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오빠’ 공소장 공개

곁가지 수사…알고도 봐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일가가 연루된 ‘양평 의혹’이 잠잠하다. 김건희 여사의 오빠 김모씨가 불구속 기소되면서 야권의 맹공이 예상됐으나 금방 사그라들었다. 고발 대상서 빠져 있던 걸 보면 더불어민주당도 구체적인 속사정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검찰의 수사 과정서 불법행위가 드러났다.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 관해서도 제대로 들여다봤을까? <일요시사>가 입수한 공소장을 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이 상당하다. 

김건희 여사의 오빠인 김모씨의 공소장을 보면 그가 행한 불법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서를 위조해 이득을 취했고 당국이던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상 그의 행태를 눈감아줬다. 2년 가까이 진행된 수사치고는 김씨의 범죄는 ‘대단’하지 않았다. 기소 내용과 혐의 적용 모두 사실상 축소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기소 
축소 의혹

경기 양평군 양평읍 공흥리 일대 2만2411㎡(6779평) 규모의 공흥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민임대주택 조성을 계획했던 곳이다. 2011년 7월, 양평군 반대로 사업이 좌초되면서 민영 개발로 전환됐다. 같은 해 8월 윤석열 대통령 처가가 소유한 부동산개발회사 ESI&D는 350가구 규모의 민간사업을 제안했다.

양평군은 2012년 11월 도시개발구역 사업을 최종 승인했다. ESI&D는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와 그 자녀들이 지분을 100% 소유한 가족회사다. 이 사업의 실시계획인가 기간 만료일은 2014년 11월이었다. 사업이 점점 미뤄지다가 준공 예정일을 한 달 앞둔 2016년 6월, 양평군은 갑자기 사업기간 변경을 고시한다.

기간 내 사업을 완료하지 못한 사업자에게 공사 중지나 인허가 취소 같은 행정조처가 아닌 특혜를 준 셈이다.


1년 반 넘게 사업기간을 연장해준 건 전문가들도 이례적 케이스라고 분석한다. 특히 ESI&D는 사업기간 연장을 신청한 적도 없다. 양평군이 임의로 사업기간을 2016년 7월로 연장한 뒤 승인을 고시한 것이다.

당시 인허가권자였던 양평군수는 지난해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경선캠프에 참여했던 김선교 전 의원(국민의힘·경기 여주양평)이었다. 윤 대통령은 2013년 4월~2014년 1월 여주·양평·이천을 관할하던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었다. 둘 사이의 인연이 양평 특혜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최씨 일가가 공흥지구 일대 임야를 취득하는 과정서 농지법을 위반한 정황도 드러난다. 최씨는 ESI&D 명의로 2006년 12월, 공흥리 일대 임야 1만6550㎡(5006평)와 자기 명의로 공흥리 259번지 등 일대 농지 다섯 필지(2965㎡)를 사들였다.

또 LH가 사업을 포기한 이후인 2011년 9월과 11월에도 인근 농지(46㎡)와 임야(2585㎡)를 추가로 구매했다.

개발부담금 17억서 ‘0원’…이유 언급 없어
양평군청 김씨 로비 가능성 수사 초부터 배제

당시 최씨 등은 양평군에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 경험이 없지만 농사를 지으려고 한다”고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당시까지 부동산과 요양병원 동업 등 여러 사업을 벌여왔을 뿐, 농업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798억원 규모의 분양 실적을 올렸지만, 개발부담금을 내지 않은 것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양평군은 2016년 7월 준공 이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개발부담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사업자 측이 이의신청을 냈고, 양평군은 이를 받아들여 매입가 기준으로 부담금을 다시 산정하면서 환수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양평군은 최초 부과한 개발부담금 액수도, 이의신청 뒤 재산정 근거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초 부과액이 6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한 시민단체가 제기된 의혹을 종합해 2021년 최씨와 김 전 의원 등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양평군청으로부터 공흥지구 개발사업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하면서 입건 전 조사(내사)했다가 상급기관인 경기남부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직접 1년6개월가량 수사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수원지검 여주지청 형사부(부장검사 이정화)는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김씨 등 ESI&D 관계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양평군이 ESI&D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2016년 11월 17억4800여만원의 개발부담금을 부과했다가 두 차례의 이의신청을 받은 뒤, 2017년 6월 개발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후 제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의혹이 불거지자 같은 해 11월 뒤늦게 개발부담금 1억8700여만원을 정정 부과했다.

