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마나’ 프리패스 인사청문회의 한계

점점 무뎌지는 ‘송곳 검증’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또다시 국회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이번에는 신임 대법원장 자리를 놓고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균용 후보를 대상으로 ‘송곳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임명에는 야당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여당 패싱’ 청문회를 막을 절호의 기회다.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대법원장에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 후보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1년 후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의 친분 등을 ‘낙하산’이라는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는 선을 그었지만 의혹을 떨쳐내기엔 역부족인 모양이다. 이 후보에 관한 인사청문회(이하 청문회)를 앞두고 날 선 공방이 예상된다.

먹잇감

청문회는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산 신고 누락, 아들 인턴 특혜 의혹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7일 열린 첫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통해 증인, 참고인, 자료 요구 등을 비롯한 인사청문계획서가 의결됐다.

판사 6명, 서기관 1명 등 7명으로 꾸려진 이 후보 청문회 준비팀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문회 당일 이 후보와 윤 대통령 간 관계와 친분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대법원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가 사법부의 독립 의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그냥 아는 정도일 뿐 직접적인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다소 거리를 뒀다.

재산 신고 과정서 비상장 주식을 누락한 경위도 발견됐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년간 소유 주식 등을 통해 배당소득으로 7186만원을 받았다. 배우자는 같은 기간 7427만원을, 현재 30대인 딸은 2021년 2400만원을 배당받았다. 해당 배당금은 이 후보와 그의 가족이 보유한 ㈜옥산과 ㈜대성자동차학원의 비상장 주식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공직자 재산 신고서 2000년부터 보유 중인 9억8900만원가량의 비상장 주식을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재산 축소 의혹이 제기되자 이 후보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 등에 관해 알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주식부터 아들 논란까지
이번엔 이균용 후보 타깃

이 후보 아들의 ‘김앤장 인턴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의 아들 이모씨는 2009년 7월 김앤장 법률사무소서 인턴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제학과 학부생으로 재학 중이던 때다.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도 아닌 대학생 신분으로 대형 로펌서 인턴 경력을 쌓은 것을 두고 ‘아빠 찬스’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후보는 “(인턴 활동에)관여하지 않아 어떤 경위로 선발된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아들 외에도 10명 이상 학부생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 특혜 논란은 매번 도마 위에 올랐던 만큼 이 후보 역시 날 선 검증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이 후보가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고 비판했다. 과거 이 후보가 성범죄를 감형한 판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아내의 배를 여러 차례 발로 밟아 사망하게 한 남편 A씨에게 1심서 징역 10년이 선고됐지만 이 후보는 2심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살인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만 12세 피해자를 세 차례 간음하는 등 혐의로 넘겨진 B씨의 항소심서 1심인 징역 10년보다 낮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이 후보가 ‘여성폭력 상습 감형’으로 여성 인권을 퇴보시켰다고 지적했다. 구태적 인권 의식을 가진 이 후보자가 대법원 수장으로서 책무를 다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별 판결을 두고 성인지 감수성을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받아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번 청문회서 민주당의 공세가 임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뇌관이 될 예정이다. 법률상 대법원장 임명 시 청문회를 거쳐야 하고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한 만큼 쉽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을 향한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16차례에 달하는 윤석열정부의 인사 강행을 막아내지 못하는 등 ‘청문회 무용론’이 제시되면서다.

지난해 5월10일 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1호 안건’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관한 임명동의안을 결재해 국회에 제출했다. 일주일 뒤인 17일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다. 5개월 후 윤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직 인사는 13명으로 늘었다.

살살 때리라는 여당
샅샅이 뒤지는 야당

이후 강경 대북파로 논란이 된 김영호 교수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방송장악 의혹을 받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앉히면서 16번째 임명을 강행했다. 이 과정서 정부·여당은 ‘인사 폭주’라는 민주당의 집중포격을 맞았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임명을 밀어붙인 정부는 헌정사상 최초라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일부 여당에서는 “역대 최다 임명 강행을 진행한 정부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2021년 3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결과’ 보고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회가 공직 후보자 임명에 비동의하거나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비율은 ▲문재인정부(28.7%) ▲이명박정부(23%) ▲박근혜정부(14.9%) ▲노무현정부(6.2%) 순으로 높았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불통정권의 신기록”이라고 비판했다. 민심을 거스르고 거대 의석수를 앞세워 협치를 내던졌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문정부가 30건이 넘는 인사 강행을 진행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5년에 걸쳐 나타난 숫자이므로 집권 1년이 조금 넘는 윤정부와는 비교할 대상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5개월 동안 13명을 임명한 반면 문 대통령은 6명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함께 흔들리는 청문회 기조가 문제점으로 제시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느 당이 정권을 쥐든 임명을 전제로 한 청문회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문회의 목적은 사라지고 후보자 낙마를 위한 공격과 수비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애당초 후보 능력과 자질 검증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게 일부 정치권 관계자의 회의적인 시각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망신주기용 청문회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공수 전환

한 의원실 관계자 역시 “후보자를 쥐잡듯이 잡는 청문회 관습이 사라져야 한다”며 “당사자나 가족의 도덕성만 검증하면 될 일이라고 본다. 100% 청렴한 인간이 어디 있겠느냐”고 조심스레 밝혔다.

문제는 청문회의 본질 강화를 외치던 여당도 정권이 교체되면 방패를 버리고 공격 태세를 갖춘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정치에 국민의 피로도만 쌓이고 있다. 과연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지 장기간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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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