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따라잡기’ 행안부 큰 그림

경찰국 모자라 수사지휘권 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행정안전부가 변화에 나섰다. 장관의 실질적인 경찰 지휘권이 약해 지휘·감독 체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닮은 꼴이라는 평가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권 범위가 넓어지면서 경찰의 영향력이 약해졌다. 해당 안건이 추진될 경우, 경찰의 독립성이 증발할 수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경찰 장악’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찰국 신설을 강행했다. 정부조직법 등에 근거해 경찰을 지휘·감독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경찰 안팎에서는 수사 독립성 침해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행안부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술 더 떠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준하는 틀을 맞추는 분위기다.

정치적
중립 의무

경찰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1차 회의를 열고 안건별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위원회는 오는 23일 최종 권고안 발표를 앞두고 ▲현장경찰 역량 강화 방안 ▲자치경찰 이원화 방안 ▲국가경찰위원회 개편 방안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 지휘·감독 체계 보완 방안 ▲경찰대학 개혁방안에 대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특히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 지휘·감독 체계가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위원은 장관이 실질적으로 경찰을 지휘·감독할 수단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국회 등에서는 매우 높은 지휘·감독 책임 수준을 요구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경찰 심의·의결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의 성격과 위원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국가경찰위 위원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했을 때 책임 규정이 없다는 점과 현행법상 행안부 소속 자문위원회인데도 법적 성격에 관한 불필요한 논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해 12월 국가경찰위가 행안부 장관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한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국가경찰위는 지난해 8월2일 제정된 ‘행안부 장관의 소속 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이 국가경찰위의 권한을 침해했으므로 무효라는 취지로 권한쟁의를 청구한 바 있다.

장관은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권이 없으므로 지휘규칙 제정행위는 위헌·위법하고, 지휘규칙 제정 시 국가경찰위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취지다. 헌재는 국가경찰위의 청구를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위원회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최종 회의서 제도발전 권고안을 확정한 후 발표할 예정이다. 박인환 위원장은 “오늘 회의서도 경찰대 개혁방안에 관한 의견 대립이 팽팽했으므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표결해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휘·감독 체계 보완 방안 정해지면 추진
“법무부와 비교 후 논의…확정된 것 없어”

경찰제도발전위원회 관계자는 “최종 회의가 남았고 논의된 것들은 아직 추진 계획이나 검토 단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까지 논의된 건 법무부와 비교해 어떻게 장관의 권한과 경찰청 지휘체계를 보완할 것인지 여러 개선안이 나왔다”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도 예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안팎에선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국에 이어 사실상 법무부와 다를 게 뭐냐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경찰청 한 간부는 “지난해 경찰국 신설로 독립성을 잃어버렸다는 인식이 늘었다”며 “행안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추진되면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독립성 증발을 넘어 경찰이 곧 ‘정부의 하수인’으로 전락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며 “검찰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때마다 마찰이 심했다. 우리라고 그러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을 강행했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지휘·감독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는 게 근거였다.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건 이태원 참사 이후다. 이 장관은 지난해 11월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질의서 “경찰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이 없다. 특히 개별적 치안 상황에 대해서는 제가 지휘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책임 회피를 위한 말 바꾸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경찰에 대한)지휘 권한은 있으나 그 지휘 권한을 행사할 방법이 없다”며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행안부는 국가 재난·안전의 주무 부처다. 정부조직법에는 행안부 장관이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 수립·총괄·조정 등 사무를 관장한다고 돼있다. 재난안전법도 행안부 장관에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부여한다.

법무부와
뭐가 달라?

이태원 참사아 관련해 이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부서조차 나왔던 이유다.

비판이 거셌음에도 이 장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1일 동남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전용기 탑승에 앞서 이 장관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귀국할 때는 이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는 말을 건넸다.

경찰국의 업무 중에는 경찰의 중요정책 수립과 관련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는 사항이 포함돼있다. 특히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에는 경찰청장이 ‘중요 정책 및 계획의 추진 실적’을 행안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그 밖의 법령에 규정된 권한 행사 및 책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인정해 행안부 장관이 요청하는 사항’도 보고 대상이다. 이 같은 막강 권력을 쥐고 경찰국의 보고를 받는 이 장관은 인사제청권이라는 칼날까지 휘두를 수 있게 됐다.

이 장관은 “행안부와 경찰을 연결하는 끈은 전혀 없다”며 “유일한 끈이라는 것은 경찰 고위직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인사제청권이 유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행안부 장관의 인사제청권이 칼날이 된 시기는 경찰국 신설과 겹친다.

