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혹’ 쌍방울 비선 실세 추적

“짠돌이 회장이 변호사비 대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입국했다. 1년 가까이 해외 도피를 이어갔으나 검찰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사실상 일부러 잡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전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를 부인하면서 검찰이 두 사람 간 확실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김 전 회장과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인물들은 회사 내 비선 실세가 따로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타인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맡기지 않는 ‘짠돌이’로 유명하다. 특히 경제 관련 지식이 얕다 보니 회사 경영과 자금흐름 등 조언을 해준 인물이 따로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보다 10살 어린 A씨다. 쌍방울 내에서 대장동을 설계한 정영학 회계사와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는 게 김 전 회장 측근들의 주장이다.

회장님
그림자

쌍방울그룹 실소유주인 김 전 회장은 전북 남원 출신으로 전주 지역을 연고로 활동하다 2000년대에 상경해 대부업을 시작했다. 주가조작 세력에게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자산을 키워온 김 전 회장은 2010년 위기를 겪던 쌍방울 인수에 성공했다.

이후 과거부터 깊은 친분을 유지해온 배상윤 KH그룹 회장과 거래를 이어왔다. 배 회장은 김 전 회장의 돈을 빌려 쌍방울을 인수하려 했으나 이를 갚지 못하고 지분을 대신 넘겼다. 쌍방울은 KH와 전환사채(CB)를 주고받으며 무자본 인수합병(M&A)을 상호 지원해왔다.

이 때문에 쌍방울 사업과는 관계없는 특장차 제조사와 연예기획사 등을 계열사로 끌어들이며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을 키운 이후 검사와 정치인 보좌관 출신 인사들을 쌍방울 본사 및 계열사 사외이사 또는 고문으로 대거 영입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이 향후 있을 검찰 수사에 대비해왔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화영 전 국회의원이 경기도 평화부지사 역임 시절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를 등에 업고 대북 사업까지 노렸다.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의 사업 목적에 해외자원 개발업을 신설하고 북한으로부터 희토류 등 북한 광물에 대한 사업권을 약정받은 것이다.

지난해 5월 말 쌍방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김 전 회장은 싱가포르로 도주했다. 호화로운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김 전 회장은 최근 태국 빠룸타니에 위치한 골프장에서 8개월 만에 양선길 회장과 함께 검거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24일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달 초 김 전 회장을 기소할 방침인 가운데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사실상 명절 휴가를 반납하고 김 전 회장을 둘러싼 각종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김 전 회장은 ▲4500억원 상당의 배임 및 수백억원에 이르는 횡령 ▲200억원 전환사채 허위 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500만달러(약 60억원) 대북 송금 의혹 ▲이 전 의원에 3억여원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임직원들에게 PC 교체 등 증거인멸 교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큰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타입”
김성태 오른팔 격…투자·자금흐름 등 책사 역할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계열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CB를 발행하고 이를 매각, 매입하면서 불법적인 자금흐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비자금이 대북 송금 또는 이 대표 변호사비로 쓰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 거액의 달러를 보낸 배경에 당시 경기도 사업과 연관성은 없는지 따져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북한 인사에게 500만달러(약 60억원)를 전달했는데, 그 이유를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또 ‘경기도가 주기로 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억원을 (쌍방울이)내달라’는 북한의 요구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기소 전까지 대북 송금의 정확한 배경을 밝혀낼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의 최측근들 사이에서는 김 전 회장이 사실상 일부러 잡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요시사>와 만난 김 전 회장의 최측근들은 그가 한 달에 여러개의 대포폰과 차명계좌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해왔다고 강조했다.

쌍방울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온 B씨는 “붙잡히기 전까지 김 전 회장과 연락한 적은 없지만 도피 과정에서 여러개의 대포폰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음만 먹으면 잡히지 않았을 양반”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과 수십년간 알고 지낸 C씨도 “이재명 대표 때문에 잡혀준 게 아닌 건 명확하다. 본인이 꾸려온 사업에 대한 문제점과 법적 리스크를 털 준비가 됐기 때문에 아무런 저항 없이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있는데 그게 사실이다. 둘이 아는 사이라는 것은 이름만 전해 들었다 정도이지, 소문이 난 것은 쌍방울 내에서 이 대표에게 줄을 대려한 인물들이 많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 측근들은 ‘쌍방울 비선 실세’로 불릴 만큼 회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쌍방울 내에서 대장동을 설계한 데 이어 검찰에 핵심 물증을 전달한 정영학 회계사와 비슷한 역할을 해온 인물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투자업계
인맥왕

A씨는 쌍방울 경영과 자금흐름·투자분석과 관련해 김 전 회장에게 조언하는 등 책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음지 출신인 김 전 회장에게 투자 관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게 김 전 회장 측근들의 주장이다.

무자본 M&A 대가로 소문난 A씨는 여러 코스닥 상장사에도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 유명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해외 증권사를 거쳐 금융투자업계에서 큰손으로 불릴 만큼 인정받은 인물이다.

