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휩쓸 ‘쌍특검’ 후폭풍

누구도 승자는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쌍특검(50억 클럽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간의 대립이 한층 더 심화할 양상이다. 문제는 완전한 승리자가 없다는 점이다. 이득이 크지만 손실도 분명하다.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중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굴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결국 쌍특검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검찰의 탄압에 맞선다는 명분을 내세워 쌍특검을 추진해왔다. 이때 당시 정의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에 합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김건희 여사 특검에는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손잡고 
동시 폭격

민주당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찌감치 특검을 추진해왔다. 대선 기간 불거졌던 대장동 의혹 규명을 위해 지난해 3월 이미 특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었다. 정의당도 대장동 관련 의혹들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처음에는 쌍특검을 두고 민주당과 정의당도 의견이 갈렸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 법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을 봐줬다는 의혹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특검 추천권도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에 부여하려 했다.

민주당 추천으로 2명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겠다는 셈이다. 정의당은 처음부터 50억 클럽에 방점을 찍었다. 특검 추천권도 비교섭단체에만 부여해 민주당, 국민의힘을 배제하겠다고 밝혀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점점 의견 차를 좁혀갔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힘을 합치면서 점점 모양새가 갖춰졌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50억 클럽 특검법의 경우 수사 대상은 화천대유, 성남의뜰 관련자들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된 불법 로비, 뇌물 제공 행위 등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인물들이다. 

특검의 임명은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정당이 특별검사 후보자 2명을 합의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임명된 특검은 한 달간의 준비기간을 갖고 150일 내에 수사를 완료해야 하며 수사기간은 90일 연장할 수 있다. 50억 클럽에 등장하는 인물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다. 이들은 권력기관인 검찰 등에 근무하면서 김만배와 화천대유의 뒤를 봐줬고, 불법행위를 무마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억대의 자문료와 큰 액수의 뇌물을 챙겨갔다는 의혹이다. 

사실 50억 클럽의 명단은 국민의힘 측에서 먼저 밝혔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당시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50억원 약속 그룹이 언급돼있다며 법조인, 정치인 5명의 실명을 공개해버렸다. 

야당 공조로 패스트트랙 지정
민주당, 이 대표에게 악재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곽 전 의원은 수사 타깃이 됐다. 그러나 1심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언급된 인물들의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50억 클럽과 관련한 특검법이 본회의에 오르기 직전 검찰은 부랴부랴 박영수 전 특검과 관련해 우리은행을 추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50억 클럽 특검법 및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도 지난달 27일, 본회의서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으로 지정됐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 코바나컨텐츠 기업 협찬 의혹이 대상이다.

검사 추천 방식은 국회의장이 법 시행일부터 3일 내에 1명의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요청한다. 대통령은 요청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1명의 특별검사를 국민의힘을 제외한 원내 정당들에 서면으로 의뢰하는 방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얼마 전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회장인 권오수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문제는 김 여사의 여러 의혹이 터져 나오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로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자 본회의서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 합의했다. 참고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여사에 대해 서면조사만 진행하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해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정의당과 민주당을 두고 “쌍특검과 노란봉투법의 야합”으로 규정하는 등 쌍특검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총선에
악영향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두 특검 모두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무한정 확대할 수 있고, 검찰이 수사 중인 대장동 개발 사건 등을 특검이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이 경우 민주당 이 대표의 방탄 특검법이 된다는 논리다. 

김건희 특검법 역시 난색을 드러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2년간 친문(친 문재인) 성향 검사들이 수사한 뒤 범죄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던 사건인데, 김 여사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을 아예 ‘김 여사 스토킹법’이라고 규정했다. 

본회의 직전까지 막판 협상을 벌이기도 했으나 여야의 거리는 도무지 좁혀지지 않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 의원의 과반(150명)이 찬성한 안건은 패스트트랙 지정 대상 안건으로 정할 수 있다. 요구안이 국회의장에게 전달되면 무기명 투표로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를 표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서 쌍특검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전체 국회의원 중 3/5인 180명의 찬성이 필요했다. 이미 민주당, 정의당을 비롯해 무소속 의원 등 총 182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수적으로 열세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본회의장 입·퇴장을 반복하는 모습밖에 보여줄 수 없었다. 