이해 힘든
행정 조처

검찰은 이들이 위조된 문서를 행사해 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보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도 추가로 적용했다. 다만 시민단체가 고발했던 김 전 의원과 최씨, 김 여사 등은 경찰 수사 단계서 무혐의 처분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와 김 전 의원이 송치된 바 없다. 특히 경찰 수사 단계서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의 무혐의가 경찰의 판단 오류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씨가 성남시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행정소송과 비교해보면 재판부의 판단과 대조적이다. 수원지법은 최씨가 공흥지구 사업 초기부터 2014년 11월 회사 대표 자리를 김씨에게 넘긴 뒤에도 ESI&D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경찰이 판단한 최씨의 무혐의 근거는 혐의 기간 ESI&D 대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발부담금 문제는 2016년과 2017년에 발생했고, 최씨는 그전에 김씨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줘 직접적으로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씨가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문에는 최씨가 2014년 11월 대표직을 물러난 이후에도 ESI&D를 ‘지배’해 회사자금을 실질적으로 운용했다고 나와 있다. 이는 성남시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에 과징금 27억3000여만원을 부과하자 최씨가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이었다. 원고 최씨의 청구는 기각됐다.

수사기관 판단
법원과 평행선

해당 소송서 법원은 최씨가 대표직을 아들에게 물려준 후에도 지속적으로 ESI&D를 지배해왔고, 2015년경부터 성남 도촌동서 진행된 부동산 투자에 회사자금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찰 단계서 무혐의 처분됐기에 차후 공수처의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재판 상황이었다면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최씨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면 판단이 뒤집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씨의 공소장을 보면 검찰 수사도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의문의 꼬리표가 떼지지 않는다. 검찰이 양평 사건을 수사한 건 2년 가까이 된다. 검찰은 사건 담당 공무원의 비상식적 행정조치로 김씨 측이 특혜를 입었음에도 ‘로비 의혹’과 이어진 연결고리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개발부담금 17억원이 ‘0원’이 된 이유도 공소장에 언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양평군 공무원 3명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났다. 이들이 저지른 범행은 정해진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완료하지 못해 시행사로부터 사업권을 회수하지 않고 준공기한을 이례적으로 연장해 공사를 진행하게 해준 특혜를 일컫는다. 김씨와의 연결고리는 수사 자체를 시작하지도 않은 셈이다. 

검찰 공소장에는 “정상적으로 절차를 거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이 예상되고,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사업이 진행된 위법 상황을 감추려고 서류를 조작했다”고 적시돼있다. 양평군 공무원 3명은 2021년 말 경찰이 양평군에 수사 개시를 통보하고 검찰이 기소까지 했다. 그러나 현재 전원이 승진했다.

석연치 않은 공무원 ‘단독 범행’ 결론    
시작부터 ‘기일 변경’ 이례적 시간 끌기


김씨가 위조한 문서는 ‘토사 운반 거리 확인서’와 ‘토사 반출입 확인서’ 2건이다. 김씨는 이 문서를 위조하는 데 윈도우 기본 프로그램인 ‘그림판’을 사용했다. ‘잘라내기’와 ‘붙이기’ 기능을 이용해 관련 업체의 도장 이미지를 다른 서류서 붙여넣은 것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김씨는 운반 거리가 멀고, 토사량이 많을수록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을 노려 사업지서 18.5㎞ 떨어진 경기도 광주의 사토장까지 15만㎥의 흙과 암석을 운반한 것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씨 등이 위조 서류를 이용해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양평군의 개발비용 산정 업무를 방해했다며, 김씨 등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 토사 운반에 들어간 비용과 부풀린 비용 규모를 구체적으로 검증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도 오래 걸렸지만 재판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김수정)은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평군청 공무원 3명에 대한 공판기일을 이달 20일서 다음 달 30일로 변경했다.