김 전 회장 측근들의 말이 사실이었을까? A씨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지금까지 쌍방울과 KH와 연관된 인물들의 이름은 거의 다 나왔으나 A씨의 이름은 언론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자기관리가 굉장히 확실하다. 문제가 되지 않을 선까지만 투자하고 위험하다 싶으면 손을 떼는 성향”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A씨에게 쌍방울 투자와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유의미한 진술을 받아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이 여러번 조사받았다고 털어놓은 B씨는 “대부분의 인물이 구속 기소되거나 언론에 이름이 나왔다. A씨가 철저했거나 대장동 핵심 인물 중 유일하게 구속을 피한 정영학 회계사처럼 검찰과 거래를 하는 ‘플리바게닝’ 방법을 쓴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A씨의 이름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들여다봐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쌍방울 계열사인 비비안 100만주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언급이 되지 않을 정도다. 비비안은 쌍방울 핵심 계열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연루된 나승철 변호사와 이태형 변호사는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와 비비안의 사외이사직을 맡았었다.

일부러
잡혔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이 전 의원은 2017년 3월 쌍방울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9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그는 쌍방울 사외이사직을 마친 뒤 경기도 부지사를 역임한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이어 킨텍스 대표를 맡은 2020년 9월부터 3년여간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외제차 등 차량 3대를 받는 등 뇌물 2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어 자신의 측근을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 기재해 임금 9000여만원을 수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2018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부임한 뒤 경기도의 대북사업 창구 역할을 맡았던 아태협에 쌍방울과 KH는 17억원 상당의 기부를 했다. 2018년 쌍방울이 6억원,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가 3억원을 기부했다. 2019년에는 쌍방울 및 계열사 3곳에서 현금 2억1300만원과 7600만원 상당의 의류를 지원했다.

2020년 쌍방울 및 KH 계열사가 기부금 4400만원과 1억4000만원 상당의 현물을 아태협에 제공했다.

쌍방울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이어지기도 한다. 천화동인1호 대표 이한성씨는 이 전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다. 이와 관련해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는 검찰 조사에서 “19대 총선 당시 이화영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8000만원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3년 전부터 법조계 인사들을 회사로 끌어오기 시작했다. 쌍방울 간부였던 한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A씨만 김성태 회장에게 조언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김 전 회장이 유독 A씨의 말은 깊이 있게 들었다”고 말했다. A씨가 김 전 회장에게 향후 있을 검찰 수사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던 걸까?

쌍방울 관계사에 검사·판사·변호사 등 법조인이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우는 꽤 많다. 대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원만 23명이다. 이들이 A씨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중 11명은 검사나 판사 경력이 없었고, 검사 출신인 경우가 무려 9명(판사 출신 3명)이었다. 또 검사 출신 인사들 대부분은 최근 3년 동안 집중적으로 쌍방울그룹에 영입됐는데, 그중 7명이 2021년 1월∼2022년 9월 사이 자진사임했다.

무자본 M&A 대가로 알려져…인수 진두지휘
3년 전부터 특수통 출신 변호사 대거 포진

지난해 9월 공시 기준 검사 출신 현직 사외이사는 1명이다. 이들 중에는 검사 시절 김 전 회장 측을 직접 수사했거나 과거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등에서 김 전 회장 측을 변호한 경우도 있었다.

사법연수원 29기인 김영현 변호사는 금융감독원 법률자문관,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 대검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 2팀장, 전주지검 정읍지청장,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대구고검 검사 등을 역임했다. 2021년 3월 변호사 개업을 했고, 같은 달 비비안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2022년 9월 자진사임했다.

사법연수원 38기인 김인숙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광주지검 순천지청, 청주지검, 서울동부지검, 대전지검 등에서 검사로 일했다. 2020년 8월 변호사 개업을 했고, 2021년 3월 디모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2022년 2월 자진사임했다.

송찬엽 변호사는 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공안1과장, 부산지검 1차장, 서울중앙지검 1차장, 서울고검 차장, 대검 공안부장, 서울동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변호사 개업을 했고, 2017년 2월 SBW생명과학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2022년 9월 자진사임했다.

양재식 변호사는 광주지검 부부장,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의정부지검 형사2부장,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2011년 3월부터 변호사로 일하다가 그해 8월 쌍방울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박영수 전 특검이 국정 농단 특별검사로 임명되기 전까지 대표변호사로 있었던 법무법인 강남에서 2013년부터 일했다.

2016년 박 전 특검과 함께 국정 농단 특검보로 일하면서 2016년 12월 사외이사직을 자진사임했다.

이들 중 우선 눈에 띄는 인물은 양 변호사다. 그는 박영수 전 특검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동 민간개발업체에 1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 조우형의 변호를 박 전 특검과 함께 맡았다. 특히 양 변호사는 사외이사 신분으로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전 회장 측 변호를 직접 맡았던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은 2010년 3월∼4월에 이른바 주가 조작꾼들과 김 전 회장이 짜고 차명계좌를 이용한 통정매매 등으로 시세 조종을 해서 30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이다. 2013년 6월 금융감독원의 긴급 조치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출범한다.

당시 수사단에 합류한 이가 바로 김 변호사다. 인천지검 부부장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팀장으로 파견돼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직접 수사를 진행했다. 김 전 회장은 구속 기소됐고, 2018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자기
배를 가를까”

최근까지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한 쌍방울 출신 관계자는 “검찰이 쌍방울 수사를 제대로 하려면 자기 배를 갈라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에만 수사를 몰두하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의심은 되지만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공소 내용도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보통 짜놓은 판에는 불법으로 규정하기 애매한 게 많다. 검찰도 자금흐름을 추적하다 머리가 상당히 아픈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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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