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관광 ③통영 디피랑

해가 저물면 벽화가 살아난다

경남 통영의 밤이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2020년 남망산조각공원에 조성한 디피랑 덕분이다. 매일 밤 인공조명과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전시로 여행자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해, 야간 경관 명소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콘텐츠로 단장한 남망산 일대는 강구안 야경과 더불어 통영 여행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여행객이 밤마다 강구안으로, 남망산으로 모여드는 이유다.

디피랑은 그저 예쁘기만 한 미디어아트 전시가 아니다. 경남 통영의 독창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디피랑의 수많은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근 동피랑과 서피랑서 사라진 벽화다. 통영시는 2년에 한 번씩 공모전을 열어 벽화를 교체하는데, 이때 사라지는 그림을 미디어아트로 되살린 것이다. 동피랑벽화마을이 유명해질 무렵 포토 존으로 인기를 끈 ‘천사 날개’를 비롯한 수많은 그림이 이곳에서 다채로운 형태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디피랑의 전시물은 남망산 정상부의 순환형 산책로를 장식한다. 그 시작은 통영시민문화회관의 외벽을 밝히는 미디어아트, ‘생명의 벽’이다. 과거 동피랑과 서피랑에 있던 벽화로 건물 외벽을 꾸민다. 이전에 한 번이라도 통영을 여행한 적이 있는 사람이나 마을 주민에게는 반가운 그림이다.

통영의 독창적인 이야기

매표소 ‘디피랑 산장’을 지나면 ‘이상한 발자국’ ‘잊혀진 문’ ‘비밀 공방’ ‘빛의 오케스트라’ 등 15개 테마가 차례로 등장한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미디어아트는 물론, 숲속 요정의 마술을 보는 듯한 인공조명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탐방로는 길이 약 1.4㎞로, 모든 전시를 둘러보는 데 40~60분 걸린다. 그러나 곳곳에 볼거리가 많아서인지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관람객이 자주 눈에 띈다.

디피랑을 걷는 내내 동피랑과 서피랑의 벽화가 만드는 동화 속 세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잊혀진 문’을 열고 들어서는 길목에는 형태와 빛깔이 다양한 조명, 주변 지형지물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야광 페인트 그림이 가득하다. 숲 사이사이를 빠르게 날아다니는 불빛은 반딧불이를 연상케 하고, 거대한 동백나무를 꾸미는 미디어아트는 판타지 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을 연출한다.


어디선가 디피랑의 캐릭터가 불쑥 나타나 말을 걸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흔한 일이다. 일부 작품은 관람객의 행동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구성된다. 디피랑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라이트볼이 필요하다. 라이트볼은 아이들을 위한 조명으로, 미디어아트 작품에 설치된 구멍에 끼우면 반응하도록 설계됐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다면 입구서 라이트볼을 꼭 구매하기를 추천한다. 디피랑을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통영의 새로운 야간 관광지로 주목
동피랑·서피랑의 사라진 벽화도 감상 가능

디피랑에서 가장 자세히 봐야 할 곳은 ‘비밀 공방’이다. 남망산 내 배드민턴장에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미디어아트를 연출한다. 사방을 꽉 채운 대형 화면에 상영하는 미디어아트가 상당한 몰입감을 줘 작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준다. 영상에는 동피랑과 서피랑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 등장한다.

디피랑의 분위기와 전시 형태에 맞춰 어느 정도 변형됐다는 점이 관람 포인트. 완전히 다른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때 동피랑을 상징하던 ‘천사 날개’를 찾아보자. 이제 디피랑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작품이니 기념사진 한 장 남기기 바란다.

디피랑 탐방로 끄트머리에 ‘디피랑’이 있다. 영국의 고대 유적 스톤헨지가 떠오르는 이 조형물은 이름처럼 ‘디지털 벼랑’이다. 인공조명으로 조형물에 다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상영하는데, 주인공은 역시 동피랑과 서피랑에서 사라진 벽화다. 잊힐 뻔한 과거의 벽화를 소환해 관람객이 추억을 되새기게 돕는다. 

