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휩쓸 ‘쌍특검’ 후폭풍

누구도 승자는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쌍특검(50억 클럽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간의 대립이 한층 더 심화할 양상이다. 문제는 완전한 승리자가 없다는 점이다. 이득이 크지만 손실도 분명하다.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중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굴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결국 쌍특검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검찰의 탄압에 맞선다는 명분을 내세워 쌍특검을 추진해왔다. 이때 당시 정의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에 합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김건희 여사 특검에는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손잡고 
동시 폭격

민주당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찌감치 특검을 추진해왔다. 대선 기간 불거졌던 대장동 의혹 규명을 위해 지난해 3월 이미 특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었다. 정의당도 대장동 관련 의혹들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처음에는 쌍특검을 두고 민주당과 정의당도 의견이 갈렸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 법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을 봐줬다는 의혹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특검 추천권도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에 부여하려 했다.

민주당 추천으로 2명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겠다는 셈이다. 정의당은 처음부터 50억 클럽에 방점을 찍었다. 특검 추천권도 비교섭단체에만 부여해 민주당, 국민의힘을 배제하겠다고 밝혀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점점 의견 차를 좁혀갔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힘을 합치면서 점점 모양새가 갖춰졌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50억 클럽 특검법의 경우 수사 대상은 화천대유, 성남의뜰 관련자들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된 불법 로비, 뇌물 제공 행위 등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인물들이다. 

특검의 임명은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정당이 특별검사 후보자 2명을 합의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임명된 특검은 한 달간의 준비기간을 갖고 150일 내에 수사를 완료해야 하며 수사기간은 90일 연장할 수 있다. 50억 클럽에 등장하는 인물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다. 이들은 권력기관인 검찰 등에 근무하면서 김만배와 화천대유의 뒤를 봐줬고, 불법행위를 무마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억대의 자문료와 큰 액수의 뇌물을 챙겨갔다는 의혹이다. 

사실 50억 클럽의 명단은 국민의힘 측에서 먼저 밝혔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당시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50억원 약속 그룹이 언급돼있다며 법조인, 정치인 5명의 실명을 공개해버렸다. 

야당 공조로 패스트트랙 지정
민주당, 이 대표에게 악재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곽 전 의원은 수사 타깃이 됐다. 그러나 1심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언급된 인물들의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50억 클럽과 관련한 특검법이 본회의에 오르기 직전 검찰은 부랴부랴 박영수 전 특검과 관련해 우리은행을 추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50억 클럽 특검법 및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도 지난달 27일, 본회의서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으로 지정됐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 코바나컨텐츠 기업 협찬 의혹이 대상이다.

검사 추천 방식은 국회의장이 법 시행일부터 3일 내에 1명의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요청한다. 대통령은 요청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1명의 특별검사를 국민의힘을 제외한 원내 정당들에 서면으로 의뢰하는 방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얼마 전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회장인 권오수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문제는 김 여사의 여러 의혹이 터져 나오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로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자 본회의서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 합의했다. 참고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여사에 대해 서면조사만 진행하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해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정의당과 민주당을 두고 “쌍특검과 노란봉투법의 야합”으로 규정하는 등 쌍특검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총선에
악영향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두 특검 모두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무한정 확대할 수 있고, 검찰이 수사 중인 대장동 개발 사건 등을 특검이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이 경우 민주당 이 대표의 방탄 특검법이 된다는 논리다. 

김건희 특검법 역시 난색을 드러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2년간 친문(친 문재인) 성향 검사들이 수사한 뒤 범죄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던 사건인데, 김 여사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을 아예 ‘김 여사 스토킹법’이라고 규정했다. 

본회의 직전까지 막판 협상을 벌이기도 했으나 여야의 거리는 도무지 좁혀지지 않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 의원의 과반(150명)이 찬성한 안건은 패스트트랙 지정 대상 안건으로 정할 수 있다. 요구안이 국회의장에게 전달되면 무기명 투표로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를 표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서 쌍특검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전체 국회의원 중 3/5인 180명의 찬성이 필요했다. 이미 민주당, 정의당을 비롯해 무소속 의원 등 총 182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수적으로 열세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본회의장 입·퇴장을 반복하는 모습밖에 보여줄 수 없었다. 


