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곡 살인 무기징역 이은해 검찰 ‘부실 공소장’ 의혹

인정 못 받은 ‘직접 살인’ 상고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계곡 살인사건’으로 1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은해가 2심서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통한 직접 살인은 이번에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간 검찰에 여러 차례 공소장 변경을 언급했다. 최근 선고공판 직전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직접 살인 입증에만 몰두하던 검찰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가평계곡 살인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지난달 26일에 있었다. 살인·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은해는 동종 전과가 없었으나 잔혹성이 인정돼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법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이은해 측 변호인은 억울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한다. 검찰이 내민 정황상 간접 증거에 의한 비상식적 판결이라는 주장이다.

인정된 범행
잔혹성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원종찬·박원철·이의영 부장판사)는 살인·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은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연남이자 공범인 조현수도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보험금 8억원을 노려 두 차례 살인미수와 살인을 저질러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양심의 가책 없이 보험금을 청구했으며 유족 피해 해소도 전혀 없었고 도주하는 등 정황도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은해는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30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물에 빠지게 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9년 2월과 5월,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2심 재판의 쟁점은 살인이 가스라이팅에 의한 직접(작위) 살인 여부였다. 1심은 직접 살인이 아니라 물에 빠진 피해자를 일부러 구하지 않은 간접(부작위) 살인이라고 봤다. 검찰은 이은해가 윤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가스라이팅을 통해 구조장비 없이 4m 높이 바위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뛰어들게 했다며 직접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상황에는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를 ‘부작위’라고 한다. 통상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됐을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높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이은해 사이의 심리적 주종 관계 형성과 관련해 가스라이팅 요소가 있다고는 판단하지만 지배했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가스라이팅이 주로 경제적인 영역서 이뤄졌을 뿐 다른 영역에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살인미수나 보험사기 등 혐의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2019년 윤씨 사망 당시 가평경찰서가 혐의점을 찾지 못해 단순 변사사건으로 내사 종결됐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일산 서부경찰서가 재수사에 착수해 이은해와 조현수를 살인·보험사기 미수 혐의로 2020년 인천지검에 송치했다. 이들은 2021년 12월 검찰의 첫 소환조사를 받은 뒤 잠적했고, 공개수배 끝에 지난해 4월16일 경기도 고양서 검거됐다.

이들은 윤씨의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윤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스라이팅’ 인정 안 돼…유례도 없어
원심 유지…조현수 전 연인 핵심 진술


이은해는 보험사가 부당하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2020년 소송을 제기했고, 지금까지 취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6월 변론기일을 연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박준민 부장판사)는 형사재판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취지로 다음 기일을 잡지 않았다.

윤씨의 매부는 선고 뒤 취재진과 만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선량한 서민이 범죄자에게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는데, 가슴 아픈 일이 다시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은해가 보험금 소송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아직도 금전에 대한 미련이 많은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박준민 부장판사)는 이은해가 S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한 8억원의 생명보험금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은해는 조현수와 범행 이후 윤씨 명의로 가입한 생명보험금 8억원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기를 의심한 S 생명보험사 측으로부터 지급을 거절당했다.

S 생명보험사 측은 이은해가 나이와 소득에 비해 생명보험 납입액수가 큰 점, 보험 수익자가 법정상속인이 아니라 이은해인 점 등을 의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은해는 현재 살인 혐의뿐만 아니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 혐의도 적용받은 상태다.

국내 판례에서는 지금껏 손도 대지 않고 사람이 살해된 바 없다. 이번 선고공판서 직접살인이 인정됐다면 유례없는 판결이었을 수 있었다. 재판부가 검찰에 여러 차례 공소장 변경을 언급한 것도 그 이유다. 그만큼 검찰이 직접살인을 고집한 게 재판부의 어깨를 무겁게 해왔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은 지난해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가 진행한 13번째 심리서 이은해에 대한 공소장을 바꾼 바 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도 염두에 두라”는 재판부의 요구 때문이었다.

수차례
공소장 변경

<일요시사>가 입수한 ‘계곡 살인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2019년 6월30일 가평 용소계곡서 피해자 윤씨가 계곡물에 빠진 뒤 이은해 등이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살인 계획에 따라 피해자가 물에 뛰어든 직후 허우적대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은해는 위 계곡의 모래톱에 구명조끼가 3벌 있었고, 조현수에게 튜브가 있어 즉각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동행한)A씨에게 이은해는 구명튜브를 가지러 가자고 유인했다. 계곡서 약 58m 떨어진 곳에 비치된 구명튜브를 가지러 가는 방법으로 현장서 이탈시켜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적기에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현수에 대해선 “피해자와 약 5m 거리서 튜브를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피해자에게 튜브를 던져주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물속에 잠겼음에도 즉시 피해자가 빠진 위치 인근으로 다가가 물에 잠긴 피해자를 수색해 물 밖으로 인도하는 등의 구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하지 않았다. 혐의는 유지하되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한 것이다. 쉽게 말해 작위적 요소와 부작위적 요소가 결합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볼 땐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지난달 말에도 공소장을 변경했다. 피고인들이 주고받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바탕으로 범행 일시와 방법 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1심서 이은해와 정모씨가 인근서 사온 복어와 부산물 등을 넣은 매운탕을 먹였다고 밝힌 바 있다.

