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근절 프로젝트] 구성애표 성교육 생생가이드 ④네덜란드 교육법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27 14: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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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에 체위·오르가즘 가르친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아줌마 특유의 입담으로 금기시 되는 영역이었던 ‘성(性)’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올린 구성애(56)씨. 그녀가 성교육의 최전방에서 활동한지도 10년이 훌쩍 지났다. ‘행복한 성’을 강조하는 구씨는 현재 (사)푸른아우성 대표로, 이어지는 특강요청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마침 하루가 멀다 하고 잔혹 성범죄가 터져 전국이 떠들썩할 때. 국회 사무처가 주관한 성교육 강의에서 구씨를 만났다. 거침없는 ‘구성애표 성교육’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청소년이 또 다른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처벌 받은 사례가 10년 새 11배나 늘었다. 지난 19일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2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소년재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은 690명으로 조사됐다. 2002년 60명인 것에 비해 11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6세 때부터 성교육

이와 같은 현상은 성에 관한 가치관이 어릴 때부터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개방화된 성문화로 인해 청소년들이 일찍 성에 노출돼 있어 많은 사람들이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날아가는 성문화, 기어가는 성교육’ ‘앞서가는 청소년, ?아가는 성교육’이 오늘날 우리나라 성교육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구씨는 “우리는 좋은 성교육 프로그램의 목표가 무엇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며 “10대들이 건강과 성관계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하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두는 성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씨는 청소년 성교육에 가장 성공한 나라로 ‘네덜란드’ 사례를 꼽았다. 네덜란드 자녀들은 6세 때부터 성교육을 접하기 시작하여 심지어는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 부모와 대화를 나눌 정도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체위법도 소개된다고 한다.


구씨는 “성매매가 합법인 네덜란드는 성에 대한 모든 모습이 다 있다. 매우 개방적인 나라로 유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들의 성이 문란한 것은 아니다”라며 “10년 동안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가장 큰 3가지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첫 경험의 연령’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예상과 달리 성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교육을 한다. 여기엔 생물학적인 부분뿐 아니라 가치, 태도, 이성을 만날 때 대화의 기술 등도 포함된다.

구씨는 “네덜란드는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오르가즘’이 무엇인지를 가르친다”며 “쾌락의 핵심을 궁금할 때 가르치고 스스로 어떤 성을 향해 나갈 것 인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니 음란물이 우스워지는 효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 청소년들의 첫 경험 연령이 2∼3년 늦어졌다. 스스로 ‘첫 경험은 늦게 하는 것이 좋다’는 가치관이 정립된 것이다. 실질적인 성교육을 받지 못 해 인터넷, 음란물 등의 매체로 자신만의 성을 정립해 나가고, 매해 첫 경험 연령이 빨라지고 있는 한국 아이들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첫 경험을 하게 됐더라도 피임을 완벽에 가깝게 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피임법을 교육한다. 성교육을 한다고 해서 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거나 성행위를 많이 하게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올바른 정보를 접하면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 결과 성 경험이 있는 네덜란드 청소년들이 첫 번째 경험에서 피임을 한 경우는 98%에 달한다. 현재는 세계에서 10대 임신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꼽힌다.

청소년 대상 실질적인 성교육 프로그램 실시
첫 경험 연령↑ 데이트 강간↓…피임법 숙지


마지막 세 번째는 ‘데이트 강간률’이 낮다는 것이다. 데이트 강간은 교제관계에서 발생하는 강간을 말하는데, 네덜란드는 이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은 청소년 이성교제의 핵심으로 꼽는다.

네덜란드가 데이트 강간 척결을 위해 벌인 것은 ‘no means no!’캠페인이다. ‘안 돼는 안 돼!’를 인정하는 것이다. 여자 아이들에겐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성관계를 요구하더라도 싫으면 싫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도록, 남자 아이들에겐 상대가 ‘안 돼’라고 했을 경우 이를 인정해주고 참아야 한다는 것을 교육한다. 전 세계에서 제일 낮은 ‘데이트 강간율’은 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 결과다. 

구씨는 반면 “‘안돼요 안 돼, 되요 되요’라는 논리가 깔린 우리나라에서 여자아이들의 첫 경험은 대부분 데이트강간으로 이뤄진다”며 “성적인 접촉을 가지려면 반드시 상대방의 허락을 얻어야 하며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라고 강조한다.

좋아하니까 스킨십, 애무, 성관계로 이루어지는 게 남자 아이들의 ‘성관계 논리’라면, 여자 아이들에게 ‘한 번의 성관계’란 아이를 잉태해서, 낳아서, 양육하는 과정까지 걸려있다는 것이다.

