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혹’ 쌍방울 비선 실세 추적

“짠돌이 회장이 변호사비 대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입국했다. 1년 가까이 해외 도피를 이어갔으나 검찰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사실상 일부러 잡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전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를 부인하면서 검찰이 두 사람 간 확실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김 전 회장과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인물들은 회사 내 비선 실세가 따로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타인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맡기지 않는 ‘짠돌이’로 유명하다. 특히 경제 관련 지식이 얕다 보니 회사 경영과 자금흐름 등 조언을 해준 인물이 따로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보다 10살 어린 A씨다. 쌍방울 내에서 대장동을 설계한 정영학 회계사와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는 게 김 전 회장 측근들의 주장이다.

회장님
그림자

쌍방울그룹 실소유주인 김 전 회장은 전북 남원 출신으로 전주 지역을 연고로 활동하다 2000년대에 상경해 대부업을 시작했다. 주가조작 세력에게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자산을 키워온 김 전 회장은 2010년 위기를 겪던 쌍방울 인수에 성공했다.

이후 과거부터 깊은 친분을 유지해온 배상윤 KH그룹 회장과 거래를 이어왔다. 배 회장은 김 전 회장의 돈을 빌려 쌍방울을 인수하려 했으나 이를 갚지 못하고 지분을 대신 넘겼다. 쌍방울은 KH와 전환사채(CB)를 주고받으며 무자본 인수합병(M&A)을 상호 지원해왔다.

이 때문에 쌍방울 사업과는 관계없는 특장차 제조사와 연예기획사 등을 계열사로 끌어들이며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을 키운 이후 검사와 정치인 보좌관 출신 인사들을 쌍방울 본사 및 계열사 사외이사 또는 고문으로 대거 영입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이 향후 있을 검찰 수사에 대비해왔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화영 전 국회의원이 경기도 평화부지사 역임 시절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를 등에 업고 대북 사업까지 노렸다.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의 사업 목적에 해외자원 개발업을 신설하고 북한으로부터 희토류 등 북한 광물에 대한 사업권을 약정받은 것이다.

지난해 5월 말 쌍방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김 전 회장은 싱가포르로 도주했다. 호화로운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김 전 회장은 최근 태국 빠룸타니에 위치한 골프장에서 8개월 만에 양선길 회장과 함께 검거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24일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달 초 김 전 회장을 기소할 방침인 가운데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사실상 명절 휴가를 반납하고 김 전 회장을 둘러싼 각종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김 전 회장은 ▲4500억원 상당의 배임 및 수백억원에 이르는 횡령 ▲200억원 전환사채 허위 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500만달러(약 60억원) 대북 송금 의혹 ▲이 전 의원에 3억여원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임직원들에게 PC 교체 등 증거인멸 교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큰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타입”
김성태 오른팔 격…투자·자금흐름 등 책사 역할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계열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CB를 발행하고 이를 매각, 매입하면서 불법적인 자금흐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비자금이 대북 송금 또는 이 대표 변호사비로 쓰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 거액의 달러를 보낸 배경에 당시 경기도 사업과 연관성은 없는지 따져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북한 인사에게 500만달러(약 60억원)를 전달했는데, 그 이유를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또 ‘경기도가 주기로 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억원을 (쌍방울이)내달라’는 북한의 요구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기소 전까지 대북 송금의 정확한 배경을 밝혀낼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의 최측근들 사이에서는 김 전 회장이 사실상 일부러 잡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요시사>와 만난 김 전 회장의 최측근들은 그가 한 달에 여러개의 대포폰과 차명계좌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해왔다고 강조했다.

쌍방울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온 B씨는 “붙잡히기 전까지 김 전 회장과 연락한 적은 없지만 도피 과정에서 여러개의 대포폰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음만 먹으면 잡히지 않았을 양반”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과 수십년간 알고 지낸 C씨도 “이재명 대표 때문에 잡혀준 게 아닌 건 명확하다. 본인이 꾸려온 사업에 대한 문제점과 법적 리스크를 털 준비가 됐기 때문에 아무런 저항 없이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있는데 그게 사실이다. 둘이 아는 사이라는 것은 이름만 전해 들었다 정도이지, 소문이 난 것은 쌍방울 내에서 이 대표에게 줄을 대려한 인물들이 많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 측근들은 ‘쌍방울 비선 실세’로 불릴 만큼 회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쌍방울 내에서 대장동을 설계한 데 이어 검찰에 핵심 물증을 전달한 정영학 회계사와 비슷한 역할을 해온 인물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투자업계
인맥왕

A씨는 쌍방울 경영과 자금흐름·투자분석과 관련해 김 전 회장에게 조언하는 등 책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음지 출신인 김 전 회장에게 투자 관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게 김 전 회장 측근들의 주장이다.

무자본 M&A 대가로 소문난 A씨는 여러 코스닥 상장사에도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 유명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해외 증권사를 거쳐 금융투자업계에서 큰손으로 불릴 만큼 인정받은 인물이다.

