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드리우는 조국 그림자

‘나도 그처럼?’ 바람 앞 등불 신세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으며 ‘조국 사태’는 일가의 구속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유죄를 선고받은 조 전 장관 뒤에서 숨죽이며 눈치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벌써 “죽은 조국이 산 이재명을 잡고 있다”는 무서운 소문까지 돌고 있다.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계가 문 전 대통령을 내세워 만든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출범한 이후 모든 선거에서 이겨왔다. 출범 직후 치른 2016년 총선에서 123석을 확보해 원내 1당을 차지했고, 2020년 총선에서는 총 180석을 확보해 거대 여당으로 자리 잡았다. ‘장미 대선’으로 불렸던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정권을 되찾아왔다.

이미
정해진 길?

민주당은 이 기세를 몰아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승리했다. 16개의 광역단체장 자리 중 14개를 가져왔고, 기초단체장 자리도 151석을 확보했다. 지방의회에서도 민주당 지방의원 대부분이 과반 이상을 차지해 압도적 승리를 이뤄냈다.

중앙권력과 지방권력, 의회권력까지 모두 휩쓴 민주당은 지난 7년간 한국서 가장 인기있는 정당으로 거듭났었다.

그런 민주당의 전성기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정부 임기 말부터다. 문 전 대통령의 개인 지지율은 임기 말에도 40%에 육박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민주당의 인기는 이때부터 조용히 빠지고 있었다. 


문정부 출범 당시 압도적이었던 민주당 지지율은 점점 국민의힘에 따라잡히기 시작했고, 제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닥칠 무렵엔 수차례나 국민의힘에 역전을 허용했다. 계속해서 국민의힘에게 ‘지는’ 결과를 받아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세우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을 윤석열정부에 넘겨주게 됐다.

대선 후 얼마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대부분의 광역단체장 자리를 내줬고,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숫자에서도 역시 크게 밀리며 ‘총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민주당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정계 관계자들은 민주당의 부진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문정부 4년간 서울 집값은 약 15% 올랐고,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전체 집값은 약 17% 올랐다.

그러나 부동산원이 정부 산하 조직인 만큼, 집값 상승률을 너무 보수적으로 조사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민간조사기관인 KB통계에 따르면, 서울 전체 집값 상승률은 약 35%로 집계됐고,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집거래 중 집값이 두 배 이상 오른 채로 거래된 곳도 허다했다. 국민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집값 상승률이 문정부가 우려했던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끼리 공공연하게 떠들었던 말은 “권력을 민주당에 몰아줬더니 돌아오는 건 집값 상승 뿐이더라”였고, 국민의힘에선 이 프레임을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


민주당 패착 원인으로 ‘조국 사태’ 거론
조 전 장관, 1심 실형 선고로 다시 각인

부동산정책 실패와 더불어 정계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민주당의 패착은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비리 대응이었다.

대선 당시 만난 국민의힘 청년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도덕적이고 정의롭다’는 항간의 인식을 스스로 내려놨다. 지난 5년간 무능한 정부였던 점은 참아도 저런 내로남불은 참을 수가 없었다”고 국민의힘 지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청년세대들이 민주당에 날선 비판을 가하는 주된 이유는 이른바 ‘조국 사태’ 때문이다. 조국 일가가 저지른 입시 비리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민주당으로부터 마음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

문정부의 ‘황태자’라 불렸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임기 초반부터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임기 초,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발탁돼 문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필했다. 

그는 20만개 이상의 동의를 받은 글에 민정비서관이 직접 대답하는 이른바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에 매번 등장하며 본인의 이름을 국민에게 알렸다. 당시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사실상 문 전 대통령이 ‘문정부의 간판’으로 조 전 장관을 키우는 것이라고 인식했다.

‘검찰개혁’을 국정사업으로 인식하던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적임자’라고 지켜세우며 장관직으로 임명할 것이라 공식적으로 밝혔고, 절차에 따라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 전 대통령은 별 무리 없이 그가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국 가족을 둘러싼 각종 비리들이 터져나온 것이다. 조 전 장관 본인이 연루된 사모펀드, 웅동학원 위장 소송 등이 거론됐고, 동생 부부의 위장 이혼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건 요청안 공개일로부터 며칠이 지난 시점에 불거진 그의 딸 조민씨의 부정 입학, 부정 장학금 수령 의혹이었다. 부정 입학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조씨는 한영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합부를 졸업한 뒤,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 

국민의힘은 조씨가 세 학교를 입학하는 과정에서 모두 시험을 치르지 않은 ‘무시험 전형’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한영외고 입학에는 ‘정원 외 귀국자’ 전형으로, 고려대 입학엔 의학 논문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리는 등의 방법을 활용한 ‘세계선도인재’ 전형으로, 부산 의전원 입학에선 의학교육 입문검사(MEET)가 없는 면접 전형으로 입학했다는 것이었다.