당초 이들의 첫 공판은 지난달 7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무원 측의 기일변경 신청에 따라 지난 11일로 연기됐었다. 이들은 측은 또다시 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했고, 공판기일은 9월20일로 미뤄졌다. 양평군청 공무원 측은 이번에도 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주지원 관계자는 “변호인단서 어떤 사유로 기일변경을 신청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기일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공무원 측의 기일변경 요청이 시간 끌기라고 비판한다.

보나마나
대충 마무리?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사 사건서 기일변경은 전형적인 시간 끌기”라며 “방어권 행사와 검찰 측의 증거 채택 반대 등 여러 예가 있지만 공판 초반부터 기일변경을 하는 건 판사 입장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시간 끌기에 나선 이유에도 다양한 견해가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윤석열 일가와 연관된 인물의 재판이기에 법원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지방서 벌어진 일에 여러 언론사가 달라붙으니 부담은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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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회상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 공화국’을 쓰곤 한다. OECD 국가 중 극단적 선택률 1위를 놓치지 않는 우리나라를 ‘자O 공화국’이라고 하거나 연예인에게 지나치게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연예인 공화국’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최근 또 하나의 공화국이 세워졌다. 바로 ‘쿠팡 공화국’이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제시한 쿠팡의 비전이자 슬로건이다. 국민의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들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실제 쿠팡은 전 국민의 생활을 차례로 잠식했다. ‘로켓배송’을 무기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고 ‘쿠팡이츠’로 배달업계를 흔들었다. ‘쿠팡플레이’로 OTT 업계에도 진출했다. 생태계 잠식 대체재 없다 쿠팡의 위력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더욱 뚜렷하게 증명됐다. 지난달 29~30일 쿠팡 이용자에게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유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주문 정보 등이다. 쿠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한 시기가 주말이어서 혼란은 배가 됐다. 특히 배송 과정에서의 편의를 위해 적은 공동현관 비밀번호, 최근 주문 내역 등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출된 정보를 조합하면 가족 구성을 알 수 있는 상황이라 교묘하게 제작된 스팸 문자 등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의 수는 무려 3370만명에 달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5168만명)의 65%에 이르는 숫자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이 지난 6월24일, 무려 5개월여 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의 분노가 폭발했다. 또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다른 업체와 달리 쿠팡 사건은 내부 직원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이 가중됐다. 중국 국적의 직원이 해외에서 개인정보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0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 계정이 4500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열흘 새 3370만명이라고 다시 공지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분 활성고객(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은 2470만명인데 피해 고객은 이보다 900만명 많다. 최근 3개월 간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까지 포함한 수치다. 사실상 전체 고객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소셜커머스 시작 로켓배송 도입 날개 달아 이번 쿠팡 사태의 규모는 지난 2011년 해킹으로 약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싸이월드·네이트 사례와 맞먹는다. 올해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약 2324만명)를 상회한다.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진 선례를 보면 쿠팡 역시 피해 범위와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쿠팡을 놓지 못하는 이용자가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 사태 이후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는 데이터 유출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아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쿠팡이 독점하고 있기에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걱정을 표하면서도 막상 탈퇴하긴 어렵다는 글이 보인다. 당장 내일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데 쿠팡이 아니면 재료를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글도 있다. 김범석 의장이 지향하던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가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현실화한 셈이다. 쿠팡은 어떻게 한국을 지배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쿠팡이 ‘틈새시장’을 기가 막히게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틈새를 만든 건 쿠팡이 아니라 정부였다는 것이다.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대형마트를 규제하자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찾는 대신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현재 대적할 상대가 없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시행됐다. 