구씨는 “흥분된 김에 밀어붙이고, 그럴 마음이 없었지만 얼떨결에 당하게 된 것이 데이트 강간”이라며 “전혀 예상 없이 진행됐기 때문에 임신율도 높고, 임신을 한 경우 낙태율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 임신상담 중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아달라’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이는 부모 몰래 낙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원조교제를 쉽게 하는 등 또 다른 일탈을 낳을 수 있고, 몸조리를 못해 불임으로 이어지기도 쉽다”며 “아름다웠던 아이들이 한 순간에 타락할 수밖에 없는 것에 데이트 강간이 놓여있다”고 덧붙였다.

“부모부터 바뀌어야”

성교육의 본보기가 된 네덜란드 사례를 통해 구씨는 ‘문화는 다르지만 본질은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에 앞서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그릇된 성 가치관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구씨는 “부모들 역시 자라면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해 ‘성’으로 아이를 자극 주는 것을 꺼린다. 내 아이만큼은 자연다큐나 보고, 수학문제나 더 풀다가 갑자기 성인이 확 되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며 “시대가 바뀌어 아이들의 성문화도 달라진 만큼 이제 부모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을 수치스럽게 보는 부모가 자녀의 성교육을 꺼리게 되면 올바른 성 개념이 안 잡힌 채 커버린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결혼 한 뒤에도 제대로 된 성생활을 누릴 수 없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부모의 노력과 성교육 의무화를 입법화 시키는 등의 정부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성애씨는?>

