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감’ 롯데렌탈 카셰어링 독식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9.14 13:17:27
  • 호수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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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도 건사 못하면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카셰어링’ 대표주자 쏘카가 롯데렌탈의 그림자가 될 전망이다. 지분매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롯데렌탈이 쏘카의 2대 주주(32.91%)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2015년 그린카를 인수한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까지 흡수하면서 차량공유 업계를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을 골라 원하는 시간만큼 이용하는 ‘카셰어링’은 일반 렌터카와 달리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서 배차받고, 반납도 가능하다. 10분 단위 사용도 가능해 자가용이 없는 이들의 장보기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공유경제의 선례로 주목받으면서 조 단위 가치를 인정받았다. 

수수방관

이를 발판으로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한 그린카는 2011년 9월 쏘카보다 상용화에 앞서갔다. 당시 공유경제 유행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했다.

기업가치가 폭등하자, 2013년경 롯데렌탈은 기존 렌터카 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위해 그린카를 인수했다. 초기엔 그린카의 전성시대를 예상했다. 2013년 말 기준 그린카는 6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쏘카(25억원)를 압도했다가 이후 내리막을 향했다.

롯데렌탈이 기대했던 1조원 가치의 그린카는 경쟁사 쏘카에 선두를 뺏겨 시장점유율이 10%대까지 떨어졌다.


격차는 점점 커졌다. 올 상반기 기준 그린카는 335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쏘카는 1896억원을 달성했다. 공교롭게도 롯데렌탈이 그린카를 인수한 시점부터 쏘카와의 경쟁구도는 무너졌다. 쏘카는 일레클(전기자전거 공유), 타다(승차거부 없는 택시), 모두의 주차장(주차장 찾기 서비스) 등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그린카는 단순 차량 대여마저 밀린다는 평가다.

그린카의 쇠퇴는 롯데렌탈이 투자자를 기만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롯데렌탈은 2021년 8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하기에 앞서 상장으로 조달한 약 8509억원의 현금을 동력 삼아 그린카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타법인증권취득(그린카)에 10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그린카가 입지를 굳히기 위해선 막대한 규모의 투자금 확보가 필수였다. 하지만 롯데렌탈 상장이 구체화되면서 해당 계획은 철회됐다. 대신 쏘카에 180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율 11.8%로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문제는 롯데렌탈이 상장한 지 2년이 흘렀음에도 그린카에 대한 투자 결과물이 없다는 점이다. 2020년 말 기준 128억원이었던 그린카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67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상장 당시 언급한 전기차 전용 서브 카셰어링 브랜드 론칭이나 빅데이터 기반의 카셰어링 상품 출시 등도 공수표에 불과했다.

1조 가치였던 그린카 
롯데 만나고 주저앉아

롯데렌탈의 상장 당시 약속했던 공약 불이행은 추후 롯데그룹 기업공개(IPO)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호텔롯데의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렌탈 상장은 결국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초석인데, 공약 불이행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계획 등을 무조건 이행해야 한단 규정은 없지만, 미이행 사례가 파악되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속한 투자를 받지 못한 그린카가 우호적인 시장 환경 속에서도 고전하는 이유가 롯데렌탈임이 명확해졌다. 그린카는 올 상반기 기준 순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선 롯데렌탈이 의도적으로 그린카를 방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린카가 성장할수록 롯데렌탈의 주요 사업인 일반 렌터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단기 렌터카와 카셰어링이 공유시장 안에서 경쟁하는 만큼 롯데렌탈이 서열정리에 나섰다는 것이다.

