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천 드러나는 당정 일체의 한계

대통령 지키다 민심 다 잃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의 컨벤션 효과가 시작과 동시에 끝났다. 지도부의 존재감도 크지 않다. 끓여보겠다는 연포탕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친윤 일색’이다. 지지율에 민심이 반영되자, 곧바로 하락하는 추세다.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인 모양새지만 이마저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과 정부가 하나가 되려는 자세만 보인 탓이다. 

대통령실에서 밀어준 덕분에 김기현 당 대표는 과반을 넘겨 승리를 가져갔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에도 당정일체가 필요하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본격적으로 당정 일체가 시작되자, 지도부는 한 달에 두 번 만남을 가지며 운명공동체격으로 당과 정부가 하나가 될 모습이다. 과거 김영삼정부 이후 20년 만의 부활이다. 사실상 윤석열정부의 정책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다. 

벌써 끝난
컨벤션 효과

첫 만남에서는 윤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3대 개혁에도 발을 맞춘다. 이 중 특히 노동개혁에 가장 힘을 쏟고 있다. 김 대표는 민·당·정 협의회서 “3대 구조개혁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가적 과제”라고까지 강조했다. 

단순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정책들도 윤정부와 궤를 함께해 여론의 반응을 살폈다. 문제는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노동정책의 문제와 함께 검토한 출산 대책도 여론의 공분을 샀다. 아이 3명을 낳으면 군 면제를 하겠다는 정책이었다.

쉽게 말해 20대 남성에게 아이 3명이 있으면 군대에 가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는 대학 졸업 후 4년 안에 아이를 셋 낳아야 가능한 만큼 현실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렇듯 대통령실이 여러 실책을 저질러도 당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당정일체는 표면상으로는 당과 정부가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게 목표였다. 

해당 정책의 기저에는 윤정부가 설정한 방향을 수정하거나, 우려를 표할 수 없다는 게 깔려 있다. 사실상 대통령의 그늘에 당이 가려지는 셈이다. 당만의 목소리는 실종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당대회에서는 당정일체론이 통할 수밖에 없었다. 지지율 한 자릿수에 그쳤던 인물이 윤 대통령의 영향력으로 당선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조직적인 면에서는 친윤으로 완벽함을 이뤘다.

친윤(친 윤석열) 핵심 세력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이 사무총장에, 이 의원을 보좌하는 전략 부총장, 조직 부총장에는 각각 친윤으로 분류된 박성민, 배현진 의원이 임명됐다. 대변인단도 유상범·강민국 의원 등 친윤 색채가 짙은 인물 위주로 구성됐다는 평가다.

정책위의장 역시 박대출 의원이, 여의도 연구원장에는 박수영 의원을 배치했다.

이 같은 인사는 조직 결속 부분에서는 상당한 이점을 가져갈 수 있어 보인다. 다만 전당대회 기간에도 주인공이 당 대표가 아닌, 윤 대통령이 됐다는 부분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고 당 대표의 존재감은 한 달도 안 돼 사라져버렸다.

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에 역전을 허용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층의 지지세가 심각하게 낮다는 점이다. 과거 새누리당 시절만큼의 지지율이 나올 정도다. 

빠른 속도로 함께 추락하는 중
청년 지지율 순식간에 빠져나가

새누리당 시절에도 보수당은 청년 일자리, 모바일 정당 등의 2030 대책을 내놨으나 실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예 다시 과거 행보를 반복하는 수준이라는 불만도 있다. 청년 세대는 캐스팅 보트로 불린다. 중도층이 많은 청년 특성상 이들의 마음을 살 수 있어야 차기 총선서 유리해진다. 실제로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당수’였던 이준석 전 대표 체제하에서는 청년의 니즈를 잘 파악해왔다.

이 전 대표의 여의도 문법 탈피, 새로운 시도 등이 잘 먹혀들어가면서 2030세대들이 앞다퉈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도 했다. 청년들이 단순히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호감 때문에 국민의힘을 지지한 게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 지도부는 이준석계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김 대표는 “천하람 위원장은 말할 것도 없이 당협위원장”이라며 “당연히 함께 가야 한다”고 손을 내밀었다. 

이는 전대 직후 이별을 암시했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전대가 끝난 직후에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함께 가기 어렵다는 발언과는 상반돼서다. 하지만, 이준석계는 쉽게 화해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의 청년층 지지세는 다른 연령대보다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선 기간에는 청년층이 국민의힘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왔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30대층이 국민의힘으로 옮겨갔으나, 최근 잇따른 실책에 빠르게 이탈 중이다. 

69시간근무제 논란, 일본과의 관계 등이 이유다. 급해진 당 지도부는 MZ 노조와의 치맥 회동, 1000원 학식 확대 등으로 뿔난 청년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정책에 빠른 속도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당에서 요청하자마자, 대통령실에서도 바로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비판이 나온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대학들과는 달리 지방대학들은 재정 확보가 어려운 상태라는 점 때문이다.

시작부터
엇박자

정치권에서는 추후 국민의힘을 향한 청년층 지지가 더욱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자, 청년 표심이 간절한 국민의힘은 청년을 전진 배치시키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책위원회에 청년부의장 자리를 새로 만들어 정책위 내 각 상임위 현안을 조정하는 정책조정위원회별로 청년 부위원장을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청년층과 함께 당 정책을 개발하고, 표심을 끌어오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정작 청년층에선 시큰둥한 반응이다. 오히려 장외에 있는 이 전 대표에게 시선이 쏠린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장외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모양새다.