진술 신빙성에 문제
수상스포츠 곧잘 즐겨

해당 공소장에는 이들은 2019년 2월 강원도 양양군의 한 펜션서 미리 사둔 복어 1마리를 남겨놓고 남편에게 술을 마시도록 했다고 적시됐다. 그러나 윤씨가 거부하자 한 가게서 복어와 부산물을 추가로 구매했다. 이은해와 정씨는 남겨놨던 복어 및 부산물을 넣고 끓여 남편에게만 먹였다.

검찰은 이 정황이 직접살인의 증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은해 측 변호인은 텔레그램 내용 자체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은해 측 변호인은 “텔레그램상에도 복어를 손질받아왔고 피와 독성이 있는 부위도 구해오지 않았다. 독이 없는 복어로 매운탕을 끓인 것이지 윤씨를 죽이려 했던 게 아니다. 이은해 등의 주된 목적은 위자료 계획에 따라 윤씨가 술을 많이 먹도록 유도해 타 여자에게 실수하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은해 측 변호인은 ‘키맨’이자 조현수와 연인 관계였던 증인 김모씨의 진술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씨는 사건 당시 이은해의 살인이 계획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본 이후 ‘이은해가 살인을 하려 했다’고 여기게 됐다는 게 검찰 진술 내용이다.


다른 증인은 “윤씨가 빠지서 물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싫어할 정도로 물을 무서워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는 “윤씨가 이은해에게 ‘물에 들어가기 싫어, 물놀이 기구 안 탄다’고 말했으나 이은해가 윤씨에게 화를 내며 ‘그럼 내가 탈 것’이라고 해 윤씨가 바나나보트를 탄 것”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주장은 윤씨가 수영을 못 한다고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진술이 됐다. 그러나 실제 윤씨는 김씨와 빠지에 자주 갔고 웨이크보드를 타고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교육을 받았었다. 물에 대한 공포심이 심해 물에만 들어가면 경직된다는 말과 달리 수상스포츠를 곧잘 즐겼다는 주변인들의 증언도 존재한다.

재판부 여러 차례 공소장 변경 언급
정황상 간접증거 의한 비상식 판결?

이은해 측 변호인은 “원심서부터 17회의 공판을 거치면서 정황 증거일 뿐 허구성이 존재한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밀복의 독이 있는 내장을 이용해 윤씨를 독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난처럼 이어진 텔레그램 내용만 있다”며 “실제로 복어를 구입했는지, 어디서 구입했는지, 복어의 독이 있는 내장은 구했는지, 그 내장으로 실제 매운탕을 끓여서 윤씨에게 먹였는지에 대해 어떠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피고인들이 낚시터에서 윤씨를 밀어 죽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김씨의 진술만 있었을 뿐이다. 김씨는 이은해가 윤씨를 미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조현수가 물속에서 윤씨를 가라앉히려 시도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은해 측 변호인은 2심 판단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상고는 항소심의 판결, 즉 제2심판결에 대한 불복신청이다. 제1심판결에 대해서도 이른바 비약 상고가 인정돼 예외적으로 제1심판결에 대한 상고도 포함된다.

상고심의 관할권을 가지는 법원은 어떤 경우에도 대법원이며, 그 제기 기간은 항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7일이다. 상고도 상소의 일종이므로 당사자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지만, 상고심의 주된 사명은 하급법원의 법령해석·적용의 통일을 기한다.

상고는 최종심이므로 상고심의 재판에 대해서는 다시 상소의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현행법원은 신중을 기하는 의미서 ‘판결의 정정’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상고심도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사후심으로서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상고심의 절차에 관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

검찰도 직접살인을 인정받으려 상고에 임할지는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상고에 임한다 해도 판결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체성 없는
간접 정황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2심서 유죄가 나온 사건이 대법원서 뒤집힐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결정적 증거가 없다면 불가능에 가깝다”며 “현재까지 채택된 증거만으로는 원심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정황 및 간접증거라고 해도 대법원 판단은 법률심이다. 법률에 반박할 수 있는 물증이 없다면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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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