이제는 법제사법위원회가 180일 이내 심사 및 합의를 진행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바로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이후 60일 안에 심사를 마쳐야 하고, 올해 12월 말에는 본회의 표결 단계를 거친다.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바로 가결된다. 

이미 50억 클럽 특검법은 지난달 11일 법안심사제1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180일 내에 법사위 의결이 없으면 소위가 의결한 대안이 본회의서 처리될 수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법사위에 상정되지는 않았다. 이 역시 국민의힘에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 180일 내로 법사위서 의결하지 않으면 민주당과 정의당이 수정안을 마련해 본회의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쌍특검의 국민적 지지는 압도적인 편이다. 50억 클럽 특검법을 지지하는 여론은 70%가 넘고,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60%에 달한다. 

심해질
대립구도

민주당을 비롯한 정의당, 소수 야당들은 내년 차기 총선을 앞두고 쌍특검법을 호재로 여긴 모양새다. 문제는 쌍특검을 추진한 쪽도, 반대하는 쪽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여당의 경우에는 윤 대통령, 김 여사 방탄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현재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대선 직후보다 더 떨어져 있다. 


중도층은 줄줄이 빠져나갔고, 텃밭 지지층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미 당정일체의 영향으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지지율과 맞물려 동반하락 중이다. ‘송영길 돈봉투 살포’라는 민주당에 악재가 생겼으나 자신들 쪽으로 지지세를 거둬들이지도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는 간호법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관측이 많다. 이미 윤 대통령은 한 차례 양곡관리법 거부권 사용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부쩍 민생에 더 다가가려는 입장을 취하고는 있으나 딱히 효과가 없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특검 출범과 차기 총선과의 관계다. 현재 속도로 쌍특검법이 진행될 경우, 총선 직전에 결과까지 낼 수 있는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특검의 활동 시기 출범 등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최소한 총선 전, 국민의힘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초반만 해도 쌍특검 추진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쌍특검을 추진한다고 해도 민주당과 정의당에도 일부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은 지금까지도 이 대표 방탄 프레임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특히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 방탄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앞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50억 클럽법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조 의원은 “몸통이 있어 꼬리가 있다. 해당 특검은 대장동 게이트라는 큰 그림을 빼고 생각할 수 없다”며 “특검이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특혜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앞으로도 존재감 발휘해야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방탄 프레임

조 의원에 따르면 이미 전문가들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법사위와 법원행정처, 법무부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돼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50억 클럽 특검 출범 시 이 대표를 물고 늘어질 게 뻔하다. 또 돈봉투 논란을 가리기 위해 추진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여전하다. 단순히 민주당도 호재로 여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현재 이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여러 개로 이 중 배임,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이를 고리로 벌써부터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서 수사하지 않았다”며 다시 전임 정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은 본회의서 “이재명 지키기 특검법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손잡은 정의당에도 문제는 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차기 총선서 과연 생존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 섞인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정의당이 민주당과 손잡는 것을 주저한 이유기도 하다. 최근 정의당은 정의당만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쌍특검을 추진하면서 다시 민주당 손을 잡아 민주당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에 휩싸이게 됐다. 긍정적인 점은 정의당이 협상서 다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온 점이다. 정의당이 이토록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이유는 차기 총선서 생존을 위해서다. 앞서 정의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지기도 했었다.

최소한 이번 쌍특검만큼은 그동안 사라졌던 존재감을 발휘했던 셈이다. 실제로 정의당의 협조가 없었더라면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정의당이 오랜 기간 공들여왔던 노란봉투법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느냐다. 국민의힘은 이를 고리로 “민주당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정의당은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존재감이 커져야만 차기 총선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모두에게
양날의 검

한 정치권 관계자는 “특검법은 세 당 모두에게 득실이 존재한다. 민주당은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키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이 다시 커지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정의당이 이번에는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발휘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국민의힘도 무조건 방어한다는 입장만 강조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뇌관’ 노란봉투법 드라이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이 최근 국회 본회의서 직회부 요건을 달성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강행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상 사용자와 노동자 등의 정의를 확대해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혀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려는 게 골자다. 

야권은 직회부를 통해 노란봉투법을 5월 내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야권의 검은 뒷거래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월 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환노위를 통과했다.

법사위서 60일 이상 계류된 탓에 지난달 22일 직회부 요건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런 탓에 민주당, 정의당과 국민의힘의 대립이 한층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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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