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드리우는 조국 그림자

‘나도 그처럼?’ 바람 앞 등불 신세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으며 ‘조국 사태’는 일가의 구속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유죄를 선고받은 조 전 장관 뒤에서 숨죽이며 눈치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벌써 “죽은 조국이 산 이재명을 잡고 있다”는 무서운 소문까지 돌고 있다.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계가 문 전 대통령을 내세워 만든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출범한 이후 모든 선거에서 이겨왔다. 출범 직후 치른 2016년 총선에서 123석을 확보해 원내 1당을 차지했고, 2020년 총선에서는 총 180석을 확보해 거대 여당으로 자리 잡았다. ‘장미 대선’으로 불렸던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정권을 되찾아왔다.

이미
정해진 길?

민주당은 이 기세를 몰아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승리했다. 16개의 광역단체장 자리 중 14개를 가져왔고, 기초단체장 자리도 151석을 확보했다. 지방의회에서도 민주당 지방의원 대부분이 과반 이상을 차지해 압도적 승리를 이뤄냈다.

중앙권력과 지방권력, 의회권력까지 모두 휩쓴 민주당은 지난 7년간 한국서 가장 인기있는 정당으로 거듭났었다.

그런 민주당의 전성기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정부 임기 말부터다. 문 전 대통령의 개인 지지율은 임기 말에도 40%에 육박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민주당의 인기는 이때부터 조용히 빠지고 있었다. 


문정부 출범 당시 압도적이었던 민주당 지지율은 점점 국민의힘에 따라잡히기 시작했고, 제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닥칠 무렵엔 수차례나 국민의힘에 역전을 허용했다. 계속해서 국민의힘에게 ‘지는’ 결과를 받아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세우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을 윤석열정부에 넘겨주게 됐다.

대선 후 얼마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대부분의 광역단체장 자리를 내줬고,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숫자에서도 역시 크게 밀리며 ‘총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민주당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정계 관계자들은 민주당의 부진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문정부 4년간 서울 집값은 약 15% 올랐고,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전체 집값은 약 17% 올랐다.

그러나 부동산원이 정부 산하 조직인 만큼, 집값 상승률을 너무 보수적으로 조사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민간조사기관인 KB통계에 따르면, 서울 전체 집값 상승률은 약 35%로 집계됐고,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집거래 중 집값이 두 배 이상 오른 채로 거래된 곳도 허다했다. 국민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집값 상승률이 문정부가 우려했던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끼리 공공연하게 떠들었던 말은 “권력을 민주당에 몰아줬더니 돌아오는 건 집값 상승 뿐이더라”였고, 국민의힘에선 이 프레임을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


민주당 패착 원인으로 ‘조국 사태’ 거론
조 전 장관, 1심 실형 선고로 다시 각인

부동산정책 실패와 더불어 정계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민주당의 패착은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비리 대응이었다.

대선 당시 만난 국민의힘 청년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도덕적이고 정의롭다’는 항간의 인식을 스스로 내려놨다. 지난 5년간 무능한 정부였던 점은 참아도 저런 내로남불은 참을 수가 없었다”고 국민의힘 지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청년세대들이 민주당에 날선 비판을 가하는 주된 이유는 이른바 ‘조국 사태’ 때문이다. 조국 일가가 저지른 입시 비리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민주당으로부터 마음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

문정부의 ‘황태자’라 불렸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임기 초반부터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임기 초,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발탁돼 문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필했다. 

그는 20만개 이상의 동의를 받은 글에 민정비서관이 직접 대답하는 이른바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에 매번 등장하며 본인의 이름을 국민에게 알렸다. 당시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사실상 문 전 대통령이 ‘문정부의 간판’으로 조 전 장관을 키우는 것이라고 인식했다.

‘검찰개혁’을 국정사업으로 인식하던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적임자’라고 지켜세우며 장관직으로 임명할 것이라 공식적으로 밝혔고, 절차에 따라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 전 대통령은 별 무리 없이 그가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국 가족을 둘러싼 각종 비리들이 터져나온 것이다. 조 전 장관 본인이 연루된 사모펀드, 웅동학원 위장 소송 등이 거론됐고, 동생 부부의 위장 이혼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건 요청안 공개일로부터 며칠이 지난 시점에 불거진 그의 딸 조민씨의 부정 입학, 부정 장학금 수령 의혹이었다. 부정 입학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조씨는 한영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합부를 졸업한 뒤,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 

국민의힘은 조씨가 세 학교를 입학하는 과정에서 모두 시험을 치르지 않은 ‘무시험 전형’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한영외고 입학에는 ‘정원 외 귀국자’ 전형으로, 고려대 입학엔 의학 논문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리는 등의 방법을 활용한 ‘세계선도인재’ 전형으로, 부산 의전원 입학에선 의학교육 입문검사(MEET)가 없는 면접 전형으로 입학했다는 것이었다.