롯데렌탈은 여전히 렌터카 사업에 주력하면서 세간의 평가를 공고히 했다. 지난 4일 롯데렌탈은 차량 방문 정비 서비스 ‘차방정’을 출시했다. 차방정은 1대 1로 배정된 전담 정비사가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방문해 차량을 정비해주는 서비스다. 롯데렌탈은 카셰어링 사업의 단점을 보완한 기존 렌터카 사업 확장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롯데렌탈 입장에선 카셰어링 사업이 ‘아픈 손가락’일 수 있다. 공유경제를 따라가려 인수했지만 카셰어링 특성상 고객들의 잦은 불만 신고는 기업의 리스크로 작용한다. 실제로 그린카 앱 오류가 잦다는 평도 자자하다. 되도록 많은 고객과 인접한 차고지에 차량을 배치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기존 롯데렌터카의 전국 지점은 고작 23곳 정도다.

반면, 카셰어링은 이용자 중심 위치서 차량을 찾고, 반납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 어디든 방치된 차량을 수거하고 관리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카셰어링 특수성에 따라 이용객의 불만 신고는 다양하다. 주차공간의 제약 때문에 이용 가능한 차량이나 차종은 적다. 이용자가 몰리면 빌리고 싶어도 빌릴 수 없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전기차의 경우, 충전기 불량으로 충전이 어려워 운행 불가능한 차량도 있다.

후발 주자 쏘카 노린다?
1800억 들여 3대 주주로

차량 관리도 문제다. 다수 이용자가 차 한 대를 이용하지만, 그때마다 세차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용자가 어떻게 사용했느냐에 따라 위생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모 카셰어링 차량에선 생리대나 피임기구가 버려진 채 공유된 사태도 발생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카셰어링 차량 3대 중 1대는 불량으로 나타났다. 주로 타이어 압력 균형이 맞지 않거나 엔진 경고등이 점등되는 등 안전관리가 미흡했다. 조사 대상 54대 중 7대(13.0%)의 좌우 타이어 압력이 5psi 이상 차이가 나는 불균형 상태였다.

엔진 경고등이 점등되는 2대의 차량은 관리가 시급한 상태였다. 카셰어링 특성상 인수와 반납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차량 운행 전후의 외관 등을 점검한 사진은 필수다. 그린카와 쏘카는 차량 운행 전 외관 점검 후 차량 사진을 앱에 등록하는 절차가 있으나 운행 후에는 절차가 없었다. 

또 그린카·쏘카 플랫폼의 약관을 분석한 결과, 차량 수리 시 예상 사고 처리비용을 소비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만 통지했다. 이처럼 카셰어링 업체들의 약관은 ‘자동차 대여 표준약관’과 다른 조항이 숨어 있어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자에게 ▲이용계약 체결 시 본인 확인 등 추가 절차 마련 ▲소비자에게 불리한 일부 거래조건의 약관 개선 ▲카셰어링 차량 관리와 점검 강화 ▲기본 주행장치 및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작동법 제공 등을 권고했다.


카셰어링 이용객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관리 부실 문제는 점차 대두될 전망이다. 특정 기업이 독점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 개선의 노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픈 손가락

카셰어링 업계를 독식하게 될 롯데렌탈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롯데렌탈이 자회사가 아닌 경쟁사 쏘카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점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카셰어링 산업의 성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린카를 외면한 셈이다.

한편, 독과점 우려와 관련해 롯데렌탈 측은 <일요시사>와 통화서 “주주총회에 참석은 하고 있지만, 경영권은 없다”며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함이지 시장을 독점할 의도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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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김건희 디올백 몰카’ 최재영 목사에 물었다

