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연말연시, 우리의 일상에는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자연스레 술자리가 길어지고 번화가는 붐비며, 택시 수요는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심야의 인파를 뚫고 귀가하기 위해서는 ‘택시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이 시기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불법 영업 택시’입니다.
<일요시사>는 심야 택시 운행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0월 이태원의 풍경을 직접 살폈습니다.
자정이 지나 버스가 끊기기 시작하자,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됩니다.
시민들은 도로변에 우두커니 서서 빈 차를 기다리고, 아예 길바닥에 앉아 택시를 잡기도 합니다.
간혹 몇 명이 차도에 뛰어드는 위험천만한 상황도 보였는데요.
제보자: 택시가 안 잡히고, 멀리만 가려고 하고. ’따블로 드릴게요’ 했더니 흥정을 시작하더라고요. 1만원 나오는 거리를 3만원 부르고, 3만5000원 부르고, 이제는 4만원까지 불러버리니까...
-코로나 전에는 이런 적 없었어요?
제보자: 전혀 없었어요.
새벽 1시경 취재진은 세 개의 택시 어플을 이용해 택시 잡기를 시도해봤습니다.
A 어플과 B 어플은 아무리 불러도 택시가 잡히지 않았고, C 어플 단 하나만 간신히 성공했는데요.
더 늦은 시간인 새벽 2시30분경, 이제는 택시를 잡아도 문제입니다.
시민: A 택시로 불렀는데 보통 A 택시는 아예 안 받고, 직접 가서 말하면 이 택시들은 경기도 간다고...
-아까 잡으려던 차가 빈 차였는데, 요금이 적다고 거절당한 건가요?
시민: 아뇨. 그냥 보지도 않고 가라고. 근데 그런 택시가 많아요.
취재진이 직접 택시를 잡아 보았으나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택시기사: 미터로 가자고요?
기자: 미터기 끄고 가면 얼마에요?
택시기사: 4만5000원
-4만5000원이요? 과천이요? 그럼 혹시 영수증 돼요?
택시기사: 이게 불법이니까 신고가 들어갈 수 있으니까...
기자: 미터기로는 아예 안 되는 건가요?
택시기사: 미터기로는 과천역까지 가고, 추가금액을 따로 내는 방식으로.
기자: 미터기 영수증을 발급하고 제가 추가금액을 더 내는 식으로요. 그러면 그 영수증에는 4만 5천 원이 안 나오는 건가요?
택시기사: 그렇죠.
일부 택시기사의 폭리를 피하기 위해 인근에 숙박을 잡아보려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제보자: 숙박업소도 주말이 되면 두 배 이상 뛰어요. 평일과는 좀 달라져요. 이태원으로 예를 들면, 평일에 6만원으로 올라온 방이 휴일에는 12만원, 18만원까지 올라가요. 숙박 어플로 잡으면 안 해주고, 전화를 해서 예약해야... 상가 계단에서 잔 적도 있고...
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영업은 더욱 성행하는데요.
택시기사: 기본적으로 예약(표시)를 해 놓고 기다리면서 콜을 잡는 거예요. 잡다가 외국인들이 문을 두들겨요. 그리고 3만원 주면서 가자고 하면 가죠. 100%. 왜냐면 한국 분들은 5만원 달라고 하면 안 가요. 근데 외국인들은 간단 말이에요.
내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불법 영업 피해가 막심했지만, 당시 용산구청은 “단속은 나가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하는 등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마냥 갑갑하기만 했던 심야 택시의 세계.
하지만 올해부터 새로운 국면이 열릴 기미가 보입니다.
서울시는 이번 연말연시를 앞두고 강남역, 홍대입구역, 용산역, 건대입구역 등 20개역을 집중단속하고, 번화가 인근에는 ‘승차지원단’을 운영하기로 했는데요.
즉 불법 택시 영업을 근절함으로써 승차난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입니다.
시민들의 안전한 귀가를 볼모로 잡고, ‘부르는 게 값’이었던 심야 불법 택시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을까요?
총괄: 배승환
취재: 김민주
기획: 강운지
촬영&구성&편집: 김미나