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의 시작은 인류가 모발을 인식하면서부터로 추정합니다.
최초의 탈모 기록을 살펴보면 기원전 12세기 이집트의 파라오 메르넵타입니다.
파라오는 한 문명의 절대 권력자였는데 그조차도 탈모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탈모를 치료하기 위한 기록은 이보다 300년이나 더 거슬러 올라가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기원전 1550년경 이집트의 의학서 <에베루스 파피루스> 기록에 따르면 탈모 치료를 위해 하마 악어, 숫 고양이, 아이벡스의 지방을 섞어 머리에 발랐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모발이 나지 않을 경우 고슴도치의 털을 불에 그슬려 머리에 뿌렸는데, 이는 지금의 흑채와 같은 효과로 치료보다는 감추는 용도였습니다.
기원전 1100년경부터 시작된 고대 그리스 시기에는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아편, 와사비 비트 뿌리 등을 혼합한 연고를 만들어 머리에 바르면 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 그도 탈모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양의 소변을 머리에 바르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탈모가 아니었습니다.
고대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 그는 항상 월계관을 쓰고 있습니다.
바로 탈모 때문이죠.
카이사르는 탈모의 전조 증상으로 모발이 가늘어질 때쯤 쥐, 말의 이빨, 곰의 지방을 섞은 로션을 머리에 발랐습니다.
그 외에도 수컷 당나귀의 생식기를 잘라 태워서 자신의 소변과 섞어 머리에 바르기도 했습니다.
고대 사람들이 이토록 탈모에 민감했던 이유는 바로 모발은 수사자의 풍성한 갈기처럼 힘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탈모는 일종의 저주 개념 혹은 남몰래 죄를 지은 자는 머리가 빠진다는 속설로 번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예수의 제자이자 초대 교황 베드로의 머리는 예수님의 빵 한 조각을 훔쳐 먹었고 그 크기만큼 빠졌다는 이야기까지 떠돌게 됩니다.
한편 포기하고 해학으로 넘기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세월은 머리카락을 가져가는 대신 지혜를 가져다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1600년경 공정왕 루이13세는 20대부터 탈모가 진행되자 이를 감추기 위해 궁궐 내에 모든 사람에게 가발을 쓰게 했습니다.
한편 아시아 당나라의 경우 잇꽃의 기름, 로즈마리, 향초, 동물의 고환을 잘게 다녀 머리에 발랐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상투를 틀기 때문에 다행히 탈모를 감출 수 있었지만, 탈모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인류와 함께 역사를 같이한 탈모.
오늘날까지도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은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수많은 과학자가 연구하는 만큼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인류는 반드시 탈모를 정복할 것이라고 말이죠.
기획: 김희구
구성/편집: 김희구
일러스트: 정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