디피랑 운영 시간은 오후 7시30분부터 자정까지(9월 기준, 입장 마감 10시30분), 매주 월요일과 1월1일, 명절 당일 휴장한다. 관람료는 어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어린이 1만원이다. 운영일과 시간 등은 현지 사정이나 기상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확인하자.


통영이 지난해 제1호 야간관광특화도시(성장지원형)로 선정된 데는 디피랑의 성공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디피랑이나 동피랑에서 내려다보이는 강구안도 빼놓을 수 없다. 통영의 내항 강구안은 예부터 야경 명소로 꼽혔다. 밤마다 강구안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이유다. 최근 강구안을 가로지르는 보도교가 완공됐고, 통영의 마스코트 ‘동백이’ 대형 조형물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디피랑의 여운이 남았다면 동피랑벽화마을로 가자. 2년에 한 번씩 새 그림으로 꾸미는 덕분에 골목을 둘러보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이곳에서 감상하는 강구안의 야경도 그림 같다. 통영 시민에게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야경 명소다. 루프톱 카페와 식당이 많아 통영의 아름다운 경관을 여유롭게 보기에 적합하다.

루지로 통영의 밤을 즐기기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는 액티비티, 루지를 이용하면서도 통영의 밤을 만끽할 수 있다. 미륵산 중턱에 자리한 스카이라인루지 통영은 주말과 공휴일마다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해가 저물 무렵 총길이 3.8㎞에 달하는 4개 코스에 조명이 들어와, 낮에 이용하는 루지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어두워지는 만큼 속도감도 더 짜릿하다. 화려한 야경과 함께 루지를 타고 싶다면 일몰 시각 30분 전부터 이용하기를 권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스카이라인루지 통영→동피랑벽화마을→디피랑→강구안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통영 삼도수군통제영→동피랑벽화마을→디피랑→강구안
-둘째 날 서피랑공원→이순신공원→통영케이블카→스카이라인루지 통영

관련 웹 사이트 주소
-U투어 통영관광 www.utour.go.kr
-디피랑 www.dpirang.com
-스카이라인루지 통영 www.skylineluge.kr/tongyeong

문의 전화
-통영관광안내전화 055)650-2570
-디피랑 1544-3303
-스카이라인루지 통영 1522-2468

대중교통
버스 서울-통영,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5회(07:00~23:00)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4회(07:30~17:3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서 하루 12회(07:20~23:3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통영종합버스터미널 앞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서 121·410·411·428번 버스 이용, 남망산공원입구 정류장 하차, 강구안 동쪽 남망길 따라 도보 약 40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자가운전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톨게이트→통영 IC서 통영·한려해상국립공원(통영지구) 방면 오른쪽→남해안대로 따라 약 1.2㎞ 이동→미늘삼거리서 통영RCE세자트라숲·시민문화회관·시청 방면 좌회전→통영해안로 따라 약 2.1㎞ 직진→케이블카·루지·여객선터미널·시민문화회관 방면 우회전, 약 210m→강구안 입구서 남망로 방향(시민문화회관, 남망산공원) 좌회전, 약 320m→디피랑1공영주차장이나 디피랑2공영주차장

숙박 정보
-바다향기호텔: 광도면 죽림해안로, 055)644-0300, https://seascent36.modoo.at
-나폴리호텔: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6-0202
-통영엔초비관광호텔: 통영시 동호로, 055)642-6000, www.anchovyhotel.com


식당 정보
-대풍관(멍게비빔밥): 통영시 해송정2길, 055)644-4446
-만성복집(졸복국): 통영시 새터길, 055)645-2140
-수정식당(회정식): 통영시 항남5길, 055)644-0396

주변 볼거리
통영해저터널, 윤이상기념관, 청마문학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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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