[단독 인터뷰] ‘김건희 디올백 몰카’ 최재영 목사에 물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목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함정 취재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북한 개입설’을 거론하면서 자충수를 두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김 여사와 접촉한 최재영 목사를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들어봤다. “남북 문제나 국제 정세 등을 김건희 여사에게 조언하려 접촉했다.” 지난달 30일 최재영 목사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한 말이다.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했던 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성공에 대한 축하의 의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양평 사건’에 관한 김 여사의 대처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폭로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극단적 관점 고치려 조언 최 목사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모처서 진행됐다. 그는 여러 번을 북한에 다녀온 미국 시민권자인 재미교포다. NK(New Korea) Vision 2020이라는 단체의 대표와 손정도 목사기념학술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관점이 굉장히 극단적이라고 평가한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내용 중 선제타격론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북, 반김, 반통일, 친일, 친미 스탠스가 뚜렷했다. 한국은 한쪽으로 치우쳐지면 안 되는 나라”라며 “중립적으로 현명한 외교·안보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부는 통일과 대북정책을 이원화해왔다. 이 두 가지는 명백하게 다르다. 하지만 현재의 통일부는 두 개를 하나로 묶은 상황이다. 통일부가 아니라 북한 자체를 적대시하는 대북부가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지난해 1월부터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김 여사에게 극단적으로 바라보면 해결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쌓인 신뢰를 계기로 윤 대통령 취임식 행사는 물론, 신라호텔 영빈관서 열린 와인 만찬에도 초청됐다. 환대를 받은 최 목사는 취임식 40일 뒤인 지난해 6월20일 윤 대통령의 당선 축하 인사를 하기 위해 김 여사를 찾았다. 같은 해 9월13일에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은 최 목사는 김 여사를 만났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준비되지 않아 윤 대통과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김 여사는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있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최 목사는 소형카메라가 내장된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고 이를 통해 김 여사와의 만남을 촬영했다. 당시 코바나컨텐츠 앞에서 대통령실 경호처 소속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최 목사에 대한 보안검색을 진행했지만 최 목사의 손목시계를 풀도록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는 총 5차례 김 여사에 줄 선물을 준비했다. 두 번은 디올과 샤넬 명품이었고, 나머지 세 번은 자신이 쓴 책과 5만~6만원 상당의 술, 비싸지 않은 일반 의류였다. 김 여사는 6월에는 직접, 9월에는 비서를 시켜 최 목사와 면담 약속을 잡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그를 만나 명품 선물을 받았다. 취임 40일 후 6월·9월 인사차 방문 소형카메라 내장 손목시계 차고 촬영 최 목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4개월 간 총 10차례 정도 김 여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 중 딱 두 번만 면담이 이뤄졌다. 명품 선물을 준비했던 지난해 6월과 9월이다. 이후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가방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 폭로 당사자인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로부터 건네졌다. 또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 건네줬던 명품들과 두 번째 만남을 촬영했던 손목시계 카메라 등의 출처도 이 기자였다. 이 기자는 “목사님이 김 여사를 자주 만나서(취재를 위해) 그 사람 행보를 좀 알고 싶었다”며 “최 목사가 김씨와 더 친해지게 만들기 위해 해당 물품을 건넨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던 지난해 3월, 같은 진보진영서 활동하며 김 여사와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기자에게는 <서울의 소리> 관계자를 통해 내가 먼저 연락했다. 처음에는 김 여사와 이 기자가 만나 화해하게 하려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여사와 최 목사 간의 카카오톡 대화록을 보면 김 여사는 이 기자를 극도로 싫어했다. 김 여사는 최 목사에게 “인간도 아니다. 공손하게 양해를 구했고 사연까지 말했다. 어머님이 구속됐을 때라서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던 건 최 목사만이 아니다.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접견한 날 쇼핑백을 준비한 인물 3명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쇼핑백 3개 중 하나는 ‘Shilla Duty Free’라는 영문이 보이는 신라면세점 쇼핑백이었다.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들고 있던 쇼핑백 안에는 김 여사에게 주려는 선물이 있었던 건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면담자들 최 목사는 “김 여사를 접견할 다음 차례 사람들이었다. 내가 사무실을 나오자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연이어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부인이 가져간 물품에 대해 내용물까지 확인하는 대통령실 경호처의 보안 절차 특성상 다수의 경호원이 두 차례나 자신이 가져간 명품들을 확인했다. 그때마다 당황함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보안검색을 했다”며 “김 여사가 여러 사람과 면담해왔다면 그만큼 선물을 준비했던 사람도 더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했다. 