한 방에 
훅 갔다


조 전 장관 측은 해당 의혹들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조씨가 합당한 방법으로 입시를 치렀다고 반박했다. 한영외고 입시에서는 정당한 과정을 치렀고, 고대 입시에서도 의학 논문이 반영되지 않았고, 이는 부산 의전원 입학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해당 의혹을 취재한 언론 매체들은 끊임없이 조씨의 허위 스펙을 파고들었고, 여러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며 조씨 일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결국 검찰은 해당 의혹들을 취합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를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월 재판서 대법원은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는 업무방해와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에서 정 교수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면서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약 1000만원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도 지난 3일, 1심서 징역 2년형과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는 조 전 장관이 조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서 허위 공문 작성, 업무방해, 사문서 위조 등의 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법정 구속을 피한 조 전 장관은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혐의 중 8~9개 정도가 무죄로 판결났다”며 “이 점에 대해 재판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법조인’이 ‘자녀 입시 부정 범죄자’로 바뀌는 데 꼬박 4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조국 일가뿐만 아니라 문정부와 민주당은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다. 


학교서 청년들에게 공정과 정의를 가르치던 조 전 장관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중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번 재판 결과를 지켜본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본인의 SNS 등으로 부패한 정치인들을 비판해오던 장본인이 사실은 그들과 다를 게 없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라며 “조 전 장관뿐 아니라 문정부, 민주당 진영 전체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야권 전체가 조 전 장관과 동일시되는 이유는 그와 ‘정의’를 함께 외치던 민주당 진영 전체가 그를 구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속속 제기되자 민주당은 발벗고 ‘조국 지키기’에 뛰어들었다. 검찰개혁을 시행하려 하자 여권서 악의적인 공격을 해댄다는 게 당시 민주당의 논리였다.

흥망성쇠
학습효과 

조국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질 때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본 조국 전 장관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에 빚을 졌다”며 “이제는(조 전 장관이 추진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이 다 통과됐으니 조 전 장관을 놓아달라”고 그를 옹호했다.

심지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 가족을 ‘안중근’에 빗대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2021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조국을 묻어두자고 하면 뭐하러 정치하고 촛불 광장에 나왔던 것이냐”며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일본 재판관의 재판을 받아 테러리스트가 돼 사형 집행을 당했는데, 그렇게 끝났으니 일본의 지배를 받아들이고 협조하자는 얘기나 똑같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 추 전 장관 외 많은 친문 의원들들도 조 전 장관을 공격할 때마다 그를 옹호하면서 악의적인 정치쇼라고 주장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이때 민주당이 조 전 장관을 버리지 못한 것에 큰 패착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한겨레>는 ‘민주당의 최대 패착’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바 있다. 조사 대상은 정치·사회학자와 평론가, 시민사회와 법조계 인사 20명이었다.

이들 중 과반이 넘는 12명은 민주당의 패배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들었다. 응답자들은 민주당의 실패의 시작이 ‘조국 사태’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그 이후에 이어진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논리가 기름을 끼얹었다고 평가했다.

조사에 참여한 김만권 경희대 교수는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은 조국 사태였다”며 “가족이 어떻게 계급 재생산, 권력 재생산의 철저한 기반이 되는지 대중에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른 참여자인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더한다는 인식을 퍼뜨린 계기”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패착의 원인은 현재 민주당 현역 의원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 조국 사태 때 그를 옹호했던 현역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당시에 높았던 문정부의 지지율에 취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조 전 장관을 옹호한 것을 후회하지 않으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로남불식 민주당 감싸기 이번에도?
현역 의원 “조 트라우마가 이 잡을 것”

이어 “나뿐만 아니라 여러 동료 의원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민주당이 더 이상 쇄락의 길로 빠지지 않게 국민의 마음을 더 면밀히 지켜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 대표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의원 중 이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이들이 더러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조 전 장관에 유죄를 선고하며 여론이 한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대중은 이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 대표의 상황도 조 전 장관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의혹이 제기되며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던 조 전 장관처럼 이 대표는 연일 검찰에 출석하며 언론과 대중의 질타를 받고 있다. 아직 혐의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그는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며 민주당과 동일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조 전 장관과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민주당 인사들이 그를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다. 친명(친 이재명)계 몇몇을 제외한 민주당 의원들과 원로들은 조국 사태 때처럼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다.

한 친문계 의원은 <일요시사>에 “조 전 장관 사건 당시 발벗고 나섰던 의원들 중 상당수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직접 질책을 받기도 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잘못된 전략이었다고 이미 결론 낸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조 전 장관 재판 이후)요즘 당내서 ‘조국이 이재명을 잡고 있다’는 소문도 들어봤다. 오히려 조 전 장관 때의 트라우마가 없었다면 이 대표를 더 적극적으로 도왔을 의원도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일 검찰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서고 있는 이 대표를 의원들이 발 벗고 도와주지 못한다는 내부 목소리다. 조국 사태 때처럼 이 대표의 개인 비리를 당 차원서 도와준다면 지난해 대선과 지선처럼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란 두려움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개인 비리라고 치부해 (도움을)꺼려하는 분위기인 것을 안다”며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경우도 그렇고, 이것은 야권 전체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탄압이다. 조국 사태 때와는 본질적으로 사안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조 전 장관 건은 ‘물리적 증거’가 더러 나온 상황이고 이 대표 건은 다 ‘말’뿐인 상황서 검찰이 무리하게 망신만 주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이 공정함을 내세우려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질적으로
사안 다르다”

조국 학습효과가 내재된 민주당은 현재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구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그가 각종 혐의점들로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민심을 크게 잃었던 과거를 되풀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가 조 전 장관의 길을 걷게 될지, 또 걷게 된다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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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