이제는 법제사법위원회가 180일 이내 심사 및 합의를 진행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바로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이후 60일 안에 심사를 마쳐야 하고, 올해 12월 말에는 본회의 표결 단계를 거친다.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바로 가결된다. 

이미 50억 클럽 특검법은 지난달 11일 법안심사제1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180일 내에 법사위 의결이 없으면 소위가 의결한 대안이 본회의서 처리될 수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법사위에 상정되지는 않았다. 이 역시 국민의힘에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 180일 내로 법사위서 의결하지 않으면 민주당과 정의당이 수정안을 마련해 본회의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쌍특검의 국민적 지지는 압도적인 편이다. 50억 클럽 특검법을 지지하는 여론은 70%가 넘고,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60%에 달한다. 

심해질
대립구도

민주당을 비롯한 정의당, 소수 야당들은 내년 차기 총선을 앞두고 쌍특검법을 호재로 여긴 모양새다. 문제는 쌍특검을 추진한 쪽도, 반대하는 쪽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여당의 경우에는 윤 대통령, 김 여사 방탄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현재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대선 직후보다 더 떨어져 있다. 


중도층은 줄줄이 빠져나갔고, 텃밭 지지층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미 당정일체의 영향으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지지율과 맞물려 동반하락 중이다. ‘송영길 돈봉투 살포’라는 민주당에 악재가 생겼으나 자신들 쪽으로 지지세를 거둬들이지도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는 간호법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관측이 많다. 이미 윤 대통령은 한 차례 양곡관리법 거부권 사용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부쩍 민생에 더 다가가려는 입장을 취하고는 있으나 딱히 효과가 없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특검 출범과 차기 총선과의 관계다. 현재 속도로 쌍특검법이 진행될 경우, 총선 직전에 결과까지 낼 수 있는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특검의 활동 시기 출범 등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최소한 총선 전, 국민의힘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초반만 해도 쌍특검 추진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쌍특검을 추진한다고 해도 민주당과 정의당에도 일부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은 지금까지도 이 대표 방탄 프레임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특히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 방탄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앞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50억 클럽법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조 의원은 “몸통이 있어 꼬리가 있다. 해당 특검은 대장동 게이트라는 큰 그림을 빼고 생각할 수 없다”며 “특검이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특혜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앞으로도 존재감 발휘해야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방탄 프레임

조 의원에 따르면 이미 전문가들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법사위와 법원행정처, 법무부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돼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50억 클럽 특검 출범 시 이 대표를 물고 늘어질 게 뻔하다. 또 돈봉투 논란을 가리기 위해 추진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여전하다. 단순히 민주당도 호재로 여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현재 이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여러 개로 이 중 배임,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이를 고리로 벌써부터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서 수사하지 않았다”며 다시 전임 정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은 본회의서 “이재명 지키기 특검법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손잡은 정의당에도 문제는 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차기 총선서 과연 생존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 섞인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정의당이 민주당과 손잡는 것을 주저한 이유기도 하다. 최근 정의당은 정의당만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쌍특검을 추진하면서 다시 민주당 손을 잡아 민주당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에 휩싸이게 됐다. 긍정적인 점은 정의당이 협상서 다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온 점이다. 정의당이 이토록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이유는 차기 총선서 생존을 위해서다. 앞서 정의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지기도 했었다.

최소한 이번 쌍특검만큼은 그동안 사라졌던 존재감을 발휘했던 셈이다. 실제로 정의당의 협조가 없었더라면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정의당이 오랜 기간 공들여왔던 노란봉투법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느냐다. 국민의힘은 이를 고리로 “민주당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정의당은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존재감이 커져야만 차기 총선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모두에게
양날의 검

한 정치권 관계자는 “특검법은 세 당 모두에게 득실이 존재한다. 민주당은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키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이 다시 커지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정의당이 이번에는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발휘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국민의힘도 무조건 방어한다는 입장만 강조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뇌관’ 노란봉투법 드라이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이 최근 국회 본회의서 직회부 요건을 달성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강행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상 사용자와 노동자 등의 정의를 확대해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혀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려는 게 골자다. 

야권은 직회부를 통해 노란봉투법을 5월 내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야권의 검은 뒷거래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월 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환노위를 통과했다.

법사위서 60일 이상 계류된 탓에 지난달 22일 직회부 요건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런 탓에 민주당, 정의당과 국민의힘의 대립이 한층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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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