김 전 회장 측근들의 말이 사실이었을까? A씨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지금까지 쌍방울과 KH와 연관된 인물들의 이름은 거의 다 나왔으나 A씨의 이름은 언론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자기관리가 굉장히 확실하다. 문제가 되지 않을 선까지만 투자하고 위험하다 싶으면 손을 떼는 성향”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A씨에게 쌍방울 투자와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유의미한 진술을 받아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이 여러번 조사받았다고 털어놓은 B씨는 “대부분의 인물이 구속 기소되거나 언론에 이름이 나왔다. A씨가 철저했거나 대장동 핵심 인물 중 유일하게 구속을 피한 정영학 회계사처럼 검찰과 거래를 하는 ‘플리바게닝’ 방법을 쓴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A씨의 이름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들여다봐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쌍방울 계열사인 비비안 100만주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언급이 되지 않을 정도다. 비비안은 쌍방울 핵심 계열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연루된 나승철 변호사와 이태형 변호사는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와 비비안의 사외이사직을 맡았었다.

일부러
잡혔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이 전 의원은 2017년 3월 쌍방울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9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그는 쌍방울 사외이사직을 마친 뒤 경기도 부지사를 역임한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이어 킨텍스 대표를 맡은 2020년 9월부터 3년여간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외제차 등 차량 3대를 받는 등 뇌물 2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어 자신의 측근을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 기재해 임금 9000여만원을 수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2018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부임한 뒤 경기도의 대북사업 창구 역할을 맡았던 아태협에 쌍방울과 KH는 17억원 상당의 기부를 했다. 2018년 쌍방울이 6억원,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가 3억원을 기부했다. 2019년에는 쌍방울 및 계열사 3곳에서 현금 2억1300만원과 7600만원 상당의 의류를 지원했다.

2020년 쌍방울 및 KH 계열사가 기부금 4400만원과 1억4000만원 상당의 현물을 아태협에 제공했다.

쌍방울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이어지기도 한다. 천화동인1호 대표 이한성씨는 이 전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다. 이와 관련해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는 검찰 조사에서 “19대 총선 당시 이화영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8000만원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3년 전부터 법조계 인사들을 회사로 끌어오기 시작했다. 쌍방울 간부였던 한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A씨만 김성태 회장에게 조언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김 전 회장이 유독 A씨의 말은 깊이 있게 들었다”고 말했다. A씨가 김 전 회장에게 향후 있을 검찰 수사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던 걸까?

쌍방울 관계사에 검사·판사·변호사 등 법조인이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우는 꽤 많다. 대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원만 23명이다. 이들이 A씨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중 11명은 검사나 판사 경력이 없었고, 검사 출신인 경우가 무려 9명(판사 출신 3명)이었다. 또 검사 출신 인사들 대부분은 최근 3년 동안 집중적으로 쌍방울그룹에 영입됐는데, 그중 7명이 2021년 1월∼2022년 9월 사이 자진사임했다.

무자본 M&A 대가로 알려져…인수 진두지휘
3년 전부터 특수통 출신 변호사 대거 포진

지난해 9월 공시 기준 검사 출신 현직 사외이사는 1명이다. 이들 중에는 검사 시절 김 전 회장 측을 직접 수사했거나 과거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등에서 김 전 회장 측을 변호한 경우도 있었다.

사법연수원 29기인 김영현 변호사는 금융감독원 법률자문관,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 대검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 2팀장, 전주지검 정읍지청장,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대구고검 검사 등을 역임했다. 2021년 3월 변호사 개업을 했고, 같은 달 비비안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2022년 9월 자진사임했다.

사법연수원 38기인 김인숙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광주지검 순천지청, 청주지검, 서울동부지검, 대전지검 등에서 검사로 일했다. 2020년 8월 변호사 개업을 했고, 2021년 3월 디모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2022년 2월 자진사임했다.

송찬엽 변호사는 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공안1과장, 부산지검 1차장, 서울중앙지검 1차장, 서울고검 차장, 대검 공안부장, 서울동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변호사 개업을 했고, 2017년 2월 SBW생명과학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2022년 9월 자진사임했다.

양재식 변호사는 광주지검 부부장,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의정부지검 형사2부장,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2011년 3월부터 변호사로 일하다가 그해 8월 쌍방울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박영수 전 특검이 국정 농단 특별검사로 임명되기 전까지 대표변호사로 있었던 법무법인 강남에서 2013년부터 일했다.

2016년 박 전 특검과 함께 국정 농단 특검보로 일하면서 2016년 12월 사외이사직을 자진사임했다.

이들 중 우선 눈에 띄는 인물은 양 변호사다. 그는 박영수 전 특검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동 민간개발업체에 1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 조우형의 변호를 박 전 특검과 함께 맡았다. 특히 양 변호사는 사외이사 신분으로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전 회장 측 변호를 직접 맡았던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은 2010년 3월∼4월에 이른바 주가 조작꾼들과 김 전 회장이 짜고 차명계좌를 이용한 통정매매 등으로 시세 조종을 해서 30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이다. 2013년 6월 금융감독원의 긴급 조치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출범한다.

당시 수사단에 합류한 이가 바로 김 변호사다. 인천지검 부부장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팀장으로 파견돼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직접 수사를 진행했다. 김 전 회장은 구속 기소됐고, 2018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자기
배를 가를까”

최근까지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한 쌍방울 출신 관계자는 “검찰이 쌍방울 수사를 제대로 하려면 자기 배를 갈라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에만 수사를 몰두하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의심은 되지만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공소 내용도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보통 짜놓은 판에는 불법으로 규정하기 애매한 게 많다. 검찰도 자금흐름을 추적하다 머리가 상당히 아픈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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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