정보 털려도 쓸 수밖에… 유통법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영업 가능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업일 지정 ▲의무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 금지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km 내 출점 불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발 묶인 사이 이커머스 시장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팡이 2014년 도입한 로켓배송은 그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든 ‘신의 한 수’였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금을 등에 업고 심야, 새벽 배송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쿠팡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늘릴 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 물류 센터가 지역 배송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에서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위해 심야 새벽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택배기사 사이에서도 민주노총의 주장에 반발이 나왔다. 소비자는 오후에 주문해도 아침이면 집 앞에 물품이 도착하는 데서 오는 편리함, 택배기사는 경제적 이익, 노동권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실제 민주노총의 주장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쿠팡의 배송 시스템이 국민 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쿠팡의 영향력은 더욱 거대해졌다. 저녁 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퇴근 후 마트나 슈퍼로 뛰어가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도 과거 회상 장면에나 나온다.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며 불과 몇 시간 만에 집 앞에 배송된 택배 상자를 안고 들어가는 게 일상이 됐다. 가족끼리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하는 일은 생활을 위한 게 아니라 이른바 ‘여가’가 됐다. 규제 업고 틈새 노려 방점을 찍은 건 코로나19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커머스 시장은 배달업계와 함께 끝 모르고 성장했다. 이 시기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이나 심야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부 풀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규제에서 자유롭던 쿠팡은 또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쿠팡은 2023년 창사 이후 첫 흑자를 냈다. 당시 쿠팡은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지었다. 영업손실은 2021년 1조7097억원에 달했지만 2022년 1447억원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결국 흑자로 돌아섰다. 2023년 기준 쿠팡의 매출은 32조원에 이른다. 당시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3년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영업이익은 6174억원이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전통 유통기업을 제친 1위다. 쿠팡은 흑자 전환의 비결로 고객의 충성도를 꼽았다. 이들이 쿠팡에서 씀씀이를 늘리면서 쿠팡 전체 이익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2018년 쿠팡이 도입한 ‘쿠팡 와우’ 멤버십의 증가가 영업이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 와우는 월 4990원(현재 7890원)을 내면 쿠팡에서 구매하는 대부분 물건을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또 쿠팡플레이라는, 쿠팡이 론칭한 OTT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당시 쿠팡은 쿠팡 와우 멤버십, 즉 유료 가입자가 2021년 900만명에서 2023년 1400만명까지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쿠팡 매출은 41조원까지 뛰어올랐다. 전체 대형마트 판매액(37조1779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영업이익은 60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는데 매출이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50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소비트렌드 변화·코로나19로 쐐기 2023년 흑자 전환해 전체 매출 1위 눈여겨볼 대목은 쿠팡 와우의 가격이 지난해 3000원가량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이 이탈하기는커녕 되려 대거 늘었다는 점이다. ‘쿠팡 생태계’가 이미 공고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충성 고객층이 이전보다 두꺼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독료 인상분보다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성장 배경은 다르지만 쿠팡을 카카오와 비교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를 배경으로 각종 사업에 진출했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중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톡은 카카오가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데 훌륭한 ‘씨앗’ 역할을 담당했다. 쿠팡 와우 가입자를 위한 ‘로켓배송’이 심야·새벽 배송 시장을 잠식하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하다. 대체재가 많지 않은 것도 닮았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업데이트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SNS처럼 바꾸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앱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방도를 찾다가 고안한 방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용자의 반발이 거셌다. 카카오톡 앱 평점은 1점대로 떨어졌고 조롱이 줄이었다. 결국 카카오는 가장 많은 비판이 나왔던 ‘친구탭’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도 카카오톡 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이용자 이탈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을 대체할 만한 메신저 앱이 마땅치 않았던 게 문제였다. ‘네이트온’이 노를 저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 ‘트래픽, 다운로드는 줄지 않았다’고 쓰기도 했다. 당시 홍 CPO의 해명에 비판이 쏟아졌지만 글 내용만 봐서는 카카오톡 자체에 타격은 크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과징금에 주저 앉나 그러면서도 카카오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쿠팡도 당국 조사가 진행되다 보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과징금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벌써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1347억원)을 받은 SK텔레콤의 사례를 넘어 1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