논란이 된 지 일 주일이 돼가고 있으나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튜브 채널의 일방적 주장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일단 ‘로키’로 대응하면서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함정 취재 문제를 제기하며 북한 배후설, 독수독과론 등으로 초점을 이동시키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최 목사가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이력을 언급하며 “<서울의 소리>가 어디서 공작금을 받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선물 구입을 위해)북한 자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가방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독수독과론을 내세워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당 동영상이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므로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위반 등 위법 여부를 따져보더라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BBS라디오서 “선대 부친과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찾아오고 하면서 결국에는 함정을 파서 정치공작을 펼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취재나 정치공작에 대해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리적 문제? 공익적 목적? 최 목사는 김 여사와 접촉한 날 최측근들을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논란이 됐던 수행원들이었다. 이들은 코바나컨텐츠 출신으로 정모씨는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와 함께 코바나컨텐츠서 여론조작 의혹을 받던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씨는 김 여사의 ‘그림자’로 알려졌다. 최측근으로서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왔다. 지난해 이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코바나컨텐츠 정식 직원이 아니었다.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왔다. 이 기자도 코바나컨텐츠를 드나들면서 정씨를 여러 번 대면했다. 그는 “김 여사를 포함한 일부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심 박사, 정씨가 이 자리서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 외에도 공식적인 대선 캠페인에도 참여한 바 있다. 특히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서 윤 대통령의 SNS 계정 관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지만, 김 여사의 외부 행보가 번번이 논란을 부르자 여권 내부서도 김 여사를 보좌할 공식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했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서 찍은 사진이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사건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더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폐지 전, 언론을 통해 ‘제2부속실(대통령 부인 관련 업무 담당 부서)’을 되살려 김 여사 일정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비공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모르겠다)”며 “저도(대통령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국민 여론을 들어가며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왜 갑자기 폭로했나 “함정 취재? 알 권리 먼저” 이어 ‘김 여사 회사 직원들이 일정에 동행하고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논란을 묻는 말에 “(처가)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어 혼자 다닐 수도 없다. 어떻게 방법을 알려주시라”고 맞받았다. 이번 사건은 김 여사의 명품 수수 논란 외에도 함정 취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장인수 전 MBC 기자가 함정 취재에 대해 <서울의 소리>에 출연해 했던 발언을 반박했다. 장 전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가 함정 취재의 위험성이나 비윤리성보다 현저하게 높을 경우 ▲함정 취재를 하지 않고는 취재원 접근이나 취재가 불가능할 경우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권력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세계적으로) 함정 취재를 인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평론가는 “동의할 수 없다”며 한국기자협회가 ‘윤리적 언론은 취재 대상을 존중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할 가치가 있는 정보를 취재하고 전달할 경우에도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한다’고 한 언론윤리헌장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함정 취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정당한 취재라고 보기 힘들다. 다만 윤리적 문제와 공익적 목적이 부딪힐 때, 우리 사회는 취재 결과물에 대해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옳고 그름에 관한 정의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통상 위법을 동원한 취재, 신분을 속인 취재나, 기자 대리인을 통한 취재 등을 말한다. 이번 <서울의 소리> 보도는 수사기관의 함정 수사를 연상시킨다. 범죄 수사 과정서 경찰이 미성년자 성매매 범죄 혐의자를 검거할 때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를 벌이기도 한다. 위법적 함정 수사인 ‘범의 유발형’도 떠오른다.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는 일부러 범죄를 유발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당사자가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서울의 소리>의 취재가 어떤 형태였는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함정 취재’라는 사실은 숨기지 않고 있다. 명품백을 직접 사서 최 목사에게 제공했다는 등 취재 취지와 과정을 세세히 밝히고 있다. 정치 공작? 북한 개입? 그러나 수사기관의 분위기는 조용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낙인찍고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김 여사가 함정 취재의 피해자라고 인정하면 사실상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서울의 소리>의 취재 과정에 관해 법적 대응을 하는 순간 이슈가 지속돼 버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최소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의 행방 등 사실관계가 특정돼야 한다. 자칫 수사기관이 김 여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이 쉽사리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