한 방에 
훅 갔다


조 전 장관 측은 해당 의혹들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조씨가 합당한 방법으로 입시를 치렀다고 반박했다. 한영외고 입시에서는 정당한 과정을 치렀고, 고대 입시에서도 의학 논문이 반영되지 않았고, 이는 부산 의전원 입학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해당 의혹을 취재한 언론 매체들은 끊임없이 조씨의 허위 스펙을 파고들었고, 여러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며 조씨 일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결국 검찰은 해당 의혹들을 취합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를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월 재판서 대법원은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는 업무방해와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에서 정 교수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면서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약 1000만원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도 지난 3일, 1심서 징역 2년형과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는 조 전 장관이 조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서 허위 공문 작성, 업무방해, 사문서 위조 등의 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법정 구속을 피한 조 전 장관은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혐의 중 8~9개 정도가 무죄로 판결났다”며 “이 점에 대해 재판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법조인’이 ‘자녀 입시 부정 범죄자’로 바뀌는 데 꼬박 4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조국 일가뿐만 아니라 문정부와 민주당은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다. 


학교서 청년들에게 공정과 정의를 가르치던 조 전 장관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중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번 재판 결과를 지켜본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본인의 SNS 등으로 부패한 정치인들을 비판해오던 장본인이 사실은 그들과 다를 게 없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라며 “조 전 장관뿐 아니라 문정부, 민주당 진영 전체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야권 전체가 조 전 장관과 동일시되는 이유는 그와 ‘정의’를 함께 외치던 민주당 진영 전체가 그를 구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속속 제기되자 민주당은 발벗고 ‘조국 지키기’에 뛰어들었다. 검찰개혁을 시행하려 하자 여권서 악의적인 공격을 해댄다는 게 당시 민주당의 논리였다.

흥망성쇠
학습효과 

조국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질 때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본 조국 전 장관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에 빚을 졌다”며 “이제는(조 전 장관이 추진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이 다 통과됐으니 조 전 장관을 놓아달라”고 그를 옹호했다.

심지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 가족을 ‘안중근’에 빗대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2021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조국을 묻어두자고 하면 뭐하러 정치하고 촛불 광장에 나왔던 것이냐”며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일본 재판관의 재판을 받아 테러리스트가 돼 사형 집행을 당했는데, 그렇게 끝났으니 일본의 지배를 받아들이고 협조하자는 얘기나 똑같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 추 전 장관 외 많은 친문 의원들들도 조 전 장관을 공격할 때마다 그를 옹호하면서 악의적인 정치쇼라고 주장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이때 민주당이 조 전 장관을 버리지 못한 것에 큰 패착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한겨레>는 ‘민주당의 최대 패착’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바 있다. 조사 대상은 정치·사회학자와 평론가, 시민사회와 법조계 인사 20명이었다.

이들 중 과반이 넘는 12명은 민주당의 패배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들었다. 응답자들은 민주당의 실패의 시작이 ‘조국 사태’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그 이후에 이어진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논리가 기름을 끼얹었다고 평가했다.

조사에 참여한 김만권 경희대 교수는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은 조국 사태였다”며 “가족이 어떻게 계급 재생산, 권력 재생산의 철저한 기반이 되는지 대중에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른 참여자인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더한다는 인식을 퍼뜨린 계기”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패착의 원인은 현재 민주당 현역 의원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 조국 사태 때 그를 옹호했던 현역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당시에 높았던 문정부의 지지율에 취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조 전 장관을 옹호한 것을 후회하지 않으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로남불식 민주당 감싸기 이번에도?
현역 의원 “조 트라우마가 이 잡을 것”

이어 “나뿐만 아니라 여러 동료 의원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민주당이 더 이상 쇄락의 길로 빠지지 않게 국민의 마음을 더 면밀히 지켜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 대표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의원 중 이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이들이 더러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조 전 장관에 유죄를 선고하며 여론이 한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대중은 이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 대표의 상황도 조 전 장관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의혹이 제기되며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던 조 전 장관처럼 이 대표는 연일 검찰에 출석하며 언론과 대중의 질타를 받고 있다. 아직 혐의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그는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며 민주당과 동일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조 전 장관과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민주당 인사들이 그를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다. 친명(친 이재명)계 몇몇을 제외한 민주당 의원들과 원로들은 조국 사태 때처럼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다.

한 친문계 의원은 <일요시사>에 “조 전 장관 사건 당시 발벗고 나섰던 의원들 중 상당수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직접 질책을 받기도 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잘못된 전략이었다고 이미 결론 낸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조 전 장관 재판 이후)요즘 당내서 ‘조국이 이재명을 잡고 있다’는 소문도 들어봤다. 오히려 조 전 장관 때의 트라우마가 없었다면 이 대표를 더 적극적으로 도왔을 의원도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일 검찰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서고 있는 이 대표를 의원들이 발 벗고 도와주지 못한다는 내부 목소리다. 조국 사태 때처럼 이 대표의 개인 비리를 당 차원서 도와준다면 지난해 대선과 지선처럼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란 두려움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개인 비리라고 치부해 (도움을)꺼려하는 분위기인 것을 안다”며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경우도 그렇고, 이것은 야권 전체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탄압이다. 조국 사태 때와는 본질적으로 사안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조 전 장관 건은 ‘물리적 증거’가 더러 나온 상황이고 이 대표 건은 다 ‘말’뿐인 상황서 검찰이 무리하게 망신만 주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이 공정함을 내세우려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질적으로
사안 다르다”

조국 학습효과가 내재된 민주당은 현재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구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그가 각종 혐의점들로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민심을 크게 잃었던 과거를 되풀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가 조 전 장관의 길을 걷게 될지, 또 걷게 된다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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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