리가 찢어질 만큼 상해를 입힌 최씨는 “그 정도로 사람 안 죽는다”며 태연하게 행동했다. 현재 하나투어 측은 사건과 관련해 “상관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월2일 필리핀 말라이주 경찰서는 한국인 남녀 폭행사건을 신고받았다. 이날 새벽 2시경 보라카이섬서 하나투어 가이드 최모씨가 자택서 김모씨를 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귀가한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얼굴
현지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최씨가 휘두른 가방서 빠져나온 보조 배터리와 볼펜 등에 맞아 정수리가 찢어지고, 타박상을 입었다. 머리를 맞아 정신을 잃었던 김씨는 피가 나는 걸 인지하고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혼자 앉을 수 없을 정도로 넘어지길 반복했던 김씨는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김씨는 베란다 문에 기대어 서있던 최씨가 “야, 나 여자 처음 때려본 거 아니다”며 “이 정도 피 난다고 사람 안 죽는다”고 웃으며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후에도 20분간 구타가 시작됐다. 김씨는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울면서 애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친 최씨가 흡연하는 틈을 타 겨우 빠져나온 김씨는 근처에 살던 최씨의 직장 동료 M모씨에게 도움을 청한 뒤 병원으로 이동했다.
김씨를 병원에 데리고 간 M씨는 “맞아서 상처가 난 게 아니라 미끄러져 그런 것”이라고 병원에 설명했다. 폭행사건으로 번지지 않도록 M씨가 은폐를 시도한 것이다.
김씨는 당시를 회상하면 “현지 한국인들 대부분은 최씨 편이기 때문에 보라카이서 고소를 취한 뒤 한국서도 고소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로 안 죽어” 웃으면서 여행객 구타
필리핀서 보석금 1만 페소…국내 재판 앞둬
이날 오후 정신을 차린 김씨는 지인 S씨와 경찰서를 찾아가 신고했다. 자신의 상태를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김씨가 신고하러 가던 중 최씨와 여행사 측 직원은 “할 말이 있다”며 회유를 시도했다. 이에 김씨는 “더 할 말이 없다”며 협상을 거부했다.
경찰서에 최씨와 함께 가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김씨는 “병원에 갔더니 이미 내가 혼자 넘어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대부분 한국인들이 최씨 편이었고, 현지 경찰도 처음엔 내가 혼자 넘어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 여행사 직원들의 유창한 말에 경찰도 속으니 차라리 혼자 가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다음 날인 3일, 보라카이를 빠져나와 칼리보 법원에 최씨를 폭행 혐의로 고소한 뒤 한국으로 귀국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최씨는 김씨에게 “지난 1월2일 오전 2시경 폭행을 가했음을 인정한다.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메시지를 1월4일 보냈다. 최씨가 측근들에게 “김씨가 스스로 넘어진 것”이라고 해명한 것과 달랐다.
같은 달 5일 한국에 도착한 김씨가 정형외과서 받은 상해진단서에는 전치 3주에 해당하는 두피 열상, 피하출혈 증상이 있다고 적혀있었다.
올해 2월 김씨는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측에 연락해 재차 폭행 사실을 알렸다. 사건을 접수한 전북 익산경찰서는 올해 중순 최씨를 송환해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익산서는 군산지방검찰청(주임검사 김광제)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김씨는 최씨에게 사건이 발생한 1월부터 수개월에 걸쳐 욕설이 포함된 협박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사소할 수 있던 싸움이 확대될 수밖에 없던 또 다른 이유다.
정신적인 고통까지 더해져 견디기 힘들어지자 김씨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운영하는 SNS에 도움을 요청했다.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를 통해 만난 김씨는 최씨의 협박성 메시지를 공개했다.
협박과 회유…은폐 시도
“사생활이라 회사와 무관”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최씨는 “죄책감 때문에 약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급기야 최씨는 약을 먹고 쓰러져 있는 모습과 약 봉투 사진을 함께 보냈다.
김씨는 “최씨가 보낸 약 봉투를 자세히 보니 내가 한국서 처방받아 가져간 위장약”이라고 말했다. 허위 자살 기도를 하며 용서를 빌던 최씨는 회유가 통하지 않자 돌변했다. 최씨는 평소 김씨와 친했던 보라카이 현지인들에게 “혼자 넘어진 김씨가 합의금을 노리고 내게 누명을 씌운 것”이라며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렸다.
보라카이에 사는 김씨의 또 다른 측근 D씨는 <일요시사>와 나눈 전화 통화서 “(최씨가)술 취해 새벽 2시에도 연락해 김씨와 멀리하라는 등 험담을 일삼는다. 최씨는 현지인들 사이서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며 “사건 당시에도 피를 철철 흘리던 김씨를 내가 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투어 1등 가이드라는데 여차하면 손님도 때릴 기세”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씨는 동남아 일대서 서비스 항목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하나투어 ‘베스트 가이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씨가 속한 현지 여행사무소도 김씨에게 회유를 시도했다. 최씨의 상사 R씨가 김씨에게 보낸 메시지에 따르면 “(최씨가)고의적으로 때린 것도 아니고 술 먹고 싸우다 벌어진 일인데 실수로 생각해줄 수 없냐”며 “가이드가 부족해서 회사 운영하기도 힘든 구조라 어떤 식으로든 사과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자”고 설득했다.
이에 김씨는 “법의 심판을 받길 원할 뿐”이라고 답했다.
수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필리핀 경찰은 최씨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지난 8월22일 보석금 1만페소(한화 약 24만원)를 내고 풀려났다.
서장이 언급
다이니스 오르테가 아무기스 말라이주 경찰서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최씨 폭행 사건을 수사하며 심각성을 인지했다”며 “한국인들 간에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사건을 방지하도록 대책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나투어 측은 <일요시사>와 가진 전화 통화서 “최씨는 하나투어 소속이고, 손님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가이드”라며 “피해자는 하나투어 고객도 아니고, 근무시간 외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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