1990년대말 ‘아우성(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구성애씨는 10년이 넘도록 ‘아우성’을 필생의 과제로 삼고 성교육 강의를 해왔다.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그는 산부인과 조산사로서 아기 수 천명을 받아내면서 쌓은 생생하고도 풍부한 지식과 노동조합을 돌며 성문제 교양강의를 맡았던 경험으로 성교육 강사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는 사단법인 푸른아우성 대표로 성상담을 하면서 유료사이트 아우넷을 운영하고 있다. 초딩 아우성 , 구성애의 빨간책, 니 잘못이 아니야 등 성교육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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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그런 한 총리 옆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우뚝 섰다. 국정 주도권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혼란스러운 한 해가 저물어간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대통령이 궐위, 또는 사고로 인해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이를 대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권한대행의 범위는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조약 체결이나 국군통수권을 비롯해 긴급명령·긴급경제명령 발동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정사 세 번째 권한대행이지만 구체적인 권한의 범위를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쌓여가는 요구안 첫 번째 권한대행은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서 고건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이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공백을 채웠다. 윤석열정부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그 자리를 맡으면서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와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외교·안보는 물론 주가와 환율 등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 권한대행은 요동치는 경제 상황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정 주도권은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한 권한대행이 쥔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카드를 들고 있을뿐더러 헌법재판관 임명권과 거부권을 놓고 여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 참여한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계엄법 제 2조 6항에 따라 국방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가 국무총리를 거쳐서 대통령에게 이뤄졌다면 내란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며 한 권한대행을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야권 의석수만으로도 가능한 만큼 정국의 목줄은 사실상 야당이 쥐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자 민주당 내부서도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부겸 전 총리는 “나중에 (한 권한대행)수사를 하다가 혐의가 드러나면 그때 탄핵을 하면 되지 않나”라며 “당장 법안 하나하나 가지고 ‘뭘 하면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은 “국정 혼선을 고려해 일단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내란 사태의 책임과 국정 난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정 안정을 위해 일보 후퇴하겠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그대로 끝 총리 탄핵 밀당…신중하게 접근 이 대표는 “어제(14일) 한 권한대행과 통화를 했다”며 “이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정파를 떠나 중립적으로 정부의 입장서 국정을 해나가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은 교과서적으로 현상 유지관리가 주 업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 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는 국정 공백 상황서 ‘탄핵 남발’ 프레임에 걸려들 경우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민주당에 화살촉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발 물러섰지만 언제든 탄핵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은 어수선한 정국의 틈새를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5일 이 대표는 정국 정상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초당적 협의체인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크게 휘청인 금융경제, 민생에 관한 정책적 협의를 비롯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논의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 이 대표를 선두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자연스럽게 대권 행보로 이어가려는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며 “시장 안정화, 투자 보호 조치 등 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협조를 요구하며 “거절 시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전에는 당 소속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이제는 그냥 국회 구성원이자 제2당으로서 국정 안전, 민생회복이라는 큰 공통의 목표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국민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기관은 이제 국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띄운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에 한 권한대행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고 헌법 규정에 의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어떻게 하면 윤정부를 붕괴시킬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마치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국정 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기 대선 몸풀기 이에 이 대표는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도 좋고 이름이나 형식,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상관없다”고 받아쳤다. 특히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럽다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거듭 국민의힘의 참여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손을 내밀었지만 여당은 연일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이 이 대표의 죄를 덮어주는 ‘대선 출마 허가증’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국 불안정으로 경제와 외교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묻지마 탄핵’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이 된 듯 ‘상왕 놀이’에 심취한 이재명 한 명의 존재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최대 리스크”라고 거들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난동범일 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홍 시장은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으로 모실 만큼 대한민국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내란 정당’ ‘내란 공범’ 단어 앞에서는 무뎌질 뿐이다.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한동훈 전 대표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친윤(친 윤석열)계를 앉힌 국민의힘인 만큼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옹호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초당적 협의체를 제안한 야당과 이를 거절한 여당, 그리고 둘 사이에 낀 한 권한대행 간의 삼각관계는 갈수록 복잡하기만 하다. 권력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사이 이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과 거리를 두고 보수 세력과 만남을 가지면서 중도 세력 확장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우선 지난 16일, 그는 자신의 팬클럽인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장직은 재명이네 마을 회원 등급 중 하나로 이 대표만 가진 등급이다. 이 대표는 재명이네 마을에 “삼삼오오 광장으로 퇴근하는 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덩달아 요즘 챙겨야 할 일이 참 많아졌다”며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아쉬운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비상시국인 만큼 야당 대표로서 업무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끝없는 딜레마 앞서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팬덤 정치, 정당 사당화를 비판했다. 그동안 이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이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한 데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자 중도층 확장을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월 ‘이재명 2기체제’가 출범함과 동시에 금투세 폐지 등 경제 분야서 우클릭을 시도해 왔다. 12·3 내란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에도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을 찾거나 정·재계 보수 인사와 만남을 갖는 등 외연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 대선서 “윤석열은 싫지만 이재명도 싫다”는 비토 세력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연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발 물러섰지만 한 총리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사용할 경우 탄핵안 발의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한덕수 권한대행의 거부권 사용에 대해 “상황을 봐야겠다”면서도 “똑같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석열 시즌2’가 아닌가. 권한대행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만일 사태에 대비해서 탄핵안은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한 차례 보류했지만 윤 대통령과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면 역시나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란 경고를 날린 셈이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권한대행은 헌법상 절차에 따른 권한대행일 뿐 선출된 권력이 아님을 명심하시라. 권한대행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헌법상의 필요 최소한의 대통령 권한 행사만 대행해야 한다”며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권한을 침탈하는 입법 거부권과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부해라, 받아라” “임명해라, 못한다” 여야 사이에 낀 한 총리 깊어지는 고민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한 권한대행이 살얼음판을 걷는 사이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가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한 권한대행과 이 대표의 힘겨루기 역시 이 문제를 놓고 절정에 치달았다. 우선 야당은 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거부권은 불가능하지만 재판관 임명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 궐위 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직무가 정지된 때에는 임명할 수 없다며 ‘거부권은 가능하지만 재판관을 임명할수 없다’는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향후 치러질 윤 대통령 심판의 핵심이 되는 축이다. 재판관 3인의 공석으로 인해 ‘6인 체제’로 재판을 치를 경우 한 명만 이탈하더라도 탄핵안은 기각된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해 민주당이 강경하게 밀고 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안 남발로 역풍이 불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윤 대통령 탄핵이 갈림길에 선 지금 민주당은 ‘이판사판 전투태세’라는 게 한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머릿수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서 무리하게 심판을 치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비상계엄 여진이 상당히 길다”며 “6인 체제로 심판할 경우 국민 정서에 어떻게 비춰질지 안 봐도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것은 결이 다른 이야기”라며 “국가가 불안정한 상태서 지도자를 자주 교체하는 건 대내외적으로 바람직하게 비치지 않는다. 지금 상황서 한 권한대행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다.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여야의 협치에 기대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벼랑 끝 탈출구 윤 대통령의 경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달리 비상계엄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권한대행 역시 주어진 역할은 같지만 과거보다 활동 폭이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부터 권한대행은 여야 사이서 질타를 받는 위치였다. 잘해도 욕 먹고 못하면 더 욕먹는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벌써 대통령처럼 행동하는 이 대표에게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여당의 제어가 필요하다”며 “여야 불문하고 힘든 시기일수록 협치를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 이상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정치를 보여드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탄핵 후 처음 만났지만…빈손으로 돌아선 여야 지난 18일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상견례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대표급 만남이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머리를 맞대면 혼란 정국을 잘 수습할 것”이라면서도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이 마비 상태니 그것도 풀어주시기를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국정이 매우 불안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헌정 질서의 시급한 복귀”라며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완벽할 수 없으니 국회 1당과 2당 모든 세력의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이들은 여야 간 소통을 강화하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자주 만나서 같이 합의하고 결론을 낼 수 있는 게 있으면 보여주자. 오른손으로는 싸우더라도 왼손으로는 합의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