지도부를 향한 공격도 더욱 거세졌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가 정상적으로 집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치 지형상 본인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에 올라탄 뒤, 대통령이 밀어 당 대표가 돼 애매한 이야기를 한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순천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할 예정이다. 비단, 청년층뿐 아니라 민심 자체를 노리는 것이다. 이미 전대서부터 민심을 차곡차곡 다져왔고, 반 민주당 세력을 따로 꾸리고 있다. 노선도 당내 공격보다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는 쪽으로 바꿨다. 지도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당정 일체만 챙기다가 민주당 견제에 느슨함을 보이기도 한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이슈들로 정부여당과 윤정부를 공격한다.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공식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으며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즉각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오히려 농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판단을 잠시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런 지점을 계속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방어하는 태도를 취할수록 상황이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사실상 국민의힘과 윤정부의 공동노선이 민주당에게 큰 이득인 셈이다. 애써 여러 번 공격할 필요 없이 한 번만 공격해도 동시에 둘을 타격하고, 국민의힘에게 끊임없이 부담을 실어주려는 행보다. 

같이 죽자고?
손 잡고 하락

이처럼 정부여당과 윤정부의 엇박자가 자꾸 나오는 가운데,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이관섭 국정기획 수석이 혼선을 방지하고자 꺼내든 것이 바로 핫라인 카드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그립을 강하게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정의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겠다는 취지인데, 오히려 수직적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겠다며 청와대를 박차고 나간 뒤, 용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최근 당정일체론을 두고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진다. 당선 다음 날에는 “대통령은 당의 사무와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정의 분리 기조가 뚜렷했다. 

당정 일체론을 본격적으로 띄운 인물은 윤핵관의 핵심 중 한 명인 장제원 의원이다. 장 의원은 “당정이 충돌했을 때 부담이 됐다”며 “우리 역사가 증명한다”고 필요성을 언급했다. 친윤(친윤석열)계도 함께 뜻을 모았다. 비윤(비 윤석열)계는 당정일체론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당이 폭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벌써부터 당정 일체의 부작용이 심각한 편이다. 윤정부의 헛발질이 계속될수록 국민의힘도 위기가 지속된다. 

일심동체로 적극 방어에 나서고는 있지만 힘겨울 정도다. 대통령실의 책임 회피는 지금껏 자주 있던 일이다. 앞선 노동시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의 책임도 노동부에 떠넘겼다. 앞선 경우처럼 대통령실은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별개의 의견들이 나온다. 이런 식의 해결은 국민의힘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당정 일체론은 과거 정부서도 자주 꺼낸 카드다. 김대중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이 집권여당 총재를 겸했다. 당 인사와 재정 심지어 공천권까지 쥐고 흔들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의 당정 일체론은 권력이 대통령에 집중되는 등 여러 폐단을 낳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정 분리를 실시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정치권의 심한 견제를 받았던 데다 정부 여당이 분열의 길까지 들어섰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쉽지 않다는 예상 파다
승리 없이 자기 사람만 심기 목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런 모습을 지켜봤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 결국 당정 일체론을 줄곧 내세웠다.

이 전 대통령은 표면상으로는 당 대표를 맡지는 않았지만 공천, 인사 등으로 당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이명박정부 당시에는 친이(친 이명박)계의 득세 속에 친박(친 박근혜)계를 공천서 완전 배제하면서 공천 학살 논란이 일었다. 

내년 22대 총선은 윤정부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한 만큼 당정 일체론은 1년 뒤, 총선 승리 여부와도 직결된다.

현재까지의 상황대로라면,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차기 총선서 큰 희망을 걸기 어렵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당심이 곧 민심이라는 기조를 세웠기 때문이라는 것. 

현재의 민심으로는 윤 대통령 얼굴로 선거를 치른다고 해도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정가에선 총선서 대통령을 앞세우려면 50%가 넘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까지 떨어져 있다. 김 대표가 자신했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 60%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신 부정 평가는 60% 가깝게 나온다. 

일각에선 아예 국민의힘이 총선 승리에 욕심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할 바에 윤 대통령의 측근만 심으려는 계획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와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친윤 그룹이 당내 주류임은 확실하지만, 윤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불리는 인물은 몇 없다. 현재 윤 대통령은 서울서 지지율이 10%p 정도가 빠졌다. 

오히려
부작용

민심을 통틀어 지지세가 굳건한 지역은 TK(대구·경북) 뿐이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도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는다. 지지율 상승을 이뤄내지 못하면, 윤 대통령의 측근 심기는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만 한정될 수 있다. 당선 지역이 강남, 영남권에 한정된다는 소리다. 

한 정가 관계자는 “당정 일체가 잘 이뤄지면 신속하게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대통령실의 입장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당 지도부는 ‘아니다’라는 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외연 확장과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당정일체? 막가는 김재원

김재원 수석 최고위원이 또 실책을 저질렀다. 앞서 김 위원은 전광훈 목사를 찬양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발언은 즉시 여론에 뭇매를 맞았는데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징계 목소리까지 나온다.

김기현 대표가 경고하긴 했지만 당 지도부는 김 위원을 징계하지 않을 예정이다. 본인이 사과했다는 게 이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같은 친윤이기 때문에 징계 등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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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