기존에는 경찰청장이 인사안을 추천하면 행안부 장관을 경유해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했으나 총경 이상(경정부터 대상)의 인사제청권이 실질화됐다. 형식에 그쳤던 제청권을 행사하면서 경찰 수뇌부를 주무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경찰의 변화로 장관의 수사 개입 여지가 열렸다고 보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특히 검찰보다 인사와 지휘에 취약한 경찰의 특성상 현실화 가능성이 클 수 있다는 걱정도 많았다.

힘 실어주는
윤 대통령


서울 직협 관계자는 “범죄수사규칙상 관할서장은 수사를 지휘하고 보고받는다. 서장의 지휘자는 경찰청장인데, 과거의 개선안은 행안부 장관이 청장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결국 13만 경찰이 한순간에 장관 지시에 따라 수사하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경찰국 신설만으로 불만이 상당한데 법무부와 비교해 행안부 장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건 경찰을 대놓고 통제하겠다는 비판이 대다수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법무부도 수사지휘권을 없애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 중인데 행안부 장관의 권한 강화 핑계로 보완하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우려했다.

경찰국 신설 직전 당시 경찰 대부분은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이른바 ‘경란’으로 불릴 정도로 규모가 컸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대기 발령됐고, 회의 참석 총경들에 대한 감찰도 진행됐다. 그러나 경찰 내부의 반발은 줄지 않았었다.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경찰대 14기)은 당시 경찰 내부망을 통해 경감과 경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현장팀장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망에도 “나도 대기발령 시켜달라” “윤희근(당시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다” 등의 실명 게시글이 쏟아졌다.

경찰국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던 일선 경찰들도 징계 조치에 대한 비판 움직임에는 동참하고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활발했던 경란도 현재는 사그라든 상황이다. ‘검찰 하수인’이라는 시선을 극복하고 싶었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에 대한 반발이 작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경, 영향력 약화 독립성 사실상 증발
검, 검수원복·경찰 간접 비판 여론전


현재 검찰은 직접 수사권 일부를 회복하고 여론전에 나섰다. 특히 마약 수사 등 가시적인 성공을 적극적으로 치하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이태원 참사 보완수사 성공사례나 경찰이 연루된 사건 수사 결과를 강조하며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무력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3월6일부터 이틀 동안 부산지역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부산지검 서부지청이었는데, 개청 이후 검찰총장이 방문한 것은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서부지청을 찾은 이 총장은 취재진과의 약식 기자회견서 “직원 격려 차원”이라고 방문 목적을 밝혔다. 또 마약 수사 등 최근 부산지역 검찰이 발표한 사건들을 직접 언급하며 ‘수사 성과’라고 강조했다.

당시 이 총장은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을 만들자마자 부산지검서 해외로부터 밀수한 필로폰 50㎏을 압수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의 행보를 두고 검수원복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한 뒤 각종 성과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특히 부산지검은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을 신설한 뒤 시가 1650억원에 달하는 필로폰을 압수한 사건을 공개했는데, 이례적으로 직접 언론 브리핑까지 나섰다.

지난해 부산지검은 보도자료를 통해 불구속 송치된 성폭력 피의자의 2차 가해 정황을 포착해 피의자를 구속한 사건 등 5건의 보완수사 성공 사례를 모아 공개하며 “검찰의 적극적인 보완수사 결과”라고 자평했다.

동부지청은 해외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를 기소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에 묻힐 뻔한 일을 검찰의 시정조치 요구를 통해 밝혀냈다”며 검찰의 사법통제권한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교육감 선거 과정서 일어난 금품 제공 관련 사건을 공개하며 검사에게 재수사 요청을 받은 담당 경찰이 수사 기밀을 피의자에게 알려줬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검찰의 재수사 요청에도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유지한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해 4명 전원을 기소했다는 사실도 함께 포함됐다.

위기감
무기력

최근에는 무인단속장비 납품 비리 관련 수사 결과를 공개하며 현직 경찰이 수사 정보를 흘리고 수사를 엉터리로 진행해 구속했다고 강조하는 등 경찰의 수사를 비판하는 동시에 검찰 직접 수사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어필하고 모양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일선의 수사 부담을 덜어주는 검찰의 보완수사 여지 확대 등에는 동의하면서도, 검수원복·수사준칙 개정 등 일련의 흐름 안에서 ‘경찰이 패싱당하고 있다’는 위기감·무기력증을 보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수원복이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며 “지난해 검경협의체가 구성됐을 때부터 결국 법무부 뜻대로 될 것이란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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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